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148)

00055 장상사 최심간(長相思 摧心肝) =========================

"미안하다."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영선은 덤덤하게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의 볼을 쓰다듬는 손길에 멍한 시선을 했다. 이 경은 그 날 바로 다음 날에 영선에게 왔고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했다. 그는 영선을 보면서 그 전과 다를 바없이 행동했다.  아니 그는 영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영선의 손을 꽉 잡고 이 경이 조용히 말했다. 이 경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영선은 말을 잃었다.

"너를 괴롭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아무렴 네가.. 나보다 더 괴로울까."

 이 경은 결국 자식이 있는 자신보다 아무리 남의 자식을 사랑해도 불임인 영선을 비교하곤 자신이 술에 취해서 못할 말을 한 것을 인정했다. 이 경은 순순히 사과하곤 영선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조심히 말했다.

"나는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

"폐하. 저는..."

 영선은 순간 갈등의 기로에 선다. 이 경에게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하여 고백하려 한다. 그러나 어젯자에 희 치의 굳은 입술이 떠오르고 울부짖으면서 목을 찌르려던 유 여가 떠오른다. 희 치의 그 감정을 알 수 없는 흑벽같은 두 눈이 떠오른다.

"그리고 황후랑 너랑 친우인 것을 숨긴 것은 아마 날 위한 것이겠지. 내가 널 안다. 어쨌든 넌 날.. 좋아하잖느냐. 그치?"

 이 경이 새까만 눈으로 영선을 바라본다. 영선은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려서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경이 씩 웃으면서 영선에게 손을 뻗었다. 영선이 순순히 이 경의 품에 안겼다.

"넌 한번도 내 앞에서 희 치의 편을 든 적이 없으니까. 내가 황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맞지?"

"폐하."

 영선은 이 경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말했다.

"황후 마마께서는 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벗입니다."

"그, 그러냐.."

 이 경이 실망해서 중얼거린다. 그리고 영선은 이 경의 가슴에 뺨을 대고 눈을 감았다. 예의를 던지고, 진심을 보였다.

"그 아이는 정말 슬픈 인생을 살았습니다. 나는 그 아이를 동정하고 불쌍하게 여겨서 고통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그렇기에 나에게 그는 오랜 벗이고 그에게 나는 없어서는 안될 은인이자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위험합니다."

 그 순간 영선의 어깨를 잡은 이 경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경이 영선이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을 알자 안도감을 느낀 것이고 격정을 느낀 것이다. 다른 의미였으나 그 둘은 희 치를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었고 이 경은 그에 처음으로 자신 안의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선이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폐하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 경은 대답하지 않고 영선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영선이 순순히 고개를 들고 아이같이 평온한 얼굴을 했다. 영선이 묘안석 같은 황갈안으로 그를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품이 너무 따뜻해서 벗어나기 싫습니다."

 이 경이 웃으면서 영선의 볼을 쓰다듬었다.

"평생 벗어나지 말거라."

 기분이 좋아진 이 경이 영선을 꼭 끌어안고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이 미아는 기분이 풀린 이 경의 축복과 희 치의 도움을 받아 길일에 유 자근의 집으로 하가(下嫁)했다. 나라의 유일한 공주의 혼인식은 거창했으며 화려했고 유 여는 *장평후(長平侯)라는 거창한 작위를 받고 이 경은 유씨 집안에 이백리의 땅과 부호들의 집을 밀어 새로 지은 성도에서 황성 다음으로 큰 집을 하사하여 아끼는 딸에 대한 마음을 표했다.

"꼭 내 딸을 사랑해주거라."

"예.. 폐하."

 희 치가 유 여에게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고 유 여는 희 치를 보면서 부들거리며 몸을 떨었으나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아가 희 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눈물을 참는다.

"황후 폐하. 정말 감사드려요. 귀비 마마. 저번에 함부로 말씀을 해서 죄송합니다."

 영선이 잠자코 그를 바라보고 이 미아가 눈물을 그렁거린다. 영선이 붉은 옷을 입고 붉은 화장을 한 이 미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본다. 이 미아는 붉은 베일 사이로 일렁이는 눈을 한채로 속삭였다.

"마마, 부황을 달래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도 죄송했습니다."

"마마."

 이 미아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말했다.

