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8 관관저구(關關雎鳩) =========================
10주
입덧이 절정이 이른 시기였다. 그리고 입덧이 심한 만큼 양인의 향을 그리는 시기였다. 하품을 하는 이 경이 양옆에 희 치와 영선을 끼고 잠을 고롱고롱 잔다. 희 치의 품에 뺨을 비비고 영선의 손을 만지작 거리더니 이내 손을 뻗어 부스스한 얼굴을 하더니 영선에게 손을 뻗는다. 영선을 꼬옥 끌어안아 이 경이 그 품에 다시 옮겨 갸릉거린다. 영선이 웃음을 참지 못해 이 경의 허리를 꼭 끌어안아 어화둥둥한다.
이 경이 부스럭거리다가 머리를 빼꼼 빼더니 희 치와 영선을 번갈아본다.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가 마치 소동물 같다. 이 경이 소매를 잡고 희 치를 당겨 다향을 맡더니 다시 영선의 옷자락을 당겨 과일향을 킁카거린다. 이 경이 하품을 다시 하곤 영선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꾸벅꾸벅 잠이 든다.
마음에 짐을 덜고 소원을 이룬 이 경은 정말 마음껏 희 치와 영선의 보호를 받으면서 태교를 했다. 꾸벅꾸벅 조는 이 경의 얼굴을 바라보던 영선이 그 볼을 꾹꾹 찌른다. 이 경의 콧등이 일그러지는 순간 희 치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영선이 손을 거두면서 입맛을 다셨다. 희 치가 신경이 솟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깨웠다가 무슨 봉변을 또 당하게 만들 셈이냐."
희 치의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본 영선이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희 치가 짜증을 낼 수도 없어 침중한 얼굴로 머리를 쓸었다. 한웅큼 빠진 머리카락에 희 치가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12주
이제 입덧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경은 희 치와 영선을 같이 옆에 두곤 자주 놀았다. 이 경이 하품을 하면서 매이와 요의 핑계를 대면 그 둘은 져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가지게 될 때까지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던지라 이 경이 아이를 믿고 떵떵 거린다. 천하의 남준과 북걸도 어쩔 수가 없이 이 경의 시중을 들면 이 경이 기분이 좋아 웃는다. 영선은 그러면 기분이 좋아서 저도 웃고야 말았다.
16주.
이 경의 배가 조금 불룩해졌다. 요란했던 입덧도 줄고 이 경은 야밤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베개에 기대어 앉았다. 옆에서 침대 위에 정좌한 영선이 조용히 책을 낭독했다. 이 경은 눈을 스륵 감았다. 호롱불의 노란 불이 은은하게 비춰졌다.
20주.
"아...음..."
"츱...츕..."
이 경이 영선에게 부탁했다. 구강성교를 하고 싶다는 칭얼거림에 영선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 경은 영선의 허리띠를 풀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하게 첨단 끝을 물고 영선을 올려다 본 이 경이 앙앙 물어 성기를 목 끝에 닿을 때까지 품었다. 혀로 성기를 문지른 이 경이 영선의 하물을 가지고 놀듯이 끝을 혀로 굴리고 입을 맞추고 대를 핥짝거렸다. 거기에 이어 구슬을 입에 품고 우물거렸다.
"아..후..읏..이 경..아..."
할짝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지막에 혀로 능숙하게 성기를 타고 끝에 귀두를 빨고 이를 살짝 물어 잘근 거린 이 경이 요도 사이를 혀 끝으로 몇번 쓸었다. 영선의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입에 품고, 성행위와 유사하게 머리를 움직였다. 입에서 푹 빼고 뜨거운 숨을 내뱉은 이 경이 쾌락에 젖은 몽롱한 눈으로 타액으로 번들한 꼿꼿한 성기의 요도구에 사랑스럽다는 듯이 입을 맞추다가 얼굴 전체에 뿜어져 나온 백탁을 뒤집어 썼다.
