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11화 동정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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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배우의 설정이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게 대부분이죠.”
이마이 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배우가 예쁘기만 하면 잘팔린다는게 이 업계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만약 AV가 잘안팔리면 여배우가 못생겨서 그런 것이고 잘팔리면 예뻐서 그런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AV를 보는 남자들은 남자 배우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봅니다. 그만큼 그 배우의 캐릭터나 설정이 중요한 것이죠. 어울리는게 중요하다고 할까요?”
“어울린다니?”
“먼저 모습이 중요합니다.”
호사카는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으로 가리켰다.
“어려보이죠. 교복만 입으면 학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아저씨 캐릭터로 츠지 미유 씨를 애무한다면 어떨까요?”
“뭔가 어색할거 같은데.”
대답은 요시다 케이타이가 말했다. 성인 영화를 만들면서 업계에 오래 박혀 있던 제작자 이마이 유마보다 AV를 수요층의 입장에서 보던 요시다 케이타이가 이런 면에서는 조금 더 나았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지금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설정과 캐릭터. 그것과 여자 배우와 잘 어울릴만한 설정과 캐릭터. 그것을 종합하면 내가 방금 찍은 작품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나중에 대량 생산으로 마구잡이로 AV를 찍어내는 시대가 온다.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싼 값에 후려치고 대충 만들어 조금이라도 팔리기를 기대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의 탑을 차지하는 쪽은 달랐다. 여자 배우는 예쁘기만 한게 아니라 연기력이 있어야 했다. AV를 만드는 사람은 더 꼴리는 설정, 더 야한 기획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호사카가 원하는 AV 업계의 모습은 그런 것이었다.
이마이 유마와 요시다 케이타이는 저마다 호사카가 말한 것을 곱씹으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소화를 했다.
이마이 유마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자네는 그런 것을 어디서 배운거지? 마치 이쪽 일을 해본 것처럼 말하는군.”
호사카는 살짝 찔렸지만 이 시대에 자신의 비밀을 알아낼 사람은 없었다. 그는 단순히 둘러대었다.
“그냥 열심히 생각하다보니 떠오른 겁니다. 초짜의 말일뿐이니 그냥 흘려넘기셔도 됩니다.”
“아니. 충분히 좋은 이야기였다. 기존의 배우들에게도 모두 들려주고 싶을 정도야.”
“뭐,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준비가 된 사람만 알아들을뿐이죠.”
호사카는 이제 씨는 충분히 뿌렸으니 알아서 싹이 트길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는 회의장 창문 밖으로 보았다.
촬영을 끝냈으니 샤워를 하고 집에 가도 상관 없는 츠지 미유가 호사카를 보고 있었다. 회의장 벽은 얇으니 그녀는 호사카가 말한 내용을 모두 들었을 것이었다.
‘나한테 흥미가 있나?’
여자는 의외로 단순한 동물이다. 그 특징 중 하나는 잘난 남자에게 끌린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 촬영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는 호사카 켄토였다.
그는 비록 23살의 어린 남자의 몸이었지만 그가 가진 경험은 진짜였다. 인생의 온갖 쓴맛 단맛 똥맛까지 겪어본 그는 그 나이 또래에서 보여주기 힘든 연륜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린 나이와 연륜 있는 태도. 이 두가지가 합쳐져서 호사카에게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바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천재의 아우라였다.
예쁜 여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는데 남자들과 우정을 다질 필요가 없었다.
호사카는 이마이 유마에게 퇴근 의사를 밝혔다.
“오늘 일은 여기서 끝이죠? 먼저 나가봐도 될까요?”
“아, 오늘은 배우들끼리 회식을 하려고 했는데…”
환영회 겸 회식이었다.
“저는 다음에 인사를 하도록 하죠. 오늘은 피곤해서 좀 쉬고 싶네요.”
호사카의 얼굴에 어린 피곤함은 진짜였기 때문에 이마이 유마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를 보내주었다.
호사카는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츠지 미유는 급히 복도로 사라지려고 했다.
“츠지 미유 씨?”
“네, 네?!”
그녀는 마치 나쁜 짓을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랐다.
긴 생머리에 착해 보이는 얼굴. 눈썹은 반달 모양으로 단정하고 흰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 아래로는 얼굴과는 다르게 폭발적인 글래머. 호사카는 오늘 이 여자와 섹스를 했음에도 다시 한번 군침을 삼켰다.
“오늘 연기 좋았어요.”
