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148)

00096 여위열기자용 (女爲悅己者容) =========================

 먹구름이 가득한 밤. 운무가 자욱하여 달빛은 새어나오지 않고 구름이 감옥 창살인듯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올듯 말듯 축축한 공기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다가 결국 하나 둘씩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우수수 비가 쏟아져 내린다. 영선은 흙탕물에 대나무로 만든 돗자리를 깔고 그 앞에서 희고 얇은 내의만을 입은채 앉아 있었다.

 석 형일이 겉옷을 벗어 그에게 덮어주려는 것을 영선이 손을 들어 말렸다. 석 형일이 한숨을 쉬면서 한발자국 물러섰다. 영선이 단호한 표정으로 무릎 위에 손을 대며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앉아 있다. 칼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을법한 무결한 자세로 곧게 정면을 응시한다.

 솨아아. 빗소리가 추적이고 비 비린내가 코 끝을 감싸고 있었다. 영선의 시야가 폭우에 흐려지고 귀가 암담해진다. 영선의 흰 옷이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영선이 고요한 눈을 하여 그 어딘가를 깊게 사유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이 경의 처소에서는 도화향이 달콤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뜨거운 공기가 시야를 어지럽혔고 창문 밖으로 비가 추적이고 있었고 캄캄한 밤하늘을 가로질러 빗소리가 거세가 들려왔다. 이 경이 몸을 덜덜 떨면서 앞으로 기어나가는 것을 채요가 둔부를 꽉 쥔채 이 경의 목덜미를 핥고 엉덩이 틈새를 매만졌다.

"흑, 윽, 아앗, 채, 채요!"

 부드러운 밀부를 열자 장미빛 겹겹이 주름에 휩싸인 밀부가 액을 똑똑 흘리는 것이 보인다. 덜덜 떨고 있는 이 경의 엉덩이 사이를 희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비벼 문지른다. 이 경이 아핫, 앗, 소리를 내면서 상체를 무너트렸다. 이불보를 꾹 참고 신음을 참으려고 노력하지만 잇새에 달콤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엉덩이가 움찔움찔 거리면서 강하게 압박하는 손에 도망치려는 것에 채요가 허리를 팔로 감고 엉덩이 사이를 장미빛 손톱으로 긁은다.

"힉!"

 이 경의 몸이 무너지는 것에 채요도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찾는다. 이 경이 한손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할 때 채요가 이 경의 등에 체중을 실고 이 경의 항문을 압박하여 문지르는 손을 더욱 더 뭉근하게 했다. 이 경이 울음을 참으면서 이불보를 꼭 쥐었다. 채요가 이 경의 목에 코 끝을 대고 냄새를 맡는다. 땀냄새에서는 독특한 체향이 섞여 있었다. 분홍색 혀를 뻗어 이 경의 땀을 핥았다. 이 경이 움찔하면서 피할려고 할 때에 채요가 붉은 살을 손톱으로 긁어 그 밀부 안에 푹 찔러 넣었다.

"그, 손, 손톱이.. 흐읏"

"손톱이?"

 다정스럽게 이 경에게 말을 하자 이 경이 침을 삼키면서 중얼거렸다.

".. 아, 아프다."

"아프시군요. 폐하."

 채요는 어린아이를 어루듯이 말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이 경의 내벽을 푹푹 질렀다. 이 경이 울먹거리면서 몸을 웅크리고 채요는 부드러운 가슴을 이 경의 등에 바짝 닿게 하면서 등근육 사이사이를 요염하게 핥아 내렸다.

 찔꺽이는 소리가 크게 났다. 엉덩이 사이로 젖은액이 흐르고 푹신하고 질척한 내부를 진탕 휘젓는 채요의 입에는 잔학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 경의 탄력있고 쫄깃하고 부드러운 내벽은 중독성이 있어서 빠져나가기 힘든 맛이 있었다. 채요는 한참을 이 경의 안을 손가락으로 희롱하면서 그 사타구니 사이에 삐져나온 음경을 주무르고 있었다.

