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2 여위열기자용 (女爲悅己者容) =========================
지체 높은 신분으로 감옥에 갇히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감옥에 갇히더라도 구색은 갖춘 독방에 감금하는 것이 원칙이였으나 영선은 비틀거리면서 우악스러운 병사들의 손에 지하로 끌려 갔다. 병사들이 쇠창살 안에 그를 던지고 문을 잠근다. 창문이 없어 곧 칠흑같은 어둠이 그의 시야를 잠식했다. 영선이 몸서리치게 차가운 바닥을 더듬곤 벽을 찾아 그 구석에 웅크려 앉았다.
다른 이들도 곧 감옥에 오겠지. 영선과 같은 곳에 놓지는 않을 것이다. 영선이 멍하게 생각한다. 혹여라도 고신을 할까. 영선이 불안감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신랄하게 웃었다.
설마 이 경이 여기까지 폭주할 줄이야!
내보내주지 않을 것은 알았다. 그러나 이 경이 반드시 자신을 원하고자, 결국 감옥으로 그를 보냈다. 계자도, 석 형일도, 그리고 다른 관저궁의 궁인들도 감옥에 보냈다. 영선은 깊고 넓은 호수 위에 얼음장이 옅게 얼어붙어 가는 장면을 떠올렸다. 영선이 가슴이 찌를듯이 아파서 손을 떨었다. 이 경이 분노하여 영선을 노려보고 있었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영선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서리를 친다. 영선은 그러나 곧 도리질을 치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아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영선이 손을 더듬어 벽을 만진다. 손톱으로 벽을 끼긱 긁어서 획 일자를 그었다.
끼기긱.
획 일자 아래에 선을 긋는다. 창문은 없으나 어딘가에서 초겨울의 칼바람이 새고 있었다. 차가운 지하에서 영선의 뼈마디를 시리게 만드는 추위가 들어닥쳤다. 오한이 들었다. 영선이 눈을 꾹 감았다.
끼이익.
바를 정자가 만들어진다. 영선이 헐떡거렸다. 그저께 거친 보리밥과 조촐한 장아찌 몇개가 들어오곤 식사가 들어오지 않았다. 영선이 그를 어금니로 짓이겨가면서 한톨의 쌀알도 남기지 못하고 삼켰으나 곧 추위가 들이닥치자 허기가 다시 들었다. 영선이 헛웃으면서 감옥의 벽을 필사적으로 긁으면서 손톱을 꺾는다. 고통이 잠을 가시게 만들었다.
'*삼순구식(三巡九食)이라!'
이 경이 이토록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영선은 말없이 눈을 꾹 감았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영선은 그저 가슴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덩치만 큰 나의 어린애가 이토록 결과가 쓰라릴 참혹할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 영선은 크게 절망하여 소리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괴로워할 이 경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허기는 금새 사라졌다. 곧 괴로운 것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영선은 곧 자신이 고문을 받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신체적으로 형벌은 가하지 않았으나 영선이 쪽잠을 잘 때 간수가 문을 열어 요강을 가져가고 식사를 내어왔다. 그러하니 영선은 시간의 압박과 외로움에 물들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를 갈망할 수 밖에 없었다. 빛이 없기에 영선은 감옥 속에서 시간을 세는 것에 집중했다. 대략 식사를 내오는 것에 오차를 계산하였으나 시간 감각을 어지르려 할 수도 있기에 영선은 속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영선은 미칠 것같은 상황 속에서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영선이 잠자코 감옥에 앉아서 시퍼런 눈을 빛낸다. 그리고 바를 정자가 세개가 만들어질 무렵이었다. 병사들이 문을 벌컥 열고 영선의 팔을 들고 질질 끌고 나가려고 했다. 영선이 몸을 비틀면서 굶은 사람답지 않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친다.
"내 발로 가겠다!!"
