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148)

00044 장상사 최심간(長相思 摧心肝) =========================

 이 경의 다리가 허공에서 볼품없이 파르르 떨린다. 이 경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는 얼굴을 마주본다.

"힉.. 히익..."

 이 경의 입에서 조금씩 가쁜 숨소리가 나왔다. 그제서야 영선이 귀여워하는 연인이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충격받은 것을 깨닫고 공황에서 빠져나와서 이 경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가렸다. 영선이 다급하게 이 경에게 말했다.

"경아!! 진정, 진정하고.."

"흐어어어ㅡ!!!"

 이 경이 대성통곡을 하면서 눈물을 짜낸다. 영선 또한 공황상태에 빠져서 허우적대면서 이 경의 뺨을 잡고 이 경의 시야를 제 얼굴로 가렸다.

"이 경!! 이 경, 나야 나!!"

"흐어어어어, 어어어어헝!!!"

 눈물콧물 다 짜내면서 그 심정을 짐작 할 수 있을만큼 처참하게 우는 이 경에 영선이 황망하여 이 경을 바라본다. 이미 이 경의 울음소리는 처절하게 변해 있었다.

 이 경이 부모양친이 모두 황가의 피가 섞인 황족인데다가 능력을 인정받은 황태자로 귀하게 자랐으니 영선이 입궁하기 전까지 이 경은 첫잠자리를 제외하곤 기승위나 정상위 외의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귀하게 떠받들여지고 장중보옥처럼 다뤄지고, 심지어 희롱을 해도 이 경의 몫이었는데 지금 이 경이 다리를 벌리고 질질 싸면서 가는 것을 보여줬으니 이 경이 자존심이 무너지고 서러워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통곡했다.

"백 영선... 너 이새끼...!!! 흐아아아아!!!"

 동의한 것임에도, 심지어 마지막에 이 경이 졸랐음에도 이 경이 분노에 차서 영선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바라본다. 그리고 영선이 이 경의 머리를 자신의 품에 놓고 다독였다.

"이 경아.. 내 잘못이야.. 내가 미안해. 아, 울지마.. 이 경. 내가 잘못했어. 울지말라고.."

 그리고 영선은 흐끅이는 이 경을 쓰다듬으면서 순간 무표정한 눈으로 죄자를 새긴 사내를 바라본다.

'무고한 자를 죽이는 것을 불의(不意)라 여겨왔으나..'

 그러나 이 경이 저렇게 운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여 사실 황제의 추태를 본  사내를 살려두는 것이 위험한 것임을 안다. 오 상환과 호위들이 사람을 잘 통제할줄 알았건만 어째서인지 사내가 이리 불쑥 나타나니 영선이 속으로 그들에게 노여움을 드러내면서 쾌락에 미쳐서 함부로 행동한 자신을 자책하며 품에서 숨겨 놓은 호신용 단도를 만지작 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감이 좋은 사내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 둘을 바라본다.

'좆됐다.'

 사내가 주점에서 호리한 미청년을 보고 수작을 부린 것이 잘못이었다. 사내가 원래 관과 상생을 하는 교활한 사람이라 평소에는 인신매매를 금하였지만 시골에서 드물게 보일법한 귀티나는 공자와 그 옆에 인상이 사나운 중년인을 본 순간 욕심이 나서 건들거렸다. 중년인과 미공자가 손을 잡고 있으며 분위기가 연인과도 같아 남첩인줄 알았지만 웃돈을 얹어주면 매매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사내는 건달두목이었으니 눈치를 보아서라도 그렇게 하겠지.. 생각했는데.

 그러나 저 미공자는 자세히 보면 뱀같은 인상에 제대로 독랄하여 눈깔을 파버리는 것으로 용서한다며 지껄였고 말하는 것도 사내가 볼 때는 동류 건달패 중에서도 악질로 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었으며, 저 생긴 것을 보아도 장난아니게 생긴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인상의 사내는 생긴 것대로 놀면서 눈알로 부족하다며 제 뺨에 죄(罪)자를 넣어 갑작스럽게 죄인으로 만들어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게 만들었다.

 눈치 빠른 사내가 그것도 초반에 빨리 기어서 그 선에서 끝난 것이지 잘하다간 목숨이 간당한 순간이었다. 사내가 재수 똥밟았다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사내의 은신처이자 교묘한 위치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버려진 폐창고에 가려던 중에 커다란 몸을 마구잡이로 흔들면서 정신없이 울어대는 이 경과 요염한 분홍색 혀로 그을린 피부를 핥아대는 영선을 발견한 것이다.

 순간 사내가 넋을 잃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원래 생각했던 관계에 정반대라는 것에 일차적으로 충격을 먹었고 이 경이 흘려대는 진하고 달콤한 도화향에 이차로 충격을 먹었고 셋째로 가슴을 빨리면서 미친듯이 울어대는 이 경의 헝크러진 모습에 충격을 먹었다.

 아니 저게 방금전까지 제 머리를 깨트리고 얼굴에 칼자국을 새긴 사내가 맞는 건가?

 분명 여유로웠고 심지어 흉폭한 짐승같았던 이 경이 너무나도 무참히, 가엾게 당하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사내가 넋을 잃고야 말았다. 이 경은 그야말로 불쌍했으며 음란했는데 남성 음인의 밀부를 처음 본 사내는 항문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붉은 살이 보이는 것에 놀라서 벙찌고야 말았다. 이 경은 가엾게 몸을 웅크리고 커다란 몸을 움찔거렸고 허리띠에 고정되어 노출되어있기에 사내는 그것을 또렷히 감상할 수 있었다.

'뭐, 뭐야 저거... 그거.. 여자 거기.."

 이 경이 고개를 돌리면서 할딱거리고 미공자가 어미의 젖을 빨듯이 이 경의 가슴을 소중하게 물어 빤다. 사내는 순식간에 넋을 잃고 이 경의 정사를 관람했고 이 경이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면서 아래 위로 싸지르는 것까지 감상했고, 결과적으로 아랫도리를 펄떡 세우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영선의 싸늘한 기색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눈치채고 사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그게..!"

 아무리 눈치빠른 사내라도 작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방도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그리고 사내의 꼬여버린 머릿 속에서는 이미 흥분과 이성과 공포와 충격이 엉켜서 답을 찾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씨, 씨발.. 졸라 꼴려..."

 그리고 이 경의 몸이 뚝 멈췄다. 영선이 가슴팍에서 단도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멈추고 이 경의 간신히 진정된 몸을 내려다본다.

 허우적거리면서 충격에 빠졌던 이 경의 몸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으나 천천히 진정되고 있었다. 영선이 순간 놀라서 이 경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설마?'

 영선이 그 순간 사내를 향해 살벌한 눈빛을 하며 입을 뻐끔였다.

'예. 뻐.'

 그리곤 이 경을 눈짓한다. 눈치 빠른 사내가 주춤거리면서 이 경에게 다가간다. 영선의 품에 얼굴을 푹 박은 이 경은 몸을 잘게 떨고 있었고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이 경은 간신히 발작을 진정했으나 얼굴을 품에서 떼지 않고 영선의 옷깃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사내는 객잔에서의 살기가 등등하고 흉흉했던 이 경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교차시키면서 빈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꼴리고 무언가 우월감을 느껴 이 경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 경의 몸이 움찔하자 사내가 영선의 눈치를 보았다. 이 경을 잘 토닥이던 영선의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사내가 이 경의 허벅지를 꽉 잡으면서 말했다.

"개 꼴리게 생겼네... 씨발."

"......"

"아저씨, 이쁘다고? 들려?"

 그 순간 이 경의 숨결이 잦아든다. 조금씩 떨림이 멈추고 영선은 품 속에서 색색거리는 이 경을 눈치채고 한숨을 쉬고 이 경의 등을 쓰다듬었다.

'못생겼다고 하지 말아야겠다.'

 어쩐지 이 경은 외모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전에는 안그랬는데 설마 성교하는 모습을 보여 수치스러워하는 것이 아닌 추태를 보였다고 충격을 받을 줄이야. 이 경은 사내가 거친 말이나마 외모를 칭찬해주지 몸을 이완시키면서 부드럽게 하고 있었다. 영선은 그래서 이어지는 사내의 행동을 막지 못했다.

"아, 이.. "

 가까이에서 가자 쩍 벌려진 밀부가 젖어 있었고 그 속에서 강렬한 도화향이 나고 있었다. 사내가 침을 꿀꺽이면서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밀부가 코 앞에 닿을 때까지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 경이 영선의 옷깃을 꼭 잡았다. 치부에서 사내의 숨결이 느껴지고 이 경이 몸을 떨었으나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자신감을 얻은 사내가 이 경의 밀지에 손가락을 푹 꽂았다. 이 경의 몸이 파득인다. 사내가 손가락을 꽉 조이는 축축한 내벽에 숨을 멈췄다.

"허억.."

 이 경의 몸은 음인 중에서도 극상으로 유명하다. 평인인 사내라 색향을 맡기는 했어도 최음의 효과는 크지 않을텐데 손가락을 꾸물하게 조이는 쫀득한 살덩어리에 머리가 돌아버리는 것 같은 기분에 느릿하게 손가락을 빼낸다. 동시에 손가락을 감싸면서 항문 밖으로 조금 빠져나오는 붉은색 살에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완전, 진짜.. 아저씨.."

"읍.. 흐으..."

 사내가 손가락을 깊게 안으로 푹 쑤신다. 이 경의 엉덩이가 퍽 하고 들리고 이 경의 몸이 움찔거리면서 영선의 옷자락을 꽉 잡는다. 영선이 이 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차가운 눈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사내가 손가락 두개로 이 경의 안을 퍽퍽 찌르고 헤집는다. 찌걱이면서 음탕한 소리가 나고 사내가 흐물하면서 꽉꽉 조여오는 이 경의 안에 감탄하면서 더욱 더 세게 이 경의 안을 박았다.

"진짜 이럴 줄은 몰랐네... 아저씨, 이게 뭐야."

"흐아아아.. 너...!"

"주루에서는 솔직히 아저씨 남자로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 이렇게 엉덩이 쑤셔지면서 자지나 세우고."

"흐어어어어... 어어..."

 이 경이 영선의 배에서 얼굴을 떼고 눈물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사내를 노려본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사내를 억울한듯 파르르 떨면서 노려보는 것에 사내가 더 꼴려서 이 경의 몸에 몸을 붙이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내 말이 틀려? 이런 몸을 가지고서 나한테 그런 거야?"

"이... 이... 잇.."

 손가락을 벌려 이 경의 붉은 조갯살도 감상하고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음액에 신기함을 느낀다. 남성 음인을 처음 감상하는 사내는 생각보다 청결하고 또 여성 음인 못지않게 색스러운 그 몸에 이성을 잃고 손가락에 묻은 이 경의 액을 핥았다. 이 경의 눈이 수치심으로 물든다.

"허, 진짜 이거.."

 이 경의 색향이 강해 달달한 맛이 감돈다. 사내가 충격에 빠져서 이 경을 멍하게 바라보고 이 경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수치심에 고개를 푹 숙인다. 사내가 씩 웃으면서 이 경의 벌려진 다리 사이에 앉는다.

"흐아악?!"

 이 경이 비명을 지른다. 사내가 혀로 이 경의 엉덩이 살 사이를 핥아내린다. 이 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주먹을 파르르 쥔다. 영선이 이 경을 자신의 품에서 토닥이면서 그 상태를 살폈다. 이 경의 표정이 수치로 가득하긴해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영선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 좆됐네.'

 사내가 정신없이 이 경의 밀부를 핥는다. 이 경의 젖은 살 안에서 복숭아향이 감도는 매끈한 액체가 흐른다. 사내가 코가 다 젖을 정도로 이 경의 밀부를 핥자 이 경이 꺽꺽 거리면서 몸을 휘었다. 사내는 정말 이성을 잃고 이 경의 음부를 핥았고 중독성 있는 그 하부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생기있게 벌름이는 저 빨간 살도 미칠듯이 요염했고 그 축축하고 뜨거운 살도 너무 색기가 돌았다. 그 안의 압력이 단단하면서도 손가락과 혀를 부드럽게 감싸안는 것이 느껴지고 냄새는 커녕 음란하고 사내를 꾀는 색향만이 감들고 있었다.

 사내가 입술을 떼고 얼굴을 닦는다. 이 경의 몸이 축 늘어지고 입을 벌리고 헐떡인다.

"아.. 아.."

 충격을 받은 듯이 사내를 올려다보는 이 경의 눈동자가 크고 까맸다. 사내가 제 주제에 순간 이 경이 가엾으면서도 죄책감이 들고.. 아니 그러면서도 또 이 경을 짓밟고 싶은 가학심이 들어 복잡하게 그를 본다. 주루에서 그렇게 사내를 두렵게 만들었던 이 경인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겁을 먹어 올려다본다. 사내가 복수심에 이 경에게 비웃듯이 웃으면서 그 성기를 잡았다.

"흐흐흐.. 아저씨 진짜 죽여준다."

 이 경의 몸이 움찔거린다. 영선이 한숨을 쉬면서 이 경을 토닥였다.

"그런데 주루에서는 좀 아팠어. 대가리 터지는 줄 알았단 말이지...?"

 그리고 사내가 그 말을 하면서 바지춤을 벗었다. 이 경의 몸이 움찔 떨리고 영선이 이 경을 말없이 쓰다듬었다. 이 경의 몸이 파득 떨렸다. 살을 헤집고 들어오는 단단하고 큰 물건에 이 경이 학, 소리를 낸다. 사내가 시간을 주지 않고 이 경의 고정된 몸을 빠르고 깊게 박았다. 이 경의 엉덩이가 멍이 들 정도로 깊고 세차게 박아 이 경은 그토록 거친 손길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충격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또 믿기 힘들게도 느껴버려서 공황에 빠져 영선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렸다. 영선이 유심하게 이 경의 안색을 살폈다.

"하악! 아아아아! 빠, 빠르다! 아, 학, 빠, 빨라!"

"덩치값도 못하고 이게 뭐야? 응? 이 근육이 아깝다."

 이 경의 두툼한 가슴을 주무르면서 사내가 능글맞게 웃고 이 경이 수치심에 눈가를 발갛게 달아올렸다. 사내가 순간 머리가 돌아 헐떡이면서 이 경의 눈매를 핥았다. 이 경이 축축한 해면체의 느낌에 고개를 팍 돌리면서 그것을 피했다.

"이건 또 뭐야.. 응? 아저씨 진짜 이렇게 예쁘게 굴거야?"

"더, 더러.. 허어엉..."

 이 경이 궁중에서 자란지라 후궁도 아니라 관리도 받지 않은 시골 불량배 나부랭이의 혀가 좋게 느껴질리가 없었다. 얼굴을 핥는 것이 징그럽고 또 더러워서 이 경이 진심으로 울면서 고개를 피했고 사내가 쩝 소리를 내면서 그런 이 경의 뺨을 가볍게 툭툭 친다.

"까다로운 년이구만.."

 그 순간 영선의 눈매가 팍 날카로워졌다.

"입조심해라.."

 이 경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느릿하게 말을 한다. 그 말에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주눅들어서 영선의 시선을 회피한다. 영선이 살벌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본다. 순간 이 경을 정복했다는 느낌에 우월감을 느끼던 사내가 주루에서 잔혹했던 이 경과 영선을 떠올리고 몸을 움찔하며 입을 다물고 허리를 더욱 더 야살하게 움직인다.

 애초에 쾌락에 젖어 이 경은 주변이 잘 들리지 않았고 뺨을 모욕적이게 치는 손길에 파르르 몸을 떤다. 수치스럽고 억울하여 이 경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 경의 입이 생각보다 작고 귀여운 것을 발견한 사내가 입술 안에 손가락을 넣고 강제로 입 안을 헤집는다. 이 경이 억억, 거리면서 타액을 흘리고 사내가 씩 웃으면서 아랫도리를 더욱 거세게 움직인다.

"주루에서 미안했네요, 이렇게 요염하신 분을 못 알아보고.."

 사내가 죄(罪)자가 빨갛게 새겨진 뺨을 가리키고 이 경이 흐릿한 시야 속에서 자신이 새겼던 그 글자를 본다. 창백한 뺨 위에 아직도 피가 송골했다. 이 경이 헐떡이고 사내가 나직히 말한다.

"정말 이거 새길만 했어."

 이 경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흐아아아아아!"

 이 경이 먼저 절정에 달아 몸을 빠득이면서 연신 헐떡인다. 사내가 그 때 이 경의 중독성 있는 속살에서 성기를 빼내고 이 경의 머리를 잡고 아래로 눌렀다. 이 경의 눈이 크게 떠진다.

 사내가 이 경의 입 안이 너무 축축하고 뜨거워 참지 못한 것이다. 영선에 대한 두려움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경의 발군인 몸에 대한 갈망이 엇갈리다가 결국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 경이 우븝, 거리면서 갑자기 입 안을 침범한 살덩어리와 코에서 느껴지는 꿉꿉한 냄새에 눈을 크게 뜨고 꺽꺽, 숨을 내뱉으며 허우적거린다.

 사내가 이 경의 머리를 꽉 붙잡고 추삽질을 한다. 배려없이 오직 이 경의 뜨겁고 축축한 입 안과 조이는 목구멍이 너무 좋아서 헐떡거리면서 이 경의 입에 거칠게 박았고 이 경이 역겨워서 켁켁거린다. 궁중에서 살결에 향기가 나던 비빈들과 다르게 사내의 성기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이 경이 목구멍이 아파서 눈물을 대롱 매달았을 때 사내가 얼굴을 팍 찡그리고 이 경의 입에서 빠져나와 성기 끝을 조준한다.

 이 경이 멍하게 자신의 얼굴에 흩뿌려지는 것을 바라본다. 입을 벌리고 입가에 타액이 묻은 채로 넋을 잃고 사내를 올려다 본다. 사내가 멍청하기까지한 그 순수한 표정에 흥분하여 성기를 흝고 이 경의 얼굴에 정액을 흩뿌렸다.

"허억..!"

 사내가 낮게 신음을 한다. 이 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더러워진다. 사내가 그에 정복감을 느끼고 낮게 웃었다.

"크크크..."

 손을 뻗어서 정액을 쓸어 이 경의 보드라운 입 안에 넣었고 그제서야 이 경이 움찔 거리면서 정신을 차렸다. 이 경이 자신의 눈가 주위와 뺨, 턱을 타고 내리는 뜨뜻하고 비릿한 액체에 몸을 떤다. 자신의 어깨를 감싼 영선의 손이 느껴졌다.