"허억.. 이 경!!'
멍한 표정으로 영선을 올려다 보는 이 경의 얼굴은 흰색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눈썹, 눈 주위, 코, 볼, 입술, 끈적거리고 진한 하얀색 정액투성이가 된 얼굴로 얌전히 영선을 바라보고 있다. 영선이 넋을 잃고 그걸 보다가 허둥지둥 천으로 이 경의 머리와 얼굴을 닦았다. 눈언저리를 조심스럽게 닦고 있는데 이 경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정액의 맛을 보던 이 경이 제 손가락으로 볼과 턱에 묻은 정액을 쓸은 뒤에 뚝뚝 흐르는 것을 입 안에 쏙 넣어 빨아 먹었다. 나른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검지에 묻은 정액을 빨고, 얼굴에 흰것을 다 묻히며 저를 가만히 보고 있다.
멍하게 그걸 바라보던 영선이 다시 기립하는 성기에 얼굴을 붉게 물들었다. 이 경이 익숙하게 성기에 손을 대고 위 아래로 쓸었다. 거친 손에 자극을 받은 영선이 침을 꿀꺽 삼켰다.
22주.
"아아, 앗! 하앗! 앗!"
이 경이 뺨을 침대보에 비빈다. 이 경이 배를 가리고 엎어져서 침대보를 잡고 끙끙인다. 영선이 다정하게 허리짓을 하고 있었다. 이 경이 성욕을 참기가 어려워하여, 영선의 품에 안겨있다가 칭얼거림을 연신했더니만 태의의 허락을 받고 이렇게 잠자리를 가진 것이다. 차마 희 치의 것을 품기가 두려워 이 경은 영선에게 자주 가서 그를 은근히 유혹했고 영선은 그 때마다 뭉근하게 그를 녹이며 안아주었다.
이 경이 할딱거리면서 응응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수풀에 부빈다. 능란한 허리짓에 영선이 참을 수가 없어서 이 경의 목덜미를 쪽쪽 거린다. 이 경이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철퍽철퍽 거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영선이 액에 젖은 성기를 꺼내고 조금은 살이 붙었으나 아직은 탄탄한 복근이 자리잡은 배 위에 흰 정액을 뿌렸다. 이 경이 숨을 헐떡거렸다. 영선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른하게 풀려서 액을 줄줄 흘리는 밀지가 못내 아쉬웠다. 이 경도 아쉬운 표정으로 영선의 성기를 보다가 슬쩍 발을 구부려 밀지가 훤하게 드러나도록 자세를 잡았다. 영선이 입맛을 다쉬면서 하체에 묻은 액을 닦았다.
30주.
"어, 어?"
이 경이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다. 묵묵히 주홍색 머리통을 내려다보는 이 경의 상체는 풀어 헤쳐져 있었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던 영선이 천천히 얼굴을 떼고 이 경을 벙찐 표정으로 받아보았다. 입가에 노란 액체가 묻어 있다. 영선이 입을 슥 닦고 묻은 액체를 혀로 핥았다.
"음.."
확실하네. 그 말에 이 경이 멍한 표정으로 영선을 바라보았다. 성욕을 참지 못하고 애무나 성교를 자주 했다. 아무래도 성교는 임신 와중에 힘들어 애무를 더 즐겼는데 이 경이 요즘에 가슴어림에 통증을 호소하기에 가슴 애무가 잦았다.
요즘들어 가슴부분이 뭉치고 뻐근하다, 눈쌀을 찌부리는 이 경을 슬슬 달랜 영선이 아침 대나절부터 손으로는 가슴 하나를 완급을 조절해 주무르고 입으로는 이 경 가슴의 살뭉치를 입에 물고 붉게 자국이 날정도록 빨고 있었다. 와중에 영선이 갑자기 제 입 안쪽으로 흘러나오는 뜨뜻하고 조금은 단 액체에 입을 뗐다. 이 경이 딱딱하게 뭉친 듯한 가슴 어림에 통증이 조금 완화되는 듯하다가 갑자기 마치 앓던 이가 빠지는 것 같이 시원함을 느끼고 놀라 아래를 보았다. 영선의 손등과 그 가슴에 흰노란 액체가 묻어 있었다.