움푹 들어간 두 눈에는 귀화가 서리고 있었다. 살거죽이 뼈에 달라 붙어 있었으나 영선의 기세는 더욱 더 형형하고 불꽃이 튀기고 있었다. 순간 기가 죽은 병사 둘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모욕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귀비의 일이 그 사년간 육궁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원래라면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갔을 것을 병사 하나가 횃불을 들고 앞을 걷고 다른 하나가 영선의 뒤에서 걸어 그를 감시한다.
휘이잉. 겨울 바람이 귀신이 곡을 하는 소리같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낸다. 감옥 바닥이 걸음을 딛을 때마다 끽, 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벅이며 걸어가던 영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병사가 한참을 걸어 구불이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영선의 귓가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왜, 내가 왜.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고 살려달라고 비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아득한 곳에서 들려온 것이었으나 동시에 처절하고 비탄스러운 것이었다. 영선의 눈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 애원의 목소리는 끊기고 어느 순간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예민한 영선의 귓바퀴에 감돈다. 영선이 참담함에 눈을 꾹 감았다. 몸이 어느새 떨려오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영선의 몸이 움찔거렸다.
영선이 이를 악물지만 잇새에 끓어오르는 격정을 참지 못했다.
"으음."
영선이 침음성을 낸다. 병사가 뭐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영선에게 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귀비께서는 잘 보시기 바랍니다."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가린다. 그리고 곧 비명이 귀를 찌를듯이 울렸다.
"아아아아악!!!"
영선이 참담함에 정면을 바라본다. 오직 정면만이 길이었고 그에게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를 악물고 영선이 보보했다. 횃불을 들고 있던 병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시옵소서! 황명입니다! 어기시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몸을 떨던 영선이 이를 악물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치익, 거리면서 인두가 사람의 몸을 지진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난다. 충혈된 눈으로 영선이 그것을 자신의 눈 안에 단단히 담았다. 귀신처럼 일그러진 얼굴에 사내가 미친듯이 비명을 지른다. 침이 튀기고 피가 튀겼다. 코끝에서는 누런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배뇨를 조절하지 못해 역한 냄새가 풍긴다. 영선이 그를 노려보자 병사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왼쪽도 보시옵소서."
눈물을 흘리는 여성이 비명을 마구 지르고 있었다. 몸부림을 치는 여인의 사지가 꺾여 있고 우악스러운 사내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유리조각 위에 그녀를 앉히고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고막을 찌르는 비명이 울린다. 흉하게 발버둥을 치는 여인의 아래로 피가 비산하고 있었다. 영선이 눈을 꾹 감고 몸을 떨며 말했다.
"다 보았다."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외면말고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병사는 한동안 긴 통로를 걸으면서 그 고신의 장면을 보기를 강요했다. 영선은 짧게 그것을 보았고 피가 비산하고 역한 냄새를 풍기는 그 잔혹한 모습을 두 눈에 똑똑히 담았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병사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며 영선에게 윽박질렀다. 영선은 결국 그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채찍 소리가 나고 나무몽둥이로 사람을 짓이기는 장면이 보인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고통을 줄 수가 있는 것인가. 영선이 드디어 보이는 통로에 끝에 묵묵히 그것을 응시한다.
끼익. 나무문이 열린다.
초췌한 인상의 사내가 말없이 그 앞에 서있었다. 황룡포의 용이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듯이 꿈틀거린다. 영선이 그를 바라본다. 이 경의 볼과 눈이 움푹 파이고 눈이 흐릿했다. 새까맣게 윤이 흐르던 이 경의 머리에 흰머리를 발견한 영선이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왜 이렇게 아파 보여요?"
영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이 경이 그에 텅 비어서 껍질만 남은 것만 같은 두 눈에 초점을 되돌렸다. 고개를 들어올린 이 경이 흔들거리는 눈으로 영선을 마주한다. 영선이 다가가서 이 경의 팔뚝 위에 손을 올리려고 한다. 이 경이 그것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핏발이 선 눈으로 노려본다.
"넌."
이 경의 목소리가 지독하게 갈라지고 잠겨 있었다.
"태연하구나."
영선은 슬프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 없이도 잘 살아야죠."