 이 경이 눈을 감고 느릿하게 한숨을 쉬었다. 사내가 그 때 이 경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아저씨, 새파랗게 어린 청춘의 몸으로 기꺼이 봉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는 따로 받지 않겠어."

 이 경이 눈을 천천히 뜨면서 사내를 바라본다. 이 경의 눈이 나른하게 풀려 있는데 입술을 달싹이면서 짧게 말했다.

"뒤지고 싶냐?"

 사내가 그 때 몸을 반사적으로 떤다. 사내가 이 경을 바라보고 이 경이 인상을 찌부리면서 묶인 손에 힘을 준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나무 창살이 뜯어지는 것을 본 사내가 넋을 잃고 그것을 바라본다.

 영선이 이 경을 부축하고 이 경이 몸에 있던 결박을 품고 땅 위에 비틀거리면서 선다. 한숨을 쉬던 이 경이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돌리면서 빤히 그것을 본다. 상처가 남을 것이 뻔한데 이 경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약간 멍한 상태여서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손목을 주무른다. 그리고 이 경이 한참 뒤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주워와라."

 지금 이 경은 자신의 아래에서 음탕하게 흔들거리던 그 음인이 아니라 주루에서 칼로 얼굴을 난도질한 그 이 경이었다. 이 경에게 무언의 우월감을 느끼던 사내가 눈치를 보더니 잽싸게 옷을 가져와 이 경에게 공손히 바쳤다.

"아까 전에는 그냥 흥을 돋는 말이었습죠."

 이 경이 열이 받아서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사내를 빤히 내려본다. 사내가 어느새 공손히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웃고 있다. 저렇게 눈치 빠르고 비굴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 경이 기가 막혀서 고개를 절레 내젓곤 옷을 걸쳤다. 바지를 입으려던 순간 영선이 싸지른 하얀 덩어리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 이 경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허리가 저릿하기도 했다.

"끙.."

"야 옷벗어."

"넵."

 영선이 사내에게서 옷을 뺏어 이 경의 하복부를 잽싸게 닦는다. 이 경이 가만히 그 시중을 받고 하의를 입힌 뒤에 일어나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 손길에 순순히 응했다.

 이 경이 순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영선이 한숨을 쉬면서 그를 다독였다.

"이제 좀 진정했어요?"

 이 경이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응.. 가자."

 영선이 이 경의 몸을 부축하고 자리를 빠져 나왔을 때 멀리서 길목을 막고 있던 오 상환을 발견하고 순간 노여운 표정을 짓는다. 오 상환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해서 머뭇거리자 영선이 순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일단 쟤 죽이고 말하지."

 골목을 꾸물하게 빠져나오는 사내를 발견한 오 상환이 호위가 구멍이 뚫린 것을 알고 새파랗게 얼굴을 물들인다. 오 상환이 검손잡이를 잡은 순간 이 경이 그 때 얼굴을 찌부린 상태에서 말했다.

"어차피 나 모른다."

"예? 하지만.."

 평소라면 그 사내를 죽이는 것에 찬성했을 이 경이 어쩐지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꺼려진다. 이 경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어쩐지 뭔가가 익숙하고 친밀한 느낌이.. 이 경이 껄끄러워서 퉁명스럽게 말헀다.

"살려."

 그 말에 영선이 한숨을 쉬고 고개를 까닥였다. 오 상환이 검에서 손을 놓았다. 영선이 이 경의 몸을 부축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행궁 가서 몸에 좀 담궈요."

"...응."

 이 경은 순순히 말했고 영선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외에서는 우리 이제 하지 마요."

"......"

 이 경은 말없이 영선에게 의지한 채로 걸었다.

============================ 작품 후기 ============================

삼챕 초반부가 씬밖에 없다는게 사실입니꽈아~???

달달함 지났으니 폭풍이 몰아칠 때 아닙니깟

달달씬이 많으면 그만큼 전투도 치열..

************************ 현대물 외전****************************

3====================

현대물

# 식스 팔라스(줄여서 식팔. BY 앙마루 님. 덧.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멤버는 귀공자 견진, 쿨시크계 구화, 또라이즘 영선, 겸둥이 막내 아정이, 미소년계 강 채요(ts), 바른생활 유 도림(마지막으로 들어옴)으로 구성되어 있고.. 도림이 삼촌이 이 경 회장님 밑에서 일하는 도올 그룹 임원 소 사장님. 소 사장님은 이 경이 회장님을 볼 때마다 상당히 쓰레기를 보는 시선으로 이 경이를 봅니다.

 이 경이랑 영선이는 국적 바꾸고 결혼해서 잘살고 대리모 얻어서 장남, 차녀, 삼남을 얻는데 장남은 골고루 닮았는데 성격은 엄청 순둥하고 바르게 자라서 이 경과 영선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끼고 차녀 삼남이 얼굴은 영선이 닮고 성격이 영선이 고집+ 이 경이 다혈질을 닮아서 부모님들 환장하게 만들 예정.

+) 영선이랑 이 경이는 자식들을 보고 순간 부모님의 은혜를 절절하게 깨닫고 서로의 행실을 반성한 뒤에 성격이 유해지게 됩니다.

1. 만남

"야 영선아 진짜 미안하다.. 근데 그냥 눈 딱 감고 한번만.."

"형."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영선이 차분하게 말을 했다. 매니저의 큰 입이 획일자로 굳게 다물렸다.

"좀 닥쳐봐. 시끄러우니까."

 그래도 매니저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소속사 사장이 영선에게 반협박으로 스폰을 권유한 것이 삼개월이다. 안하겠다, 안하겠다 하면서도 영선이는 망해가는 그룹과 사장의 끈질긴 협박에 느릿한 한숨을 쉬면서 자진해서 말했다.

"대신에 나만 가요."

"오오, 그래! 잘 생각했다!"

 사장이 뭐라 쫑알 거리는 것이 역겨워서 무시한 영선이 미간을 꾹꾹 누른다. 애초에 영선이 좋아하는 음악은 컨트리 음악이었고 일렉이나 팝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 거지같이 없어서.. 그야말로 21세기의 장발장처럼 눈물겹게 지내던 영선이 어떻게 싫은 아이돌 길을 택한 것이 잘못된 시작이었다. 그렇게 입발림을 하던 사장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줄은 몰랐지.

 영선이 팔짱을 끼면서 넘겨 받은 호텔키를 만지작 거린다. 엘리베이터의 층수가 서서히 올라갈 때마다 영선의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아 씨발 좆같네.. 이럴거면 몸을 팔지.. 썅."

 한번이다. 이번 한번이다. 영선은 도올 그룹 회장이라, 거의 거대 재벌이라는 회장이 자신을 꼭 집어서 요구했다는 말에 솔직히 말하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눈에?"

 비꼬듯이 말한 영선이 상념한다. 텔레비전에서 스치듯이 지나간 영선을 어떻게 보았던가 그 도올 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사장에게 어찌나 압력을 주었던지 사실 사장도 스폰은 안하는 주의였는데 이렇게 영선을 회유할 정도면 그 압력이 어지간한 것도 아니리라. 영선이 만나지도 않은 이 경에 대한 불만불평을 가득 표출하면서 무서운 표정으로 정면을 보았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영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고 영선이 호텔 문 앞에 선다. 호수를 본 영선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담으면서 '대외용'의 표정을 하여 문을 열었다.

"기다리셨어요?"

 정말 멘트도 참 싸구려다, 란 생각을 하면서 영선이 웃으면서 안에 든다. 딱 보아도 견적이 나오는 화려한 침구와 샹들리에, 뭐 빅토리아 양식을 재현했다면서 어쩌구 하는 기사를 보긴 했는데 유럽풍의 구조가 눈에 뜨였다. 그리고 거대한 전면유리창과 그 앞에 서서 까마득한 위치에서 한눈에 보이는 화려한 서울의 밤을 감상하는 중년인이 등을 보이고 서있다. 정장을 잘 차려입고도 그 등빨이나 근사한 몸매가 드러나고 있었다. 영선이 사진에서 드러나지 않은 꽤나 아우라가 있는 모습에 잠시 머뭇거렸다.

"회장님?"

 그리고 몸을 돌리는 사내의 얼굴을 본 영선의 입매가 굳어졌다. 사나운 인상의 사내가 영선을 빤히 응시한다. 피부가 그을리고 무표정한 인상이었고 단정하게 차려입었음에도 어딘가 조폭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을 만큼 맹렬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래."

 영선이 잠시 사내의 얼굴을 보다가 씩 웃었다. 대외용이 아닌 진심의 미소였다. 사내가 몸을 움찔 거리면서 바지 주머니에서 손을 빼낸다. 어쩐지 사내가 말을 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생각 외네요."

"...너 몇살이라고?"

"올해 열여덟. 회장님 쓰레기네."

 사내가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하게 있었다. 아니 나이도 모르고 그렇게 압력을 준건가. 영선이 무신경하기까지한 사내의 모습에 신기함을 느끼면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작고 부드러운 입술에 시선이 갔다. 다른 부분은 다 거죽이 두껍고 거칠어 보였는데 입술은 어떻게 부드럽고 매끄러워 보였다. 영선이 외투를 벗어 옷걸이 건 뒤에 침대에 앉았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이 경이 마침내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너, 너.. 그냥 가라.."

 영선이 옷을 벗으면서 말한다.

"어? 네?"

"가라고!"

 이 경이 영선이 셔츠를 걷어 올려 살을 드러낸 순간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티비에서 진짜 시원하게 웃는 아이돌 하나가 뭐라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가식 없이 활달한 모습이 인상이 깊어서 생전 한적도 없는 스폰을 하겠다며 한건데 정말 미성년자인줄은 몰랐다. 이 경이 충격에 휩싸여서 얼굴을 쓸어내린다.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이 경이 더듬거리면서 말한다.

"너, 너.. 후... 그냥 가라. 내가 그냥.."

 영선은 그러나 참 얄밉게도 말했다.

"싫은데요?"

 그리고 이 경은 자신의 머리를 잡아 끄는 손길에 넋을 잃고 휘청거렸다. 순간 이 경이 자신의 입술을 헤집는 축축한 해면체의 느낌과 더운 숨결에 어질거려서 비틀거린다. 이 경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 넋을 잃어 어버버 거리는 순간에 영선이 이 경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씻고 올테니까 도망가면 안돼요. 아저씨."

 물론 이 경에게 그럴 정신은 없었다. 이 경은 샤워기를 트는 소리가 나는 것을 멍하게 듣고 있었고 영선이 샤워를 하고 나올 때까지 패닉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선이 움직이지 않은 이 경의 몸을 살살 벗겨서 씻기려고 할 때  이 경이 자기도 모르게 희게 질려서 소리쳤다.

"내, 내가 씻을 거야!"

 이 경이 물을 맞으면서 넋을 잃어서 생각한다.

'이래도 되는 거..? 쓰레기라도 이건 격이 너무..'

 미성년자란다. 미성년자. 그러나 이 경은 혀가 섞일 때 아랫도리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뜨거운 숨, 그리고 새하얀 피부를 떠올리고 젠장, 욕을 내뱉으며 머리를 헤집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경이 결심하여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래, 뭐. 애초에 쓰레기인거 갈 때까지 가보지."

 그리고 이 경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손발을 허우적거린다.

"아, 아, 야..! 이거 뭔가.. 우웁."

 잘못된 것 같은데, 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 경이 자신의 어깨를 잡고 침대 위에 넘어트린 영선의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뭔가 상황이 많이 바뀌고 영선이 토파즈 같이 어여쁘게 반짝이는 눈으로 이 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눈에 서린 열락을 느낀 이 경이 침을 삼켰다.

"꿀꺽.."

"입이 진짜 조그맣고 부드럽네.."

 영선이 입가를 쓰다듬다가 가만히 웃었다.

"찢어질 수 있겠다."

'대, 대체 뭐가?!'

 이 경이 패닉에 빠지고 영선이 이 경의 눈에 입을 맞췄다. 엉겁결에 눈을 질끈 감는 이 경에게 마구잡이로 키스를 하면서 영선이 씩 웃었다.

"스폰 값 하겠습니다. 회장님."

"어, 어, 어???"

 이 경이 정신없어 하는 사이에 일은 끝났다. 영선은 그 날 정말 돈 값을 제대로 했는데 이 경은 목이 쉴 때까지 울고 쾌락에 흐물하게 젖어서 녹진하게 녹아버리고야 말았다.

"흐아아아, 이, 이거 이상해...!"

"응, 응.. 좋은 거지? 좋은 거예요? 그쵸?"

"히, 히익!"

 이 경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영선이 고목나무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이 경에게 찰싹 달라붙고 있었고 커튼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경이 눈을 뜨고 깜빡인다. 멍한 눈으로 영선의 천사같이 자는 모습을 온화한 마음으로 감상하던 이 경이 그제서야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했다.

"헉!"

 이 경이 울면서 영선에게 빌었던 것과 조막만한 몸에 매달렸던 것, 그리고 침대에 얼굴을 박고 기어가면서 히끅이던 것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간다. 마지막에 이 경은 울먹거리면서 새파랗게 어린 청년에게 더 깊게 박아달라고 졸랐었다.

 이 경이 새하얀 재가 되서 산화한다. 영선이 느릿하게 눈을 뜬다. 눈을 깜빡이던 영선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이 경의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좋았어요.. 회장님... 저 스폰 계속 하죠?"

"시, 싫어!"

 이 경이 버럭 소리지르면서 영선을 밀치고 이불에 말린 영선이 침대에서 떨어져 구른다. 영선이 악, 소리를 내고 이 경이 이를 아득갈면서 소리쳤다.

"됐다! 됐어! 내가 두번 다시 찾느니 개가 된다!"

 그러나 그런 이 경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 경은 두달이 지나고 영선을 또다시 찾았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 영선은 이 경의 머리에 복슬한 털이 달린 세모 두개가 달린 머리띠를 이 경에게 씌어주면서 상냥하게 웃었다.

"저기 말씀 기억하세요?"

 이 경이 그제서야 기억이 나서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며 뒷걸음질친다. 머리에 이누미미마저 있는데 저렇게 꼬리만 강아지 같은 눈으로 보니 영선이 더욱 불타올라서 가방에서 귀여운 꼬리를 꺼내서 흔들거리며 보여줬다. 이 경이 버럭 소리지른다.

"이 변태 새끼가!"

 그리고 이 경은 영선의 무릎 위에 누워서 생각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만족감을 느끼고 골골 잠을 잤다. 영선이 이 경의 엉덩이 사이로 이어진 복슬한 회색 털을 만지작 거리고 그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는다. 이 경이 생각보다 아껴주는 것을 좋아해서 영선이 실제 기르고 있는 코카 스페니엘을 대하듯이 머리를 쓰다듬고 턱을 만져주니 뚱한 표정에도 은근히 편안해하고 좋아했다. 결국 색색거리던 이 경이 무릎을 베고 잠들고, 바라던 섹스는 하지 못했지만 영선이 신기해하면서 이 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험악한 얼굴이 힘이 풀리니 생각보다 귀여웠다.

"아 이거 괜찮은데?"

 영선이 웃으면서 이 경의 뺨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이 경이 음, 소리를 내면서 몸을 뒤척였다.

2. 달다구리

- 가요 탑텐, 최초 화교 출신 아이돌 솔로 순위에 들어..

- 식스 팔라스 '백 영선' 예능 라이프 스타일 출연 확정..

- '도원향가' 시청률 호황, 저희 영선앓이 중이예요..

 매니저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확인하는 영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어쩐지 조금은 소심한 태도였다.

"달다구리한 거?"

"응."

 얌전히 영선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묻은 숟가락을 빤다. 작은 분홍색 혀가 스테인리스를 매끄럽게 핥짝인다. 그게 평소와 다르게 자뭇 색기가 넘치는 것을 발견한 매니저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섞인 표정이었다.

 도올 그룹 회장이 어째서 이런 조막만한 그룹에 스폰을 한다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 경이 생각보다 잔인하게 사장을 압박했고 사장도 어쩔 수 없이 영선을 이 경의 호텔로 보냈는데 이 경이 영선을 무척 흡족하게 여겼다. 그게 단발성의 요구가 아니여서 영선은 꾸준히 호텔로 가서 이 경과 관계를 했다.

 그나마 영선이 저렇게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게 다행이였다. 영선이 특히 대면하면 다른 누구는 몰라도 여성에게는 쉽게 호감을 사는 성격이라 한번 인지도가 있으니 쉽게 인기를 얻었다. 영선이 특히 애교도 잘 부리고 PD나 스텝에게도 꼬장하나 안부리는 성격인게 다행이었다. 아무리 스폰을 받았다곤 하지만 영선이 꾸준히 불리면서 뒷말이 잘 안나오는 것은 사실 그 사교적인 면에 덕을 많이 보았다.

 매니저가 그래서 영선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말한다. 영선에게 쓰레기 같은 짓은 많이 권유했지만 그래도 매니저의 마음 속에서는 양심이 살아있기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이 그 일이었다.

"요 앞에 두리안 사 직영점이 생겼더라. 거기 밀푀유랑 초콜릿."

"두리안 사? 프랑스?"

"응."

 잠시 고민하던 영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니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

 영선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초콜릿이 이런 거야?"

 영선이 신기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본다. 초콜릿이라고 딱딱한 판 초콜릿을 생각했는데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나오는 걸쭉한 초콜릿 강같이 끈끈한 액체가 들어 있다. 어디 가장 비싸고 맛있다는 밀푀유도 포장해서 영선은 택시를 잡고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포장지 안에 초콜릿을 다시 넣었다.

"다 왔습니다."

 정말 시간이 느렸다. 엘리베이터에서 초조함을 느끼고 발을 탁탁 치면서 입술을 매만졌다. 대체 내가 이럴 줄은 몰랐지. 영선이 손에 든 달다구리를 보면서 픽 웃었다. 영선이 익숙하게 카드키로 호텔 최고위층에 올라가 스위트룸을 열었고 그 안에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있는 사내를 빤히 본다.

 정장 윗도리는 어디 바닥에 풀어헤치고 흰 셔츠만 입은 상태인데 무척이나 피곤한건가 아니면 신경을 일부러 쓰지 않는 건가 눈을 뜰 생각이 없어보였다. 굳은 입매랑 파르르 떨리는 짙은 속눈썹을 잠시 감상하던 영선이 밀푀유와 초콜릿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매트리스가 푹 꺼져서 영선이 온 것을 알 수 있음에도 이 경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저 속눈썹이 살짝 떨렸는데 영선은 그 21세기에 맞지 않게 험상하고 거친 얼굴을 무척 신기한 눈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결국 이 경이 참지 못하고 눈을 떴다. 영선이 웃음을 참으면서 탁상을 가르킨다. 이 경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뭔데."

