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2 장상사 최심간(長相思 摧心肝) =========================
침상 위에서 희 치가 무릎 위에 주먹을 올려놓고 허리를 핀채로 양반다리로 안아있다. 침상 아래에서 단정하지만 무언가 음침한 인상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도 요소의 처소가 궁인 중 제일이라 그 가구가 하급이 아니고 결이 부드럽고 향이 나며 비단 이불을 썼으나 기본적으로 궁인은 황성의 노비이기에 방이 좁고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음침했으며 희 치 한 사람이 들어간 방 안은 이미 여유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희 치의 체구가 커서 도 요소의 침상이 좁을 수 밖에 없었다. 희 치는 웅크리고 잠을 잤는데 도 요소가 연자안으로 빈 후궁의 처소에 가는 것이 어떻냐는 말에도 희 치는 격이 안맞는다는 말로 거절했다. 그런 것도 있었으나 사실 유사시를 대비한 것도 있었고 실제로 희 치는 지금 도 요소의 보고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희 치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내가 가마."
처음에는 고분하게 희 치의 말을 들어 탕약도 잘 먹고 심기는 불편해보여도 순순히 말을 따르던 이 경은 어느 순간부턴가 해독 탕약을 던지고 궁인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희 치가 이 경이 자신을 몹시 증오하는 것을 알아 잠자코 두고보려고 했더니 이 경은 밥도 굶으면서 이불에 콕 들어박혀 미동도 않고 있었다.
음월전의 문이 열린다. 희 치가 벽을 보면서 몸을 웅크린 이 경을 발견하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불로 몸을 돌돌 감싸고 인기척에 미동도 않는 이 경은 심기가 몹시 불편해보였는데 어쩐지 희 치는 그것이 이 경이 진심으로 화가 난다긴 보다 시위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희 치가 잠시 그것을 보다가 음월전의 내부를 둘러본다.
가구가 별로 없어도 깔끔하게 정리되었었는데 온갖 흠집이 나있고 찌그러진 가재들이며 뒤진 흔적까지 이 경의 그간 감금생활이 어땠는지 알만해 희 치는 피식 웃고야 말았다.
아무리 찾아봐야 희 치는 이 경에게 숨기는 것 따위 없었고 조정과는 연락을 끊은지 오래라 아무런 연락망도 없었다. 다만 황후로서의 일을 맡았을 때 장부 몇몇개가 있었는데 그 또한 이 경에게 보고한 일이었고 뒤로 하는 일은 영선이 해결해주었기에 희 치는 정말로 음월전에서 평화롭게 휴식하여 꾸미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이 경이 허탕만 쳤을 것이 뻔하여 희 치는 그것이 조금 즐겁기도 하고 이 고생을 하고 맥이 빠졌을 이 경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여 침대로 다가갔다.
이 경이 정말로 단단히 화가 났는지 기척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등을 보이고 있었다.
드륵.
의자를 끌고 그 앞에 놓은 희 치가 그 자리에 가만히 앉는다. 호흡이 거칠어 떨리던 몸이 잠잠해지고 한참 후에서야 이 경이 몸을 돌리고 눈치를 보다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희 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뭐, 뭐야!"
이 경이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와그작 구기고 소리친다.
"이 개자식이 나를 여기 쳐박아두고.."
희 치는 어떻게 이 경이 욕을 배웠는지에 대해서 참으로 궁금했다. 이어지는 화려한 욕의 향연에 희 치가 속으로 무척 감탄했다. 희 치도 들어본 적이 없는 풍부한 어휘들이 이 경의 입에서 나오니 이것이 황군을 이끌 당시 부사관이었던 오 상환에게서 배운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더니 입이 험하다, 황군들이 성정이 거친 것인가. 그저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희 치가 결국 자신에게 던져진 이불에 상념을 끝내고 이 경을 본다. 붉어진 얼굴에 지쳐서 씩씩거던 이 경이 주먹을 꼭 말아쥐고 침상을 퍽퍽 치고 있다.
희 치가 그 때 이 경의 손목을 잡아채서 당기고 이 경이 비틀거리면서 희 치쪽으로 넘어진다. 희 치가 다른쪽 팔뚝을 잡아 이 경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여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 상합니다."
