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화 (99/148)

00099 여위열기자용 (女爲悅己者容) =========================

"이 새끼 돼지 구이를 드셔보셔요. 사람 젖을 먹여 키워 살살 녹는 답니다."

 강 채요의 구불거리는 흑발 위로 홍옥과 진주를 덧댄 황금색 나비비녀가 파르르 떨리고 있다. 새치름한 눈매의 화려한 모란 같은 여인은 이 경의 팔에 허리가 둘러진채로 이 경에게 아양을 떨면서 그에게 안주를 먹여주고 있었다. 풍만한 유방을 이 경의 단단한 팔뚝에 비비면서 채요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 경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폐하, 술을 흘리셨나이다."

 붉은색 촉금 비단을 입은 죄자를 뺨에 새긴 사내, 아정 또한 머리를 홍옥 여러개를 늘어트린 동곳을 꽂은 관을 착용하여 그 처음 입궁하던 때와는 다르게 귀티를 풍기고 있었다. 아정은 명문가의 자제인마냥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다정하게 이 경의 입술에 묻은 술을 닦아주곤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침상에 앉은 둘과 다르게 영 가도의 대접은 달랐는데 이 경이 앉은 길다란 침상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 자신의 무릎 위에 이 경의 발을 올리고 그 굳은살이 막힌 발을 어루어만지고 향유로 민대고 있었다. 영 가도는 이렇게나마 이 경의 부름을 받은 것에 안도했으나 강 채요와 고 아정이 이곳에 있는 것을 속으로 무척 불만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 경이 잠시 영 가도를 힐끗 보다가 영선에게 말한다.

"채요가 눈을 멀었지."

 부드럽게 구불거리는 흑발을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채요가 홍조를 띄며 이 경의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에 머리를 비비고 이 경이 중얼거렸다.

"흉수는 모르지만 잔인하게도 절간장에 당하였다. 절간장은 아무리 원한이 있더라도 쓰면 안되는 잔인한 독이야."

 이 경은 그 말을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영선을 바라보앗고 영선은 손을 매만지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를 잠시 노려보던 이 경이 채요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면서 말을 한다.

"채요는 눈은 멀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민감한 귀를 가져서 음률에도 뛰어나게 되었다. 그 말을 들으니 네가 떠오르더구나."

 채요가 이 경의 팔에 장미빛 손톱이 도드라지는 섬섬옥수를 올려놓고 배싯 웃었다.

"어찌 제가 비파로 이름을 날리던 신귀비 마마께 비견하겠나이까."

"아니다. 너도 참 들어보니 재주가 좋더구나."

 귀여운듯 채요의 뺨을 톡톡 치고 방긋 웃던 이 경이 영선을 바라본다. 영선은 창백한 얼굴을 한채 손을 배꼽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부드러운 손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귀신 같이 창백한 낯에 입술이 가지런히 다물리고 있다. 항상 부드럽고 분홍빛이 돌았던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그 눈가가 서늘했다. 이 경이 잠시 그를 굳은 눈으로 보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심운화에게 네가 춤을 가르쳤다고 하지 않느냐?"

 영선의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다. 드디어 움찔거린 영선이 천천히 시선을 이 경에게 향한다. 이 경이 차갑게 그를 응시한다. 아정이 그 둘의 분위기를 읽고 그가 짐작 못할 비사가 있음을 눈치채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아 이런 거 싫은데.'

 아정이 이미 영선의 편이고 영선이 아무리 총애를 잃었더라 하더라도 그는 본 것이 있으니 감히 영선의 실각을 짐작하지 못한다. 아정이 눈가를 찌부리며 말을 가렸다. 이 경이 오랜만에 아정을 불려서 이곳에 앉혔으니 심기가 불편한 이 경에게 아양을 떨고 애교를 부려서 기분을 맞춰주었으나 영선을 부르는 것에 딱 알아챘다. 신귀비의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작정을 한 것인데 아정은 차마 황제의 뜻에 따라 신귀비를 모욕할 수가 없는게 신귀비의 저 더러운 성격에 어찌보면 상관에 가까운데 그의 위치를 무시할 수 없던 것이다.

 이건 황제가 그들 셋을 이용해 먹으려는 것인데 아정은 눈치가 빨라 후환을 두려워하였다. 아정이 입을 조개처럼 꾹 다물며 황제의 시중을 들지 말을 하려 하지 않았으나 나머지 둘은 요사하게 웃으면서 이 경에게 맞장구를 쳤다.