"먹어봐요."

 이 경이 손을 뻗어서 포장지를 뜯는다. 밀푀유와 초콜릿을 발견한 이 경이 그것을 잠시 보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싸구려는 안먹어."

"두리안 사."

"그것도 싸구려야."

 영선은 말을 하지 않고 밀푀유를 조금 뜯어 이 경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이 경이 순순히 입을 벌려서 밀푀유를 받아 먹는다. 과자 구조상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서 영선은 조심스럽게 이 경의 입가를 닦아야 했다. 이 경이 잠시 우물거리더니 말을 하지 않고 뚱하게 영선을 바라보았다.

 영선이 킥킥 웃으면서 유리병에 담긴 초콜릿을 수저로 떠서 입에 넣어준다. 입 끝에서 퍼지는 단맛에 이 경의 눈매가 풀리는 것을 본다. 이 경은 생각보다 간식을 좋아했는데 그냥 단 것도 아니고 고급의 것만 먹었다. 음식을 사오면 저렇게 아기새처럼 잘 받아먹으니 영선은 요즘들어 이 경의 간식을 사오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냠, 거리면서 결국 밀푀유와 초콜릿을 다 먹는다. 다른 초콜릿 한병에 손을 뻗으려는 이 경의 손목을 잡으면서 영선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저도 먹어야죠."

"뭐?"

 영선이 웃으면서 이 경의 입가를 핥는다. 이 경이 움찔하고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아직도 미자인 영선이 스킨쉽을 하면 이 경은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어색해했다.

"저는 그런데.. 밀푀유 대신에 다른 거랑 같이 먹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곤 영선은 이 경의 몸을 흝었고 이 경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이 경의 얼굴이 벌게지더니 버럭 소리지른다.

"너 이 변태새끼가!"

 그리고 결국 이 경은 한탄을 하며 끈적한 초콜릿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몸을 샤워기의 물로 씻어 내렸다.

"내가 정말 싫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고양이 같이 작고 분홍색인 혀가 너무 깨끗해서 말리지 못했다. 무슨 감질나게 할짝거리니 이 경이 애가 닳아서 오히려 영선의 혀가 작은 게 아쉬워 끙, 소리를 냈다.

"그 놈의 눈깔.."

 고양이를 닮은 눈매에 토파즈를 박은 듯한 눈동자가 꼭 화교가 아니라 어디 서양 혼혈아 같은데 몹시 반짝이고 영롱했다. 그 눈으로 이 경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뭘 하면 이 경은 반항할 수가 없었다. 이 경이 깊게 현타가 와서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머리를 수건으로 닦는다.

"흐응, 흣.."

 어쩐지 영선의 섹스 스킬이 많아 늘었다. 그 날은 영선이 사온 달다구리한 것들처럼 몹시도 달고 약은 정사가 이어졌다. 영선은 이 경의 느끼는 부분을 뭉근하게 문지르고 애무했으며 절대로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몹시 감질나고 또 느리게 이 경의 몸을 달궈놓았다. 이 경이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면서 침대보에 얼굴을 팍 묻었고 영선이 요사하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이 경의 허리에 손을 감고 다리를 휘감았다. 이 경이 몸을 파들떨면서 끅끅, 소리를 낸다. 침대보를 감싸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너, 너무, 달아.."

"달아요, 회장님.."

"힉, 히익... 달, 달다고... 이 새끼야아아.."

 이 경이 울먹거리면서 말하고 영선이 이 경의 귀를 잘근 물다가 뜨거운 숨을 내쉰다.

"회장님 저 끝까지 책임지셔야해요."

"으아아아... 알겠다고...  세, 세게 박으라고오오.."

 이 경이 거의 애원하면서 눈꼬리에 눈물을 매다는 것을 분홍색 혀가 싹 눈매를 핥는다. 이 경이 학, 소리를 내면서 몸을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귀여워."

"으아아아.. 미친 새끼야..."

 영선은 끝까지 이 경에게 느리고 감질나는 속도로 그를 안았고 뇌수까지 녹아버리는 듯한 달콤한 섹스에 이 경이 녹진하게 녹아서 침대에 늘어졌다. 영선이 그 옆에 팔을 괴서 턱을 받치고, 이 경을 빤히 바라본다. 쾌락에 지쳐서 잠이 든 이 경의 얼굴이 눈물콧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영선이 이 경의 얼굴을 손으로 닦아 주면서 픽 웃었다.

"아 진짜 완전 애기야."

 나이는 몹시 많으면서도 어쩐지 이 경은 몹시도 정이 갔다. 영선이 이 경의 잠든 얼굴을 만지작 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정말 그 말을 녹음해놓던가 해야지."

 3. 독사

 웬만하면 자신의 치부를 감추는 이 경도 딱 하나 모든 것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었다. 같은 계열사를 맡은 형제도 믿지 않아 경시하는 이 경은 십년이 넘도록 자신을 돌본 오 상환과 그 아들 오 약영은 꽤나 신뢰하는 편이었다.

"비서님도 이름이 특이하네요? 화교 출신?"

 그리고 오 약영은 까불대는 새파랗게 젊은, 아니 어린 청년이 어울리지 않게 회장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말없이 바라본다. 원래 그 근엄한 장소에 가장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할 이 경은 탁상에 앉아서 영선이 사온 몽블랑을 묵묵히 먹고 있었다. 쓴 커피와 함께 아기자기한 몽블랑을 떠먹는 이 경의 표정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오 약영은 그것을 보아도 걱정보다 무언가 울분이나 화가 치솟아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애새끼 홀랑 잡아 먹었으면..'

 아무리 오 약영이라도 이 경이 영선을 지목했을 때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부터 모시던 사람이라서 죽빵이 안 나간거지 어디 일찍 결혼을 했으면 벌써 저만한 아들이 있을 텐데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을 데리고서 끼고 살겠다고 하니 오 약영이 이 경의 양심은 둘째치고 인성을 순간 의심했다.

 물론 이 경은 그 당시에 영선이 미자라는 것을 몰랐으며 그저 활달하게 웃는 영선에게 진심으로 반하여서 얼굴이라도 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저지르고도 이 경은 영선과 잘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더러운 관계로 시작했는데 뭘 바라겠는가. 그저 밥만 잘 먹이고 그냥, 그럴 생각이었는데..

 이 경이 얼굴을 일그러트린채 티스푼을 젓는다. 그렇게 좋아하던 어린 청년을 끼고 좋아하는 몽블랑을 먹는데도 이 경의 표정은 과히 흉신악살 같았다. 이 경이 묵묵히 몽블랑을 먹다가 이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뭐 불만있냐."

 오 약영이 무슨 힘이 없는가. 순간 오 약영이 꼬리를 내리고 말한다.

"아, 아니요."

"그럼 가."

"..네."

 영선을 한번 힐끔이던 오 약영이 나간다. 그리고 오 약영이 문을 닫기가 무섭게 이 경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탁자에 손을 짚었다.

"흐...."

 이 경이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회장님 의자에 앉아서 탁자에 발을 올리고 있던 영선이 그 특유의 장난기 어린 웃음을 씩 지으면서 이 경을 바라본다. 이 경이 스푼을 내려놓고 탁자에 손을 짚은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인다. 몸이 잘게 떨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고 있었다.

"너.. 이.. 그, 그만.."

 이 경이 더듬거리면서 말한다. 영선이 스푼을 입에서 빨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위치 내려!"

 영선이 이 경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을 깨닫고 순순히 리모컨을 꺼낸다. 그리고 영선이 가장 위쪽으로 스위치를 올린다. 이 경의 눈이 크게 떠진다. 아주 가까이에서만 미세하게 들리던 진동이 크게 울린다.

 우우우웅ㅡ

"히이익! 미, 미친...놈아...!"

 영선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의자를 돌리고 외면하려는 것을 이 경이 손을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으면서 말했다. 눈가가 달아오르고 이 경이 주먹을 말아쥐면서 입을 벌린다. 침이 흐르고 초점이 흔들린다. 열락에 몸을 덜덜 떨던 이 경에게 영선이 삐진 음성으로 말했다.

"회장님 너무하네."

"흐아아아아...너.. 너... 진짜..."

"이렇게 젊고 새파랗고 파릇파릇한 예쁜 애인 데려다 놓고 바람을 펴?"

"선, 선만 봤다고오오... 그럴 생각 아니었다고..."

 이 경이 울먹거리면서 결국 쇼파에 몸을 새우처럼 둥그렇게 말고 엉덩이를 꾹 붙잡았다. 영선이 그것을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고 이 경은 차마 바지춤을 내리지 못해서 힉힉, 소리만 내면서 몸을 간헐적으로 뒤틀뿐이었다.

 이 경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이 경의 뱃 속 깊은 곳에는 영선이 가득 싸질러 놓은 정액이 꾸물거리고 있었고 깊게 박힌 무선 로터 세개가 전린섭 근처에서 부딪히면서 타닥이고 있었다. 이 경이 사무실에서 순순히 박히고 로터까지 넣고 티타임을 가지고 심지어 비서에게 로터를 넣은채 대담하는 것까지 허용한 것은 영선이 지금 상당히 삐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 경이 엘사의 여사장과 혼담이 있었는데 그것을 거절하기가 뭣한 상태였다. 어쨌거나 이 경의 부모와 얽힌 사이였고 이 경도 거절하기엔 부담이 있어서 선자리에서만 몇번 이야기를 했었는데 영선에게 딱 들킨 것이다. 이 경이 울먹거리면서 제 엉덩이를 주무른다. 안 속 깊은 곳에서 미묘하게 스팟을 비켜나가고 있었다.

"진짜 선만 보고 헤어질, 끅, 생각, 이었, 이었다고.. 흐어어...!"

 결국 우는 이 경의 모습에 영선이 스푼을 빨면서 그것을 보다가 한숨을 쉬고 탁자 위에서 발을 내린다. 쇼파로 다가간 영선이 이 경의 바지를 내리고 조심스럽게 이 경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회장님, 진짜 이러지 마요."

"흐잇.. 힛.."

"나 진짜 서운해."

 이 경의 엉덩이를 헤집고 항문에 푹 손가락을 박는다. 몸을 덜덜 떠는 이 경의 안 속 깊은 내벽을 손톱으로 누르고 긁는 손길이 제법 경고의 뜻을 담고 있었다. 이 경이 넋을 잃고 멍하게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을 때 영선이 안에 있는 분홍색 로터 세개를 꺼낸다. 이 경이 영선의 손바닥에 놓여진 끈적한 정액이 묻은 로터들을 빤히 바라본다. 이 경이 잠시 울먹거렸다.

"화, 풀렸냐.."

 영선이 손을 쥐어 로터를 감싼다. 영선이 손수건으로 그걸 감싸 닦고 탁상 위에 올린 뒤에 이 경의 앞에 앉았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말없이 이 경을 본다. 울먹이는 이 경이 상당히 눈치를 봤다. 영선의 입가에는 웃음이 없었다.

"회장님."

 한참을 있던 영선이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서 무언가를 누른 뒤에 그에게 보여주었다. 의문어린 시선으로 이 경이 그것을 보다가 이내 창백한 얼굴을 하여 멍한 표정을 짓는다.

[흐잇, 힛, 좋, 좋아! 힉, 좋, 좋다고오오!]

 화면 속에서 이 경이 눈가를 팔뚝으로 가리면서 몸을 움찔 거리고 있다. 화면 속에서 이 경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가슴이 주물러질 때마다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고 있었다. 이 경이 박힐 때마다 몸이 흔들리고 허리가 휘어진다. 이 경이 그 화면 속에 음란한 자신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더, 더, 좋다고 말해봐요. 더 좋다고 말해주세요.]

[흐아아아아! 좋다고오오! 계속 말했자나아...]

 말꼬리를 늘이면서, 손목이 결국 강제로 결박당해 넥타이에 칭칭 묶인다. 얼굴이 드러나서 그 엉망이된 모습이 보였다. 보복 포르노 영상답지 않게 그 곳에는 영선도 출연하고 있었다. 영선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이 경을 바라보면서 얼굴을 쓸고 있었다. 무기력하게 묶여버린 이 경의 눈에 안대마저 씌어지고 이 경이 더욱 더 감도가 좋아져 울었다.

'저 애.. 저런 표정을 지었나.'

 웃기게도 이 경은 화면 속 영선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먼저 했다. 제법 어른스럽고 섹시한 얼굴. 이 경이 사랑에 빠진 듯 달콤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영선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고 그런 이 경에게 영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나해서 찍었어요. 미안하다고는 안 할게. 회장님도 나랑 사장님 협박했으니까."

"너... 뭐냐."

 이 경이 그제서야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영선을 본다. 영선이 그런 이 경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게 끝까지 제 소장용이고 싶어요. 회장님. 저도 보험은 있어야죠."

"너, 너.."

 이 경이 할말을 잃어 새하얀 얼굴로 영선을 보다가 이내 억울한듯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내, 내가 그냥 가라고 했었.."

"보험은."

 영선이 미미한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말한다. 이 경이 영선의 차가운 두 눈을 보고 침을 삼켰다.

"회장님이 나 스폰 안 할 때의 보험이예요."

"......"

"나 버릴 때."

 영선이 나직히 말했다.

"이거 풀려요."

 그리고 이 경은 영선의 손길에 이끌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넥타이에 이끌려 거칠게 키스를 당하고 이 경이 입 안을 헤집고 농락하는 혀에 읍읍 ,소리를 내면서 숨이 막혀서 눈꼬리에 눈물을 매단다. 한참 후에 입술을 뗀 영선이 이 경의 눈가를 쓰다듬는다. 섹스를 할 때 이 경의 눈가에는 항상 염기가 흘렀고 예쁘게 달아올랐다. 그것이 사뭇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영선이 중얼거렸다.

"회장님 진짜 꽃뱀한테 제대로 물린거야.'

 이 경이 치를 떨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꽃뱀 가지고 되겠냐.. 독사다, 독사.'

4. SM

"물어와."

 벌거벗은 근육질의 몸매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튼튼하다. 별도의 관리사를 붙여서 관리하는 몸은 탄성이 나올정도로 조각같은 몸이었다. 그리고 그 구릿빛 몸이 살짝 달아있었다. 침대에서 셔츠를 입고 간편한 반바지를 입고 앉아오던 청년이 공을 던지고 가볍게 말한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이 경이 이내 수치스러워하면서도 말없이 네 발로 기어간다. 공을 입에 물고 끙끙 거리면서 기어오던 이 경의 엉덩이에는 바이브와 이어진 복슬한 회색 꼬리가 달려 있었고 바이브는 딱 적당히 쾌감을 줄만큼 진동하고 있었다. 귀에는 복슬한 이누미미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 모습이 무척 잘 어울리고 귀여웠다. 산 만한 덩치의 사내가 그렇게 꾸미고 수치스러워하는 것이 사실 그 갭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었다.

 침대로 열심히 기어간 이 경이 청년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공을 내려놓는다. 이 경이 망설이다가 작게 짖었다.

"멍."

 청년, 영선이 이 경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고 턱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잘했어."

 험하지 않는 부드러운 손길에 이 경의 눈매가 살살 풀린다. 이 경이 끙끙 거리다가 결국 청년의 허벅지에 얼굴을 부볐다. 청년은 이 경의 맨엉덩이를 쓰다듬고 꼬리를 만지면서 허벅지 위에 올라오는 이 경을 방관했다.

 이 경이 잠시 이성과 충동 사이에 고민하다가 결국 애정이 고파서 영선의 손에 머리를 들이댄다. 영선이 웃으면서 이 경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묘한 만족감이 찬 이 경이 끙끙 거리면서 엉덩이를 움찔거리자 청년이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 경이 헛말을 하고 두번째 만났을 때 이 경과 영선은 소히 도그플을 했다. 그저 장난으로 시작한 것인데 영선은 깜짝 놀랐던게 이 경은 애정결핍인지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했던지 실제 반련견이 있어서 능숙하게 자신을 다루는 영선의 손길을 생각보다 좋아하고 즐겼다. 이제는 가끔 이 경이 눈치를 줘서 도그플을 시작하고 즐겼다.

 그래서 지금 따뜻한 손길에 배를 까고 발라당 눕고 애교를 부리는 이 이 경을 보면서 영선이 사실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선이 지금 폰으로 살피고 있는 정보는 SM에 관한 정보였다.

'고통 이후에 칭찬이 묘미... 흠...'

 생각보다 애정을 받고 싶어서 SM을 시작했다는 후기들이 많다. 영선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 불만인듯 이 경이 애정을 뺏겨 화가 나서 달려든다. 영선이 폰을 저 멀리로 향햐면서 얼굴을 구겼다.

"너 예쁜돌이! 이게 주인을 물어?!"

 순간 이 경의 얼굴이 구겨진다. 다 좋았는데 도그플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저 이름이다. 이 경이 영선의 팔을 물면서 분노를 나타냈다. 영선이 비명을 지르면서 이 경의 엉덩이를 철썩인다.

"아아아아! 진짜!"

 찰싹!

 순간 이 경의 얼굴이 붉어지고 냉큼 영선의 팔을 놓는다. 팔을 주무르던 영선이 잠시 이 경을 내려보다가 무릎 위에 훤히 까진 엉덩이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탱글하고 상처하나 없이 탄력있는 엉덩이. 예쁘고 동글동글하고 또 때려주게 싶었다. 잠시 고민하던 영선이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나쁜짓 했으니까, 맞는다?"

"...멍?"

 이 경이 순간 사람 말을 하려다가 간신히 멍으로 치환하고 영선이 엉덩이 윗부분을 쓰다듬고 다른 한손으로 이 경의 턱을 살살 쓰다듬었다. 이 경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얼굴을 붉히려다가, 그러다가 그저 포기하고 무릎에 매달린다.

"때린다?"

 이 경은 답이 없었다. 사실 거부하려면 영선도 그만 둘 생각이었으나 이 경도 짐작했던 것처럼 이런 쪽에 흥미가 많아보였다. 영선이 조용히 말했다.

"때릴 때는 사람 목소리."

"...스팽킹 해봤냐."

"안 해봤는데 아프면 말하고 때릴 때마다 숫자 세주세용."

"......"

 이 경이 마른 침을 삼키고 영선의 다리를 꾹 잡았다. 자신에게 의지하는 이 경이 귀여워서 영선이 이 경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는다. 이 경이 긴장을 풀고 있다가 둔부에 느껴지는 타격감에 눈을 꾹 감고 몸을 떤다.

"하, 하나!"

**************************

 순순히 둘다 인정했다.

"우린 좀 과격한게 체질인가봐."