"부황께서 성격이 급하여 함부로 말을 하시거나 행동해도 한번은 용서해주세요. 부황께선.. 귀비 마마를 몹시 사랑하십니다."

 영선은 굳은 표정을 애써 풀려고 노력하면서 기어코 어색히 웃으며 말했다.

"알.. 겠습니다."

 그런 영선을 희 치가 한번 바라보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황성을 떠나는 화려한 붉은 가마를 잠자코 바라보던 영선이 다시 고개를 돌려 희 치와 그 옆에 서있는 이 경을 응시했다.

 화려한 황제의 대례복을 입은 이 경과 마찬가지로 대례복을 입은 희 치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쌍처럼 서있다.

 영선은 오싹한 기분이 들어 아랫 입술을 꾹 깨물 수 밖에 없었다.

********************************

 그날따라 유독 이 경이 몸이 좋지 않았다. 영선은 이 경이 시무룩하고 또 몸도 안좋은 것에 신경을 쓰곤 그에게 전복죽을 먹여주었다. 그러나 이 경은 영선의 섬세한 시중에도 풀이 죽어서 고개를 떨궜고 영선은 이상한 기색에 이 경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폐하?"

"...응."

 이 경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서 영선을 본다. 이제 살이 올라서 제법 뺨이 장미빛이고 피부에 윤이 돈다. 하얀 피부 위에 주홍색 머리카락이 틀어올려져서 토파즈로 장식된 흑관에 고정되어 있으니 영선의 외모가 화려하고 눈에 띄었다. 옷깃은 황금색 봉황이 있었고 그날따라 금사가 박힌 연황색 옷을 입어 유독 화사해보인다.

 이 경이 영선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길을 피했다. 영선이 이 경의 어깨를 잡아 눈을 응시하려 노력했다.

"왜 그러세요?"

 그리고 말을 하던 영선이 이 경이 땀이 흐르고 그곳에서 그의 마음 속 충동을 부채질하는 짙고 농축된 색향이 섞인 것을 눈치채고 탄식했다.

"희락기입니까."

 이 경이 입을 가리고 도리질을 해 전복죽을 물렸다. 영선이 그 마음을 이해해서 수저를 놓았고 이 경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음월전에 가기 싫다.."

 이 경은 후궁전에 아무때나 갈 수 있었으나 오직 단 두 경우만큼은 전통에 따라 황후와 함께 동침해야했는데 첫째는 보름이요, 둘째는 희락기이다. 그 전후에는 어떻게 다른 후궁들과 보낼 수 있더라도 특히나 가장 회임 확률이 높은 희락기 때에는 황후와 동침하는 것이 옳았다.

"...피임을 하고 있다."

 이 경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월전에 쳐박혀 있는데도 권력이 아직도 막강한 희 치이다. 병부에는 아직도 희 치의 말에 복종할 충실한 후배들이 많았고 궁궐 안에도 세력이 곳곳에 침투해 있다. 안그래도 위협되는 희 치가 사내아이라도 생산하면, 이 경은 참 그것을 상상할 수가 없어서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럼에도 난 황후가 싫다."

 항상 이 경은 희락기 때마다 우울해하고 슬퍼했다. 절대로 안에 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서 아이를 가질 일은 없다 하더라도 희 치의 손길이 닿고, 희 치에 의해서 쾌락에 다다르는 과정 모두가 역겹고 싫었다. 결국 저번 희락기 때는 이 경은 참지 못하고 만화궁으로 뛰쳐갔고 영선을 끌어안고 잠을 잤다. 이 경은 그 정중한 자태와 무심한 눈을 떠올리면서 어두운 낯을 했다.

 영선이 이 경의 손등 위에 손을 올리고 한참을 침묵한다.

 생각을 정리한 영선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참기 힘들다면..."

 잠시 생각하던 영선이 깊은 한숨을 쉬고 말한다.

"저를..."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영선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이 경이 표정을 구기면서 말했다.

"너에게 부담이 너무 크다. 나라고 하고 싶지 않은 줄 아느냐.. 다만 너에게로 돌아올 비난을 내가 알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

"견딜 수 있다."

 이 경이 조심스럽게 영선의 뺨을 쓰담는다. 영선이 마치 울 것만 같은 눈으로 이 경을 바라본다. 항상 톡톡 쏘는 영선 답지 않게 슬퍼보이는 얼굴이여서 이 경은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이리도 눈물이 많으냐. 너가 신귀비가 아니라 신귀비를 잡아먹은 요호(妖狐)로구나."