"세상에 그 강남제일기녀 말씀입니까?"

"그래. 그녀가 이 아이에게 사사받았다는 구나."

"심운화라니."

 채요가 잠시 고민하다가 애교섞인 목소리를 하며 이 경의 팔에 매달린다.

"심운화가 예쁜지요? 첩이 예쁩니까?"

 이 경이 웃으면서 채요의 도톰한 입술을 깨물었다.

"꺅!"

"당연히 우리 채요가 예쁘지!"

 영선이 턱을 한번 치켜 올리고 호갑투를 낀 손가락을 웅크린다. 침을 삼킨 영선이 이 경이 채요의 치마 자락에 손을 넣고 고운 붉은 비단 사이 하얀색 곧게 뻗은 다리를 매만지는 것을 말없이 바라본다. 영 가도가 그에 미간을 찌부리더니 재빨리 말한다.

"물 위에 발끝을 스치는 듯한 춤이 그렇게 예쁘다는데 그런 재주를 숨기셨데요?"

"응? 그러게 말이다. 나도 본 적이 없다."

"참으로 궁금하군요."

 영 가도의 말에 채요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이예요. 정말로 춤을 쳐주신다면 제가 기꺼이 비파를 켤텐데."

 영선이 묵묵히 그들이 하는 말을 듣는다. 이 경이 그에 잠시 영선을 노려보다가 말을 한다.

"저 아이는 콧대가 높아서 춤을 추지 않으려 할거다."

 그에 영선이 침을 삼켰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이 경의 아미가 꿈틀거린다.

 탕!

 순간 열이 받은 이 경이 소리내어 술잔을 탁자 위에 내려 놓는다. 아정과 채요, 가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 심기가 불편한 기색을 여감없이 드러내는 이 경이 버럭 소리 질렀다.

"봐라! 짐이 뭐라고 했냐!"

 그에 몸을 벌벌 떨던 가도가 영선을 바라보면서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마마, 신귀비 마마. 보십시오. 황상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영선은 귓가가 멍멍하고 머리가 지끈거려 지금 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꿈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눈을 꾹 감은 채로 뜨지 않는다. 가도가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윽고 더욱 더 사악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마마께서는 그렇게 폐하의 사랑을 받아놓고 그런 사소한 부탁마저 못 들어주십니까? 참 정이 없으시군요."

"빨리 폐하께 사죄를 드리시고 춤을 추겠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비파를 켜드릴게요."

 이 경이 화난 눈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채요와 가도가 부채질을 하는 상황에서 무언의 압력을 느끼는 아정이 머뭇거리다가 침을 삼키고 짤막하게 말했다.

"노여움을 피하시지요."

 육중한 침묵이 자리한다. 잠자코, 잠자코 그 자리에서 멀거니 서있던 영선이 눈을 떴다. 눈을 말없이 깜박이던 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경이 그 모습에 차가운 웃음을 흘리면서 노여움을 흘리려고 할 때 채요가 다급히 이 경의 팔에 매달려 조른다.

"폐하, 해어막려를 켜도 될까요?"

 이 경이 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영선이 옷을 갈아입게다고 하여 나가고 채요가 비파를 받아 조율을 했다. 이 경이 말없이 독하디 독한 술을 들이키면서 그를 기다린다.

'춤이라.'

 심운화의 일이 벌써 몇년 전이지? 이 년이 되었나. 이 경은 분기가 풀어져 멍하게 그 때를 생각한다. 이 경과 영선은 심운화 때문에 대판 싸웠고 드잡이질을 하면서 파국에 이르를 뻔 했다. 결국 이 경이 굽히고 들어가 다시 화해를 했으나 그 후에도 몇번이고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여 이 지경에 이르렸다. 이 경이 헛웃었다. 다른 후궁이라면 대거리를 하기는 커녕 몇번이고 죽였을 텐데, 죽였을 텐데. 이 경이 묵묵히 잔을 내려 놓는다 그럴 수가 없었다.

"시작할게요."