이 경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이내 그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희 치가 문득 이 경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확인하고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희 치가 단단한 손으로 이 경의 턱을 잡아 돌린다. 반항하려던 이 경이 그 상식 외에 힘에 굴복하여 희 치와 눈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희 치가 빨게진 이 경의 눈가를 보면서 표정을 굳혔다. 이 경이 희 치의 수려한 얼굴을 몸을 파들 떨면서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고 말한다.
"널 죽일거다."
"백일을."
희 치가 문득 노여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이 경이 그 위압감에 몸을 움츠리고 자신도 모르게 희 치의 눈치를 살폈다. 희 치가 분노를 억누르면서 말했다.
"백일을 참지 못해서 이 난리입니까."
"......"
"한낱 백일을, 이 내가 죽어준다 하여도?"
이 경이 그 이글거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희 치의 손이 단단하게 이 경의 얼굴을 틀어쥐고 있어 그러지 못하고 이내 시선을 내리깔았다. 희 치가 막상 화를 내는 경우는 없었는데 처음으로 본 화가 난 희 치의 기세는 이 경조차 감당할 수 없을만큼 강렬했다.
주눅이 들어 시선을 피하는 이 경을 잠시 노려보던 희 치가 손에 힘을 푼다. 이 경이 바로 고개를 돌려서 희 치의 손에서 벗어나고 그에게서 멀어지려 침상 끝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거의 왼손에 달린 수갑의 사슬이 팽팽해질 때까지 기어들어간 이 경이 희 치를 등에 지고 다시 이불에 기어 들어가 몸을 말았다. 대화를 단절하려는 듯이 이 경은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 썼고 방 안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희 치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희락기가 곧 온다고 하였습니다."
"......"
"부담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원하시는대로 되도록 따르겠습니다."
이 경은 답이 없었고 희 치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걸이며 음월전을 빠져 나갔다. 이 경이 이불에 몸을 말고 코를 묻었다.
이 경은 한번 희 치의 경고를 듣고 난 후 순순히 탕약을 먹었다. 희 치가 목숨을 내놓는다니 이 경도 차마 어찌할 바가 없었고 희 치도 화가 나있었으니 이 경도 그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고분하게 말을 따랐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이 경이 머릿 속으로는 희 치가 자신을 위하는 것을 알고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감금당한 손목을 보면 분노해서 그를 미워했는데 그 때마다 가재들을 부수거나 발차기를 했다.
"그 천한 것이!!!"
그리고 이 경은 음월전의 문이 열리고 벼루가 문지방에 부딛힌 것에 자신이 다 놀라서 멍하게 그를 보았다. 발 끝에 깨진 벼루를 잠시 바라보던 희 치가 깨진 조각을 피해서 방을 들어온다. 이 경이 넋을 잃고 희 치를 바라보다가 침상으로 다가오는 것에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희 치는 그를 보지 않고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뒤적이다가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이 경이 찔려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주섬거리고 있을 때 희 치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건물 관련할 때 쓰는 황후 인장은 어디다 놨습니까?"
"몰라."
이 경이 그러나 한참을 이어지는 희 치의 시선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서졌어."
희 치가 순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 경이 희 치의 눈치를 보고 희 치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꾹꾹 눌렀다. 희 치가 고개를 들고 풀이 죽은 이 경을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각 어디 있습니까."
"...화병에 부서트려서 버렸어."
"왜 그러셨습니까."
이 경이 한참을 침묵하다가 툭 말을 내던졌다.
"무서워서."
희 치가 이 경을 잠시 응시하다가 서랍을 닫곤 화병에 꽂혀진 꽃들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발견하여 그 앞에 섰다. 이 경이 희 치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색을 삼키다가 이어지는 희 치의 말에 몸을 움찔했다.
"다시 만들면 됩니다."
희 치가 화병을 안고 방을 나섰다. 이 경이 다시 이불로 들어가서 몸을 말았다. 이 경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이 경이 다시 그를 본 것은 희락기 당일이었다. 이 경이 끙끙 앓면서 이불에 몸을 웅크리고 뺨을 비비고 있었다. 이 경이 눈을 꾹 감으면서 몸을 달달 떨며 이불을 손에 꽉 쥔다.
