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6/148)

00046 장상사 최심간(長相思 摧心肝) =========================

 심운화가 놀라서 영선과 이 경의 얼굴을 번갈아서 본다. 영선이 그 때 잔뜩 열이 받은 얼굴이나 화를 참으며 눈을 꾹 감고 얼굴을 쓸었다.

"계자와 폐하의 궁인에게 먼저 일렀습니다.."

 이 경이 그 때 몸을 우뚝 서면서 영선을 바라본다. 영선이 이를 악물면서 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기녀들에게 기무기악을 가르치신 것을 알 것입니다. 심운화는 제가 강남에서 기르던 제자였습니다. 폐하의 허락을 맡으려고 했으나 폐하께서 없었습니다."

 심운화가 상황은 모르나 눈치가 빨라서 공손하게 말을 했다.

"폐하를 뵈옵니다. 선생께서는 제 춤 선생님이셨습니다."

"춤? 하!"

 이 경이 코웃음을 치면서 그 둘에게로 성큼이며 다가간다. 영선의 멱살을 잡아 당겨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짓말도 손뼉이 안맞으니 이를 어쩌나?! 비파라고 했으면 믿었을 텐데 네 놈이 나에게 거짓말을 해!"

 영선도 비파의 명인이고 심운화도 비파로 유명하니 만약 비파를 사사했다고 하면 이 경도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선은 그의 앞에서 춤을 춘 적이 없었고 이 경은 열이 받아서 영선의 뺨을 꽉 움켜지고 으르렁 거렸다.

"짐이 너를 정말 사랑했다."

 이 경이 배신감에 잔뜩 상처받은 눈으로 영선을 노려본다. 그러나 영선도 지지 않고 이 경의 눈을 마주 노려보면서 소리를 지른다.

"사랑?!"

 이 경이 이어진 영선의 말에 얼굴을 구겼다.

"내 몸을 좋아한 거겠지?! 사랑이라니요?"

 영선이 차가운 눈으로 이 경을 바라본다. 그 시선이 마주하기 고역스러울만큼 분기를 담고 있어 이 경이 더 분노하여 영선을 노려본다.

"무엇이 잘했다고 네 나에게 대드느냐."

 영선의 앞에서 연인이었던 이 경이 황제가 되어 있었다. 이 경은 황제의 얼굴과 마음을 하여 영선을 대하고 있었다.영선이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항상 폐하께는 최고의 것만 보여드렸습니다."

 그 말에 이 경의 마음이 울렁거린다. 이 경에게 보여주던 모든 것이 중화 제일의 재주라는 자신감이 담긴 말이었고 이 경에 대한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이 경은 울컥하여 몸을 떨면서 영선을 바라본다. 영선이 가라앉은 눈으로 이 경을 본다.

"저는 제비를 본 딴 춤과 물 위를 걷는 춤을 출 줄 압니다. 그러나 중화의 제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보여드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저를 의심하십니까?"

 이 경이 침을 삼킨다. 영선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정말 알고 싶었다. 이 경이 영선의 눈을 노려본다. 감히 천자에게 반항하여 당돌하게 보는 눈에는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 경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영선아. 믿을 수가 없어. 믿을 수가 없어."

 영선이 그 때 울컥하여 영선의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사랑과 의심이 함께할 수는 없겠지요! 폐하는!!! 왜 여기에 있습니까?"

 그 때 이 경이 차가운 눈을 하며 소매를 털었다. 영선이 입술을 비틀면서 이 경을 노려본다. 이 경이 작게 말했다.

"그저 얼굴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얼굴을 보고!!"

 영선이 이 경을 보면서 화를 낸다. 진심으로 윽박지르면서 이 경에게 노여움을 토했다.

"마음에 들면 그녀와 잠을 잤겠지!!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무엄하다!"

 이 경이 소리쳤다.

"나에게 당신이라 하지 마라!! 나는 천자다."

 영선이 조용히 말했다.

"더럽습니다."

"뭐?"

 이 경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든다. 그 순간 이 경의 몸에 벼락이 내리친듯한 충격이 잠식한다. 사랑하는 애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 경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영선이 하, 웃으면서 얼굴을 쓸어 올린다. 허탈한 듯한 웃음, 배신감에 휩싸인 웃음을 지으며 이 경을 바라본다. 이 경이 애정이 사라져 혐오를 담은 눈에 몸을 떨어 그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너, 너 지금 뭐라고.."

 영선이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눈을 꼭 감고 숨을 거칠게 내쉰다. 숨을 고르는 행위였으며 이 경의 손이 부들 떨린다. 이 경이 주먹을 꽉 쥐며 부들거린다. 이 경이 분노에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너, 너는.. 지금.. 그 말을 취소해야 한다."

 이 경이 거칠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네 목을 베겠다."

 영선이 그 말에 조용히 말했다.

"다른 사람과 있는 제가 싫으십니까? 제가 그렇습니다."

 영선이 잔뜩 지친 눈으로 이 경을 바라보았다.

