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8화 회사생활
* * *
이마이 유마는 기대감을 가지고 호사카를 바라보았다.
“뭐지?”
“저 어차피 이 촬영장은 사용 안하실 건가요?”
“대충?”
“그럼 저 여배우 분의 출연료는 어떻게 됩니까.”
“지불해야지.”
AV 업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남자 배우도 감독도 아닌 여자 배우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 배우가 가장 많은 돈을 벌어갔고 촬영 현장도 여자 배우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럼 이렇게 된거 신입 교육용으로 테스트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테스트용?”
“어차피 다 버릴 것 아닙니까? 그럼 신입들한테 한번 맛이나 보여줘도 상관 없겠네.”
이마이 유마가 생각을 해보니 나쁠 것은 없었다. 이 촬영 세트와 여배우는 나가리 되었으니 신입용으로 무엇이 제작이 되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럼 신입을 투입해서 촬영을 다시 하면 되나?”
“뭐, 그것도 되겠지만 어리버리한 신입을 넣어서 작품이나 나오겠어요?”
호사카는 자신이 투입이 되면 기존에 있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시행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 정도의 활약으로 1인분만 하는 남자 배우가 될 뿐이었다. 그는 그 이상을 원했다.
“먼저 여배우의 의사부터 확인하시죠.”
순식간에 주도권은 호사카에게 넘어갔다.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의 목줄을 풀어 놓으면 그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졌다. 어차피 호사카가 깽판을 치던 잭팟을 터트리던 이미 들어간 돈은 공중분해가 된 참이었다.
호사카와 이마이 유마는 여배우 츠지 미유에게 다가갔다. 신입들도 궁금한 표정으로 이들의 뒤를 따랐다.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에게 발언권을 넘겨 주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죠? 저는 이번에 남자 배우로 뽑힌 호사카 켄토라고 합니다.”
“아, 네. 츠지 미유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가 손해니까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촬영이 나가리 될거 같습니다. 물론 미유 씨는 돈을 다 받을거니까 손해 볼 일은 없겠죠. 하지만 회사가 잘되야 미유 씨도 앞으로 이 일로 돈을 계속 벌거 아닙니까?”
“네네.”
츠지 미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사카의 말에 동의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신입 배우와 함께 연습 겸 실전 작품을 하나 찍어보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네, 상관 없어요.”
어차피 그녀는 AV를 찍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예스맨의 기질이 있는 것인지 호사카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신입이 많은만큼 대본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그리고 여러 남자를 상대해도 괜찮을까요?”
“아, 그건 좀…”
“대본이요? 아니면 남자가 많다는게?”
“남자가 많다는게…”
고분고분하던 츠지 미유조차 아직 남자가 여럿 나오는 작품은 힘들어하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나. 시대가 시대니까.’
앞으로 AV 산업은 어마어마하게 발전을 하면서 온갖 변태적인 장르가 나오게 되지만, 초창기에는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만 나오는 AV가 다수였다.
호사카는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그의 머리 속에서 수많은 AV 작품이 스쳐지나갔고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게 떠올랐다.
“좋습니다. 그 부분이 NG라면 미유 씨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죠.”
호사카는 이마이 유마에게 말했다.
“제가 남자 배우를 맡아보겠습니다. 어중이떠중이에게 맡겨서 망한 작품이 나오는 것보다 그래도 평균 이상이 되는 작품이 나오는게 회사 입장에서도 나을테니까요.”
“자네가 맡으면 평균 이상이 나온다? 장담할 수 있나?”
호사카는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이 유마는 이번 일에 호사카에게 전권을 주었다. 그는 기존의 감독에게도 저 초짜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테스트라고 말해두었다. 촬영 스탭 중에서 호사카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사카는 먼저 기존에 있던 대본부터 뜯어고쳤다.
신입 중 하나는 그래도 호사카가 같은 신입이라고 생각했는지 그에게 편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대본을 고치는거지? AV야 그냥 꼴리게 섹스만 찍으면 되는거 아니야?”
호사카는 그 신입의 얼굴을 살짝 보았다.
그래도 호기심이 있는 놈은 가능성이 있는 놈이었다. 어떤 업계든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자만이 성장을 하고 성공을 할 수 있는 법이었다. 호사카도 인생을 살아볼만큼 살아보고 회귀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린 나이에는 절대 몰랐을 진리였다.
어쨋든 그는 저기 멀뚱멀뚱 여자 배우의 몸매를 구경하는 놈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름은?”
“요시다 케이타이.”
“좋아. 요시다. 내 이름은 알지?”
“그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꼴리게만 찍으면 된다는 생각 말이야.”
“아니, AV는 그냥 이쁜 여자가 나와서 섹스 하는 것만 보여주면 장사가 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요시다 케이타이의 생각은 AV 업계 초창기부터 대다수의 감독이 생각하던 것과 비슷했다.