이 경이 그 순간 이성을 잃고 눈에 광기를 번뜩인다. 핏발 선 눈에 증오가 흘러 넘친다. 이 경이 어마어마한 살기를 담아 그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너가 나를 떠날 수는 없어!!!"
이 경이 감옥을 쩌렁하게 울리도록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다가 정신을 차린다. 아차한 이 경이 입을 꾹 다물고 창백한 얼굴로 영선을 바라본다. 이 경이 침을 삼키고 차갑게 웃었다.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이 경이 차갑게 말했다.
"묶어라."
그제서야 영선은 이 경의 손아귀에 접혀진 채찍이 자리한 것을 깨달았다. 병사들이 영선을 강제로 끌고 이 경의 앞에 데려간다. 천장에 이어진 사슬에는 핏자국과 살점이 묻어 있었다. 서늘한 감촉이 손목에 느껴진다. 묵직한 것이 영선의 손을 누르고 있었다. 강제로 손목을 묶인 영선의 옷가지가 벗겨진다. 옥같이 아름다운 상체에는 아주 드문하게 생채기가 나있었으나 옥자기같이 매끄럽고 은은한 색을 띄고 있었다. 이 경이 그에 조용히 다가가 눈을 감고 영선의 맨가슴에 굳은살이 박힌 손을 올리고 잠시 가만히 있는다. 왼쪽 가슴, 심장 위에 그 두근거리는 소리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눈을 감고 영선의 심장 소리를 듣는 이 경의 얼굴은 평온해보였다. 영선이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숱이 많은 이 경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순간 충동적으로 이 경의 눈썹을 만질뻔했다. 그 순간만큼은 수갑에 묶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경이 그때 눈을 뜨고 증오와 분노, 살기가 담긴 눈에 광기를 죽죽 보인다. 고요한 호수와도 같았던 얼굴이 사라지자 영선은 안타까움에 탄식하고야 말았다.
이 경이 잔혹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소했다.
"지금 걸어오면서 다 보았겠지. 대역죄인들이 어떻게 처벌받는지."
목소리는 맑고 경쾌했으며 날카로운 예기를 품고 있었다.
"짐이 용서한 너의 언행이 그들보다 낫다고 여길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널 용서했고 앞으로도 용서할 것이야."
이 경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짐을 사랑한다면."
이 경이 격정에 휩싸여 그 뒤로 말을 잇지 못했다.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한참을 바닥을 노려보던 이 경의 얼굴이 영선에게 보이지 않았다. 영선이 그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감옥에서 고초를 겪어도 눈물 한방올 보이지 않았던 그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이 경이 이윽고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영선을 충혈된 눈으로 노려본다. 그의 눈에서도 유리처럼 맑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짐을 사랑한다고 해라."
이 경이 거친 호흡 사이로 빠르게 말한다.
"짐을 사랑한다고, 다시 함께하고 싶다고, 앞으로도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말해라."
묶인 손목에서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경이 손에 쥔 채찍을 바닥에 휘두른다. 짜악, 허공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방 안을 울리고 이 경이 이를 악물면서 소리쳤다.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
영선이 고개를 꺾는다. 턱에 눈물이 흐르는 것에 이 경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양손이 떨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깊게 내려앉는다. 이 경이 곧 흐느끼면서 입을 뗐다.
"다시 시작하자. 다 잊고 새로 시작하자."
이 경이 힘이 빠져 울면서 말한다.
"그러면 짐이 다시 다, 네가 원하는 것은... 영선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제발... 내가 잘못했다."
영선은 굳이 화를 내거나 원망을 토로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울었으므로 이 경은 그 앞에서 맥없이 울면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참을, 한참을 이 경은 그에게 빌었다. 그리고 끝끝내 답이 없는 영선의 앞에서 이 경이 이를 악물면서 채찍을 다시 휘두른다. 칼날같은 소리가 다시 영선의 귓가에 스쳤다.
"채찍은 당률에서도 가혹하다고 취소된 형벌구다."