 이 경이 무릎에서 기진맥진한채로 누워 말했고 영선이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 위에 알로에젤을 바르면서 말했다.

"회장님 무릎 위에서 느끼셨죠, 저 발딱 선거."

"미친 놈아.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줄 아냐."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이 경도 영선의 허벅지에 마지막엔 아랫도리를 부비면서 사정했기에 더 말은 하지 않았다. 이 경이 끙 소리를 내면서 자리에 일어나려는 것을 영선이 말린다. 아직 이 경의 엉덩이가 부어서 쓰라릴게 분명했다. 이 경이 그 손길에 순순히 응해서 다시 영선의 무릎 위에 엎드렸다.

 영선이 그리고 이 경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이 경이 눈을 감고 조용히 그 손길을 느꼈다.

"그럼 참고하고 돈값을 하는 방향으로 잡겠습니다."

"으잉?"

 영선이 무슨 말 하는지는 정확히 일주일 뒤에 만났을 때 깨달았다.

[그럼 그대로 미팅 잡겠습니다만..]

".. 왜, 읍, 흐.... 왜.. 그런데.."

 끝에 목소리가 떨린다. 이 경이 거칠게 자신을 쳐올리며 엉덩이를 갈아올리는 살덩어리에 꿰어져 몸을 파들 떤다. 신음을 내뱉지 않으려 이 경이 핸드폰을 잠시 멀리하고 아득한 숨을 내뱉었다.

"흐윽, 잠, 잠시만.. 얘야."

 그리고 영선은 대꾸하지 않고 이 경의 유두를 새침한 눈을 한채로 입에 물었다. 입술을 깨문 이 경이 몸을 파들 떨다가 다시 폰을 귀에 댄다.

"뭐가!!"

 신음을 참으려 버럭 소리지르는 이 경의 반응에 폰 넘어의 류 비서의 목소리가 웅얼거리게 잦아든다. 이 경의 거지같은 성격은 아무리 파트너로 오래 일해온 류 비서라고 할 지라도 참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조금 떨리시기에.]

"끊, 윽, 끊어!!!"

 이 경이 던지듯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침대 옆으로 폰을 던진다. 이 경이 엉엉 울면서 영선의 주황색 머리통을 가슴에서 밀어내려고 하다가 결국 신음에 젖어서 헐떡거리면서 허리에 다리를 휘감았다.

"애기야, 잠, 잠시만, 천, 흑, 천천힛ㅡ!"

"헉, 헉.. 어, 어떻게 천천히 해요.. 이렇게 귀엽고 예쁜 애인이 있는데.."

"자, 자본주의가, 이, 힉, 이렇게 무섭다니.."

 제 덩치와 생김새를 아는 이 경이 한탄하자 영선이 씩 웃으면서 이 경에게 키스한다. 숨이 막히고 격정이 몸을 장악하여 영선의 어깨를 잡은 손이 벌벌 떨린다. 이 경의 입 안이 축축하고 뜨거워 영선이 그 안으로 가볍고 차가운 숨을 가볍게 밀었다. 이 경의 몸이 파득 떨었다.

"흐아아악!!"

*************************

 침대에 모로 누운 이 경이 자신의 아래에서 뭉근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신음을 낮게 흘린다. 그저 스팟을 자극할 정도로 안에 든 바이브가 떨리고 이 경이 헐떡 거리면서 더운 숨을 내뱉자 이 경의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영선이 이 경의 입술 위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한다.

 이 경의 바로 옆에 누워서 이 경과 시선을 마주하고 이 경이 힘들어 할 때마다 뺨을 만지작거리고 눈을 쓸어주었다. 명백한 섹스텐션이고 달달한 자극에 이 경이 가끔씩 침음성을 흘리고 영선의 부드럽고 하얀 뺨을 쓰다듬었다.

"흐으.."

 이 경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린다. 이 경의 눈매를 쓰다듬으면서 영선이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예뻐요."

 얼굴에 홀린 사람처럼 이 경을 바라본다. 이 경이 그 시선에 멍한 눈으로 영선을 바라보았다가 침을 한번 삼키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 경의 붉게 달아오른 귀가 눈에 보였다. 영선이 작게 웃곤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이 경의 등을 토닥이면서 이 경이 뭉근한 쾌락을 즐겨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 경이 아래의 열기도, 그리고 영선의 상냥한 시선에도 느껴서 몸을 웅크리면서 바르작댄다.

 사정을 했을 때 이 경은 이미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영선의 얼굴에 미친듯이 키스를 하고 있던 찰나였다. 영선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그냥 사귈래요? 우리?"

 이 경이 정신이 없어서 쾌락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영선을 멍하게 본다. 이 경이 눈 앞이 새하얘서 이지를 상실하여, 그저 감각만 남아서 영선을 갈구했다. 영선이 이 경의 뺨에 뽀뽀를 하면서 재촉했고 이 경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번 만남 때 이 경이 가져온 것은 영선에게 줄 펜트하우스의 열쇠와 블랙 카드였다.

5. 까발림

[(단독) 인기 아이돌 그룹의 백 군 동성 스폰 의혹 제기!]

[도올사 회장 이 씨와 아이돌 그룹 백 군의 모종의 관계가 드러나다]

[파파라치 샷ㅡ 드디어 밝혀진 연예계의 더러운 뒷면 ㅡ 백 군 스캔들의 진실을 파헤치다.]

"아주 씨발 아이돌 중에 백 군이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주홍머리의 호리한 청년이 욕지거리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던진다. 몹시 하얀 피부와 곱슬거리는 주홍색 머리칼이 특히 화려하다. 어찌보면 평범한 인상이지만 눈매를 아이라인으로 그리고 단장을 하면 그 분위기가 사뭇 독특해서 인기가 있는 멤버였고 또 그와 답지 않은 남자답게 털털한 성격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식스 팔라스'의 가장 인기있는 멤버였다. 그 성격이란 털털한 정도를 넘어서 어쩔때면 멤버들이 당하기 힘들었기에 같은 멤버이자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이미지를 맡고 있는 구화도 잠자코 시선을 피할 뿐이었고 귀티가 나는 고급스러운 외모의 견진도 입을 다물었다.

"얘는 아예 화교라고 대놓고 저격하네?!"

 영선이 어이가 없어서 '모 화교 출신 아이돌 멤버'라고 써놓은 뉴스를 바라본다. 구화랑 견진이 예명인 것과 다르게 영선은 그대로 실명을 썼다. 그러나 말마따나 '백 영선'이라는 이름이 한국인 같지가 않아서 그대로 티가 났는데 그래서 영선이 화교인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견진도 구화도 차마 말을 하지 않고 시선을 피한다. 영선이 화가 났을 때는 피하는 것이 답이었는데 영선은 가끔씩 정말 물불안가리고 화를 내곤 했다.

 영선이 얼굴을 구기다가 마른 세수를 했다.

"아아, 제기랄.."

 그러다가 울리는 벨소리에 영선이 표정을 굳히고 핸드폰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구화가 작게 말했다.

"이 경이 도올 회장님 맞지?"

"응."

"와 자본주의.. 대단해."

 '예쁜이경이' 라고 써져 있는 화면을 떠올린 구화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도올사 회장의 덩치나 인상이나 어디 조폭이랑 관련있다고 소문날 정도로 험악하여 보기만해도 두려운데 '예쁜이경이'라고 써놓았으니 구화가 자본주의의 승리를 떠올리면서 감탄한다. 견진이 한숨을 쉬면서 구화의 등을 때렸다. 구화가 비명을 지르면서 소리쳤다.

"아! 형 왜 때려?!"

"너 영선이가 막내인데 우리 때문에 스폰하고 그러는 거 미안하지 않냐? 너는 어떻게 철이 없어."

 그건 구화도 공감하는 지라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속으로 이젠 더러운 소문이 다 났으니 이제 어떻게 밥벌이 해야하냐며 절규를 하면서 구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여보, 여보.. 그게.. 나는 당연히 괜찮은데.."

 영선이 다급히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나갔다.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이 경의 목소리는 공황으로 잠겨 있었다. 영선이 입 안이 바짝 말라서 마른침을 삼키면서 택시를 잡는다.

 이 경이 패닉에 휩싸여서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 미안.. 미안.. 영선아. 미안하다.. 내가.. 내가 이거 관계를.. 끊, 끊었어야.. 흑..

 이 경이 결국 엉엉 울면서 말했다.

- 내가 너를 놓지 못해서 결국 네 인생 망쳐버렸.. 흐어어엉... 어떡하냐... 영선이 너...

 이 경이 정말 정신을 못차리고 우는 것에 영선이 충격에 휩싸여서 기사를 닦달하고 핸드폰을 붙잡고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야, 아니라니까. 여보, 이게 진짜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기사 내려달라고 하고 잠재우면 돼."

- 사진도 찍혔, 찍혔, 끕, 찍혔잖아..

 정말 서럽게 우는 이 경에 영선도 패닉에 휩싸여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파파라치를 잘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삼년을 버텼으니 많이 버틴 것이겠지. 그 동안 이 경과 영선은 거의 휴가를 같이 보냈다. 몰디브로 가서 아무도 없는 해변가, 백사장에서 뒹굴거렸고 키스를 했다. 펜트 하우스에서 기념일을 자축하고 결국에는 호칭이 영선이 이 경을 여보라고 부르는 것에서 이 경이 영선이 우리 애기라고 부르는 것에 이어졌다.

 그런 관계가 끝까지 이어질 줄로만 알았는데 파파라치.. 진짜 끈질긴 새끼들. 영선이 이를 악물고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 여기, 그, 그냥 오지마라.. 안 오는게 좋은 것 같은데, 그냥..

"아니 지금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내 사랑, 응?

 당장 모 호텔의 카드키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초조하게 전화를 받고 있던 영선이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박차고 나간다. 문을 열고 화려한 객실의 장식이 엉망진창으로 뜯어지고 부서져있고 유리 조각이 비산하여 깔려져 있다. 항상 단정했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고 침대에 넋이 나가서 앉아 있는 이 경이 영선을 보자 서럽게 울었다.

"영선아.. 너, 너, 인생.. 기사가.."

"일단 내리라고 했어?"

 영선이 유리조각을 피해서 침대로 다가가서 이 경의 발을 만진다. 이 경이 훌쩍이면서 발을 보여주고 영선이 피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위험하게 이러면 어떻게 해?"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너, 너.."

 창백한 얼굴로 영선을 바라보던 이 경이 눈물을 말없이 흘렸다. 영선이 나이가 몹시 어려서 그와 처음 교제를 했을 때는 미성년자였고 지금도 만으로는 스무살이 갓된 싱그러운 청년이였다. 처음에는 스폰이라고 가볍게 즐겼는데 영선이랑 사적인 관계가 몇번 이어지고 서로 마음이 맞았다. 영선이 스폰을 올 때마다 기분 좋아하면서 다정하게 케이크를 사오고 이 경이 단 것을 좋아해서 같이 먹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영선이 이 경을 데리고 프랑스 스위츠 전문점에 데려가고 이 경이 영선을 데리고 유럽 별장에 데려갔다.

 결국 서로 휴가를 항상 같이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관계가 너무 깊어져서 연인이 된 상태였다. 사실 이 관계가 이 경에게는 꺼릴 것이 없었다. 들켜도 해외까지 사업을 확장한 이 경의 도올 그룹이 타격을 입을 리는 만무하고 커밍아웃을 하거나 더러운 소리가 들려도 이미 사업체 끼리 너무 깊게 얽혀 있어서 손해에도 한계가 있었으니 이 경은 어마어마한 재력을 바탕으로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선은 다르다. 이 경이 자신을 다독이는 영선의 얼굴을 보고 충격에 빠져서 중얼거렸다.

"너, 너.. 어떻게 할거야."

 잠시 고민하던 영선이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에 이 경이 가슴이 무너져서 다시 얼굴을 일그러트리려는 것을 영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대로 말 할 수 있어?"

"어?"

 이 경이 생각치도 못한 말에 충격에 빠져서 영선을 바라보았다. 영선이 이 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 경이 넋을 잃고 영선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 경이 자신이 영선의 생애를 망쳤다는 생각과 이제는 헤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가정에 절망의 밑바닥을 기어다녔다가 꿈에서도 듣지 못했던, 아니 상상은 해보았지만 그 암담함만을 느끼고 그만 두었던 미래를 듣는다.

"우리 그냥 드러낼까?"

"드, 드러내?"

"난 괜찮아."

 영선이 이 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영선은 웃지 않았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말했다.

"넌 괜찮아?"

"......"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근데 헤어지진 않을거야."

 이 경의 눈이 습해졌다. 영선을 바라보던 이 경이 잠시 충격에 몸을 떨면서 행복하면서도 두려운 가정을 한다. 영선이 말없이 이 경을 기다렸다. 한참을 상념하던 이 경이 눈물을 왈칵 터뜨렸다.

"어어! 할 수 있어! 하자! 해!"

"그리고 그냥 국적 바꿀 수 있나? 이젠 뭐 국내보다 해외 사업체 비중이 크잖아."

 영선이 너무나도 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여차하면 해외로 가서.. 결혼하자."

 이 경이 눈물을 닦고 영선을 멍하게 본다. 절망이 순간 끝나고 이 경에게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이 경이 타블렛 위에 있는 지도를 영선에게 보여주면서 씩 웃는다.

"어디가 좋냐?!"

============================ 작품 후기 ============================

6. 희 치와 위현

 귀여운 위현.

 희치가 멍하게 잠을 자고 있는 위현을 바라본다. 위현이 자신의 팔을 베고 자고 있었다. 꽤나 깔끔하게 생긴 준수한 얼굴이다. 위현의 눈가에 있는 칼자국만 제외하면 위현은 심지어 호감상에 가까운 사내였고 특히나 잠을 자고 있을 땐 그 평소에 가지고 있는 특유의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는지 몹시 깊게 잠을 잤다.

 희치가 위현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 위현의 속눈썹이 떨린다. 희치가 기대하면서 위현의 얼굴을 본다. 위현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 졸음이 가시지 않아 멍한 눈이 희치를 올려다보았다.

"아.."

 정말 보험을 들어야하는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록 낮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 위현의 눈가가 찌부려지더니 이내 희치를 보고 정신을 든다. 아침 햇살이 마침 창을 뚫고 들어와 희치의 조각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빛내고 있었다.

'건강에 안 좋아..'

 위현이 속으로 생각한다. 비스듬하게 누워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저 영롱한 두 눈동자는 아몬드 형에 매우 숱이 많은 속눈썹으로 둘러싸여져 있었고 희고 잡티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에는 햇빛이 보스라져 반짝이고 있었다. 높게 솟은 코는 귀족적인 태가 나고 입술이 매끄럽고 따뜻하여 모양이 좋았다. 희치의 입가가 움직였다. 위현의 몸이 움찔거린다. 희치가 작게 웃곤 눈가에 미미한 사랑을 담았다.

 위현이 심장이 아파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희치가 그를 빤히 보다가 따라 일어났다.

"아파요?"

"..너.."

 위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웃지마라.."

 그러나 희치가 그의 말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을 깨달은 위현이 덧붙혔다.

"아침에.. 내가 무방비할 때.. 웃지마."

"네."

"...위험해."

 언젠가 저 연예인 후려치는 얼굴을 보고 심장마비로 죽지 않을까. 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희치도 재빨리 일어나서 물을 떠서 위현에게 가져다 주었다. 위현이 물을 먹고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슬리퍼를 신겨주는 희치를 가만히 내려본다. 희치의 결 좋은 머리카락이 스륵 흘러내렸다. 위현이 손을 들어서 희치를 쓰담는다.

 희치가 위현을 올려다보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배고프세요? 잠시만 기다려요."

 위현이 프릴이 달린 앞치마를 입고 부엌에 들어가는 희치를 쇼파에 앉아서 빤히 바라본다. 새벽에 희치가 밤새도록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하고 마사지를 해주어도 허리가 아직도 욱씬거렸다. 위현도 키가 백팔십이니 작지 않은 키인데 희치가 그보다 거의 이십이 더 크고 몸이 운동선수 후려치게 탄탄하고 덩치도 컸으니 아무리 희치가 위현의 쾌락 위주로 잠자리로 했어도 위현은 사실 잠을 자고 날 때마다 통증을 느꼈다.

 그래도 위현은 잠자리를 놓을 생각이 없었다. 희치를 보면 스멀하게 올라오는 가학심, 저 흰피부를 칼로 찢어 놓고 자신을 저렇게 따르고 사랑하는 희치를 버려버리고 망치고 싶다는 충동, 그 때의 희치의 죽은 눈을 보고 싶다는 갈망을 간신히 누르고 신이 만든 것중에서 단연 최고로 아름다운 희치를 바라본다. 희치는 위현이 본 그 어느 계집이나 놈팽이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아니 비교를 할 수가 없지. 종족자체가 다른 것처럼 성스럽기까지한 우월한 아름다움이 희치에게 있었다.

 계란프라이를 하고 소세지를 굽는 희치는 요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위현은 잠시 과거를 생각했다.

 희치가 위현의 것이 된지 벌써 일년이다. 희치가 아버지의 빚을 이어받아 위현에게 엿을 먹인 것이 이년이란 얘기였다. 희치의 아버지가 가진 빚이 위현이 돌아버릴 정도록 천문학적인 액수였고 위현은 그러하기에 돈을 갚을리 요원한 가난한 대학생인 희치를 천천히 해부하여서 잔혹하게 살해할 생각으로 그를 찾았다.

 잘 회피하고 다니던 희치는 결국 위현에게 잡혔는데 위현은 처연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희치를 본 순간 단숨에 그를 살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희치는 새하얀 설원과 같았다. 아무도 밟은 적이 없는 희고 너른 들판같았다. 그래서 위현은 그 순결한 눈 위에 발자국을 밟아서 짓이기고 싶었다. 더럽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희치는 위현이 자신의 돌아버린 정신머리를 기를 쓰면서 잡게 만들만큼 그에게 소중하게 되었다. 희치는 정중하고 눈치가 빨랐으며 위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엿같게도..'

 위현이 눈가를 찌부린다. 그렇다. 희치는 위현에게 푹빠져서 간도 쓸개도 바칠 수 있었다. 그 상황이 더 엿같은 것은 희치가 은근히 열정적인 사람이여서 사랑에 빠지면 순수하게 그것에 모든 것을 바치는 돌직구형이라는 것이다.

 위현이 잠시 상념한다.

