소설리스트

35화 (35/148)

00035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

*姉妹弟兄皆列士(자매제형개열사)

그녀의 형제 자매 모두에 영지를 내려주니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이윽고 그 가문에 광채가 빛나는구나.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이러하니 세상의 모든 부모들 마음은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되었네.

 강 채요가 낭중의 딸이라 명문가의 딸은 아니나 지위가 낮지는 않았다. 그녀의 부모가 강 채요에게 욕심을 부려볼만할 위치였다. 그 당시 황태자였던 이 경이 남성 음인으로 발현되면서 부친은 크게 기뻐하면서 강 채요를 귀히 여겼다.

"너가 장차 이 가문을 빛낼 장중보옥이구나."

 그리하여 피부가 형광으로 빛나는 설부화용(雪膚花容)과 폐월수화(閉月羞花)의 미녀로 자라 달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걸음걸이가 요염했으며 누에나방의 눈썹처럼 눈썹이 가늘고 어여쁘고 허리가 낭창하며 아름답다. 그 몸이란 마치 모란과도 닮아 풍만한 육체이면서도 아름다웠고 눈동자가 또렷하고 이가 하얗고 서렸다. 그 몸에서는 은은한 향이 감돌았으니 강 채요의 아버지는 강 채요를 몹시 싸고 돌았다.

 강 채요가 수녀 선발 때 시집을 가지 않은 이유를 음인들이 남성 양인을 찾기 때문이라 변명을 했으나 사실 강 채요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정실로 맞이하겠다는 곳은 많았다.

 다만 낭중은 아름다운 데다가 양인이기까지한 강 채요에 욕심을 내어 그를 이 경에게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고 나이가 차자 초조해하다가 기어코 수녀 선발에 그녀를 내보냈다.

 그러하기에 강 채요는 태어났을 때부터 이 경의 여자 정해진 것이었고 이 경의 후궁이 되었을 때 그의 것이 되리라 당연히 생각하며 그와의 초야를 꿈꾸었다.

 하지만 강 채요는 자신의 손으로 면사를 걷었고 쓸쓸히 밤을 보냈다. 홀로 촛불의 심지를 자르고 텅빈 옆자리가 어색하고 싫어서 몸을 웅크리며 밤을 보냈다.

'내가 예쁘지 아니한가?'

 후궁에 아름다운 궁인이 많았으나 강 채요는 유독 아름답고 화려했다. 그러나 강 채요는 충격적이기까지한 희 치의 외모를 보고 절망했으니 그녀는 후궁에서 그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시름 앓았다. 그러나 희 치는 총애받지 못한 것으로 유명한 이였다.

 강 채요가 들은 것은 그녀를 뽑은 것을 만화궁의 신귀비가 싫어하여 황제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하였다. 신귀비는 화려하였고 옷차림이 무척이나 고귀했다. 그 눈은 위엄이 있었고 창백한 낮에 꼿꼿한 허리가 기묘한 압박감을 형성하고 있다. 황제는 그를 무척 사랑하여 그가 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금은보화를 내려준다고 했었다. 강 채요는 또한 탁 소의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총애를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않다. 황자를 낳지 않은 신귀비의 위세가 왜 그렇게 두려움을 샀는지 안다. 탁 소의는 총애를 얻었다고 처음에 멸시를 당하다가 후에 후궁들의 아첨을 받았다.

 강 채요는 탁 소의가 한 충고를 상기시켰다.

"폐하꼐서 신귀비와 화해하시면 너에게도 곧 들리실거다.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아서 너를 멀리하시지만 신귀비는 그래도 후궁을 처녀로 늙어 죽게 만들 악독한 이는 아니다."

 강 채요는 그 말을 듣고 신귀비가 빨리 복위하기를 원했다. 어차피 싸움과 화해를 징하게 반복했다 하니 강 채요는 여자의 감으로 황제가 신귀비를 지독히 사랑함을 알았다. 강 채요는 탁 소의를 끌어내리기 위해 신귀비의 머리카락을 주웠고 지푸라기를 남몰래 모아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그에게 숨겼다.

 그리하여 강 채요는 눈에 뜨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사람이 가볍고 바람을 잘 잡는 영 미인이나 하 미인을 부채질하려 했는데 급하게 신귀비는 다시 위세가 등등하여 총애를 다시 독차지했다. 강 채요가 그에 계획을 물리려 저주물을 다시 빼돌릴려했으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영 미인이 우연히 그 물건을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 신귀비가 영악하게 상황을 수습하여 일이 잘 마무리되었지만 강 채요는 굳이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자신의 행동이 현명했음을 깨달았고 또 그것이 황제가 자신을 알지 못해 같은 궁에서 기거했음에도 탁 소의에 관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아 좋지 않게 여겼다. 어쨌거나 황제는 자신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안전이 아닌 소외나 이탈이었다.