"초유(初乳)가 벌써 나오다니."
"젖, 젖이야?"
"짭짤하고 달아, 음, 확실한 것 같은데.."
이 경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가슴을 한번 쓸었다. 영선이 손으로 조심스럽게 이 경의 오른 가슴을 문질렀다. 이 경의 몸은 원래 근육으로 무척 단단하게 짜여 있어서 틈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단련된 탄탄한 몸매가 임신한 후로 근육이 풀리고 부드러워졌다. 아이를 가진 와중에는 몸이 여성과 비슷하게 변하는 것인데 근육이 다져졌을 때는 압축되었던 것이 물렁해지니 살이 꽤나 붙은 것같이 보였다.
그래서 이 경의 몸은 푹신하고 말랑했다. 살이 많고 가슴팍도 손으로 쥐면 다 안들어갈 것같은 살이 붙어 있었다. 근육의 형태는 남아있지만 감촉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록 부드러운 것이 꽤 매력적이다. 그러나 말로는 표현하지 않고, 혹여 애인이 상처받을까봐 근육붙은 몸이 나을까, 부드러운 몸이 나을까. 속으로 고민만 하던 영선이다.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가슴에 젖이 돈다니. 이게 뭔 기절할만큼 귀여운 얘기인가. 오른가슴을 살살 문지르다가 유륜과 유두를 향해 살들을 밀었다. 이 경이 그걸 유심히 바라보았다. 영선이 손으로 살을 집어 조금 힘을 줬다.
"음.."
흰 액체가 봉지새듯이 유륜과 유두에서 쏟아져 나왔다.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적은 것도 아니었다. 영선이 손 끝에 젖을 묻혀 이 경의 입에 슬쩍 대어주었다. 이 경이 영선의 손 끝을 핥았다.
젖비린내. 밍밍한 것 같으면서도 슬쩍 달고 짠 맛이 돈다. 맛이 꽤나 중독성 있는 맛이다. 확실히 젖이 맞는 듯 했다. 이 경이 입에 감도는 맛에 만족해서 영선의 손을 할짝거려 젖을 빨아 먹었다. 영선이 그걸 바라보면서 픽 웃었다.
"우리 매이와 요가 굶어죽지는 않겠네."
손에 묻은 젖을 싹싹 빨아먹은 이 경이 입술을 뗐다.
"회임 기간 중에 이러는 것은 처음인데."
영선이 쩝쩝 거리면서 말을 한다.
"그래서 가슴이 아픈거였구나. 아이고.. 그걸 생각 못했네.. 젖몸살일줄이야."
이 경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그럼 네가 짜라."
"당연히 내가 해결해야지!"
영선이 씩 웃는다. 이 경이 몸을 나른하게 뉘인 뒤에 제 가슴의 유두를 한번 비튼다. 노랗게 나오는 젖이 손에 묻어 나왔다. 입맛에 맞는지 제 손가락을 핥아 먹었다.
"보통 남편이 먹어서 해결한다고 하던데, 또 그걸 짜서 세안할 때 쓴다고도 하고 술을 담가 먹거나 보관한 뒤에 먹는다고도 하고.. 맛있어요?"
이 경이 머쓱한 표정으로 영선을 바라보았다. 영선이 옆에 있던 잔 안에 차를 쏟아 버리고 가져왔다. 이 경이 의도를 눈치채서 당황한 표정으로 영선을 올려다 보았다. 영선이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다들 그래."