이 경이 소가죽으로 만든 얇은 채찍을 내밀면서 헐떡거리면서 말한다. 영선은 이 경이 자신을 위해하지 않고자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 얇은 채찍은 형구로 쓰이는 채찍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았고 이 경은 영선을 어떻게든 겁을 주기를 원했다. 영선은 이 경의 눈에 서린 두려움을 발견하고 손가락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 충혈된 눈으로 영선이 이 경을 바라본다.
"궁중에서 쓰는 것과 다르게 물소가죽으로 만들어서 한번 맞으면 장정이라도 개돼지처럼 울부짖고 세번을 맞으면 크게 앓지, 열번을 맞으면 생명이 위험하고 스무번을 맞으면 아무리 장정이라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경이 땀이 묻은 손잡이를 문지른다. 이 경이 침묵하고 채찍을 바라본다. 손을 늘어트리면서 잠시 숨을 거칠게 내쉬던 이 경이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영선아."
간절하게 이 경이 말했다.
"돌아와라."
이 경이 눈물을 소리없이 흘리면서 작게 읇조렸다.
"제발."
영선은 끝끝내 답이 없었고 그것을 허망한 눈으로 잠시 바라보던 이 경이 이윽고 날카롭게 웃었다. 이 경이 손을 들어 힘껏 채찍을 내리친다. 심장이 쿵쿵 미친듯이 뛰고 이 경의 귓가가 멍멍해졌다. 허공을 가르는 유연한 가죽의 소리가 섬뜻하게 났다. 곧 이 경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쫘악!!!
착, 튀기는 붉은 무언가가 이 경의 뺨과 코에 달라 붙었다. 이 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공이 수축되고 눈이 크게 떠진다. 이 경이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곧 웅웅하던 귓가가 잠잠해진다. 이 경이 멍하게 앞을 바라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영선아."
이 경의 새파란 입술이 달싹거렸다. 이 경이 채찍을 손에 놓고 벌벌 떤다. 주춤거리던 이 경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그것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사슬이 잘그락 거리고 있었다. 다리가 무너져 손목이 맥없이 사슬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꺾인다. 보이지 않는 얼굴, 그러나 침음성이 흐르고 있다. 하얀 피부에 구불거리는 뱀의 모양으로 깊게 파인 자국. 살점이 튀기고 피가 흐른다.
"아아.."
이 경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손을 벌벌 떨던 이 경이 얼굴을 쥐어 뜯으면서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악!!"
이 경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미친듯이 비명을 질렀다. 폐부에 찢기는 소리가 감옥 안을 쩌렁하게 울렸다.
"영선아!! 영선아!!!"
주먹 쥔 두 손이 벌벌 떨리고 있다. 경련이 일어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영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만 맥없이 몸을 떨구고 있었다. 이 경이 그것을 말 그대로 백짓장 같이 하얀 얼굴로 보다가 고개를 흔들면서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아니야, 나는 이런게.."
이 경이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이런걸 원한게... 아니야..."
잠시 멍하게 영선을 바라보던 이 경이 충격과 공포에 몸을 벌벌 떤다. 발걸음을 떼는 이 경이 비틀거린다. 병사가 크게 놀라서 그를 부축하려 했을 때 이 경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의 팔을 꽉 쥐었다.
이 경이 눈을 꾹 감고 몸을 진정시키지 못해 격동했다. 이 경이 곧 입을 벌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태의, 태의를 불러..."
그 말을 끝으로 이 경은 피가 머리로 몰리고 몸이 뻣뻣해지는 듯한 감각에 휩싸이고야 말았다. 정신을 잃은 이 경이 병사의 몸에 엎어져 몸을 늘어트렸다.
============================ 작품 후기 ============================
주석 1. 일순은 열을 뜻한다. 즉 한달에 아홉끼니를 주는 것.
이굥이도 영선이를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희치도 영선이를 정신적으로 의지하는데 영선이는 걍 홀로 견뎌요. 내일이라고 하면 아마 다섯편 뒤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