 애교 넘치는 채요의 음성.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나온 영선은 그 끝이 진하게 푸르고 위로 올라갈 수록 연한 하늘색인 옷을 입고 비취로 만든 봉황이 올려진 화려한 관을 머리 위에 쓰고 있다. 대례에 쓸 만큼 화려한 은잠과 떨잠으로 장식된 관은 보보할 때마다 그 봉황의 날개깃이 떨리고 있었다. 이 경이 영선을 바라본다. 채요가 뜸을 들이더니 손가락을 움직인다.

 유려한 음색이 흘러 나온다. 채요는 이 경의 말처럼 그 비파 재주가 뛰어나고 음색이 처량했다. 해어막려가 사랑을 부르는 노래이나 근심을 다루는 것이라 처연하게 처지는 음이다. 영선이 가볍게 발걸음을 떼서 허리를 꺾고 몸을 기울였다.

"말 잘 듣는 꽃이 수백송이 있다면 내 마음을 아는 이는 해어화 너뿐이구나."

 채요의 입술이 열리고 꺾임이 부드럽고 청아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 경이 영선의 소매가 흐날리는 것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물이 흐르듯이 구름을 타는 듯이 유려하게 움직이는 발끝과 몸은 아슬하게 균형이 흔들릴듯 말듯 하면서 위태로웠고 낭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꽃을 꺾은 아가씨. 근심을 거두고 나에게 오세요. 내가 바로 아가씨의 낭군이요."

 영선의 눈매가 어른거렸다. 가라앉은 두 눈에 이 경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해사한 빛의 소매가 흔들리자면 영선은 느릿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처연한 동작을 펼치고 있었다. 가도도 순간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정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말 잘 듣는 꽃이 수천송이 있다면 내 신발을 지어줄 이는 해어화 너뿐이구나."

 영선이 빙글 돌아 쓰러질 것처럼 허리를 꺾을 때 이 경의 몸이 움찔 거렸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소매가 휘날리고 몸이 쉴새없이 빙그레 돈다. 이 경이 정신을 차렸을 때 강 채요가 비파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고 영선이 숨을 헐떡이며 서있고 있었다. 이 경이 멍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을 한다.

"어."

 이 경이 더듬거리면서 말을 한다. 술에 취해 목소리가 꼬이고 있었다.

"좋구나."

 이 경이 그리고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말을 한다.

"그런데 네 체력이 약해서 두번 시키지는 못하겠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 가도가 모르는 체 중얼거린다.

"태가 예쁘긴 한데 역시 기녀 스승답게 천박한 티가 나네."

 영선이 그를 이용해 먹은 것에 아직도 앙심을 품은 영 가도다. 그의 중얼거림에 이 경의 입매가 순간 딱딱하게 굳어진다. 채요가 조심스럽게 이 경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는다. 영선이 덜그러니 그 한가운데 서서 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마에 송글 맺힌 땀을 보던 이 경이 말없이 술잔을 매만진다. 채요가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

"제 연주가 어떠셨나요?"

 이 경이 한참 후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뛰어나다."

 그리고 이 경은 일그러진 얼굴을 하며 말을 덧붙혔다.

"하지만 영선의 연주는... 들어볼만 하지."

 채요가 그에 입을 꼭 다물고 이 경이 말없이 술을 입에 털어 넣는다. 말이 없는 영선을 바라보지 않고 탁상을 잡은채 이 경이 술에 맛이 간 쉰 목소리로 말한다.

"비파 넘겨줘봐라."

 채요가 그에 궁인에게 순순히 비파를 넘겨주고 궁인이 그것을 받아서 창백한 얼굴로 서있는 영선에게 가져다 준다. 그것을 강제로 껴안게 된 영선이 비파를 꾹 쥔채로 이 경을 바라본다. 이 경이 영선을 노려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한번 켜보아라."

 영선은 답이 없었고 이 경은 짧고 날카롭게 웃었다.

"그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면 네가 신귀비가 아니지!"

 이 경은 그리고 손짓을 하여 환관을 불러 말했다.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얼굴을 하며 이 경이 소리친다.

"신귀비가 비파를 켤 때까지 흑불립(黑不立)을 마시게 하라!"

 환관 하나가 은쟁반 위에 금으로 된 술잔을 들고 조르르 달려가 영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공손히 그를 올린다. 영선이 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 경의 노성에 손을 뻗어서 술잔을 들었다. 술을 좋아하는 영선조차 냄새에 학을 뗄 만큼 독한 술이었다. 그를 한모금 마시는 순간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 이 경보다 술이 강한 영선이 잔에서 입술을 떼고 쟁반 위에 올려놓을 때 이 경이 눈짓을 하고 다시 다른 환관이 쟁반 위에 술잔을 놓아 공손히 올린다.