그 말에 위안을 얻은 듯 이 경이 표정을 풀고 몸에 힘을 뺐다. 영선이 손을 뻗어 이 경의 가슴을 살살 쓸었다. 완전히 경계를 푼듯 이 경이 가슴을 펴고 자세를 자리잡았다. 영선이 다가와서 손으로 왼쪽 가슴을 문지르고 몽글거리는 살들을 잡았다.
"아.."
마사지를 하듯이 왼가슴을 문지르더니 슬쩍 몇번 살들을 집어 주무른다. 간질거리는 유두 주위에 이 경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 경이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영선이 손을 세게 쥐어 모은 살들을 짜듯이 했다. 유두에 홍수가 난 듯이 젖이 듬뿍 새어나왔다. 아래 댄 옥잔에 젖이 묻어났다.
몇번 가슴을 주물러서 짜니 옥잔 하나에 젖이 가득했다. 가슴 통증이 조금은 가신듯 하다. 영선이 왼가슴을 주무르다 말고 옥잔을 옆의 탁상에 올려놨다. 다른 잔 하나에 차를 버리고 오른 가슴에 손을 뻗는다. 살을 뭉터기로 쥐더니 비비고 가슴을 주물렀다. 가슴 끝을 꽉 쥐어 손을 움직였다. 오른쪽 가슴에도 젖이 가득 흘러나왔다.
옥잔 두개에 금새 젖이 찼다. 이 경이 쥐어짜서 벌겋게 달아오른 가슴을 쓰다듬었다. 영선이 비단으로 이 경의 가슴에 묻은 젖과 타액을 닦았다. 상의를 정리한 이 경이 영선이 내민 잔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받아들였다. 영선이 나머지 잔 하나를 들고 이 경에 내밀었다.
영선이 잔을 입에다 댔다. 이 경도 옥잔에 가득찬 젖을 얼굴을 붉히더니 입술에 대었다. 역겹지 않은 달달한 비린내가 올라온다. 입술에 닿는 액체는 따뜻했다. 입에 한모금 흘려놓곤 살짝 음미하듯이 안에 굴렸다. 역겨운 맛 없고 뒤에 붙는 잡내없이 부드럽고 깔끔하다. 농축도도 높아 우유라고 쳐도 상당히 상등품일듯 했다.
'아기가 식사 거를 일은 없겠군.'
입에 몽글한 감촉에 묘하게 중독되어 금새 옥잔을 비웠다. 이 경이 혀에 남은 달고 짭짤한 감촉에 아쉬움을 느끼며 옥잔을 슬쩍 만졌다. 영선도 쩝, 거리다가 목을 긁적거리며 씩 웃었다.
"당분간 소소한 즐거움이 있겠군요."
이 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풀린 표정, 겉으로 봐선 모르겠지만 영선이 눈치채기에 기분이 좋아진 얼굴로 몸을 침대에 묻었다.
이 경은 한동안 하루에 두세번씩 젖을 짜서 직접 먹었다. 영선은 이 경의 가슴에서 아기처럼 젖을 먹었다. 영선의 몸에 젖내가 한동안 흘러 희 치가 가끔 그를 보며 야살한 웃음을 지을 때가 있었다. 젖몸살이 줄어든 이 경은 잠을 잘때 고롱거리면서 푹 잤다.
34주.
이 경의 배는 이제 눈에 띄게 부른 상태였다. 만삭의 사내는 잠을 잘 때 숨을 잘 못 쉬었고 색색거리면서 모로 잤다. 자다가 자주 깼고 발이 자주 부어왔다.
영선이 이 경의 발을 주물렀다. 이 경은 선선한 밖을 바라보았다. 몸이 붓는 이 경에 영선은 그의 허락을 받고 향고를 덜어 온몸을 문질어서 근육통을 풀어주었다. 나신이 된 이 경은 혈도 구석구석까지 자극하는 손길에 만족했다. 성욕을 느끼기엔 너무 부어오른 두 발이 아팠다. 영선은 섬세하게 이 경의 발을 주물렀다. 이 경이 고통에 미간을 찌부렸다.