"제가 심아와 잤다면 더럽다 생각하실 것 아니십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이 경의 몸이 굳는다. 창백하게 질려, 핏기가 가셔 영선을 바라본다. 영선은 정말 지쳐서 기둥에 몸을 기대서 이 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경은 분노에 심장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에 입술을 덜덜 떨었다. 영선은 이 경의 앞에서 다른 여인의 애칭을 이야기한다. 결국엔 영선은 이 경이 더럽다고 얘기했다. 지금껏 다른 후궁들과 관계한 이 경이기에 그 말에 충격을 받아서 영선을 바라본다.

 주먹이 꽉 쥐어지고 분노에 휩싸인 이 경이 영선의 멱살을 잡아채고 주먹을 쳐올린다. 영선은 희 치 때처럼 이 경의 눈을 도발하면서 올려보지 않았다. 그는 지쳐서 눈을 조용히 감고 순응했을 뿐이었다.

 영선이 자신의 얼굴에 통증이 없어서 눈을 떴을 때 그 앞에서 이 경은 말없이 울고 있었다. 이 경이 조용히 소리없이 눈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영선이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서 이 경을 바라보고 이 경이 달래주지 않는 영선을 빤히 바라본다. 이 경이 손이 스륵 풀렸다.

 영선이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찾는다. 이 경이 말없이 영선을 바라보면서 울었다. 영선이 그를 차마 보지 못하고 외면했다.

 이 경이 그 때 몸을 돌아서 뛰쳐 나갔다. 영선이 놀라서 그런 이 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경악하여 그를 쫒으려는 류 태감과 오 상환에게 이 경이 울부짖으면서 소리친다.

"따라오면 삼대를 쳐죽일 것이다!!!!"

 진심으로 하는 절절한 목소리였고 충심이 강해 평소라면 그를 쫒아갈 오 상환은 자식과 손자가 황자 문제와 얽혀있는 탓에 황망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영선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그를 황급히 쫒았다.

"이 경!!!!"

 황제의 이름을 부른 겁을 상실한 말에 류 태감과 오 상환이 경악해서 그를 바라보나 영선이 이 경의 상처받은 두 눈을 떠올리면서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젠장, 젠장.. 흔든 것은 너면서.. 항상 배신하는 것도 너면서.. 제기랄!! 뭘 잘했다고 그런 눈을 하고 울어..'

 그러나 이 경이 나간 곳이 밤거리 유흥가다. 충격에 빠진 이 경이 혼자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영선은 생각할 틈도 없이 이 경을 쫒았다. 아무리 이 경이 무인이라고 해도 영선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선이야말로 공황에 빠져서 이 경을 찾아 미친 사람처럼 헤맸다.

"이 경!! 이 경!! 이 경, 어딨어?!?!"

 이 경이 사람이 따라오지 않게 구석 골목에 숨어 벽에 기대서 헐떡였다. 이 경이 말없이 울면서 헐떡인다.

'이 말로 평생 당신이 원한다면 이 들판에서 당신을 위해 말을 타리라.'

 이 경이 울분하여 속으로 되뇌인다.

'거짓말!!'

 영선이 가끔씩 사랑에 빠진 눈으로 이 경을 본다면 이 경은 더할 나위없이 행복감을 느꼈다.

'폐하. 당신은 나를 정말 사랑합니까?'

 이 경이 충격에 빠져서 머리를 부여잡는다.

"죽일 거다. 죽여버릴 거다..."

 마음을 너무 줘버렸다. 영선이 웃는 것이 너무 예뻐서 그 생각만 했더니 돌아버렸고 미쳐버렸다. 이 경이 핏발 선 눈을 하며 이를 악문다. 영선이 건방지고 까불었더니 이제는 이 경에게 감히 그렇게 말을 하고 함부로 굴었다. 그 때문에 너무 아파 이 경은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널 죽여버릴 거다.."

 이 경은 갑자기 기분이 싸해지고 몸이 차가워져서 노기를 멈추고 시선을 떨구었다. 이 경이 울음마저 멈추고 영선의 노한 목소리를 상기한다. 더럽다고 말하며 지친 그 두 눈을 바라본다. 이 경이 갑자기 자신이 정말 더러워진듯한 착가에 주눅이 들어 가만히 골목에 앉는다. 침묵하면서 영선의 말에 온갖 생각을 한다.

 이 경에게 후궁과 관계하는 것은 대통과 관련된 일이였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영선이 더럽다고 하니까 이 경이 혼란스러워서 침묵한다.

'너 정말 날..?'

 이 경이 충격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운선에게 함부로 대한 것처럼 기녀들을 더럽게 여기던 이 경이라 영선이 그와 같이 본다 생각하니 더욱 더 모멸스럽고 충격적이었다.

 이 경이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영선이 길거리를 뛰어다니면서 헐떡였다.

"이 경아!!!"

 정말 어디로 갔는지 단숨에 영선이 뛰쳐나갔음에도 이 경은 보이지 않는다. 충격에 빠진 듯한 얼굴이 계속 생각나 영선은 혹시 이 경이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화가 나고 울분이 터져서 소리쳤다.