 영선이 손을 뻗어 술잔을 잡는다. 이 경 또한 채요가 주는 술을 따르는 대로 목구멍에 퍼붓고 있었다. 이 경이 얼굴을 일그러 트린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가고 영선이 비틀거리고 옆에 있는 궁인의 어깨를 잡아 신형을 무너트린다. 붉어진 영선의 입에서 숨이 거칠게 토해지고 있었다. 참다 못한 아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경의 앞에서 무릎 꿇었다.

"폐하 귀비께서 위험하십니다!"

 이 경이 잔을 던지면서 노성을 터뜨렸다.

 창!!

"그럼 그 고집을 꺾으면 되지!"

 자신의 옆에 구르는 옥잔을 잠시 바라보던 영선이 그제서야 처음으로 입을 열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자를..."

 떨리는 목소리에는 괴로움이 섞여 있었다. 타는 듯한 목과 숨을 쉬기 힘든 중압감에 영선은 연신 헐떡이고 있었다. 이 경이 고개를 끄덕이고 영선이 비파를 끌어안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다.

 아정이 주먹을 말고 그것을 보았다. 영선이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비파를 다시 조율하면서 손에 호갑투를 벗는다. 오른손 검지에 낀 호갑투를 제외하고 굳은살이 박힌 손을 드러낸 영선이 다리를 꼬고 그 위에 비파를 올려놓고 자세를 교정했다.

 숨을 멈춘다. 호흡을 고르던 영선이 손으로 비파 줄을 퉁겼다.

 스르릉.

 처음은 맑고 청명하고 깊었다. 끝으로 갈 수록 떨림이 온화하고 여인이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났으니 유려하게 손을 움직이던 영선이 이윽고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채요가 감탄하면서 중얼거렸다.

"춘강화월야."

 정취를 노래하는 음악은 겨울에 있음에도 따뜻함을 수반하고 있었다.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영선의 표정이 온화했다. 음의 끝이 길게 떨리면 그 음을 시작하는 또 다른 음률이 덮었다. 소리가 겹쳐서 울림이 깊은 소리가 난다. 영선이 사랑하는 여인을 쓰다듬는 것처럼 다정하게 비파를 어루 만졌다. 이 경이 순간 그 비파에 질투가 치밀어 오르는 자신을 깨닫고 표정이 굳어진다. 영선이 뺨에 비파를 문대고 눈을 교교하게 떴다.

 음이 떨리고 창창한 소리가 난다. 영선이 눈을 내리깔고 있으니 나비날개 같이 숱이 많은 주홍색 눈꺼풀이 살랑거렸다. 화려한 기교가 빠르게 스친다.

 이 경이 숨을 멈추고 있었다. 영선이 손을 멈췄을 때 이 경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탁.

 이 경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라."

"예?"

"나가!!"

 이 경이 버럭 소리 지르자 눈치를 보던 채요와 가도, 아정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채요가 슬그머니 이 경의 품에서 빠져 나가고 가도가 재빨리 문 밖으로 향한다. 아정이 머뭇거리며 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 경은 충혈된 눈으로 영선을 노려보고 영선은 꼰 다리 위에 비파를 가지런히 올려 놓고 있었다.

 아정이 결국에 마지막으로 나간다. 문이 탁 닫혔다.

 궁인들마저 빠져 나간 방에서 이 경이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영선에게 달려든다. 영선의 머리에 꽂아진 화려한 관이 떨어진다. 의자 위에서 떨어진 영선의 몸이 고통에 파르르 떨렸다. 이 경이 이성을 잃고 영선이 품에 안은 비파를 저리 내팽겨치고 영선의 위에 올라 탄다.

 혈색이 안좋아 병자처럼 아슬한 태를 한 영선의 얼굴을 응시하고 탄식하곤 영선에게 입술을 맞췄다.

"영선아, 영선아."

 이 경이 영선의 옷자락을 꾹 잡곤 팔을 잡고 단단히 짓누른다. 억센 손길에 힘을 자제못한채 강하게 영선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 경이 헐떡거리더니 영선의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혀로 핥는다. 숨결에서부터 진한 독주의 냄새가 짙게 섞여 있다. 이 경이 눈을 질끈 감고 웅얼거리면서 말한다.