 뻣뻣하게 선 채요의 음경이 꺼떡이고 있었다. 채요는 이 경에게서 몸을 떼고 얼굴을 침대에 박은 이 경의 바로 뒤에 무릎 꿇어있었다. 흡족하게 풀리고 액이 흐르는 밀부를 비비고 엉덩이를 힘껏 벌린다. 움찔거리는 구멍이 서서히 다물리고, 채요가 음경을 끝에 걸치고 이 경의 엉덩이를 손자국이 날 정도록 벌렸다.

"아아, 보고 싶어요."

 채요가 탄식을 하고 이 경이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침대에 바싹 밀착하는 이 경의 머리끝이 당겨져 왔다. 이 경이 정신이 없어서 그에 소리치지도 못하고 헐떡인다. 이 경의 머리채를 잡아 꽉 누른 채요가 다른 한손으로 이 경의 엉덩이를 꽉 쥐고 퍽 내리 찍는다.

 이 경의 입술이 벌어지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채요는 그의 뺨을 침대에 닿게 하여 누른 뒤에 이 경의 뺨을 작은 혀로 핥아 올렸다. 이 경이 눈을 크게 뜨고 어어, 소리를 내고 채요가 허리를 능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 두 눈에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기를 시작했다.

"허억, 억..."

"얼마나 이 매력적인 음인의 몸이십니까? 아아, 이 채요는 죽어도 좋습니다."

 황홀한 음성, 매력적인 여인의 달콤한 속삭임. 이 경이 무기력하게 엎드려서 채요의 물건을 받고 있다. 앞선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 경은 이미 지금 이 상황에 대응할 정신머리를 상실한 채였다. 이 경은 그저 쾌락에 헐떡이면서 채요의 물건을 받을 뿐이었다.

 오밀하게 씹는 구멍이 채요의 뿌리를 잘근거리면서 애무했다. 이 경의 그을린 색의 탄탄한 엉덩이에 하얀 손자국이 나고 콱콱 그의 안을 거칠게 박아대는 채요의 입에서 탄성이 흘렀다.

"폐하? 폐하?! 정말 좋습니다. 이 극상의 몸 안에 채요가 지금 들어왔습니다. 확인해보세요."

 한손으로는 이 경의 머리를 누른채로 다른 손을 뻗어 이 경의 손을 잡아 결합부로 향하게 한다. 떨리는 손으로 이 경이 쭉 늘어나는 결합부의 살들과 단단한 거근을 느끼고 움찔거렸다. 그런 이 경이 귀여워 채요가 손을 든다. 이 경의 입에서 비명이 흘렀다.

"하읏!"

 엉덩이를 찰싹 얻어맞은 이 경의 눈이 수치로 물든다. 아프지만 성욕이 죽을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매는 아니었다. 채요의 부드러운 손이 이 경의 단단한 엉덩이에 발간 자국이 남도록 손곤장을 때리고 이 경은 적당한 세기의 그 자극에 몸을 떨고야 말았다. 채요가 몸을 더듬어 이 경의 하물을 꽉 쥐었다. 이 경이 파득 떨면서 우우 소리를 내면서 몸을 웅크린다. 솔직한 이 경의 반응에 채요가 만족하여 이 경의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풀고 가슴팍을 더듬어 유두를 비틀었다.

"하앙?!"

 이 경이 놀라서 내벽을 꾹 조이자 채요가 이 경의 하물을 꽉꽉 쥐곤 다른 손으로는 갈색 질긴 유두를 연신 꼬집으면서 요사한 미소를 지었다. 이 경이 민감한 부분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바르작 몸을 떨다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채요, 채요... 아프, 핫, 아으, 아프닷! 흐앗!"

 채요가 능란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채요의 헝크러진 머리 사이로 언뜻 보이는 아름다운 고양이 상의 얼굴은 땀이 범벅되어 있었다. 붉은 입술에 호선이 그려지고 채요의 커다라고 풍만한 두 가슴이 요분질을 칠때마다 크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흐아아앙!"