"이 경아!!!"

 영선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춤을 출게!! 내가 네 앞에서 춤을 출게!!"

 핏발 선 눈으로 소리친다.

"너를 위해서 춤을 출테니까 제발 나와!!"

 영선이 미칠 것 같은 심정에 옆에 있던 벽을 쾅 내리쳤다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미친듯이 골목을 뒤지던 영선이 헐떡이면서 벽을 짚었다.

"아, 이 경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던 영선이 문득 떨어진 무언가에 손을 벌벌 떨면서 그것을 주웠다.

"이 경아. 이.. 이 경아.."

 이 경이 항상 차고 다니던 주머니가 떨어져 있었다. 영선이 장정가를 새긴 장미 꽃잎을 말려 준 것을 이 경은 정말 좋아해서 한시도 떼어 놓지 않았다. 영선이 다급히 뒷골목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얼굴에 죄(罪)자를 새긴 사내가 이 경의 앞에서 어물쩍 대면서 그를 바라본다. 이 경이 지쳐서 대꾸도 못하고 사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가 그를 데려온 곳이 바로 불량배들의 은신처였고 사내는 이 경을 보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 경이 벽에 기대서 헐떡이고 있을 때 홍등가가 그의 안방인지라 그 보고를 받고 이 경을 찾아 다니던 사내가 마침내 이 경을 발견했다. 이 경이 지금 경황이 없어서 제정신이 아닌 것을 알아챈 사내가 망설이다가 결심하고 기녀를 이용한 것이다.

"세상에, 왜 이렇게 우셔요?"

 이 경이 퍼득 고개를 들어 여인을 보았고 청루에서 몸을 파는 여인임을 깨닫고 으르렁 거리면서 말을 했다.

"꺼져라."

 그러나 여인이 다가가서 이 경의 어깨를 붙잡고 걱정하여 말을 한다.

"잠시만요, 대인. 그저 방을 잡아서 쉬셔요."

 그 때 이 경이 코 끝을 찌르는 향기에 몸을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놀란 눈으으로 여인을 바라보면서 말을 한다.

"넌..."

 그리고 여인이 크게 소리쳤다.

"오라버니!! 여기에요!!"

 여인이 그제서야 주머니에 수면향이 묻은 수건을 넣어놓고 숨을 팍 내쉰다. 숨을 헐떡이던 여인이 이 경을 가르키자 건달패들이 우르르 뛰쳐 나와서 이 경을 바라보고 그 사이에서 걸어나오는 사내를 이 경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씹새끼가..'

 뭔가 저 얼굴을 보면 마음 깊이 열이 받는다. 이 경을 빤히 바라보던 사내가 볼을 긁적이면서 쓰러진 이 경의 얼굴을 살핀다.

"맞아."

"형님, 근데 정말입니까? 저 놈이.. 음인이라고요?"

"그래."

 사내가 조용히 말했다.

"가져다가 팔거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내는 조심스럽게 이 경을 살핀다. 울고 있다길래 놀랐었는데 이 경의 눈매가 분홍색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사내가 자신도 모르게 이 경의 눈매를 손으로 닦고 복잡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경이 눈을 감고 무방비하게 쓰러져 있었다. 이 경을 안아 들려고 손을 내민다. 이 경은 잠시 고민했다.

 이 경의 덩치에 제대로 정제한 수면향을 꼴아 박아도 모자랄 판국에.. 그 싸구려로 뭔가 될리가 없다. 사내가 말하는 것이 정말 같잖았지만 이 경은 무언가 골이 나고 마음이 복잡하여 지금 저 사내의 목을 부러트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무언가가 익숙한 얼굴에 이 경이 잠시 흔들린다.

"읏차."

 사내가 이 경을 안아둘고 중얼거렸다.

"무겁네."

 이 경이 속으로 화가 부글 끌어 그냥 저 사내의 목을 꺾어 버릴려던 순간에 사내가 조심스럽게 이 경의 눈매를 쓸어 내린다. 이 경이 움찔하여 몸을 떨었다. 어쩐지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이 경은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죽이려면 불량배들 따위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그리고 이 경은 지금 몸이 아니라 마음에 힘이 없었다.

 그래서 사내는 이 경을 어딘가 이상한 방에 데려가 앉히고 그 앞에 멀뚱히 앉아 있는 상태였다. 이 경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냐."

 사내가 이 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에 그 목소리를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사내가 말을 했다.

"아저씨 한참 찾아다녔어."

"왜."

"사창가에 판다는 것은 가오가 안 살아서 한 거짓말이고.."

 이 경이 이어진 말에 입가에 경련을 일었다.

"첩실로 삼을려고."

============================ 작품 후기 ============================

항상 생각하는 건데 영선이랑 이 경이랑 독자님들 지지도가 박빙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대체 누가 더 지지받을까 두근거립니다//

이 경이랑 영선이 중에서 누가 더 잘못한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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