“그렇지. 이쁜 여자가 옷을 벗고 섹스를 하면 돈이 되지. 하지만 그럼 좀 덜 이쁜 여자는? 그리고 모두가 예쁘면 무엇으로 승부를 봐야할까?”
요시다 케이타이는 대기를 하고 있는 츠지 미유를 살짝 보았다. 적당히 예쁘고 몸매가 훌륭하기는 하지만 업계 톱이 될만한 미모는 아니었다.
“이쪽 업계는 항상 미녀만을 쓸수는 없어. 그리고 미녀는 비싸니까. 적당한 원석을 갈고 닦아 A급으로 만드는게 중요하다.”
“후… 어려운 말이네.”
“그렇지.”
요시다 케이타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사카는 그에게 자신이 보던 대본을 던져주었다.
“어때?”
대사 많이 필요 없는 대본이기 때문에 짧았다. 요시다 케이타이는 빠르게 대본을 읽어볼 수 있었다.
평범한 가정 주부가 배관 수리공의 좋은 몸을 보다가 음욕이 발동하여 섹스를 벌이고 만다는 흔해빠진 이야기였다.
“나쁘지 않은데?”
“좋다. 나쁘다가 아니야. AV는 꼴리냐 꼴리지 않느냐의 승부다. 어때?”
“꼴리는 것 같아.”
“왜지?”
요시다 케이타이는 머리 아프게 생각을 했지만 딱히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호기심은 왕성하지만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배우는데 고생하는 범재 타입인 모양이었다.
“이번만큼은 알려주지. 하지만 왜 꼴리느냐를 아는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 것을 유추하는 과정이 중요한거지.”
“그래서 정답이 뭔데?”
역시 요시다 케이타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호사카가 말하는 핵심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자는 여러가지 요소에 꼴리는 동물이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여자에게 잘 꼴리는 동물이야.”
“그런가?”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지. 모든 남자가 엄청 이쁜 연예인을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는건 아니야. 대부분의 남자는 자신 주변에 있는 학교 친구, 선생님, 옆자리 회사원, 자주 가는 가게의 점원을 생각하면서 딸을 쳐본다고.”
“아아…”
호사카가 설명을 끝내자 요시다 케이타이는 겨우 표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본을 보면 어때?”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주부가 다른 남자에게 꼴린다라… 확실히 동네에 보면 유난히 색기가 있는 주부가 있었지.”
요시다 케이타이는 자신의 마을에서 동정 헌터로 유명한 아줌마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시절에 그 아줌마의 눈에 들면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잔뜩 있었다.
“좋아.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지. 그런 이야기들이 AV로 만들었을때 더 좋은 스토리가 나오기도 하니까.”
호사카는 요시다 케이타이에게 질문을 연신 던졌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명작 AV를 그대로 베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래서야 전 국민은 속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속일 수 없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지식을 아이디어로 삼고 현재의 상황에 버무려서 자신만의 AV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요시다 케이타이가 좋은 재료를 던져주었다.
“그 아줌마는 어떤 사람이었지?”
“얼굴은 순해 보이고 몸매가 대박이었어. 그리고 오른쪽 눈 밑에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묘하게 섹시했지.”
“외양은 그만하면 충분해. 성격은 어땠는데? 실제로도 그녀에게 동정을 따인 학생이라도 있는거야?”
“소문은 많았는데 실제로 그랬다는 학생은 본적이 없어. 그리고 성격이라… 조용조용하지만 상냥한 아줌마였어. 길을 가다가 학생이 있으면 언제나 먼저 인사를 걸어줬지.”
호사카는 빠르게 대본을 수정했다.
모델이 되는 아줌마가 실제로 남학생들의 동정을 빼았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남학생들에게 음란한 상상을 만들었다는게 중요했다.
생각해보면 동정을 떼준다는 아줌마나 누나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학교에서나 하나 정도는 있었다. 이런 설정은 분명히 대중에게 먹힐만한 소재였다.
호사카는 자신이 수정한 대본을 촬영 감독과 여배우 츠지 미유에게 전달했다.
“...한 번 해보자고.”
촬영 감동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평소 성격대로 행동하면 되요. 츠지 미유 씨와 좀 닮은 구석이 있으니까.”
츠지 미유는 이런 디테일한 설정을 가지고 AV 촬영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호사카가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자 그녀도 안심을 했다.
호사카는 빠르게 분장실로 가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 학교를 다닐때도 잘 입지 않던 교복인데 AV 첫 작품을 만들때 입게 되다니 요지경 세상이었다.
촬영 감독은 대충 스탭들이 자리를 잡자 소리를 높여 외쳤다.
“옆집 아줌마는 동정 헌터! 촬영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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