 강 채요는 후궁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 강 채요는 거센 상황의 흐름 속에 휩싸일테고 강 채요는 그 때 휩쓸리거나 혹은 휩쓸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강 채요는 결코 휩쓸릴 생각이 없다.

 누대에 색비단을 늘어트리고 옥돌로 바닥을 깔아 천자의 무릎 위에 앉아서 누대 아래의 세상천지를 좌시한다. 강 채요가 오직 원하는 것은 야망이 만들어낸 삶이었다.

 피폐해져서 정신을 잃고 있는 탁 빈의 입가에 죽을 올리면서 강 채요가 사근하게 말을 했다.

"드셔야지요. 드셔야 진왕을 돌보시지요."

"진... 왕?"

"예, 황자 마마 말씀입니다."

 강 채요는 탁 빈을 싫어하지 않았다.

"이 넓은 황궁에 아홉살 아이가 의지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

 탁 빈은 텅 빈 눈으로 강 채요를 바라보다가 이내 울부짖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비틀거리던 탁 빈을 바라보던 강 채요가 시비에게 탁 빈을 잘 모셔 몸을 돌보게 하라고 말을 했고 영연을 안아주며 놀아주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 빈의 궁인이 감격하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상냥하신 재인 마마의 은혜는 노비 또한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별 일이 아닙니다."

 강 채요는 처소에 들어서 동육궁 쪽을 바라본다. 서육궁에 비하여 격이 높은 동육궁에는 황제가 가장 아끼는 귀비와 그의 화원이 있었다. 죽고 못살아 어선방의 궁인을 찢어 죽일 정도로 사랑하는 귀비가 살고 있다. 강 채요가 조용히 읇조렸다.

"사랑하는 마음은 한 철과 같아 언젠가 그 마음이 끊어지고 색이 바랩니다. 그 마음이 닳아 낡은 것이 되지요. 사랑을 연기하여 교태를 부리고 애교를 떠는 것은 영원합니다. 그것은 진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 채요가 쓸쓸하게 침상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신귀비의 마음은 영원한 건가, 영원하지 않는 것인가.."

 전자인지 후자인지 강 채요는 그것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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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 씩 상자는 한 쪽 씩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

황금비녀 토막 내고 자개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볼 날 있으리라.

"영선아."

 이 경이 문득 영선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지극히 온화한 눈으로 보았다. 영선이 눈을 느리게 깜빡이겨 이 경을 마주본다.

"내 성격이 불같고 네 성격이 드세 우리가 앞으로도 서로 싸울 일이 많겠지?"

"그렇겠죠, 뭐."

 이 경이 행복한 표정으로 선물받은 장미를 만지작 거린다. *장정가(長情歌)가 섬세히 적힌 분홍색 장미를 소중한 보물 어르듯이 주머니에 담은 이 경은 그것을 두고두고 보관할 생각이었다. 이 경은 정말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이 경이 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면서 상념한다.

 영선은 이 경이 본적이 없이 드세고 사나운 후궁이었다. 그럼에도 이 경이 영선을 놓지 못하는 것은 저 대쪽같은 것이 빈말을 하지 않아 신뢰가 갔기 때문이고 영선이 가끔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때 미친듯이 설레고 기뻤기 때문이다. 영선은 단 한번도 사람들이 보내주지 않았던 뜨거운 감정으로 이 경을 바라본다. 가끔 이 경과 영선 사이의 불이 너무나도 세게 타올라서 아플 때도 있었지만 이 경은 앞으로도 영선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너는 변하지 마라."

"당연하죠."

 영선이 잽싸게 말을 하고 뱃살을 잡으려는 것을 이 경이 버럭 거리면서 소리친다.

"아니 이 버르장머리는 좀 고쳐!"

 뭉클거리던 마음이 단숨에 와장창 깨지고 영선이 싱글 웃으면서 이 경의 까슬거리는 턱에 입을 맞췄다. 행인(杏芢, 복숭아씨)을 닮은 눈이 깜빡거리면서 이 경을 바라본다. 영선이 이 경의 손을 잡고 작게 말했다.

"폐하. 당신은 나를 정말 사랑합니까?"

 이 경이 그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랑한다."

 한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말을 한다. 이 경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영선을 응시했다. 그 곳에서는 경박함과 치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만큼은 이 경은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단단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영선이 말없이 이 경을 바라보다가 입을 달싹였다.

"원컨대 하늘에서 비익조가 되고.."

 이 경이 픽 웃으며서 장미에 새겼던 글귀를 뒤이었다.

"땅에서 연리지가 되자고 맹세하노라."

 영선이 이 경의 손을 꽉 잡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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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지 아득하니 몇 년 짼가?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꿈에서도 혼백마저 만나 볼 수 없구나.