 그게 사실 참으로 유혹적인 것이다. 위현은 몇번이고 자신을 찰떡같이 믿는 희치를 배신할 생각을 한다. 그를 사창가에 팔거나 부하들에게 돌릴 생각을 한다. 그 와중에도 위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희치의 앞에서 웃으면서 말한다. 그에게 거짓을 말해서 희치의 두 눈에 빛을 꺼지게 만든다. 자신을 몹시 믿는 그를 배신하고 결혼을 하거나 자신의 자식을 키우게할 생각을 한다. 희치의 곧은 두 눈이 흔들리고 상처를 받아 빛을 잃겠지.

'저 새카맣고 예쁜 두 눈이..'

 위현이 잠시 그 생각을 하고 웃는다.

 희치가 음식을 내오고 위현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 가면 몇시에 와요?"

"음, 아마 늦을거야. 오늘은.."

 위현이 한입에 모양이 예쁜 계란프라이를 입에 털어넣으면서 말했다. 희치가 소세지를 잘라서 위현의 그릇 위에 놓는다. 위현이 잘려진 소세지를 포크로 찍으면서 말했다.

"먼저 자."

"네."

 위현이 희치를 잠시 보곤 웃었다.

"자지 않을 거면서."

 희치는 대답하지 않고 눈을 내리 깔았다. 위현이 늦을 때, 희치는 자지 않고 쇼파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위현이 올 때 그는 가끔 피냄새가 풍기는 위현의 정장 마이를 벗기고 옷시중을 들었고 위현이 아주 드물게 자신의 욕구를 참기 힘들어할때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주었다.

 위현이 희치를 몹시 아껴서 대부분 아주 다정하게 대하지만 가끔 위현이 피를 먹고 돌았을 때 희치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을 때가 있다. 강제로 관계를 맺듯이 희치를 아프게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희치가 눈을 꾹 감고 그것을 참고 견디면 대부분은 한 오분에서 십분 안에 정신이 돌아와서 위현은 사과하고 당장 관계를 중지했다. 희치가 얼굴에 멍이 가득하여 있는 모습을 빤히 보던 위현은 한숨을 쉬고 발코니로 나갔다. 담배를 태오고 들어온 위현의 얼굴은 무표정했으며 그 날은 섹스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위현이 희치의 손 위에 손을 덮는다. 상처투성이에 굳은 살이 박힌 손이 보인다. 희치가 식사하더 손을 멈추고 위현을 바라본다. 위현이 낮고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이렇게 내 노예처럼 살 필요 없다고 했잖아. 넌 내 애인이니까."

"저는 이사님 정부죠."

 희치가 조용히 말했다. 말마따나 희치는 밖에서는 형수님 취급을 받아도 위현에게 아직도 저렇게 공손했다. 희치는 눈을 내리깔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위현의 떨리는 손을 느끼고 그를 올려다본다. 위현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는 것을 본 희치가 위현의 손을 꽉 쥔다. 위현이 정신차리고 아, 소리를 내고 희치를 올려다본다. 위현이 심호흡을 하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언제든지."

 희치가 손을 잠시 만지작거린다. 희치의 두 눈에 무언가 망설임이 설인다. 그러나 위현은 낮게 웃으면서 희치의 이어지는 말을 막았다.

"하하.. "

"..."

"희치야. 더 말하지 마라."

 위현이 식사를 거의 다 마쳐서 포크를 내려놓고 물을 한모금 마신다. 희치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위현이 속으로 쓰게 웃었다. 어쨌거나 희치는 양지의 사람이었고 위현은 희치를 몹시 아껴서 그가 더러워지지 않게 잘 보존했었다. 희치는 어리고, 순수했다. 그리고 그런 희치가 끝까지 망가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었다.

"나는 도발당하면 정말 미쳐버려."

"...이사님."

"희치야, 네가 착한거 안다."

 희치의 부드럽고 촉촉한 볼을 쓰다듬으면서 위현이 칼자국이 난 눈을 휜다. 위현이 웃자 제법 호감형인 인상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넌 좀 교활할 필요가 있어. 날 사랑하니?"

"......"

"날 위해서 모든 것을 주고 싶어도 참아라. 날 더 보고싶잖아."

"......"

"나 같은 정신병자 앞에서 그렇게 무방비하게 있지 마렴."

"......"

"집 잘 보고 있어라."

 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희치는 탁자 위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희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줄테니 언제든지 자신을 부담없이 대해달라, 그리고 사랑해달라는 말을 목 속에 넣어놓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저 홀로 무방비하게 앉아 있었다.

"다녀오세요."

 희치가 잠시 고민하다가 위현의 뺨에 입을 맞춘다. 위현이 씩 웃으면서 문을 열었다.

 문 밖을 나서는 위현을 배웅하던 희치가 주섬거리면서 앞치마를 벗는다. 청소기를 돌려서 방을 닦고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위현의 방의 서류들을 보지 않도록 노력을 하여 먼지를 쓸고 물건을 정리한다. 딱히 위현은 희치에게 그것을 보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으나 희치는 오해를 사기 싫었다. 그리고 버림받는 것도..

 그리고 희치는 쇼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장을 보는 것도 조직원들이, 생필품 조달도 조직원들이 한다. 붙여 놓은 수하들이 집 밖에 있었고 사실 위현의 집에서 감금당한 초기 삼개월은 희치는 침대에 쇠사슬이 연결된 개목걸이를 낀채 정말 개나 노예처럼 살아야했다.

 지금은 핸드폰도 돌려받고 외출도 허용받았는데도 희치는 정신 상태가 불안한 위현이 혹시 눈이 돌까봐 나가지도 않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다. 특히 위현이 집에 왔을 때 희치가 없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어 저녁에는 희치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그래서 희치는 쇼파에 앉아서 잠자코 시계만을 본다. 대부분 열시 쯤에는 귀가를 했었는데 어느새 날이 바뀌고 있었다. 희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멍하게 어둠 속에서 앉아만 있었다.

'늦으시네..'

 희치는 안다. 위현이 언제든지 자신을 망가트릴 수 있는 것을, 그리고 언제든지 그 충동을 느끼고 그를 무섭게 바라보는 것을 알았다. 나직한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를 볼 때 가끔 위현의 눈에서는 기이한 열망이 일렁거렸다.

 그래도 어쨌거나 위현은 참았다.

 희치는 위현이 많이 참는 것을 알았다. 끊임없이 참고, 또 참고, 심지어 위현은 정신과에도 다니고 있었고 시도조차 안하던 약물치료까지 하고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깊은 병이었기때문에 완전히 뿌리가 뽑히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위현은 희치를 지켜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가 소중한 거겠지.'

 처음 보았을 때 희치는 생각과 다르게 멀끔하고, 아니 준수한 인상의 사내가 서있길래 깜짝 놀랐다. 많아봤자 서른 후반? 대충 서른 중반의 사내가 고급 정장을 베스트까지 꼼꼼하게 차려입고 있었고 낮고 울리는 목소리로 웃으면서 자신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고 역한 냄새가 자욱히 나고 있었다. 갈라진 입술 끝에 놓인 얇은 담배와 손이 시선을 떼기 힘들었다.

 그 순간 희치는 이 사내에게 잡혀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분명 그 수하들이 찢어 죽이니 얼굴이 예쁘니 돌리고 뭐 어쩌니 소리를 하는 것도 뒤로 젖혀놓고 희치가 생각한 것은 오직 하나, 아 저 사내에게 인생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희치가 말했다.

'나 당신이 처리해주세요.'

'음?'

 위현이 반문한다. 희치가 위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를 죽이시든 살리든.. 직접.. 해주세요.'

 위현은 희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크게 웃었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옆에 부하에게 명령했다.

'내 집에 저 맹랑한 예쁜이 좀 가져다 놔라.'

 그리곤 희치는 위현의 것이 되었다. 위현은 희치를 성적으로 건들지 않았고 오히려 예쁜 애완동물이나 장식품을 다루듯이 예뻐했다. 그러나 먼저 인내심이 끊어진 것은 희치였고 애닳아서 위현의 자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본 뒤에 욕실에서 자위를 하거나 가끔 위현의 침대에서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위현은 자신의 셔츠를 끌어 안고 자위하는 희치를 발견하곤 잠시 침묵했고 그리고 희치에게 씻고 침대로 올라오라고 명했다.

'아, 아윽..'

'헉, 큿, 좋, 좋아요, 이사님..'

 위현이 나른한 눈으로 희치를 올려다본다. 위현의 손에 담배가 있었고 희치는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위현의 모습에 화가 났으나 차마 위현에게 말을 하지 못해 오직 그를 탐하는데 열중했다. 위현이 담배를 피면서 격한 고통에 눈살을 찌부린다. 동시에 쾌락에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을 낮게 흘렸다.

'큿, 크흑..'

'아프세요?'

 희치가 눈가를 핥자 위현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담배를 떼고 희치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뱉는다. 희치가 눈을 꾹 감고 눈매에 눈물을 매단다. 위현이 낮게 웃곤 말했다.

'나는 너가 신경쓰지 않아도 돼.. 희치.'

 그리고 희치는 그 말이 서러워서 다시 담배를 물려는 위현의 입술을 바라본다. 위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희치는 담배 끝을 물어, 불을 끄곤 위현을 말없이 바라본다. 위현이 그 눈 속에 있는 강한 집착에 입꼬리를 시원하게 올리곤 담배를 든 손을 내린다.

 희치가 담배 연기가 밴 입술에 입을 맞춘다. 위현이 그 뜨겁고 정열적인 키스에 음, 소리를 내면서 희치의 등을 껴안고 다리를 둘렀다.

 위현은 말이 많지 않았고 섹스 와중에 헐떡이면서도 신음을 거의 내지 않았다. 오직 아슬한 숨소리에 희치가 몸이 달아서 위현을 안고, 또 안았다. 위현이 기진맥진하여 널부러질 새벽에서야 희치는 마지막이 될 위현의 몸에서 간신히 떨어져 나왔다.

 희치는 그것이 마지막일 줄 알았으나 위현은 희치를 마음에 들어했다. 정기적으로 희치는 위현과 잠을 잤고 희치는 거의 정부가 되었다.

'정부..'

 희치의 눈이 멍하다. 위현의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그리고 도어락이 열렸다.

"이사님."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희치가 확 풍기는 피냄새에 얼굴을 확 굳혔다. 비틀거리면서 들어오는 위현이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눈살을 찡그린 위현이 경악해서 달려오는 희치에게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지마."

"이사님, 괜찮으신.."

 그리고 희치가 순간 배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뒹군다. 숨을 잠시간 쉬지 못해 컥컥, 거리면서 마른 기침을 토한다. 위현의 눈에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위현이 돌아버린 것을 안 희치가 항상 품에 가지고 다니는 약을 벌벌거리면서 찾았다. 그러나 위현은 희치의 배를 주먹으로 치고도 그를 발로 잔인하게 걷어찼다. 희치가 날아가서 벽에 부딪히고 낮은 신음을 낸다. 어딘가 부러진듯 통증이 심했고 희치가 시야를 찾으려 애써 노력했다.

 희치가 손을 벌벌 떨면서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위현이 신발을 벗지 않은채로 들어와 희치의 손을 짓밟았다. 희치가 비명을 삼킨다.

"크읍.."

"희치."

 위현이 희치의 머리채를 잡아 들렸다. 희치가 위현을 응시한다. 위현의 입가에 미소가 작게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이 어둡게 가라앉고 있다. 분명 위현임에도, 위현답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건만 같이 잔혹하고 무감각하다. 위현이 덤덤히 말했다.

"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희치가 고통에 몸을 벌벌 떨다가 간신히 입을 뗀다.

"마음대로..."

 분명 그 말을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위현의 눈에 위험한 기운이 일렁거리고 희치가 눈을 꾹 감았다. 희치가 포기하고 몸을 늘어트린다. 애초에 위현을 사랑하면서 언제든지 각오하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미치광이 위현을 사랑하면서 언제든지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희치는 오늘 죽어나가든 어쩌든 그를 원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항상 희치가 쇼파에 앉아서 하는 생각은 이런 나날이 언제 올까, 하는 시뮬레이션이었다.

 그러나 고통은 이어지지 않았다. 희치의 귓가에 깊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희치가 비틀거리면서 제자리에 선다. 머리채를 잡았던 손이 거두어지고 위현의 눈이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위현이 가만히 희치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쓴다. 위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희치가 절뚝이며 부엌으로 가서 물을 가져온다. 약과 함께 위현에게 내밀고 위현이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약을 복용하여 삼킨다.

 위현의 꿀꺽 물을 삼킨다. 희치가 균형을 찾으려고 애써 노력하면서 위현에게서 물컵을 받아 들었다. 위현이 복잡한 시선으로 희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희치의 입가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저 부드럽고 예쁜 입술이 찢어져 있었다.

"상처 치료해드릴게요."

 위현이 나직히 말했다.

"미안하다."

 희치는 굳이 대답하지 않으면서 구급상자를 가져와 위현의 셔츠를 벗긴 뒤에 상처를 소독했다. 위현은 신음을 흘리지 않고 오직 희치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밤이어서 그런가 희치의 얼굴이 더 매끄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위현이 희치의 머리카락을 손에 감는다. 희치가 묵묵히 위현의 상처를 꼬맨다. 희치는 어느새 응급조치정도는 능숙하게 할 수 있을만큼 위현의 간호에 익숙해졌다.

"왜 의사한테 가시지 않았습니까."

"...그냥."

 위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너 기다릴까봐."

 희치가 그 말에 손을 잠시 멈춘다. 그러다가 다시 붕대로 위현의 상처를 감곤 테이프로 고정한다. 위현이 희치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언제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

 희치가 숨을 멈추곤 위현을 가만히 바라본다. 위현이 희치의 뺨을 검지로 쓸고 희치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해주세요."

"...하하."

"죽이든지 살리든지.. 직접 해달라고 했으니까..."

 희치가 위현의 손을 꼭 붙잡고 따뜻한 감촉을 느낀다. 눈을 스륵 감으면서 희치가 중얼거렸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님."

7. 외전의 외전

[충격! 도올 梨 회장, 미국 본사에서 아이돌 백 모군과 함께..]

['식스 팔라스' 구화 인터뷰, 팬들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선택..]

['식스 팔라스' 결국 '파이브 팔라스'되나..]

 이 경은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 신문을 접고 접이식 탁자에 올린 이 경이 코웃음을 치면서 선글라스를 치켜올린다. 그 옆에서 비치 의자에 누운 영선이 빨대로 민트잎이 팍팍 들어간 모히또를 쪽쪽 빤다. 눈이 마주치자 영선이 빨대를 쪽 빼면서 눈웃음을 쳤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빙구냐."

 이 경은 망설임없이 말했고 영선이 발끈해서 말했다.

"완전 아저씨야. 유행어도 몰라?"

"나 아저씨 맞아. 다들 그래."

 이 경은 태연히 신문을 보여주고 영선은 보이 토이, 슈가 대디 뭐시기 하는 영자신문을 보면서 혀를 차면서 말한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종이 신문을 봐."

 이 경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고 영선에게서 모히또를 뺏어서 빨대를 빨았다. 이 경이 느긋한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백사장 위에 산호 탓에 정말 새파랗고 아기자기한 바다가 펼쳐져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공간은 이 경이 섬 전체를 사들였기에 오직 그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잠시 이 경이 생각을 한다. 이 경의 지위가 지위였기 때문에 연예부 기자에서 끝이 아니라 사회부 기자까지 바글거리면서 몰려들었는데 이 경과 영선은 한동안 공식석상에도 나가지 않았고 인터뷰도 다 거절했다.

 영선은 잠정적으로 은퇴를 했고 팬클럽에서 지지 철회 선언을 했으며, 소속사 사장은 석고대죄를 해야했다. 도올 주가는 하락했고 주주 측에서도 말이 많았으나 이 경의 가진 지분이 상당히 커서 지위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기나긴 침묵이 있었고 어느새 말이 조금 잦아들고 주가도 회복되어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갈 무렵에 이 경은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국적을 변경했다. 동시에 이 경과 영선은 개인섬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발표를 하고 바로 삼일 전에 결혼식을 열린 상태였다.

 반도 전체가 뒤집어진 일이었고 욕이니 뭐니 추측이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전체를 이 경과 영선의 스캔들이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그러나 그런 것에는 태생적으로 마음을 뺏기지 않는 마이웨이 영선은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넘겼고 원래도 상당히 자기중심적이었고 영선을 만나고 나서 더 정신이 지나치게 튼튼해진 이 경도 아예 그것을 보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했다.

 결국엔 지인들을 중심으로 결혼식을 올렸고, 이 경은 친구들에게 변태새끼라며 욕을 좀 얻어 먹었고, 생각보다 영선의 부모님은 이 경에게 대례를 올리면서 구제불능의 자식을 거둬주어서 감사하단 말씀을 올렸다. 이 경은 동갑내기인 장모의 나이에 조금 충격을 받고 멍하게 있다가 영선의 재촉에 바로 그 주변에 섬에 허니문을 왔다.

 그래서 지금 이 상태이다. 영선은 이 경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어린 애인다운 애교를 백만가지 방법으로 부리고 있었고 이 경은 살살 녹아서 영선에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여우인가.'

 여우에다가 꽃뱀에다가 독사. 이 정도면 영물 아닐까. 이 경이 실실 웃으면서 영선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뽀뽀를 받는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좋은 방향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영선은 정식으로 자신과 부부가 되었고 이 경은 대리모를 구해서 자식까지 구할 생각이었다.

 영선이 이 경의 풀린 입매에 뽀뽀를 하면서 속삭였다.

"자기 진짜 너무 예쁘다. 어떻게 할거야."

"내가 나를 만든 것이 아닌 부모님께서 만드신 것이니 내게 묻지 말거라."

"장인 어르신 감사합니다. 장모 어르신 사랑합니다."

"오냐."

"여보! 오늘도 단단히 각오해야해? 나 진짜 한동안 우리 여보 놔줄 생각 없으니까?!"

 이 경이 영선을 보며 단호하게 말하고, 그리고 영선의 입에 키스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평생 놔줄 생각 없으니까."

 영선이 웃으면서 이 경의 목에 팔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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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치가 거칠고 두꺼운, 크고 무식한 손에 머리채를 잡혀 끌려간다. 영문도 모르고 위현의 집에서 곧장 끌려온 희치가 차에 집어 넣어진다. 희치가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뺨을 얻어 맞고 눈을 크게 일렁인다. 겁에 집어 먹겠지. 그 아몬드 형의 보석같이 예쁜 눈동자가 눈물을 참지 못해서 물기를 보일 것이다.

'이사님, 이사님? 이사님 어디 있어요?'