'개새끼, 개새끼..'
이 경이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있었다. 이 경은 다시 감정이 욱할 때쯤 이불에 코를 묻고 음월전이 원래 지녔던 향을 깊게 들이 마셨다. 이 경이 지내고 나서 음월전에는 그 청량하고 고아한 향이 가시고 있었다. 이 경이 유독 마음을 진정시키는 냄새가 배어묻은 이불에 얼굴을 비볐다.
희 치가 문을 열고 그것을 잠시 바라본다. 이 경이 움찔움찔 거리는 것을 발겨한 희 치가 침대로 다가가 이 경의 땀에 젖은 이마를 부드럽게 쓸었다.
"수갑도 있고 안대도 있습니다."
"...흐..."
이 경이 대답하지 않고 이불보를 쥔 손을 더 악쥔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희 치가 이 경의 이마를 다정하게 쓸곤 조용히 속삭였다.
"잠시만 참으면 됩니다. 이제 한달이면 이제 저와 억지로 함께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경이 그 말에도 응답하지 않고 덜덜 떤다. 침대보에 가려진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미 달콤한 도화향이 안을 가득했고 이 경의 몸이 꿈틀거리면서 간간히 헐떡이는 신음을 내고 있었다. 유독 이성을 잃어서 괴로워하는 이 경을 바라보던 희 치가 이 경의 손목에 있는 수갑을 뺀다.
"제가.."
이 경은 답이 없었고 가만히 무릎 위에 올려진 수갑과 안대를 바라보던 희 치가 그것을 옆에 탁상 위에 올려놓고 침상 위로 올라간다.
이 경의 어깨 옆에 손을 짚어 체중을 지탱하여 이 경의 등 위에 올라탄다. 이 경이 자신의 등을 쓰는 손길과 스치는 긴 머리카락의 감촉에 몸을 떨면서 더욱 웅크렸다.
생명줄이나 되는 듯이 이불을 꼭 잡는 것을 바라보던 희 치가 이 경을 뒤에서 끌어 안은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앞섶을 벌린다. 옷고름을 풀고 땀에 젖은 옷을 벗기고 이 경의 배를 감싸 들어서 달라붙은 옷을 벗겨 침상 아래로 던졌다.
등근육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던 희 치가 고개를 숙여 이 경의 맨목에 건조한 입술을 댔다. 이 경이 움찔거리고 고개를 더 숙여 이불보에 묻었다.
희 치가 이 경의 목을 스치듯이 뜨거운 입술로 누른다. 다른 손이 등의 움푹 파인 부분을 쓸고 엉덩이 골 아래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목을 스치는 입술이 벌려지고 낮고 울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불에 그렇게 몸을 말고 얼굴을 묻는 것은.."
이 경의 몸이 굳는 것을 느낀 희 치가 하얀 잇새로 붉은 혀를 살짝 내어 이 경의 어깨를 핥는다. 이 경이 파드득 떨고 엉덩이 근육이 조이는 것이 느껴졌다. 골 사이에 회음부를 만지작거리던 희 치가 눈을 뜨고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인의 향이 배어있기 때문입니까?"
이 경이 무언가 안도하여서 몸에 힘을 빼고 늘어트린다. 희 치가 그 이 경을 응시하면서 중지로 밀부 입구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입을 벌리고 뜨거운 숨을 내뱉던 이 경이 눈을 꾹 감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물들였다.
"그.. 래... 정, 정사를 못해서... 본능적으로..."
변명을 하려는 듯이 횡설수설 말하는 이 경의 옆얼굴이 빼꼼 보였다. 희 치가 등에 입술을 몇번 누르곤 중지로 밀부 주변을 꾸준히 문질렀다. 한참 후에 이 경은 바스락 거리는 소리 뒤에 희 치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넣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몸이 좀 안좋네용ㅠ.ㅠ 그래도 희 치가 그거.. 하는건 재밌어서 계속 쓰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도 몸 아프지 마시고 잘 드세여 밖에 일있어서 나갔다가 더워서 디지는줄ㅠㅠㅠ
앞으로 두편이면 장삼사 최심간 챕터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