 결국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내뱉으면서 울음을 터뜨린 이 경의 어깨를 꽉 깨문다. 잘 이가 들어가지도 않는 것을 꽉꽉 물고 채요는 이 경의 두툼하고 큰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허리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허윽...헉..."

"하앙, 아아.. 폐핫, 안타깝습니다. 너무, 너무 좋은데.. 표현을 못하겠어요.. 하응..."

 채요가 유륜 근처 살을 짓이기듯이 강하게 문지를 때 이 경의 입에서 흐느낌이 흘렀다. 채요와 이 경의 접합부에서는 질퍽이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액이 튀기고 있었다. 이 경이 힉힉 거리면서 몸을 마는 것에 채요가 이 경의 허리르 꽉 잡고 강하게 누르면서 교성을 질렀다.

"폐하, 아아, 내 귀여운 폐하!!"

 이 경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채요가 이 경의 허리를 끌어 안고 등에 얼굴을 비볐다. 침대에 엎어진 이 경이 잠시 침을 삼키며 눈을 감고 격정에 떨었다. 강한 쾌락이 이 경을 녹게 만들었다. 뜨거운 내벽 아주 깊은 곳에 씨가 뿌려지고 미끌거리는 정이 이 경의 뱃 속을 꽉 채워내고 있었다. 이 경이 잠시 떨 무렵에 채요가 이 경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아 이 경의 발목을 잡고 그를 올린다. 이 경이 비틀거리면서 몸이 뒤집히고 무기력하게 다리를 벌려 이 경이 채요와 정면을 보고 마주했다.

 이 경이 흐트러진 채요의 몸을 보고 움찔한다. 머리가 흐트러지고 하얀 살결 위에 분홍 홍조를 띈채로 땀범벅이된 채요는 입을 벌리면서 타액을 흘리고 있었고 달콤하고 뜨거운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다. 이 경은 내벽을 다시 조이며 움찔거리다가 문득 창 밖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

"상환! 영선을 일어나게 해! 학?!"

"나의 음인이시여!"

 그제서야 비가 몹시 많이 내리는 것을 알아챘다. 이 경이 몸이 약한 영선을 일으키려는 명을 내리다가 갑자기 움직이는 채요에 신음을 흘린다. 채요는 이성을 잃어서 이 경의 어깨를 내려잡고 허리를 움직이면서 귀청을 찌르는 날카롭고 달뜬 목소리를 내었다. 이 경이 진탕된 내벽에 신음을 흘리면서 눈가에 눈물을 매달았다.

"힉, 익.."

 이 경이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조이는 것을 채요가 다급하게 그것을 잡아 벌린다. 이 경이 머뭇거리다가도 안을 찌르는 꼿꼿한 옥경에 져서 허벅지를 벌려 밀부를 노출시켰다. 채요가 잘했다는 듯이 이 경의 유두를 살짝 꼬집고 이 경이 쾌락 섞인 고통에 파르르 떨었다.

 채요가 이 경의 몸에 달라붙어서 가슴에 뺨을 비볐다. 이 경이 움찔거리고 채요가 곧 입술을 더듬어가면서 젖을 찾아 그 부드럽고 여린살을 깨물었다. 이 경이 몸을 파득 떨자 채요가 젖을 쭉쭉 빨면서 더운 숨을 내뱉었다.

"하악... 맛, 맛있어요."

"채요야.. 흐으.. 거긴, 거긴 안돼.."

 이 경이 흐느끼면서 손을 허우적거리면서도 채요는 허리를 거칠게 움직이면서 이 경의 가슴을 더듬고 주무르면서 꼭지를 혀로 굴렀다. 흐느끼는 이 경의 소리에 채요가 드디어 붉은 입 안에서 꼭지를 쪽 빼어내고 이 경의 입술 위에 접문한다.

 우읍, 소리를 내는 이 경의 축축하고 뜨거운 입 안을 실컷 맛본 채요가 입을 떼고 부드러운 두 젖무덤에 이 경의 얼굴을 묻게 한다. 이 경의 축축한 입술에 붉은색 유실을 문지르면서 채요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속삭인다.

