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1 여위열기자용 (女爲悅己者容) =========================
대진국에서 색색의 형형한 장미들을 모았다. 이 경은 정말로 미친듯이 장미로 모았고 아름다운 색, 향이 남다른 장미, 독특한 가지를 가진 장미를 모아 한곳에 모았다. 신하들을 닥달하여 장미를 진상하게 한 이 경은 그것을 온실에 간절한 마음으로 한데 모으고 있었다. 이 경이 바람에 팔랑이는 붉은빛 하늘한 꽃잎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장미를 툭 건드린 이 경이 떨어지는 꽃잎에 화들짝 놀라서 손을 움츠린다.
"영선이가 좋아할까?"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이 경에게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오 상환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좋아하지는 않아도 놀라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신귀비는 그것에 감동받을 사람이 아니다. 독한 사람이라 생각하던 오 상환과 류 태감은 곧 이 경이 벌인 짓에 경악하고야 말았다. 궁 한켠을 아예 헐어서 온실을 만든 이 경은 그 안을 마치 바다와 같이 물결치는 장미로 가득 채웠다. 저 넓은 곳이 하나같이 장미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장미향이 그득 그득 온실 안을 매우자 항상 이 경에게서 흘렀단 달콤한 냄새가 지워지고 있었다.
보자마자 사람을 압도하는 그 장미원은 상상을 초월한 규모라 처음에 회의감을 느꼈던 그 둘도 반신반의한 마음을 품고야 말았다. 아무리 칼과 같은 신귀비라도 저것에는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다시 사랑이 불타오르지 않을까.
이 경은 영선을 보지 않았다. 장미원이 중축할 때 어느 날 무심코 마주쳤던 신귀비가 눈물나도록 반가워 손을 잡았다가 더러운 것을 떨쳐내듯이 손이 떨궈진 이후론 신귀비를 만나려 들지 않은 것이다. 그 당시에 자신도 얼떨결에 행동한 것이라 당황하여 바라보는 영선의 모습은 이 경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고 이 경은 멍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겁을 먹곤 주춤이면서 그에게서 도망치고야 말았었다.
이 경은 장미원에 매달리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거의 다 완성된 장미원을 둘러본다. 이 경이 조용히, 속삭이듯이 되뇌인다.
"짐이 이토록 어리석다."
이 경이 말없이 화려하여 형형색색의 색을 발휘하는 꽃들을 바라본다. 그 과거를 상념하던 이 경이 죄책감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불안감이 이내 그를 엄습했다. 이 경이 고개를 흔들면서 불길한 상상을 떨친다.
"그 아이가 분명 좋아하겠지. 아니.."
그렇게 이 경은 그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영선이 장미원을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이 경의 마음을 다시 받아줬으면 하는 소망. 이 경이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쥔다.
어느새 장미원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영선이 류 태감이 관저궁을 방문하자 무언가를 예측하고 발걸음을 내딛였다. 그 단호하고 틈없던 영선의 얼굴도 어느 순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얀색 간편한 문사복을 입고 머리를 돌돌 말아 천으로 감싸고 끈으로 조인 간단한 옷차림을 한 영선은 무척이나 밝고 경쾌한 청년같아 보였다. 헐렁한 옷을 입은 영선은 몸이 가려져 제법 사내처럼 보였다. 류 태감이 무심코 말했다.
"신귀비 마마께서는 그 옷이 참으로 어울리시군요."
류 태감이 말하고도 실수를 눈치채고 창백한 낯을 하여 머리를 조아렸다. 특히나 날이 안좋아 류 태감이 진심을 담아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마마!"
영선이 빙글 몸을 돌더니 가볍게 웃는다. 류 태감이 요근래 굳어 있던 신귀비의 얼굴만 보았다가 어안이 벙벙해서 그를 보았다. 영선이 작게 말했다.
"어울리면 어울린거죠. 고마워요."
뜻밖에 존대에 류 태감이 황급히 말했다.
"마마, 말씀을 놓으세요!"
그리고 영선은 말없이 류 태감을 따라갈 뿐이었다.
궁 깊숙히 장미원에 도달했을 때 영선은 맥없이 손을 늘어트리고야 말았다. 가볍게 여흥을 즐기듯이 입가에 띄어졌던 미소는 온데 간데 없이 영선은 멍하게 온실의 안을 바라보았다.
류 태감이 슬쩍 웃으면서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영선이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넋을 잃고 화려한, 웅장한 장미들이 바람이 물결칠 때마다 진한 향기를 품는 것에 매료되어 그를 보고 있었다. 영선은 그 이상으로 이 경의 불안함을 느끼고 동요하고 있었다. 영선이 두려워서, 그 이 세상에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던 영선이 두려움에 젖어서 보보하기 힘들어 한다.