“아, 호사카 씨 덕분에…”
둘은 서로를 칭찬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AV 배우들끼리 친하게 만들기도 했다. 워낙 못배운 사람이 많은 업계라 밖에서는 기본적인 친절과 예의만으로 서로의 호감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원래 AV 업계에서 남자와 여자는 친해지기 힘들었다. 서로 섹스를 업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이니만큼 사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는게 베스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호사카는 달랐다.
‘그냥 감정 없이 섹스만할거면 주식으로 돈벌어서 창녀나 사먹고 말지.’
그는 본격적으로 그녀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츠지 미유 씨는 잡지 모델을 할때부터 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영광이네요.”
같이 섹스를 해서 좋았다… 그런 식의 저급한 말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일은 일일뿐이라는 프로다운 접근이 AV 여배우에게는 더욱 잘통했다.
그리고 호사카가 한 칭찬은 진짜였다. 그는 회귀를 하기전부터 츠지 미유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녀와 일을 한번 해보기를 원했었다.
그의 진심이 통해서인지, 츠지 미유도 잘난 호사카에게 끌리고 있어서인지 그녀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피곤해서 혼자서 보양식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츠지 미유 씨도 같이 가실래요?”
“네, 저요?”
호사카는 그녀의 성격을 이미 반쯤 파악한 상태였다. 그녀는 어지간한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아는 남자가 무릎을 꿇고 섹스를 한번만 해달라고 싹싹 빌면 진짜 한번 해줄지도 모르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에게 식사 제안 정도는 충분히 오케이를 받을만한 일이었다.
“같이 일 이야기도 하구요. 저는 업계의 신입이라 궁금한게 많거든요.”
호사카가 은연중에 그녀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에 복도에서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아침까지 함께 있었던 호시노 사키였다.
그녀는 복도 끝에서 자신이 관심이 있던 호사카가 다른 여자와 대화를 하고 있자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달려왔다.
“뭐야뭐야?!”
“아, 호시노 씨.”
호시노 사키와 츠지 미유는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다. 둘은 간단히 인사를 했다.
“뭐야. 호사카. 벌써 여자를 꼬시기 시작한거야? 소문에는 신입 주제에 벌써 첫 촬용을 끝냈다면서? 회사에 소문이 자자해. 천재가 들어왔다고.”
호시노 사키는 사실 조금 아쉬웠다. 이래보여도 그녀가 업계 선배였고 호사카의 첫 작품은 자신이 상대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사카는 갑자기 천재성을 발휘해서 작품을 찍어내고 말았다.
“아니야. 그냥 나는 츠지 미유 씨랑 대화를 좀 하고 싶어서 식사 제안을 한거 뿐이야.”
“이거이거. 사내 연애는 좋지 않아. 우리는 살을 섞는 일을 하니까 말이야.”
호사카는 그럼 너와 나는 뭔데 라는 눈빛을 보내었고 호시노 사키는 그 눈빛을 그냥 받아넘겼다.
“미유는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니까 가려고 했겠지. 하지만 늑대 같은 남자 배우에게 혼자서 보낼 수는 없으니까 보디가드로 내가 따라가겠어. 호사카, 불만은 없지?”
호사카는 불만이 있었다.
원래 그는 보양식을 같이 먹으면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도 술도 한잔 하려고 했었다. 보양식은 술안주로도 좋은게 많았다. 그리고 남녀가 술을 마시면 그러기 싫어도 은연중에 섹시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여자 하나가 더 끼면 아무리 해도 섹시한 분위기는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츠지 미유에게 자신의 검은 속내를 털어놓을수는 없는지라 호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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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와 한 남자는 회사를 나와서 택시를 타고 움직였다.
그들은 한 장어구이집으로 향했다. 장어는 꿈틀거리는 힘이 좋아서 그런지 보양과 정력에 좋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셋은 한 택시를 타고 오면서 말도 텄다.
처음부터 호사카와 호시노 사키는 말을 트고 있었고 호시노 사키가 서로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난다는 핑계로 억지로 모두 말을 놓게 만들었었다.
셋은 사이좋게 장어를 먹으면서 사케를 한잔씩 했다. 호사카가 예상을 한대로 이야기는 섹시한 분위기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츠지 미유는 이쪽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어려운게 많았는지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보았다.
“그런데 호사카… 씨는 어떻게 그렇게 촬영에서 집중을 잘할 수 있어?”
츠지 미유는 호사카에게 말을 놓는게 어려웠다. 그리고 호시노 사키는 츠지 미유에게 말을 편하게 하라고 눈빛을 보내었다.
호사카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남자 배우나 여자 배우나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에 몰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연기가 섹스 연기라면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역시 집중력의 차이려나?”
“집중력?”
두 여자는 호사카에게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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