 위현만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겁에 먹어서 떠는 희치를 험악한 인상의 정장차림 사내들이 허름한 산기슭으로 그를 끌고 간다. 희치가 비명을 지르면서 위현을 애닳게 찾는다. 그들이 희치를 때리거나 혹은 범할 때도 희치는 가련하게 울면서 위현을 찾을 것이다. 이사님, 이사님. 그렇게 울면서.. 그리고 그 때 위현이 등장하면 희치가 못 믿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뜬다. 위현이 웃으면서 희치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잠시 바라보던 희치의 눈에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남는다. 희치가 희망을 잃고 죽은 눈을 한다.

 찰싹!

 위현이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상념을 깨고 멍하게 정면을 바라본다. 희치가 밥을 먹던 중에 위현의 손등에 캐인(cane)으로 회초리질을 한 것이다. 손등에 빨간 줄이 생기고 화끈거린다. 위현이 잠시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반응했다.

"아, 고마워."

 희치가 그제서야 손에 든 캐인을 내려놓고 다시 토스트를 냠 물었다. 위현도 물을 마시고 다시 토스트를 들어 물었다. 그 둘의 옆에는 검정색의 길고 긴 캐인이 놓여져 있었다.

 위현이 희치를 위해서 정신과에도 꾸준히 다니고 치료를 받고 있다. 약을 정기적으로 먹은지가 일년이 되었으니 위현은 상당히 많이 나아져서 충동을 많이 억제시켰고 희치와도 정상적인 연애를 하고 있었다. 희치도 그런 위현에게 기대를 조금씩 하기 시작하여 어느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풋풋한 연애의 기운이 둘 사이에 돌고 있었다.

 그러나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가끔 위현은 주기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내보일 때가 있었고 희치를 폭행하고 싶어할 때가 있었다. 그것에 위현도 매우 괴로워했고 보다못한 희치가 같이 방법을 강구해보자면서 머리를 맞대었고 그것은 상당히 이상한 쪽으로 귀결되었다.

 위현은 자신이 가학성향 뿐만 아니라 피학성향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희치를 부수고자하는 이상으로 희치가 자신을 부셨으면 했고, 파괴했으면 좋겠으며 그런 희치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자신을 때리고 감금하고 그러면서도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희치. 안 그래도 위현에게 집착하는 희치가 돌아버려서 위현을 감금하면 얼마나 좋을까. 위현은 가끔 힘줄을 끊고 자신을 가두는 희치의 모습이 미친듯이 보고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위현이 자신의 품에서 나이프를 던졌을 때 희치는 충격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런 희치를 말없이 보던 위현이 말했다.

'해봐.'

 희치는 명령을 어기지 못해서 위현의 셔츠를 나이프로 잘랐다. 위현이 덜덜 떨리는 손에 그것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희치는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 듯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이프를 잡고 있었다. 위현이 살갖을 찢으라고 말하자 희치가 망설이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가슴에 댄 날붙이에 힘을 준다.

 살이 찢어질 때 위현은 황홀감을 느꼈다. 손이 떨리고 있어서 난잡하게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른다. 위현이 헐떡거리면서 끊임없이 명령했다. 멈추지마. 희치, 멈추지 말고 그어라. 그어, 그어, 힘을 줘. 피부를 찢는 나이프의 느낌과 희치의 두려움에 질린 얼굴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위현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희치는 칼을 꾹 붙잡고 덜덜 떨면서 울고 있었다. 위현이 아차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희치는 패닉에 싸여서 히끅 거리면서 도리질을 했다.

'이거 싫어요, 이사님.. 제발.. 제발..'

 경상이었다. 피부만 잠시 찢은 가벼운 상처였음에도 희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위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린 나이프를 놓게 하고 그를 토닥여주었다. 희치는 한참을 울음을 그치지 못했고 위현은 깊게 후회했다. 희치는 그 날 이후로 위현에게 말이 없었다.

 정말로 희치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말도 없고 반응도 별로 없는 희치의 모습이 위현에게도 충격이었다. 희치가 이미 위현에게서 집착의 대상인데 희치가 갑자기 위현에게서 저렇게 눈길을 돌리니 위현은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고 솔직히 말하면 미칠것만 같았다.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지만 희치가 정신병자인 위현을 포기한다면, 지쳐서 마음을 져버린다면 위현은 그야말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희치를 죽여버리거나 자신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겠지. 위현은 생전 처음으로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와 후회에 휩싸여 있었었다.

 뜻밖인 것은 희치가 그렇게 말없이 있던 중에 그에게 다시 말을 건 것이다. 굳어있는 위현에게 희치는 공부를 이제 다 했다면서 앞으로 그가 때려주겠다고, 그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위현이 그런 희치를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희치가 가뭄에 물을 적시듯이 위현을 적당히 컨트롤만 할 수 있다면 위현은 차라리 맞는 것이 나았다. 오히려 그것이 위현을 더 적당히 충족시켜주었고 자신을 다잡게 만들었다.

 그래서 위현은 희치에게 맞는다. 방 한켠에는 체벌방이 있었고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패들, 채찍, 회초리가 있었다. 고지식하고 꼼꼼한 희치는 위현을 위해서 인터넷 SM 커뮤니티에도 가입해서 이것저것을 많이 물어보고 알아보았고 여러 책들도 구입하여 꼼꼼히 탐닉했다.

 위현이 잠시 쇼파에 앉아 있는 희치를 본다. 휴일이라 위현도 쉬는 날이니 그 둘이 쇼파에서 늘어져 있었는데 희치는 손에 책을 들고 있었다. 제목을 힐끗 본 위현이 '에로티시즘으로써 알아보는 체벌의 정석'을 읽고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희치는 무슨 법전을 읽듯이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착해..'

 그래. 희치는 무척 착했다. 나름 자기딴엔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이렇게 비정상적이고 정신병자인데다가 변태인 애인에게 맞춰주고 있으니 위현은 희치를 보면 기특하고 귀여웠다. 커다란 덩치에 저렇게 눈을 반짝이고 있으면 마치 커다란 강아지를 보는 것과 같다. 위현은 희치를 신기한 눈으로 빤히 바라본다.

 희치가 위현의 시선을 눈치채고 책을 내려놓았다.

"시간 됐어요?"

"음?"

 위현이 시계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너 잘생겨서."

 희치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희치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사님도 잘생기셨어요."

"하하.. 귀여워."

 위현이 그 말을 하고 손을 까딱인다. 희치가 고개를 숙이자 위현이 희치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당겼다. 희치의 볼이 말랑하고 감촉이 부드러워서 마치 찹쌀떡을 조물하게 만지는 듯 했다. 희치가 고통에 눈썹을 찌부리자 위현이 아슬해져서 손을 놓는다. 가만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위현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일찍 시작하자."

 희치가 위현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위현이 옷을 천천히 벗으면서 체벌방으로 들어갔다.

 스륵, 위현의 옷이 떨어지고 드러난 나신에는 빼곡한 상처들이 있다. 다 깊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지속된 벌건 상처들이었고 달콤한 학대의 흔적이었다. 가슴에도, 엉덩이에도, 등에도, 팔에도 채찍과 회초리의 흔적이 붉은 선이 되어서 그려져 있었다. 체벌방에 들어선 희치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위현이 손을 내민다. 희치가 손을 뻗어서 위현의 몸을 꼼꼼히 살폈다.

 마치 검수하듯이 위현의 등을, 가슴을, 팔을 이곳 저곳을 살핀다. 한동안 몸을 살피던 희치가 미간을 찌부린다.

"다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네요."

"그냥 해도 상관없지."

"이사님."

 희치가 위현을 바라본다. 위현이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에 입을 다물고 속으로 짜릿함을 느꼈다. 희치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감정이 없는, 그 경고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님은 결정권이 없습니다."

 위현은 잠자코 그 말에 따랐다. 희치는 제법 모범생이었으니까. 이런 것에도 빠르다. 위현이 순순히 희치의 손길에 몸을 내어준다. 위현의 나신을 살피던 희치가 엉덩이 아래에 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여기를 때릴게요. 엎드리세요."

 위현을 단상에 엎드리게 한 뒤에 손을 묶고 단단히 고정시킨다. 위현은 자신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손길에, 이어질 학대의 달콤함을 생각하고 눈을 위험하게 빛냈다.

 희치가 작게 말했다.

"잘못한 건?"

"...너를 버릴 생각을 했어. 너를 배신하고 널 아래 애들에게 돌리려고 했었, 윽!"

 짝!

 엉덩이 아래의 제법 희고 부드러운 살에 붉은색 선이 생긴다. 위현이 고통보다는 만족감에 입꼬리를 올렸다. 희치가 고통을 누르게 하려는 듯이 엉덩이 윗부분, 상처 근처를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쓰다듬는다. 위현이 아득한 숨을 내쉬었다.

"많이.. 잘못했지?"

"스무대를 때리겠습니다. 많이 잘못하셨어요."

"응.."

 위현이 작게 대답하고 희치가 위현의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달래려는건가, 괜찮다는건가. 그 다정한 손길이 너무 달콤하여 위현이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내쉰다.  이어지는 짜릿한 고통에 위현이 몸을 움찔거리다가 속으로 내일은 영화나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분위기를 내려면 로맨스가 좋겠지. 희치도 사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 같던데.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위현이 신음을 흘렸다.

*************************************

"엄마, 어, 어, 알았어.."

 영선이 미간을 찌부리면서 말했다.

"아 알았다고! 몇 번을 말해! 그리고 내가 왜 부족하고 모자라? 엄만 이렇게 예쁘고 창창한 나이의 아들이 엄마 동갑내기한테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사위만 예뻐해?"

 그러나 영선은 이내 무언가를 상기시키고 포기했다.

"맞아, 엄마가 힘들었지. 엄만 나 어떻게 키웠데.."

 영선이 한숨을 쉬고 통화를 끝는다. 나이도 성별도 초월해서 영선의 부모님이 이 경에게 기쁨을 표시했던 것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경이 넋을 잃은 채로 야구글로브를 뺀다. 꺄르르 웃는 주홍머리 여자아이가 주홍머리 남자아이의 머리채를 집어 뜯고 있다. 보아하니 입에 든 초콜릿을 뺏으려는 듯이 남자아이가 입에 초콜릿이 덕지덕지 묻곤 입을 합죽이를 하고 있다.

"너 이띠 누나 마를 안들을래? 이게 떠열정리가 안되었떠!"

 영선이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하게 그 둘을 바라본다. 앙칼진 누나의 말에 남자아이가 빽 소리를 질렀다.

"누나는 잘난 것두 업떠서 항상 떠열떠열 거리지? 그래도 초코는 내 뱃 속에 있따!"

"입 벌료!"

"합!"

 이 경이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했다.

"이 귀여운 내 새끼들.."

 영선이 넋을 잃고 어린아이의 말 치고는 몹시 순수하지 않은 말을 듣는다. 결국 남자아이의 입에 우악스럽게 손을 집어넣어 쪼코를 끄집어낸 여자아이가 승리에 찬 웃음을 흘렸다.

"우에에에엥!"

"건방진 짜식!"

 이 경과 영선이 하나같이 두통을 느끼고 한숨을 쉰다.

"내 새끼들 아주 좋아.."

"어디가서 맞아죽지는 않겠네."

 맞아 죽기는 커녕 너무나도 성격을 닮은 자식들이다. 이 경과 영선이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영선과 이 경이 대리모를 두어서 세 자식을 보았는데 첫째가 이 경의 핏줄이였고 둘째, 셋째가 영선의 핏줄이였다. 첫째 이 윤이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이 경을 닮기보다는 할머니를 닮아 예쁘장하고 어여쁘게 생긴 이 첫째는 눈을 마주칠 때마다 생글생글 웃고 헤헤 거리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자식이었고 투정하나 안부리는 착한 자식이였다.

 그래서 동생을 보려 둘째, 셋째를 나았는데 이런 사단이.. 어렸을 때는 좋았다. 둘째나 셋째나 영선을 닮아서 곱상한 외모에 미소가 여우같이 예뻤고 이 경은 처음엔 어화둥둥하면서 둘째 이 진과 셋째 이 영을 예뻤다.

 그런데 커가면서 이 진과 이 영이 무슨 선천적인 영선의 똥고집과 후천적인 이 경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닮아가지 않는 것인가.

 유치원에 다니는 우리 막내둥이 남매들께선 조금의 인종차별도 허용하지 않아 무쌍으로 애들을 패고 다녔고 하루라도 주먹이 가실 날이 없이 결국 인근 지방을 평정하시고 서로 서열을 다투는 중이었다. 이게 어린아이 장난이 아니라 그네들 딴애는 진지한 문제인가본지 심지어 초코바 하나를 주어도 이 진은 이 영에게 누나로서의 서열을 강조했고 이 영은 누나라고 언제까지 서열이 높을 줄 아냐고, 그 다섯살의 나이에 맞지 않는 워딩을 사용하면서 이 경과 영선의 넋을 빼놓았다.

"널 닮아서 그래."

 이 경의 말에 영선이 진지하게 생각했다.

"진짠가?"

 꺄르르 웃는 이 윤을 끌어안으면서 영선이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윤이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어여쁘게 자라는데 이 진과 이 영은 항상 개판으로 싸워대고 슬슬 눈치를 보면서 영선과 이 경을 갈궈대는데 언제는 보수적인 이 경이 이 진을 잡고 이제는 여자아이답게 행동하라고 혼을 내니 이 진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뻔뻔히 말한 적도 있었다.

'대디는 항상 자기만 옳다고 하는데 띠비는 그렇게 안 말하던데?'

 도올 그룹 이 경 회장을 고발하는 헤드라인이 마침 지나고 있고 이 경이 할말을 잃고 울컥해서 혼내려는 것을 영선이 간신히 진정을 시켰다. 그렇게 둘이 그 날 소주병을 까고 과음하면서 울분을 터뜨렸지만 돌아와서 이 진이 자기가 알아서 방에 들어서 새근하게 자고 이 윤이 이 진의 손을 꼭 잡고 핏핏, 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또 마음을 풀고 웃는다. 육아가 전쟁이었지만 또 이렇게 보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자식들인데 어떻게 더 화를 낼까. 이 경이 영선을 닮은 볼 통통이들의 뺨을 꾹 찌르고 영선이 화들짝 놀라서 말렸다.

 자는 것은 천사같은 자식들이 하루 스물세시간 잠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경과 영선이 안방에서 얘기를 나눈다.

"헉, 흣, 그, 그게 말이 되냐?"

 물론 육체적인 대화를 수반한 활동이었다. 이 경과 영선은 자식을 가져도 언제나 신혼때처럼 지내자는 약속을 잊지 않고 불타올랐고 이 윤과 이 진은 그래도 잠은 잘 자기에 그 둘은 마음 놓고 부부의 즐거움을 누렸다. 영선이 웃으면서 이 경의 턱을 핥고 이 경이 간지럽다는듯이 웃었다.

"왜, 왜 안돼? 자기 돈 많잖아."

"어, 어떻게 너랑 나 자식을 만들어..큭큭, 야 핥지맛, 앗, 흣..!"

 영선이 둘이 성격이 대단한 것이 정말 자신의 탓인지 확인하자고 이 경에게 둘의 핏줄이 모두 섞인 자식을 낳자고 조른 것이다. 이 경이 과학적으로 안된다는 것을 설명해도 영선은 포기하지 않고 이 경에게 속삭였다.

"왜? 이제 뭐 복제양도 만들고 뭐도 하고 인공 자궁도 만들고 다 하잖아. 자기 돈 많으니까 그런쪽에 투자해봐? 뭐 알아? 진짜 될지?"

"그, 그게 돈이 한 두푼.. 아흑! 야아, 이거 진짜!"

 영선의 손가락이 꾸물거리자 이 경이 퍼득이는 쾌락에 벌컥 화를 낸다.

"너 감질나게 그럴거야!"

"그래도.. 정말 싫어?"

 영선의 눈이 진지하게 변하자 이 경이 잠시 생각한다. 이 경과 영선을 닮은 자식. 영선을 닮아서 눈이 토파즈같이 반짝이고 이 경을 닮아 키가 훌쩍 크고 잘생긴 자식.. 그러다가 이 경은 영선을 닮아서 독랄한 눈매에 독랄한 혀를 가지고 이 경을 닮아 흉흉하게 생긴 덩치를 생각해내고 핼쓱한 얼굴이 된다.

"잘 생각해봐라 영선아... 네가 아무리 억울해도 우리 둘의 합작... 정말 네가 감당할 수 있냐."

 영선이 침묵하더니 이내 이 경의 목덜미를 핥는다.

"에잇! 모르겠다!"

"흐잇, 너, 너!"

"그냥 자기를 임신시키면 돼지!"

"너, 그게 말이 돼.. 허엇!!"

"왜...뜨아아아?!"

 막무가내로 임신을 시키겠다고 달려드는 영선에게 다른 한손으론 가슴을 밀쳐내고 다른 팔로는 목을 감아 당기던 이 경이 이내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르고 영선이 그에 고개를 돌리다가 문가에서 울먹거리는 아이를 발견하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충격에 몸을 떨었다.

 눈이 크게 또랑한 아이. 손에 토끼 인형을 들고 망연히 서있는 고수머리의 예쁘장한 아이가 그 믿기 힘든 광경에 멍하게 침대 위를 보고 있다. 항상 격하고 열정적인 부부생활을 즐기는 이 경과 영선은 참으로 적나라한 자세로 침대 위에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나 순하고 평화롭던 아이는 이 충격적인 현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술을 꾹 다문다. 영선이 뭐라고 하기 전에 윤이가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흐.. 흐아아아앙!"

"이, 이, 윤아!"

"헉!"

"파파, 대디 때리지 마요! 대디 아야해요! 흐아아앙!"

 대디 이 경이 울먹거리면서 말을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윤아.."

 파파 영선이 방금 전까지 이 경의 엉덩이를 때리던 손을 화들짝 놀라서 뒤로 숨기고 변명했다.

"아니 이건 때린 게 아니라. 맴매가 아니라.."

"파파. 왜 대디 때려요? 힉, 히익.. 때리지 마세요, 으아아앙!"

 결국 이 윤이 달려들어서 영선을 조막만한 손으로 뜯어 말리고 영선이 접합부를 간신히 이불로 가리려 노력을 하면서 울먹이면서 빌었다.

"잠시만, 잠시만 윤아, 잠시만.."

 이 경이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지른다.

"빨리 빼!!! 이 빙구야!!!"

 그리고 이 윤은 한참을 영선과 이 경이 달래서야 간신히 진정하여 방에서 곤히 잠들었다. 영선이 넋을 잃고 부어오른 성기를 중얼거리면서 울먹거렸다.

"아파."

"헉, 야 그거 죽은 거 아니냐."

"진, 진짜 큰일날 소리를 해!"