한참을 망설이던 영선이 결국 발을 내딛였다.
"영선아."
힘을 뺀 목소리가 들렸다. 영선이 그에 시선을 때지 못한다. 장미들이 화려하게 있었고, 붉은 꽃잎이 흔들리면서 파도를 탈 때 그 한가운데 뒷짐을 진 사내가 힘없이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경이다. 영선이 자신도 모르고 홀린 듯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 바로 앞에 선 영선이 이 경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크게 떠진 호박안을 보던 이 경이 머뭇거리다가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 경이 말을 고르다가 입 밖으로 내뱉었다.
"영오가 조금만 더 크면 퇴위를 할까?"
영선이 심장이 내려앉아 눈을 크게 뜨고 이 경을 보았다. 영선의 각색의 빛이 흐르는 묘안이 일렁이고 있었다. 호수와도 같은 두 눈을 응시하면서 이 경이 용기를 내어 말을 내뱉었다.
"같이 별궁에서 지낼래?"
영선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이 경을 바라본다. 이 경이 잠시 입을 다물고 몸을 떨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간절하게 말했다.
"같이 살까? 우리가 죽어서 무덤에 같이 들어갈 때까지?"
영선은 그런 이 경을 커다랗게 뜬 눈에 담고 있었다. 우물과도 같이 일렁이는 맑은 눈은 물기를 매달고 그러나 기대감을 가진 사내의 얼굴을 반사하고 있었다. 영선의 눈 표면이 일렁거렸다. 투명한 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장미가 떨어졌다. 이 경의 몸이 비틀거렸다. 참지 못하고 영선이 그 때 이 경을 꽉 끌어안고 품에 가두어 옥죄고 있었다. 영선의 몸이 파들 떨리고 있었고 필사적으로 이 경을 끌어 안아 그가 고통을 느낄 정도록 그를 품에 죄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면서 영선이 이를 악물고 이 경의 허리를 더욱 더 세게 끌어 안았다.
이 경이 멍하게 있다가 곧 눈을 감았다. 격정이 그를 스쳐 몸이 떨리고 있었다. 눈물을 참고 또 참아서 몸을 파르르 떤 이 경이 펴진 손을 영선에게 차마 대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한다. 이 경이 고민하다가 등에 용기를 내어 손을 대려던 때였다.
영선이 흐느끼면서 조용히 속삭인다.
"미안해요."
이 경의 귀를 꾹 입술로 누르면서 영선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내가 다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 경."
경이 울음을 참고 영선의 등을 껴안았다. 간절하게 영선의 옷자락을 잡고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영선이 이 경에게 뺨을 부비면서 애타는 탄식을 흘렸다.
"나는 믿음을 주지 못했고 그리고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이 경이 그에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꿰뚫는 벼락같은 충격에 굳어진다. 영선이 이 경을 꽉 끌어안아 조용하고 아득한 목소리로 되뇌인다.
"아주 많이 사랑했습니다. 정말 내 모든 것을 바쳐도 될 만큼."
"안돼."
이 경이 굳어진 목소리로 말을 한다. 바로 영선의 가슴을 밀치고 이 경이 그를 무서운 얼굴로 노려본다.
"말하지마."
눈물을 처연하게 흘리면서 영선이 입을 달싹인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내 안에 자리잡아서 결국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지."
이 경이 동요하여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담고 이를 악물면서 말을 으깨어 말한다.
"말하지말라고!"
큰 손을 들어 영선의 입을 막으려고 손을 뻗는다. 영선이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고 손을 휘둘러 이 경의 손길을 막는다. 필사적으로 영선의 입을 막으려던 이 경이 충혈된 눈을 부릅 뜨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결국 입을 막지 못해 손을 떨군 이 경이 영선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울었다.
"말하지마, 말하지마. 영선아."
영선이 힘없이 웃었다. 바람결에 비산하는 장미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까진가봅니다."
이 경이 넋을 잃고 영선을 바라본다. 믿기지 않은 말을 들어, 차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벌벌 떨면서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영선을 본다. 손등으로 눈가를 가리고 잠시 숨을 고르던 영선의 입매가 파르르 떨린다. 표정이 가려져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경이 새파랗게 질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안, 안돼.."
이 경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말아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떤다. 이 경이 정말 병자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다가 허망하게 말한다.
"이러지마라."
이 경이 힘없이 말한다.
"제발."