"폐하도 맛보아주세요. 채요의 젖을 물어주세요."

 이 경이 멈칫하다가 몸을 떨면서 천천히 입을 열자 채요가 반강제적으로 그 안에 살무덤을 집어 넣는다. 이 경이 숨이 막혀서 콜록이면서도 흐릿한 시야 속에서 정신없이 입 안에 들어온 살을 빨았다. 채요가 허리를 튕기며 교성을 질렀다.

"아아! 나의 폐하.. 사랑스러운 내 음인.."

 채요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 경에게 연신 살덩어리를 꿰뚫는다. 이 경의 입 안의 살을 굴리고 유실을 물고 다른 유방에 뺨을 문질러지면서 눈물을 한방울 주륵 흘렸다.

 채요가 이 경의 위에서 거침없이 움직이면서 끝날 것 같지 않을만치 긴 신음을 미친듯이 내질렀다.

"폐하, 폐하!"

***********************

 솨아아.

 비가 미친듯이 내리고 있었다. 지독한 빗방울이 시야를 가려 어둠과 함께 그 밤 안에 모든 사물을 감추고 있었다. 영선은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있었고 그저 미동 않고 있었다. 그리고 석 형일이 그 옆에 묵묵히 시립하여 있었다.

 철퍽이면서 질척이는 흙탕물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인형의 그림자가 영선을 덮었다. 그러나 영선은 기척에도 몸을 돌리지 않고 그저 죽은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뺨이 창백하고 얼굴이 몹시 차가웠다. 잠시 망설이던 오 상환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가 오니 일어서시라는 폐하의 명이십니다."

 그에도 아랑곳않고 침묵하여 앉아있는 영선의 모습이 낯설다. 오 상환이 당황하여서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할 때 영선이 입을 떼고 조용히 말을 한다.

"폐하께서는 무얼 하고 계시냐?"

 상환이 당황하여 침묵한다. 그리고 영선이 의심하기 전에 상환이 재빨리 변명하여 말했다.

"침수에 드셨으나 마음이 싱숭하시여..."

 그리고 영선이 고개를 돌려 굳은 표정으로 상환을 바라보았을 때 상환은 눈치 빠른 영선이 바로 거짓을 눈치챘음을 알아채고 이를 악물었다. 상환이 다급히 손을 뻗고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영선이 자리를 박차고 빠르게 비 사이를 달렸다.

"마마! 마마!!!"

 상환이 경악하여 영선을 따라간다. 영선은 그러나 미친듯이 비사이를 달려 영선이 머무르는 전각에 멈추어섰다. 류 태감이 당황하여 말릴려고 할 때 영선이 들리는 신음에 광인처럼 웃음을 흘린다. 억눌린 신음소리가 창문 사이로 흘러 들어 영선의 귓가에 울릴 때 영선은 웃으면서 문을 밀쳐 그 안으로 들어갔다.

"흑, 흐억..."

"하아.. 폐하, 폐하!"

 나신으로 달라붙은 두 남녀. 숨을 죽이면서 채요의 하물을 받으면서, 몇번을 받았는지 엉망진창이 된 접합부에 거품이 난 정액을 흘리면서 헐떡인다. 이 경이 초점이 흐릿한 시야에 쾌락에 들떠서 이불보를 잡고 힉, 소리를 냈다. 이 경은 짐승과도 같았다. 영선이 그것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쾌락에 미쳐 채요의 음부에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비비는 이 경을 보면서 헛웃는다.

"추... 춥다..."

"헉, 허억..."

"무슨....?!"

 이 경이 찬바람이 드는 것에 짜증을 내다가 청년을 발견한다.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로, 툭 치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종이인형같이 넋이 없는 그 몰골을 바라본다. 이 경이 믿기지 않아서 순간 눈을 크게 뜨다가 이윽고 어억, 소리를 내면서 몸을 비틀면서 채요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다. 그 때 채요가 안간힘을 쓰며 이 경의 허리를 잡고 깊게 그를 박는다. 이 경이 앞으로 기울여져 철퍽 넘어졌다. 침대에 두 손을 짚으면서 이 경이 울부짖었다.