 이 경이 정말 걱정어린 표정을 하면서 영선의 바지를 쑥 내리고 곰곰히 살핀다.  그게 정말로 진심으로 다급하고 걱정어린 표정인지라 영선이 빈정이 상해 얼굴을 팍 구겼다.

"어디보자."

"진짜 괜찮거든요? 그냥 놀란거 거든요?"

"그래도 잘 살펴봐야지. 너 이거 죽으면 나 이혼할건데?"

 그 말에 영선이 표정을 구기면서 이 경의 뺨을 잡고 키스를 한다.

"우웁! 야!"

"진짜 우리 남편 오늘 죽었어."

"야, 오늘은 좀.."

 그러나 그렇게 말하던 이 경도 침대 위에서 신음을 억지로 참는다. 영선이 독기가 올라서 이 경을 한계까지 몰아붙히고 있었다. 이 경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아.. 안 죽었네.."

 영선이 이 경의 가슴을 꼬집으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뭐? 이혼? 그럼 재혼은 누구랑 하려고? 엘사 여사장? 한국 다시 가시려고?"

 이 경이 그 영선의 구질구질한 집착에 진절머리를 치면서 소리친다.

"너 걱정되면 이거 잘 보존해라! 알았지?!"

 영선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내 건 파릇파릇해서 자기 죽을 때까지는 멀쩡해! 나 자꾸 그러면 자기 죽고 새 장가 든다?!"

 이 경이 눈을 날카롭게 뜨면서 소리친다.

"뭐 임마?!"

 그러나 그 둘은 이어지는 쾌락에 결국 더 이상 대화를 잇지 못하고 신음성만을 흘리고야 말았다.

***************************************

 위현이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멍하게 바라본다. 상처자국이 길게 난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 위현이 순간 현실감이 떨어져서 그것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아, 이게 어디서 시작된 일인가. 그게 아마 어제 저녁에 희치의 얼굴을 훔쳐보던 조직원 하나를 족쳤던 것에서 시작을 할거다. 매우 예쁘고 어리고 사랑스러운 애인을 무척 아끼는 위현은 넋을 잃고 제 형수를 바라보는 수하 하나를 보고 급격히 기분이 안좋아졌고 그것은 그 새끼를 족친 뒤에도 쭉 이어졌다.

 황금휴일에도 기분이 급히 좋지 않은 위현의 눈치를 살피던 희치가 외출을 하자고 졸랐고 위현은 순순히 영화표를 예매하고 희치와 오늘 주말 나들이를 했다. 위현은 희치와의 관계 재정립으로 상당히 정신이 건강해졌고 희치도 그런 위현에 의하여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외출도 자유롭게 하고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비록 이번 년도 사법고시는 떨어졌지만 위현은 걱정하지 않은게 애초에 희치가 무척 똑똑하기에 얼마있지 않아서 뜻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예성했다.

 희치가 웃으면서 위현에게 변호사가 되서 일을 돕겠다고 말을 하는 것이 생각난다. 그 말을 들으면서 위현은 심경이 복잡하기도 하고 그리고 기특하기도 해서 희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위현과 희치는 영화가 끝나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위현이 아이스크림을 빤히 바라보면서 생각난다. 로맨스 영화를 보았는데 위현이 딱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희치가 옆에 있는 것이 더 중요했는데 희치는 안 그럴것 같이 생겼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위현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위현은 차라리 지루한 영화를 보는 것보다 그게 나아서 순순히 허벅지를 벌려주었고 희치는 영화 내내 머뭇거리면서도 감질나게 위현에게 스킨쉽을 했다.

 주인공이 키스를 할 때마다 희치가 꼴깍이는 소리가 들어서 위현은 먼저 희치에게 입을 맞췄고 희치는 애가 타는 것처럼, 정말 필사적이게 위현의 입 안을 맛보고 위현에게 키스했다. 청년 다운 순수한 열정이 녹아나와서 위현은 정말 로맨스 영화를 선택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분위기가 쉽게 끈적해져서 희치와 위현은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정말 섹스 그 직전까지 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귀여운 우리 희치는 아이스크림을 위현의 손에 들려주고 물티슈를 사러 편의점에 종종 달려갔다. 그걸 말없이 바라보는 위현은 속으로 희치의 동그랗고 큰 눈을 생각하고 픽 웃었다.  희치가 위현이 앉은 벤치에 달려간다.

'귀여운.. 강아지.'

"형!"

 그리고 위현의 호칭은 어느새 형이 되버렸다. 물론 안에서는 이사님이란 호칭도 쓰긴 하지만 저렇게 눈을 빛내면서 달려오는 희치를 보면 위현은 참 그게 귀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마음 한켠이 간지러웠다. 위현이 볼을 긁으면서 차분히 말한다.

"저녁 먹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네."

"형 우리 여기서 치킨 시켜먹어요."

"그럴까?"

"응, 여기 저녁에 불꽃놀이한데."

 희치가 허락을 맡고 신나게 배달앱을 찾는 것을 빤히 바라보던 위현이 작게 웃었다.

"너 하고 싶은데로 다 해라."

 위현은 정말 희치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싶었다. 돈, 빌딩, 차, 심지어 위현은 희치가 원한다면 여자도 붙여주고 싶었다. 여자 생각이 떠오른 위현은 순간 희치의 자식이 어떠할지 생각하며 고민한다. 희치의 자식. 희치를 닮아서 뺨이 장미빛에 눈이 또랑한 새끼를 생각한 위현이 진지하게 생각한다.

'여자를 붙일까.'

 그러나 희치는 정신이 팔려서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응, 응 그러면 스노우 치킨 괜찮아?"

"...난 치즈 넣은 거 싫은데."

"응 그럼 간장 시킬게."

 위현이 대꾸하지 않고 희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이 경이 넋을 잃어 정면을 본다. 이 진과 이 영이 뿌애앵 울어대면서 말했다.

"대디, 내가 그럴줄 알아떠.. 그렇게 띠비에 나오더니 또 무슨 죄를 저지른거야?"

"대디, 대디 빨리 사과해."

 영선이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경찰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유치장의 문을 풀고 이 경을 놓아준다. 영선과 이 경이 각각 이 진과 이 영의 손을 잡고 말없이 경찰서를 빠져 나온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있던 이십대의 여인 하나가 이 경을 보자마자 새하얀 얼굴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경이 넋을 잃고 여인의 손을 잡고 훌쩍이는 이 윤을 본다.

 상황은 어제자였다. 삼남매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캐롤라인은 항상 밝고 맑게 웃던 삼남매의 장남이 그날따라 유독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에 의문을 느끼고 물었다.

"유느? 왜 얼굴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그러나 어두컴컴한 얼굴로 한참을 말하지 않던 윤은 결국 캐롤라인의 재촉에 왈칵 울음을 터뜨리면서 고백했다.

"파파가 대디를 때려요. 이케이케 막 때리고 아야해요! 대디가 맨날 아파서 우는데 파파가 그냥 막 때려요.. 우아아아앙!"

 캐롤라인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해서 윤에게 추궁을 했다. 그 유치원 내에서도 도올 그룹 회장과 그 보이 토이는 유명한 가쉽이었고 특히 이 경의 험악한 외양과 영선의 예쁘장한 외모를 떠올린 캐롤라인은 금방 분노를 토했다.

'슈가 대디질도 모잘라서 가정 폭력을?!'

 그리고 캐롤라인은 경찰에게 바로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때가 좋지 않게도 개목걸이를 목에 차고 현관문을 연 영선을 보고 바로 마음을 굳게 굳혔다.

 이 경이 수갑을 채우는 경찰들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보면서 허둥거린다. 영선이 넋을 잃고 그것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뛰쳐 나왔다.

"어, 어, 이 새끼들이 왜 그래?!"

"잠, 잠시만 이건!!"

 밤이 항상 민감하다보니 그 사건 이후로 이 경과 영선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간 때를 기다려서 그 시간에 많은 좋은 것을 했다. 그리고 이 경이 그 날에 그 '예쁜돌이' 말에 견디지를 못하고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을 해야겠다면서 영선에게 목걸이를 채운 것이다. 영선은 순순히 그 말에 따르고 이 경의 무릎 위에서 교활하게 냐옹냐옹 거리면서 예쁨을 받았으나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허둥지둥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는데... 까먹었다.

 항상 이 경이 강아지였으니까 영선은 제 목에 목걸이가 채워진 것도 몰랐고 이 경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진짜 빙구였던 것이지. 그렇게 이 경이 가정폭력으로 체포되고 영선은 캐롤라인과 경찰들에게 붉어진 얼굴로 사정을 필사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그, 그게.. 그냥 권태기 방지용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충분히 보호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게, 아오.."

 영선이 마른 세수를 하다가 포기해서 진실을 말했다.

"그게 안에 가죽이 부드럽거든요? 제가 저희 남편 목에 알레르기 나거나 상처 입을까봐 아프지 말라고 기름칠 먹이고 제가 주물러 놓은 흔적이예요. 그거 진짜 아프게 하려고 한게 아니라 저희 남편이 그거 목에 끼면 너무 예뻐서.. 예 그렇습니다... 제가 변태입니다."

"네?"

"저 변태 맞습니다.."

 그리하여 격렬한 성생활을 즐기는 것을 제 삼자에게 고백하게 된 영선이 기가 빨려서 넋을 잃은 채로 허공을 보고 이 경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다. 캐롤라인이 계속 사과를 하는 것을 집으로 돌려 보내고 영선이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같이 푹 숙였다. 이 경에겐 아직도 정신이 없었다. 진과 영이 이 경에게 투닥거리면서 저 놈이 하극상을 저지른다며, 누나가 멸시한다며 왁왁거리고 윤이 울먹거리면서 감옥을 가는 거냐고 통곡을 한다. 영선이 그들을 다독이다가 한참 후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응."

"...목걸이 버리자."

"...응."

 이 경은 그러나 목걸이를 숨겨두고 가끔씩 영선에게 툭 그것을 던졌고 영선은 쫑알거리면서도 이 경의 목에 그것을 묶어 주었다. 물론 윤이 없을 때 몰래.

8. 해피 엔딩 & 배드 엔딩

<해피 엔딩>

 찹쌀떡같이 보풀려진 부드럽고 동그란 볼따귀. 위현은 멍하게 그것을 바라본다. 아무리봐도 익숙하지가 않다. 위현의 유전자가 들어갔다고는 믿기지가 않는 숱많은 눈과 아몬드 모양의 어여쁘고 큰 눈이 울망이면서 깜빡인다. 까만색 머리카락은 보드럽고 숱이 많고 분홍색 입술이 오물거릴 때마다 애기 냄새가 폴폴 나고 있었다.

"압빠, 태이가 잘못해떠요.. 빱빠 마니 아파여? 힝.."

"어, 아니.."

 위현이 얼버무리면서 대답한다. 초코빵을 먹겠다고 칭얼거리던 태이의 손에 위현이 실수로 맞은 것이 시작이었다. 위현의 피가 섞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이 조그맣고 예쁜 종자인 태이는 그 사태를 믿을 수 없어서 멍하게 자신의 손을 보더니 이내 울망거리면서 초코빵도 재쳐놓고 위현의 목에 매달려서 엉엉 울었다. 사실 허구한날 칼에 찔리고 그보다 더한 학대와 처벌을 받는 위현이기에 뭐 깃털 스치는 것과 비슷한 그 손짓이 아플리가 없었지만 이 착한 태이는 엉엉 울면서 위현의 뺨을 보드라운 손으로 만진다.

 위현이 픽 웃으면서 태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어린 아이 분냄새가 훅 났다.

"정말 괜찮아. 태이야."

 위현과 희치는 도올 그룹의 후원을 받은 신기술이 베타테스트가 끝나자 마자 바로 아이를 가졌다. 위현은 처음에 희치를 닮은 울망한 자식을 원해서 희치에게 건강검진을 끝낸 우수하고도 외모가 뛰어난 연예인 지망생 몇몇을 침실에 넣어주었으나 그 날 경기를 일으키면서 버리지 말라고 울어대는 희치 탓에 그 생각을 영원히 버려야했다. 위현이 그저 자식을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달래고 그 날 희치는 유독 잔혹하게 체벌을 강하고 위현에게 단단히 못을 박았다.

 다행히 어떻게 둘의 유전자를 종합해서 자식을 낳을 수가 있었으나. 위현은 하루에도 몇번씩 그 기술이 사기가 아닌지 고민한다. 어린아이임에도 어마무시한 외모를 가진 태이를 볼 때마다 위현은 저기에 어디 자신의 유전자가 있는지 고민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위현이 태이의 이마에 뽀뽀를 하다가 이내 입술을 비틀곤 웃었다.

"애한테도 질투를 하니."

 희치가 바로 돌아와선 위현의 팔에 목을 두르고 목덜미를 문 것이다. 위현이 피가 나지 않을 정도의, 그러나 분명 고통을 주는 그 애무에 작게 신음한다.

"질투가 아니라.. 제 아이를 가지고 있는 위현이 너무 예뻐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태이 재우고.."

 희치는 변호사로 일을 시작한 후에 위현보다 더 바빠졌다. 항상 희치가 위현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위현이 희치를 기다린다. 물론 회사에서 자주 보긴 하니 별 불만은 없지만.. 위현이 불만인 것은 그렇게 멍멍이 같이 귀엽고 여렸던 희치가 어느새 상당히 어른스러워지고 분위기가 변한 것이다.

 맑은 눈이나 자신을 보는 올곧은 시선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나른해지고 말 수가 적어졌다. 자식을 가지고 난 희치는 위현을 자신의 것으로 확실히 못박아 놓고 있었으며 위현은 더 이상 희치를 흔들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이 관계에서 집착을 드러내는 것은 희치였고 위현을 컨트롤하는 것도 그였으니까.

 희치는 더 이상 미숙하지 않았고 완전히 위현을 소유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희치는 위현을 자신의 암컷을 보는 수컷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 옛날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태이를 재우자마자 희치가 위현에게 달려든다. 위현의 셔츠를 위로 올리고 배를 핥으면서 희치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위현은 자신을 올려보는 희치의 길들여진 맹수같은 두 눈을 보고 나직히 웃었다.

"크크.. 멋있지."

 희치가 씩 웃으면서 위현의 입에 키스를 했다.

************************************

<배드 엔딩>

 호텔에 도착한 희치가 여행가방의 지퍼를 내렸다. 가방 안에서 위현을 꺼낸 희치가 욕실에 그를 데리고 들어간다. 오랜만에 빛을 본 위현이 미약한 신음을 흘리고 있다. 희치는 응답하지 않고 위현을 씻기고 배변을 처리했다.

 희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위현이 말을 하면 바로 대답을 할 것이다. 희치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으니까.

"사랑한다."

 이 말 한마디면 희치는 바로 위현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에게 의수와 의족을 달아주고 원한다면 그 앞에서 자살을 하거나 그의 분이 풀릴 때까지 고문당해 죽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위현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치가 애원할 때마다 입꼬리를 웃으면서 광기어린 웃음을 지었다.

 희치가 샤워폼으로 위현의 뭉툭한 팔 끝을 닦는다. 위현이 오랜만에 몸에 뿌려진 따뜻한 온기와 향긋한 냄새에 몸을 푸는 것이 느껴졌다. 희치는 그러나 최대한 빠르게 그를 씻기고 드라이기로 그를 꼼꼼하게 말렸다.

 위현이 가만히 있었다. 이어질 행동을 예상하고 있다. 위현은 자신의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올리는 손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헉, 헉, 큿!"

"...후..."

 위현이 정신없이 고통과 쾌락에 헐떡인다. 위현을 잡고 마치 자위도구처럼 애무도 없이 그를 흔드는 희치의 얼굴에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고 그의 손길은 감정이 담기지 않아 그를 도구 대하듯이 했다. 그러나 위현은 황홀함에 헐떡였고 희치는 그를 몇번 '사용'한 후에 다시 그 안을 깨끗이 처리했다.

 희치가 잠시 위현이 숨을 고르지 못해 안쓰럽게 쿨럭이는 것을 바라본다. 희치는 위현에게 배신당했고 위현은 희치에게 린치를 가하고 그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위현은 결국 욕구를 참지 못했고 그러나 희치는 복수심이 아닌 위현을 다시 가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고시에 합격하고 이력을 쌓아 결국 수라 그룹에 들어가 중역까지 올랐다.

 위현을 찍어내고 그의 수족을 잘랐다. 상징적인 의미로도 그랬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러나 그 전에 희치는 분명히 위현에게 말했다. 위현은 대꾸없이 빙그레 웃었다. 마치 도발하는 것처럼.

 삼 년 전에 했던 말을, 희치가 다시 반복했다.

"사랑한다 말씀해주시면 언제든지 당신 뜻대로 하겠습니다."

"......"

"제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크큭."

 희치가 어둡게 침잠한 눈을 하며 말한다. 위현의 귓가에 속삭인다.

"사랑합니다."

 위현을 다시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닿는다. 위현은 그 안에서 나올 수가 없다. 그 말을 할 때까지 희치는 그를 한시라도 떼 놓을 생각이 없다. 항상 희치는 여행가방을 가지고 다녔고 그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은 이 세상에 없었다.

4====================

현대물

 희치가 멍하게 이 상황을 바라본다. 분명 티비에서 몇번 본 것같은 청년 하나가 침대에 엎어져서 뭐라 쫑알 거리고 있고 샤워 가운을 입은 그 도올 그룹 회장님이 하품을 하면서 그것을 들어주고 있다. 희치는 머리를 말리는 와중에도 이것이 현실같지가 않아서 몇번이고 이 자리가 꿈일 것이며 이제 곧 깨어날 것이라는 망상을 속으로 몇번이고 했다.

 영선이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겠다. 자기는 새파랗게 어린 예쁜이 남편으로 만들어서 두고두고 즐기고 간식마저 최고급으로 즐기네?"

 이 경이 뒹굴거리면서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한다.

"난 최고급만 먹어."

 그리고 희치는 그 대화에 점점 더 두려워졌다. 희치와 위현이 6개월 전부터 실제 SM클럽에 출입했다. 처음에는 혹시 소문이라도 퍼지면 어쩌나 저어했던 희치지만 위현은 그런 것에 정말 일도 신경쓰지않는 성격이었고 걱정은 현실이 되어 처음 갔던 클럽에선 희치도 아는 위현의 부하가 사디스트 팔찌를 끼고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위현은 그때 나신이 되어서 아무리 보아도 SM의 흔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훌륭한 몸을 드러내고 있었고 희치의 손에 이어진 개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희치는 생각과도 다르게 위현이 희롱당하는 것을 초반에는 지켜봐야했다. 분위기가 노예들을 공유하는 것이 자유로웠고 희치도 눈치가 있어 민감하게 대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것임을 알았다. 위현도 순순히 손길에 응했고 아주 처음에는 순한 분위기의 희치를 눈치챈 마스터들이 위현에게 꼬여들어서 그를 만지고 쓰다듬고 희롱했다.