영선이 손등을 떼고 달아오른 눈매를 보인다. 영선 또한 감정에 헐떡이고 있엇다. 영선이 이 경을 바라본다. 울음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영선이 한참을 이 경을 눈에 담고 그 아득한 시선에 감정을 담는다. 이 경이 자신의 얼굴을 새기듯이 아릿하게 바라보는 영선의 두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이윽고 날카롭게 웃었다.
"네가 나를 벗어나?"
그 때 이 경의 마음 한켠에 찬물이 뿌려지고 이 경의 몸에 불이 붙었다. 이 경이 원하던 불꽃이 아닌 격렬한 그것이 이 경의 안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발자국 발을 내딛으며 이 경이 증오를 담아 곰씹는다.
"네가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나를 떠나? 나를 버린다고?"
믿기지 않는 듯이 중얼거리는 이 경이 이내 높고 첨예히 짧게 웃는다. 곧 고개를 숙인 이 경이 눈매에 웃음을 담고 영선을 본다. 영선이 슬픈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이 경의 눈 안에 분노가 일렁인다. 파란 귀화가 이 경의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분노가 터지고야 말았다. 이 경이 영선의 어깨를 바로 잡아채서 그를 격렬히 흔든다. 이 경이 미친사람처럼 눈에 불꽃을 튀기면서 창노한 음성을 냈다.
"네가 나를 떠나겠다고?!?!"
맥없이 흔들거리는 영선을 노려보며 이 경이 미친듯이 소리친다. 원망을 담아 노려보며 이 경이 악다구니를 쓰면서 말했다.
"너가, 너가, 나를 떠날 수는 없어!! 차라리 너를 죽여서 시체를 곁에 두는 한이 있어도 넌 짐에게서 못 벗어난다."
끝에 가서는 이 경의 목소리가 침착해진다. 어느새 차분한 눈을 한 이 경이 손을 뗀다. 뚝, 무언가가 끊기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이 경의 표정이 음울해지고 눈이 깊게 침잠하고 잇었다. 영선이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잡고 이 경이 정신을 차리고 고저없이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는 짐에게서 못 벗어난다. 너는 죽어서도 짐의 곁을 벗어나지 못해. 짐의 황릉에 너를 묻을 것이다. 너는 사후에서도 짐과 함께하고 넌 짐의 아내가 될 것이다. 우린 언제나 부부일거고 너는 짐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영선이 눈을 꾹 감는다. 한줄기 눈물이 떨어질 때 그것을 바라본 이 경의 눈이 순간 일렁거리며 연약한 빛을 일렁거렸다. 그러나 이윽고 단단한 갑옷으로 연약한 내벽을 두른 이 경이 차갑게 조소한다. 그는 주먹을 쥐고 강렬한 집착과 애욕이 서린 눈으로 영선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오 상환!!! 들어와라!!!!"
이 경의 부름에 황급히 뛰어온 오 상환이 부복하고 이 경이 충혈된 눈으로 영선을 노려보면서 감정을 짓이기며 말했다.
"관저궁의 모든 식솔들을 감옥에 가둬라!"
"예?"
놀라서 반문하는 오 상환이 이어지는 이 경의 호령에 아차하여 고개를 푹 숙인다.
"말을 두번하게 하지 마라!!"
"복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상환이 그 식솔의 범주에 귀비가 들어가는 것을 상기하고 창백한 낯으로 땀을 흘린다. 고개를 살짝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상환에게 차갑게 웃으면서 응대한 이 경이 단단히 못박는다.
"신귀비 또한 마찬가지다."
영선이 담담하게 이 경을 바라본다. 이 경이 그 금방이라도 황궁의 담벽 밖을 훨훨 날아갈 것만 같은 초연한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입술을 짓이겼다. 이 경이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시선을 떼지 못하여 그를 강렬하게 바라본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서 이 경은 병사들이 신귀비의 양팔을 잡고 끌고 가는 것을 분노 섞인 눈물을 흘리면서도 외면하지 못했다. 비틀거리면서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영선이 고개를 돌려 이 경을 바라보았다. 황옥의 아름다운 두 눈이 느릿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 경이 눈을 꾹 감고 몸을 격정에 떨고 있었다. 주먹을 꾹 쥔채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던 이 경이 그 자리에서 휘청거리면서 쓰러졌다. 수만송이의 장미가 그득한 가운데 그에 엎어진 이 경에게 류 태감과 궁인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다급히 달려갔다.
============================ 작품 후기 ============================
가담항설 정말 좋은 웹툰입니다. 거기서 감명 깊었던 대사가 백매가 한 말 中 상황이 진심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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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얘네 커플 사년째.
3. 내일까지는 싸우고 내일 모레에 화해할 예정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