臨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사가 도성에 머문다 하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하는구나

 도 요소가 참담하여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희 치가 말없이 옷을 벗고 얇은 소복을 입은 채로 발걸음을 나선다. 희 치는 항상 품행이 방정하고 하는 일마다 황족 그 이상으로 품위가 넘쳐서 존경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희 치가 벌을 받는 도중에 우는 이들이 많았고 희 치는 말없이 음월전의 편전 아래에 꿇어 앉았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무릎을 꿇는 희 치에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도 요소가 그 뒤에서 꿇어 앉은 채로 몸을 웅크린다.

 그러나 희 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는 정면을 바라보면서 말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원망도, 분노도 없다. 희 치는 그저 살아갈 뿐이었다.

 희 치가 음월전을 바라본다. 그가 황후로서 살아가던 곳이고 그가 원하던 평화를 찾은 곳이다. 피와 쇳냄새는 없었고 그의 손은 이제 하얗고 깨끗했다. 희 치는 다시 금을 불지 않았지만 그가 그토록 원하고 미치게 갈망했던 평화는 얻었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희 치가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는다. 그것이 그가 원하던 삶이었다.

'크크크크...'

 그러나 가끔 희 치는 악몽을 꾼다. 오래된 기억이고 희 치가 죽을만큼 후회하던 날이었다.

'너는 그토록 많은 것을 가졌지만 네가 원하던 것을 못 얻었구나...'

 사내가 쇳소리가 나는 끔찍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희 치는 그의 발치에 엎드려서 몸을 웅크려 완전히 그에게 복종을 했다. 실제로 희 치는 사내의 발을 핥았고 겨울에는 체온으로 그를 덥혔으며 사내가 여인과 성교를 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끝이 나면 뒷정리를 했다. 노예도 그보다 극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내는 희 치를 측은하게 여기다가 결국 말을 했다.

'불쌍한 것...'

"훗,"

 희 치가 웃는다. 보기 드문 희 치의 짧은 웃음에 무릎을 꿇고 있던 도 요소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희 치는 다시 얼굴에 웃음을 지었고 냉엄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꿇어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심지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고 석상이나 바위같이 오직 굳게 있을 뿐이었다.

 누가 누구보고 불쌍하다고 하는지.

 희 치는 눈을 감고 이 경의 사자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류 태감은 오지를 않았고 밤이 저물고 있었다. 희 치는 이 경이 그를 잊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태양전으로 돌아간 이 경은 지금 침수에 든 참이었고 희 치는 그것을 짐작하면서도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저 같이 무릎을 꿇고 있는 궁인들이 측은하여 무릎을 피고 잠에 들라고 명을 했을 뿐이었다. 흐느끼면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을 희 치가 특유의 거역하기 힘든 준엄함으로 그들을 일으켰다.

 희 치가 홀로 눈을 감았다.

 아직도 아련한, 그 날의 기억..

'위현...'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 같은 것이 난다. 귀가 멍멍하고 눈 앞이 붉게 물들여진다. 그리고 위현이 피투성이가 되어 희 치의 눈 앞에서 튕겨져 나갔다. 위현의 몸이 타들어가고 끔찍하게 변해간다. 위현의 몸이 거짓말처럼 부서져갔다. 희 치는 그것을 바로 눈 앞에서 보고 있었다.

 그 때 희 치는 입술 끝을 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 작품 후기 ============================

주석 1, 2, 3, 4  원래 이 시의 출처는 장한가로 이 경과 영선이의 모티브인 양귀비와 현종을 그린 시이다. 그러나 영선은 장한가를 장정가로 고쳐 끝없는 한의 노래를 끝없는 정의 노래로 바꾸어 불렀다. 각자 시는 그들의 사연을 그림.

 출처) 박영숙영의 문학서재

1. 챕터 완결입니다!! 다음 외전이 바로바로 황후 외전ㅠㅠㅠㅠ! 오예!

2. 황후 외전은 비위가 상할 수도 있고 잔인하고 취향을 탈 수가 있습니다. 고어가 상당히 들어가고 또한, 황후의 이미지가 박살날 수 있으니 유의해주십시오ㅠ.ㅠ

3. 참신한 작품 키워드 추천 받습니다~

4. 도원향가 BGM이자 노동요는 유투브에 'The nation of greatness and courtesy' 와 ' your collar'를 치시면 나옵니다. 후궁견환전 노래도 존좋..

5. 사실 후궁견환전을 궁중암투물에 입문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여깁니다 ㅎㅎㅎㅎ... 독자분들 중에서도 많으리라 생각되어요...

6. 미리보기 비축분을 많이 쌓을 예정입니다. 결재를 하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으나 다시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ㅠ.ㅠ 지금은 비축분이 적지만 제

 성정으로 보아 앞으로 몇십편씩 쌓일 것이 분명한데 독자분들의 과금을 원하지 않아용...

 또한 8월 휴가전에 완결을 낸다는 말을 미루고 퀄리티를 위해서 용량을 억지로 줄이지 않고 그대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길면 이백편까지 갈 것 같군요 8ㅁ8 언제 다 쓸지.. ㅎㅎ 응원 끝까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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