 심지어 위현의 부하는 직장에서는 고압적인 위현이 이런 꼴이 되었던 것에 가학심을 느꼈는지 희치의 앞에서 그를 안았다. 순순히 위현은 제 부하에게 몸을 열고 그에게 조교를 당했고 그것을 눈 앞에서 지켜보던 희치는 불연듯 중간에 뛰쳐나가 위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위현을 안은 것은 처음이었다. 위현은 거칠게 자신을 안는 희치의 손길에 흥분했고 헐떡이면서 더, 더, 더.. 란 소리를 반복했다.

 위현을 지키기 위해서는 희치는 고압적이여만 했고 능숙한 마스터가 되어야했다. 실제로 희치는 이 바닥에서는 제법 능숙하고 선망을 많이 받는 마스터였다.

 그리고 그 클럽에서 희치, 위현과 맞먹게 유명한 그 둘과 친분을 얻었다. 이 경과 영선은 골수 에세머는 아니었지만 그저 돈이 많고 생각이 낙천적이여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클럽에 자주 드나들었고 곧 그 두 그룹은 서로를 알게 되었다.

 영선은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이었고 이 경도 그에게 물들어서 그다지 사람을 어렵게 여기는 성품이 아니었다. 영선이 특히 사람을 잘 꿰뚫어봐 순수한 희치를 마음에 들어했고 위현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형, 형 거리는 영선을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서 결국 말이 나온 것이 스와핑이었다.

 그것만은 싫은 희치는 속으로 기겁했으나 위현은 생각보다 흔쾌히 그래, 라는 말을 했고 이 경과 영선은 저리 농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희치는 위현이 좋은 것을 싫다고 하기 싫어서 수락했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위현이 샤워실에서 나온다. 가운을 입지 않고 알몸으로 나온 위현의 머리카락에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것을 말리기 위해서 희치가 일어서려 했지만 위현은 가볍게 짧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더니 매력적이게 씩 웃으면서 말한다.

"바로 하자."

 그 말이 끝이었다. 영선이 새침하게 이 경에게 눈을 흘기더니 위현의 손에 깍지를 끼고 그를 침대로 모셨다. 위현이 순순하게 끌려가곤 영선의 손길에 침대에 누웠다. 영선이 연극톤을 하며 제법 정중하게 말한다.

"오늘 밤 잘 부탁드립니다."

 위현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희치가 그것을 멍하게 바라본다. 곧 영선이 나른한 눈을 하면서 위현의 위로 올라탄다. 위현이 잠자코 그를 웃으면서 바라본다. 영선이 몸을 기울이고 위현의 몸을 할짝였다.

"음.."

"역시 대단하네. 이 상처 다 희치가 낸거야?"

"응.."

 영선이 상처를 하나하나 집으면서 묻는다. 위현이 대답할 때마다 영선이 상이라도 내리듯이 상처를 할짝였고 위현이 그 때마다 작은 신음을 냈다. 위현이 다정한 눈으로 영선을 보고 있다. 위현이 유하게 대하는 거의 드문 사람 중 하나가 영선이었다. 꽤나 둘은 사이가 좋았는데 위현은 낙천적이고 뻔뻔한 영선과 있으면 충동을 잘 조절하거나 말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희치는 위현이 속내를 영선이와 단 둘이서 얘기하는 것을 안다. 새벽에 그와 단둘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위현을 잘 안다. 자신에게 차마 얘기하지 못했던 얘기를 둘은 가끔 나누곤 했다. 희치가 영선이 부드러운 손길로 위현을 애무하는 것을 본다. 위현의 눈이 멍해지고 가끔 낮고 부드러운 신음을 내면서 눈을 감았다.

 본격적으로 자세를 편하게 바꿔 가슴팍에 얼굴을 댄 영선이 가슴살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고 빨았다. 탄탄한 가슴팍이라지만 씹을 살을 모아보니 어떻게 입에 넣을 살이 나오긴 했다. 유두를 혀로 옭은 영선이 세게 빨고 핥고 유두를 질근질근 씹다가 결국 어미 젖을 빠는 것마냥 왼쪽 유두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하, 윽.."

 위현이 다정하게 영선의 머리를 쓰다듬고 고개를 젖힌다. 영선의 손이 매끄러지듯이 아래로 내려가 하복부를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영선이 손으로 성기를 감싸쥐었을 때 위현의 몸이 작게 떨려 왔다.

 위현의 몸이 아름답다.

 희치는 아무 것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 형.. 정말 진짜 몸 좋다.."

"으응.."

 영선이 손가락으로 상처를 살살 만지면서 작게 웃었다. 위현이 숨을 고르면서 그런 영선을 빤히 바라보았다. 위현의 눈빛이 제법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상처도 흉터가 아니라 그림인 것 같아.. 희치가 정말 사랑해줬나봐."

"고.. 맙다.. 윽.."

 위현이 작게 웃곤 이내 엉덩이 사이를 파고드는 검지에 눈가를 찡그린다.

 그리고 희치는 이내 자신의 몸을 돌리고 키스를 하는 이 경에게 시선을 뺏기고야 말았다. 희치가 몸을 잠시 움찔 떨다가 상황을 눈치채고 이내 순순히 이 경의 허리를 감쌌다.

 잘 해야지. 그래야지 위현이 기뻐하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 경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부드러운 입술이 생각보다 따뜻하고 폭신했다. 그럼에도 희치는 계속해서 위현의 담배 연기가 밴 모락한 입 안을 생각한다. 거칠고 건조한 입술을 생각한다.

 이 경이 희치의 어디서도 본 적이 없이 대단한 미모를 감상하면서 희치의 가슴팍을 쓸었다. 그럼에도 몸은 이렇게 좋고 어깨가 넓다. 대체 어디서 이런 것이 태어났을지 궁금해하면서 이 경이 희치의 손길에 순순히 응한다. 희치는 능숙하게 이 경의 가운을 벗기고 목을 적당한 세기로 물었다.

"윽.."

 그럼에도 이 경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자 희치가 바로 입을 떼고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했다.

"아픕니까?"

"응? 아니야.."

 그리고 그 정중하고도 예의 바른 모습에, 이 경은 그 미모에 넋을 잃고 홀린듯이 말하고 말았다. 희치는 고전적으로 생긴 미남이었고 성별과 종족을 아득히 초월한 미인이었다. 상류계에서 그 다양한 스타일의 미녀, 미남을 접한 이 경으로서도 어디서 외계에서 데려왔나 싶을 정도의 얼굴이었고 인상이었다. 특히나 저 이 경보다 더 귀족적이고 고상한 분위기가 영선과 자뭇 달라서 이 경이 꽤나 이 '간식'에 몸이 달아한다.

 희치가 이 경의 목을 핥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격한 것이 익숙합니다."

 이 경이 결국 희치의 높은 콧대를 넋을 잃고 보다가 말을 하고야 만다.

"넌 부모님이 누구시니? 누구신데 너처럼 예쁜 것을 낳았.. 흐앗!"

 이 경이 성기를 부드럽게 쓸어 내리는 차가운 손에 몸을 파득 떤다. 이 경이 조용히 희치를 끌어 안아 희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희치가 그런 이 경의 귀에 입을 맞추고 잠시 위현을 바라본다.

"아, 윽.. 하.."

"형, 따뜻하고 조여요."

"..그러, 읏, 니?"

"응.. 좋아요."

 위현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도 좋다.."

 위현이 살덩어리에 꿰뚫리고 있다. 영선이 부드럽고 요염한 허리짓으로 위현의 안에 들어갔다 나온다. 위현의 엉덩이 사이에 깨끗한 색의 성기가 왕복을 하고 그 때마다 위현이 낮게 신음하고 있었다. 영선이 위현의 손목을 각각 잡아서 누르고 있고 몸을 숙여 위현의 몸에 지탱할 때가 있었다. 위현이 거친 숨을 내쉰다. 헐떡거리는 위현의 입술에 입을 올려놓고 무언가 속삭이고 있었다.  위현이 웃었다.

"으윽!"

 희치가 자신의 것을 매만지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 경의 애널이 부드럽게 잘 풀려 있었으나 희치의 것이 상당히 커서 이 경의 안을 꼼꼼하게 넓히면서 손가락으로 헤집었다. 이 경이 허벅지에 닿는 희치의 것에 기겁해서 말했다.

"이, 이거 어떻게 들어가?"

 무드를 살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였다. 희치는 간신히 대답을 했다.

"아프면 멈추겠습니다."

"너 진짜.."

 희치의 온화하고 정중한 말에 이 경이 뭔지 모르지만 감동해서 파득 떨었다. 저 예쁘게 생긴 것이 몸도 이렇게 좋고 거시기도 큰데 거기다가 이렇게 잠자리 매너도 좋으니 이 경이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이 두려움을 버리고 희치의 목에 매달려서 응,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희치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희치가 정성껏 이 경의 항문을 부드럽게 풀어 내린다.

 무엇인지 그 손길이 진지하고 정중해서 이 경은 무언가 부끄러워져 희치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 귀족같이 잘생긴 얼굴을 보면 참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이 경이 희치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스와핑.. 좋아.'

 이 경이 한 생각이었다.

 방 안이 달아오른다.

 위현과 영선의 서서히 손이 맞닿아서 깍지를 낀다. 위현의 눈에 생리적인 눈물이 맺힌다. 영선이 그 눈물을 핥았다.

"좋아요?"

 영선이 헐떡이면서 속삭였고 위현이 피식 웃었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 좋다."

 위현이 계속 뽀뽀를 날리는 영선의 행동에 피식 웃으면서 눈을 꾹 감고 고개를 도리질한다. 희치가 거의 다 넓혀진 이 경의 안에 성기를 맞춘다. 이 경이 희치의 어깨를 꽉 잡았다.

"큿..!"

 희치의 것이 압박감이 상당했다. 저 양반이 어떻게 저걸 뒤로 먹었지? 이 경이 고통 속에서 감탄했다.

 이 경이 새하얀 시야에 희치의 등에 손톱을 박아낸다. 희치가 고통을 참으며 이 경의 머리를 쓸어올리고 등을 쓸어 주었다. 이 경이 눈물을 대롱 매달면서 희치에게 울먹이며 말한다.

"천, 천천히.."

"쉿, 힘을 빼요.. 회장님."

"아, 아파.. 아파.."

"힘을 빼셔야합니다. 더 아파요."

 희치가 다정하게 하는 말에 이 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몸을 이완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런 이 경을 더욱 다독이면서 희치가 부드럽게 몸을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이 경이 적응될만큼 여유있게 움직인다.

 희치의 페니스를 따라 붉은 살이 조금 딸려 나온다. 이 경의 몸이 떨렸다. 희치의 등에 상처도 깊어졌다. 이 경이 고통과 그리고 그 큰 것이 주는 쾌락에 목소리를 벌벌 떨면서 말했다.

"아으... 야... 너.."

"움직여도 괜찮아요?"

"으응.. 그래.. 흣..."

 이 경이 헐떡인다. 느릿하게 다시 안을 찌르는 것이 이 경의 스팟을 뭉근하게 뭉겠다. 이 경의 허리가 휘고 이 경이 희치에게 매달려서 눈물을 꾹 참았다.

'이 새끼 진짜 물건이다!'

 정말 부모님이 누군지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경이 자신을 다정하게 달래는 손길과 가끔씩 돌아오는 시야에 보이는 고전적인 미남의 걱정하는 듯한 부드러운 시선, 그리고 안을 압박하는 크고 단단한 성기에 홀딱 빠져서 섹스 도중에 정신없이 교성을 내뱉는다.

 어느새 이 경의 눈가에는 눈물이 매마르고 달콤한 신음만이 나고 있었다.

"으흑, 아.. 너.. 정말 진짜 좋다.. 하악!"

 그리고 이 경이 무심코 말했다.

"이거 자주할까?"

 대답은 없었고 이 경도 정신없는 와중에 한 말이기에 별로 생각치는 않았는데.. 문득 자신의 얼굴이 축축한 것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다. 분명 울음은 그쳤고 자신의 눈물은 아니다. 그리고 이 경은 자신의 시야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처연히 자신을 바라보는 미남의 얼굴에 충격을 느끼고 얼어붙고야 말았다.

 희치의 얼굴이 워낙 출중해서 그 슬픔과 비탄에 빠진 얼굴은 이 경에게 죄책감을 마구잡이로 느끼게 했다. 희치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이 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 경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야, 야, 너 왜, 왜 울어??"

 섹스를 중단하고 이 경이 희치에게서 벗어나 당장 휴지를 뽑아 희치의 눈물을 닦는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희치의 모습이 무기력하고 몹시 슬퍼보였다. 이 경이 당황하기도 하고 그게 안타깝고 연민이 들어서 안절부절하면서 소리친다.

"야!! 얘 울잖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영선이 그것을 발견하고 새하얗게 얼굴을 질려한다. 위현이 멍하게 그것을 보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영선이 당장 위현에게서 빠져나와 다가간다. 평소에 어른스럽고 능숙한 마스터였던 희치였는데 지금은 완전 나이대에 맞는 어린 청년처럼 보인다. 심지어 그는 마음이 여린 듯 말조차 하지 못하고 말없이 울고만 있었다. 그 가녀린 모습에 티슈를 빼고 희치에게 건내준 영선이 당황해서 말했다.

"왜 울어? 왜?"

"흑.."

"싫어? 스와핑 싫은 거야?"

 눈치가 빠른 영선의 말에 희치가 눈물을 또르륵 흘리면서 입을 꾹 다문다. 눈물이 주륵주륵 흘리는데 위현의 눈치를 보아서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보여서, 위현이 옷을 대충 걸치고 희치에게 옷을 던진다.

"미안."

 위현이 곤란한 표정을 하더니 얼굴을 찌부린다.

"오늘 못하겠다."

 영선이 고개를 까닥하곤 말한다.

"어, 어, 형 잘 달래줘."

"아이고 완전 애기.."

 이 경이 눈물을 처연하게 흘리는 희치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얘기하자 영선이 도끼눈을 뜨면서 등짝을 때린다. 이 경이 발끈하려다 심각한 위현의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희치가 울먹이면서 옷을 입고 따라 나선다. 밖에 안아서 위현이 희치를 앉히고 눈물을 닦았다. 희치가 헐떡이면서 위현을 빤히 바라본다. 위현이 희치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왜? 내가 영선이랑 하는게 싫어?"

 희치가 그제서야 엉엉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님 저 이건 진짜 싫어요."

"그럼 말을 하지."

"이사님 앞으로는 말할테니까 하지 말아주세요. 흐어어엉.."

"알았어, 알았어."

"영선이랑 하지 마요.."

"알겠다.. 뚝 그쳐."

 그러나 희치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끊임없이 위현을 부르면서 헐떡였다. 위현이 잠시 쓴웃음을 짓는다.

 위현과 희치가 SM클럽에 등장한 것은 사실 희치가 질투할 것을 뻔히 알아서였다. 은근히 소유욕이 있는 희치가 안절부절하는 것이 정말 사랑스럽고 또 자신의 것을 뺏긴 희치가 두 눈에 좌절감을 보이는 것이 만족스러워서, 위현은 기꺼이 그 별 시덥잖은 수하놈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다른 놈들의 손길에 순순히 따랐다.

 사실 위에서 헐떡이는 놈 따위는 상관없다. 오직 위현의 관심사는 큰 눈을 일렁이면서 위현을 충격에 빠져서 바라보는 희치였고, 오직 희치의 그 눈을 위해서 모든 것을 행했다.

 그리고 희치는 생각보다 훌륭했는데 위현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더 고압적이고 뛰어난 마스터로서 위현을 다루었고 그것도 위현은 좋은 방향이라 생각해서 더욱 더 SM클럽을 즐겨 찾았다.

 물론 그 와중에 분수 모르는 그 수하놈이 직장에서 위현을 협박하고 시시때때로 그 축 늘어진 물건을 들이대는 일이 있었으나 위현은 가볍게 그를 묻어버리는 것으로 대처했다.

 하여튼 스와핑도 사실 비슷한 맥락이었다.

 희치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다정하게 영선에게 안기면 충격을 받겠지,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짜릿하게 할까.

 물론 희치는 그 두 눈을 크게 흔들면서 자신을 충격에 빠진 눈으로 말없이 지켜보았고 위현과 영선이 정사하는 내내 그를 빤히 응시했다.

 위현은 그게 만족스러웠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더 큰 모양이었다.

 엉엉 우는 희치는 눈물을 그치지 않고 있었고 위현은 정말 갖은 애를 쓰면서 희치를 달래다가 결국 다시는 스와핑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귀여운 애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힘이 빠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훌쩍이는 희치의 눈가를 닦은 다음 위현이 잠시 검지를 바라보다가 혀로 눈물을 흝었다.

'단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 눈물이 달 줄 알았다. 너무나도 예쁘고 깨끗한 희치였기때문에 미친 상상을 해도 사실인줄 아나보다. 하기사 희치가 너무 완벽하고 아름다워서 사람이 아니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희치도 망가지기 쉬운 사람이란 것을 다시 상기하면서 위현이 쓰게 웃음 짓는다.

"다신, 영선이랑 섹스 안할게."

"......"

"스와핑 하지 않을게."

"...죄송해요."

"자, 그럼 어디 다른데 가서 잘까? 나 너무 끈적해서 씻고 싶은데."

 희치가 잠시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제가 씻겨 드리겠습니다."

"그래."

 위현이 씩 웃는다. 희치와 위현이 다시 룸을 얻고 호텔의 다른 층으로 들어간다. 희치는 위현을 씻겼고 위현은 희치의 기분이 풀리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위현은 꽤나 고생을 해야했던지라 그 다음날 일어나면서 단호하게 결심했다.

'스와핑 안한다.'

 희치가 천사같은 얼굴로 새근거리면서 자고 있다. 위현을 찾는 듯이 손을 더듬거리기에 위현이 픽 웃으면서 희치의 볼을 툭 건들였다.

"으음... 위현..."

 건방지게 이름을 부르는 희치임에도 위현은 화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고 낮게 웃었다.

"크큭."

 정말 조물주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미모를 원없이 감상하던 위현이 눈썹이 느릿하게 떠지고 깜빡이는 것에 얼떨결에 웃고야 말았다.

 그리고 희치가 천사처럼 환하게 마주 웃었다.

[현대물 AU 完]

============================ 작품 후기 ============================

두편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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