 영선이 그러자 웃으면서 이 경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그것을 들켰으니 이제 폐하도 잡아먹으려 합니다."

"음?"

 이 경이 영선의 기습적인 접문에 눈을 둥그렇게 뜨다가 이내 웃으면서 영선의 목에 팔을 두른다. 대낮에 충동적으로 시작된 정사에 계자와 류 태감이 머쓱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통제했다. 만화궁의 공기가 달궈지고 한참을 영선에게 위로받던 이 경이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어두어진 표정으로 음월전으로 바로 향한다.

 이 경의 목과 뺨, 가슴팍에는 영선이 새긴 흔적들이 가득했다. 이 경은 희 치가 그것을 보고 속이 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저 무거운 표정으로 음월전을 향했다.

 그리고 이 경이 음월전의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폭포수같이 길고 매끄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간단한 하얀색 소매가 긴 옷을 입은채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희 치가 있었다. 희 치는 몸을 숙이고 일어나지 않았고 예법에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황제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 경이 잠시 그것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희 치를 내려다보던 이 경이 거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이게 무슨 수작이지?"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이 경이 희 치를 본다. 단단히 결박된 희 치의 두 손과 하얀 천으로 가려진 눈을 보면서 그를 의심한다. 희 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입을 열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밤이 고통스러우시다면.."

"......"

"폐하께 맡기겠습니다."

 이 경이 그 말에 할 말을 잃는다. 희 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입을 다시 다물었다. 희 치는 공손하게 이 경에게 엎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포박하고 눈을 가렸단 말인가? 이 경이 그를 역겨워함을 알고? 지금 노비처럼 묶여서 이 경과 잠자리를 하겠다고 말을 하는 건가.

 이 경이 한낮 기녀들 조차 하지 않을 행위를 자처하는 희 치를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이 경이야 좋은 일이었지만 희 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리 행동하는 것인가. 이 경이 잠시 말을 잃고 희 치를 한참을 응시한다. 희 치는 흔들리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한참 후에 이 경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와라."

 침대 위에 희 치가 조심스럽게 눕는다. 이 경이 망설이다가 묶인 손을 침대 머리맡에 이미 묶여진 매듭에 연결한다. 아무리 희 치가 강인한 무장이라도 끊기 요원해보이는 단단한 쇠사슬이었고, 수갑이었다. 이 경이 잠시 그런 희 치를 바라보더니 그의 위에 올라탔다.

 희 치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이 경만이 그 위에서 몸을 풀고, 색향을 내고 헐떡거리면서 움직였다. 희 치는 정말 이 경의 명없이는 한치도 움직이지 않으려했고 이 경은 스스로 쾌락을 조절하면서 허리를 요분질을 하면서 희 치의 큰 물건이 주는 압박감을 견디려 노력했다.

"윽.. 큿...흐.."

 이 경의 눈매에 눈물이 맺힌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면서 희 치의 몸 위에 쓰려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침대에 손을 짚는다. 이 경이 충혈된 눈으로 희 치를 노려본다. 이 경의 색향이 매우 진하여 고통스러울 법도 한데 희 치는 침을 삼키거나 몸을 잠시 떨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 경이 복잡한 눈을 하면서 눈을 꾹 감고 주먹을 이불보가 뜯기도록 쥐면서 쾌락을 참았다.

"허억... 헉..."

 이 경이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주륵, 허벅지 사이를 타고 내려오는 음액이 희 치의 아랫배를 적시고 두 사람이 동시에 끈적하고 진한 정을 터트려 이 경의 허벅지와 희 치의 배꼽 아래를 더럽혔다. 이 경이 잠시 쾌락에 시야를 되찾으려고 눈을 감고 노력한다. 숨을 고른 이 경이 눈을 떴을 때 그의 아래에서는 엉망진창이 된 희 치가 숨을 가늘게 내쉬고 있었다.

 희 치는 신음도 참았다.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숨을 고르려 노력하고 단 하나의 신음도, 흥분도 내비치지 않는다. 분명히 꼿꼿하게 선 아랫도리는 희 치가 그의 색향에 영향을 안 받는 것이 아님을 보여줌에도 희 치는 이성을 잃지 않은채 그의 욕구를 참았다. 마치 그가 황후가 아닌 도구로 보일만큼, 확고하게 신음과 동요, 욕정을 죽인다.