"아."
이 경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영선이 깜짝 놀라 이 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경이 부른 배에 슬쩍 손을 올리고 어색한 얼굴로 영선을 바라보았다.
"왜, 왜?"
"발.."
"발차기?"
영선이 눈을 반짝 빛내면서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이 경의 손과 영선의 손이 마주 겹쳐졌다. 영선이 이 경의 옷자락을 슬쩍 해쳤다. 영선이 멈칫하고 부른 배를 바라보았다. 입에 슬그머니 미소가 담긴채로.
"어라? 이게 뭐다냐?"
"?"
이 경이 배를 보고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배 위에 찍힌 발자국이 아주 조그맣다. 영선이 형체가 드러난 아기의 발을 슬슬 만지면서 말했다.
"우리 강아지야. 너가 빨리 세상 공기를 마시고 싶나보구나."
이 경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영선의 행복감에 젖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태아가 다시 발길질을 했다. 영선이 배에 귀를 댔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영선이 눈을 스르륵 감았다.
"폐하."
"응?"
"정말 고맙습니다. 절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이 경이 속으로 울컥한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다. 내가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내가 너에게 천번 만번이고 고마워해야할 일이다. 너가 날 사랑한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 내가 복이 많은 것이니까.'
이 경은 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 영선의 주홍색 머리카락을 스륵 잡아 만졌다. 머리카락이 부드럽고 또 향기가 났다.
36주.
이 경의 배가 산처럼 부풀었다. 이 경이 배에 손을 얹고 거만한 얼굴을 하여 말한다.
"물."
영선이 입술을 씰룩 거리면서 궁인에게서 물을 떠와 그에게 건네 장단을 맞춰준다.
"과자."
이 경의 어깨를 주무르던 희 치가 이어지는 이 경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한숨을 쉬고 유과를 털곤 그것을 이 경의 입에 가져다 댄다.
이 경이 볼은 한껏 부풀리며 우물거린다. 쌍둥이가 든 배가 터질듯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이 경이 침상에서 데굴데굴 거리다가 입가에 과자부스러기를 묻힌 채로 중얼거린다.
"등 간지러워."
기가 막혀 영선이 헛웃다가 결국 이 경의 등을 벅벅 긁는다. 만족한듯 이 경이 하품을 하곤 희 치의 품에 파고 들어가 몸을 말아 잠을 잔다. 희 치가 그것을 잠자코 바라보더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을 한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 북걸이 고난을 호소하니 영선이 그것을 놀릴 처지가 못해 유세를 떵떵 부리는 이 경을 잠시 퀭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요와 매이가 예쁘지 않으면 안돼지! 이렇게 고생했는데."
그러나 그 아이는 분명 예쁠 것이 틀림 없었다. 영선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 경의 뺨에 입을 맞춘다. 이 경이 냠냠 거리면서 희 치의 품에 파고든다. 희 치가 피식 웃고 이 경의 부푼 배를 더듬었다. 희 치의 눈이 일렁거리고 그가 눈을 꾹 감고 잠시 무언가의 감정을 억눌렀다.
'내가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이럴 줄은 몰랐다. 희 치는 그러나 생각을 잊었다. 어느덧 이 경의 배가 불러오는가. 그것은 희 치를 두려움에 잠기게 하기도 했고 기쁨에 몸을 떨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희 치는 영선이 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음을 놓고야 만다. 영선이 희 치를 보며 갸웃거린다. 희 치가 곧 웃었다.
'저 아이라면 믿을 수가 있지.'
믿을 수가 있다. 하물며 자신보다 더 믿을 수가 있다. 희 치는 곧 긴장을 풀고 이 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희 치가 나른한 숨을 내쉰다.
십년이 넘게 그가 잃었던 평화가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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