"안, 안돼... 안돼... 하, 하지마!!"

"폐핫! 아아아!"

 이 경이 눈물을 주륵 흘리면서 몸을 떤다. 채요가 믿기지 않을 힘으로 이 경을 잡고 있었고 이 경이 공황에 빠져서 얼굴을 가리면서 몸을 웅크렸다.

"보지마, 보지마... 영선아... 영, 영선... 보지마! 아아아아!"

 이 경이 몸을 떤다. 꺼떡이는 성기에서 팟, 하고 정이 튕기고 이 경이 자신의 치부를 두 손으로 가리면서 흐느꼈다.

"보지마.. 보지마.. 제발..."

 영선이 그를 차분하게 응시한다. 이 경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채요가 하악 거리면서 뜨거운 숨을 내뱉다가 천천히 음경을 그의 내부에서 빼낸다. 영선의 시야에 벌름거리는 내부에서 점차 타고 흐르는 하얗고 끈적한 정들과, 진탕이 된 입구의 살이 삐죽 나온 것이 똑똑히 보인다. 이 경이 충격에 빠져서 덜덜 떨고 있었다. 믿기지 않은 듯이 영선을 멍하게 바라보던 이 경이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당기려고 애썼으나 두터운 솜이불은 채요의 체중에 눌려서 움직이지 않는다. 서서히 정신을 차린 이 경이 왈칵 울음을 터뜨리면서 이불을 당기려 안간힘을 썼으나 곧 솜이불이 북 찢어지고야 만다.

 이 경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영선을 바라본다. 영선이 평온한 얼굴로 이 경을 보고 있었다. 평소와도 같이 잔잔한 얼굴로 그를 응시한다. 그러나 이 경은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되뇌인다.

"영선아... 영선아?"

 영선이 호박색 묘안석을 닮은 두 눈에 은은한 빛을 담으며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속눈썹을 깜빡인다. 지극히도 아름다운 미성이었다. 고고하여 미풍이 부는 차분한 목소리였다.

"*사랑은 의심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영선은 두 손을 모아 오른쪽 손등 위에 왼손을 올렸다. 영선은 아픈 사람처럼 창백한 낯을 하여 웃었다.

"*우리 사랑의 꽃봉오리는 여름날 바람에 마냥 부풀었다가, 다음날 만날 때 예쁘게 꽃피었지요."

 불안하여 이 경이 바라보는 틈에 영선이 아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져버리겠지."

 이 경은 창백한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드디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하얗고 고매한 달이 차갑게 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먹색 구름과 그 사이로 찌르는 청아한 달빛을 등에 지고 영선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영선이 아픈 미소를 지었을 때 이 경은 그것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채 홀린듯 그를 응시했다. 영선은 곧 죽을 사람처럼 웃고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바위처럼 단호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매가 휘어지고 입가에 실바람같은 미소가 달렸을 때 이 경은 차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영선이 눈을 감았다. 눈 앞에 아프고도 더러운 광경을 잊고 아름다웠던 추억만을 상기하려 노력하면서 영선은 천천히 과거를 더듬어 이 경과의 추억을 생각했다.

'이게 우리의 끝인가.'

 영선이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아슬한 미소가 입가에 감돌고 눈을 뜬 영선이 이 경을 청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멍하게 그를 올려다보는 이 경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선이 조용히 속삭였다.

"수사 없는 말로 말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작품 후기 ============================

주석 1. 로마신화 中 에로스가 프시케에게 한 말.

주석 2. 셰익스피어 中

저를 욕하지 마시고 이 경이를 욕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1챕터 후반에서 이 구간을 구상할 때는 이 경이가 방 안에서 영선을 무릎꿇게 하고 그 가운데에서 떡떡을 하는 더 개썅의 스토리였으나 중간에 희야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조금 완화되었지요.

여러분 잘 참으셨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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