"이제 그만하자."

 이 경이 영선의 옷을 잡고 바로 거칠게 벌린다. 달같이 창백하고 교교히 빛나는 피부 위는 가슴께에 길게 그어진 상처를 제외하고는 매끄럽고 달걀 같이 우아했다. 이 경이 그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 살을 핥곤 순흔을 남긴다. 이 경이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다른 손으로 영선의 허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이 경이 충혈된 눈을 한채 말을 했다.

"그만하자. 우리. 다 잊자."

 이 경의 다른 손이 영선의 아랫도리로 흘러가 성기를 꽉 잡아챈다. 비틀거리는 영선이 그제서야 이 경의 가슴팍을 강하게 밀치면서 저항한다. 영선이 손으로 이 경의 손을 잡아 떨치는 것에 처음엔 그를 강제로 누르려던 이 경이 거세게 이어지는 저항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든 이 경이 영선의 뺨을 힘껏 내리친다. 두껍고 큰 손이 하얀

 피부를 무자비하게 휘갈겼다. 철썩이는 소리와 함께 영선의 얼굴이 반대쪽으로 돌아가고 이 경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네가 감히!!"

 그 순간 거짓말처럼 영선의 몸이 굳었다. 이 경이 으르렁거리며 영선의 어깨를 잡아서 바닥에 꽉 누른다. 이 경이 노기를 드러내며 영선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울분을 터뜨린다.

"대체 내가 뭐 어쩌라고!!!"

 이 경이 영선의 어깨에 손톱이 박힐만큼 강하게 그를 쥐어 잡는다.

"네가, 네가 매번 짐에게 이렇게 대해?!"

 이 경이 그를 노려보는 붉어진 눈에 습기를 더한다. 이를 악물면서 떠는 이 경이 다시 영선의 어깨를 잡아 거칠게 흔들었다.

"넌 후궁이다! 내가 너를 아끼고! 사랑하고! 또 마음을 주어도 넌 후궁이야! 내 마음에 따라서 네 모든 것이 결정되는 거지!! 그 반대가 아니야!!"

 영선의 뺨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경이 영선의 턱을 잡아 시선을 고정시킨다. 눈물이 흐르는 눈이 황갈색 눈과 마주했다.

"그러니까 넌 내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하는 거다."

 이 경이 입술을 깨물고 몸을 떨다가 몸을 기울인다. 영선의 입 안에서는 피맛이 났다. 이 경이 그 안에 혀를 집어 넣고 비린맛이 나는 영선의 입 안을 휘젓는다. 영선이 눈을 꾹 감고 미약하게 몸을 떤다. 이 경이 영선의 입 안을 황홀한 표정을 하면서 맛본다. 영선의 어깨를 잡고 꾹 누른 이 경이 이내 헐떡이면서 영선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띠를 풀고 이 경이 바지를 내린다. 이 경이 곧 참지 못하고 영선의 바지를 잡아 내리고 음경을 꽉 잡아챈다. 잠시 거칠게 숨을 내쉬던 이 경이 이윽고 눈을 감고 영선의 입술을 탐했다. 손목을 꽉 쥔채로 영선의 매끄러운 피부에 거친 입술을 문대면서 내려오던 이 경이 영선의 사타구니를 쓰다듬으면서 영선의 턱을 핥아 올렸다. 미끈하고 우아한 목을 핥던 이 경이 엉덩이 사이를 벌리고 밀부를 벌리고 문지른다.

 헉헉 거리던 이 경의 눈이 붉어지고 초점이 사라진다. 이성을 잃은 사내의 숨결에 짙은 주향이 풍겼다. 이 경이 옷고름을 떨리는 손을 풀려 하지만 몇번이고 미끄러져 결국 찢듯이 제 옷을 벗긴 뒤에 탄탄한 상체를 드러낸다. 영선이 반항을 하지 않자 이 경이 그의 손목을 결박한 힘을 풀은 채 가슴을 들이밀었다.

"영선아, 영선아."

 홀린 듯이 중얼거리며 이 경이 영선의 손을 잡고 제 가슴팍 사이에 문지른다. 영선의 손을 가슴에 대면서 문지른다. 이 경이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 만져봐라. 응? 너, 너 좋아하는 거."