 이 경은 그런 희 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희 치의 엉망이 된 하체와 쓸린 손목이 보인다. 목젖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왜?'

 이 경이 숨을 거칠게 내뱉으면서 생각한다.

'왜 이러지?'

 부담스럽다. 사실 생각해보면 희 치는 이런 식이었다. 이 경에게 항상 공손하고 그를 위했다. 그럼에도.. 이 경은 상념을 멈춘다. 이 경이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서 희치의 안대를 거칠게 풀었다.

 희 치의 감정을 알 수 없는, 독특하고 유려한 눈매 안의 흑벽(黑璧)과 마주한다.

 밤처럼 짙고 티끌 하나 없는.. 완벽(完璧).

'소양왕이 열다섯개의 성을 그래서 바치려했던가.'

 문득 이 경은 하나의 옥을 위해 성을 바치려 노력했던 옛 왕의 심정을 이제서야 이해할 것만 같았다. 평소에는 무슨 그런 것 따위에 영토를 바치냐고 꿍얼거렸던 이 경이지만 희 치의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고 흠없는 두 눈을 보고 진실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참을 희 치의 눈을 바라보던 이 경이 손에 있던 안대를 침대 아래로 던지고 그를 노려보았다. 희 치는 동요없이 그를 보았다.

 이 경은 희 치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희 치가 쓰라린 손목을 잠시 매만지고 천장을 응시한다. 이 경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희 치의 옆으로 향한다. 모로 누워 희 치를 등진 이 경이 이불을 덮고 몸을 웅크렸다.

"가셔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이 경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웅크린 등이 대답을 듣기에는 요원해보였다. 그에 희 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또한 입을 다물었다. 희 치가 묵묵히 국조(國鳥) 한쌍이 노니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주석 1. 도올에서 공후백자남 중에서 오직 후작위만이 쓰인다.

지난화 희 치에 대한 독자님의 해석에 공감하는 것이 사실 희 치는 한번도 본분을 어긴 적이 없죠. 고문 전에 희 치는 정말 반듯하고 영준한 인재였고 고지식하기까지한 바른사나이였고 고문 후에도 희 치는 한번도 충심, 의리, 우정을 저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희 치가 위현을 대할 때엔 사랑도 크지만 그 이상으로 충성을 다했고 희 치는 또 이 경에게 본심에서 나오는 충성심을 바치지는 않았지만 장군이 군주를, 황후가 황제를 대할 때의 본분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오랜 수하들도 챙겨주는 편이고 영선이에게도 그를 친구로 생각하고 그 의리를 어긴 적이 없었고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든지 영선 대신에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 희 치입니다.

 영선이 희 치와 친구인 것은 그가 그래도 정도를 지키고 근본은 선한 사람인 것을 알아서 교분한 것이죠. 다만 아무리 명령이여도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한 희 치를 이해하지 않고 '저 도른 새끼..'라고 생각하며, 그 악행에 속으로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명령이라도 사람을 꾸준히 폭행한게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니 너무나 정상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 영선으로선 희 치가 만약 거기서 더 나간 또라이였다면 친구는 커녕 그를 처단하려 노력했을 겁니다.

 다만 희 치의 잘못은 병부를 사병화시킨 것인데 이 것은 미묘한 것이 이 경이 북쪽에서 번국을 경계하던 희 치의 권력을 분할하기 위해서 중앙정부에서 정치군인들을 파견하여 희 치의 병권을 나눴습니다.. 전쟁 중인데 총사령관의 군권이 나뉘는 것은 사실 악수임에도 희 치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고 희 치는 이 경이 경계할 것을 감수하고 사실상 병권을 자신에게 몰아 넣읍니다. 겉으로는 절차엔 아무 문제도 없으나 실제로는 희 치에게 더 충성하는 군대를 만들었고 병부 요직에 있던 이 경의 신하들, 정치군인들은 실권을 잃어 크게 당황하구요. 그것을 이 경에게 고했으니 이 경의 입장에서는... 강북의 몇십만 군대가 한사람의 손에 달려 있으니..  더군다나 그 의도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