 이 경이 다급하게 말을 하면서 축축히 젖은 엉덩이 틈새를 만지작거린다. 이 경의 몸이 가끔씩 움찔 거리면서 파득 떨렸다. 풀린 두 눈을 한채로 영선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면서 피부에 코를 대고 체취를 맡는다. 이 경이 꼬인 목소리로 여함없이 중얼거렸다.

"영선아."

 이 경이 손을 빼고 음액이 젖은 손으로 바로 영선의 턱을 꽉 잡는다. 볼을 잡아 두 입술을 강제로 벌려 그 사이에 혀를 넣고 거칠게 입 안을 휘저었다. 볼 안살을 빨면서 이 경이 영선의 성기에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요분질을 한다. 휘어진 눈꼬리에 눈물이 뚝뚝 흘리고 있었다.

"영선아. 나, 나 좀 봐라."

 이 경이 영선의 혀를 아그작 깨문다. 피가 곧 이 경의 입안 가득 감돌았다. 이 경이 영선을 까만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숨결을 불어 넣곤 아득한 한숨을 쉬었다. 머릿 속에 자극이 심하다. 이 경이 흠뻑 젖은 아랫도리를 비비다가 꼿꼿하게 세워진 성기 위에 바로 쭉 내려앉았다. 이 경의 허벅지가 부풀어 오르고 엉덩이가 쬐여진다. 이 경의 이가 악물리고 두 눈이 붉어졌다.

"아윽..."

 이 경이 잠시 몸을 퍼득이다가 눈물을 또독 흘리면서 영선의 어깨에 매달렸다. 이 경이 달뜬 숨을 내쉬면서 허리를 움직인다.

"영선아, 영선아..."

 음액으로 젖은 수풀에 엉덩이를 부비면서 이 경이 신음을 흘리면서 눈을 꾹 감았다. 순간 비참함이 이 경의 안을 잠식한다. 이 경이 애써 설움을 참고 영선의 몸을 더듬고 목에 얼굴을 꾹 묻었다.

"영선아, 나 미워하지 마라.."

 이 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눈을 꾹 감고 이 경이 영선의 도자기같은 피부에 입술을 눌렀다. 헉헉 거리면서 뭉근하게 움직이던 이 경이 거칠게 아래 위로 움직인다. 커다란 성기가 꺼떡이고 이 경이 영선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을 비비면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달달한 향이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도화향이 코끝을 스치고 있었다. 영선의 얼굴이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붉게 달궈진 눈매에 눈물이 주륵 주륵 흐른다. 철퍽이는 소리가 나고 이 경이 다리를 벌리고 음경을 잡고 더듬고 학, 소리를 낸다. 짐승처럼 몸을 움직인 이 경이 이윽고 온 근육을 조이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아!"

 이 경이 다리를 쭉 뻗고 비틀거리면서 영선의 품에 엎어진다. 끈적한 정액이 파득 뛰어 영선의 얼굴까지 튀기고 있었다. 양이 많은 끈적하고 비린 액체가 영선의 가슴팍과 코 끝에 묻어 났다. 영선의 몸을 간신히 잡아챈 이 경이 주홍색 머리카락을 손에 꾹 잡고 헐떡거리다가 도리질을 친다. 이 경이 울음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영선아, 영선아.. 너가.. 나는..."

 이 경이 꺽꺽 거리다가 이윽고 눈에 광기를 스치며 영선의 입술을 물어 뜯었다. 이 경이 애가 타는 몸짓으로 영선의 입술을 한참을 탐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슬하게 걸쳐진 상의가 치부를 가리지만 허벅지를 타고 끈적한 하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이 경이 영선의 팔을 잡고 그를 강제로 일으킨다. 비틀거리면서 영선이 이 경에게 끌려가 침대 위로 거칠게 내팽겨쳐졌다.

 이 경이 침대위로 올라가 휘장을 친다. 휘장 밖 그림자가 또다시 겹쳐지고 신음이 한참동안 태양전 문 새로 흘러 나왔다.

============================ 작품 후기 ============================

1. 뒤에 노블 추가한건 분량은 조금 있다 올릴게요.

2, 이 장면을 쓸 때까지 수조만번은 고민한듯... 삭제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씁니다.. 퓨...

3. 강간은 흉악범죄! 데이트 폭력도 중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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