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3화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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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호사카는 유순하게 지냈다.
여자 배우와는 인사를 하며 호감을 샀다. 여배우들은 호사카에게 호의적이었다. 그것은 그가 보여준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이쪽 업계에서 좋은 남자 배우는 여자 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중요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츠지 미유라는 여자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면서 그 능력을 증명했다.
또한 호시노 사키가 호사카의 평판이 좋아지게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녀는 호사카가 츠지 미유를 노리는 것을 훼방을 놓고 술주정을 부린 것이 미안했는지 여배우들에게 호사카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남자 배우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호사카는 건방진 말을 하기는 했지만 선배에게 선을 넘지는 않았고 오히려 선배들에게 이런 저런 좋은 충고를 많이 했다. 선배 중에서 신입의 충고를 건방지다고 여긴 자도 있었지만 그 충고를 따라해본 후에는 누구나 호사카를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호사카는 제작 스탭들에게도 살갑게 대했다.
잘나가는 배우들이 가장 홀대하기 쉬운 존재가 제작 스탭이었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배우에게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것도 제작 스탭이었다.
호사카는 얼마안되는 돈을 벌어서 일부는 미래에 대박이 날 주식에 투자를 하고 일부는 제작 스탭에게 썼다.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가서 간식 하나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힘든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호사카는 문스톤 기획에서 싸가지는 좀 없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키워가고 있었다. 너무 좋은 사람으로만 살아가면 인생이 갑갑해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그리고 약간 싸가지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숨통이 트였다.
이런 호사카의 모습을 보고 요시다 케이타이가 물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
“뭐가?”
“여자 배우와 친해지는건 언젠가는 같이 촬영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치고. 남자 선배들은 이런 저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럴 수 있어. 뭐, 너는 따로 가르침을 받을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하지만 촬영 스탭에게 간식까지 사주는건 좀 이상하지 않아?”
호사카는 요시다 케이타이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왔다. 이 녀석이 같이 있는 신입 중에서 그나마 쓸만하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를 보고 있으면 자신의 진짜 20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도 회귀 하기 전의 젊은 시절에는 저런식으로 행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도 그렇고 그 천재 무라니시 고루도 인생의 위기가 닥쳐오고 혼자의 힘으로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을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대로 침몰했다.
“이렇게 인연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되거든.”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네.”
“모르면 그냥 그렇게 살아야지.”
그렇게 호사카와 요시다 케이타이는 배우들의 대기실에서 잡담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AV 팀의 팀장 이마이 유마가 들어왔다. 그는 다른 남자 신입 배우도 함께 들어왔다.
“아, 호사카와 요시다는 여기 있었군.”
이마이 유마는 모든 신입 배우들을 중앙에 앉혀놓고 말했다.
“마침 너희들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다.”
모든 신입 배우들은 이마이 유마에게 집중했다.
이마이 유마는 회장에게 드디어 결재를 받은 사항을 발표했다.
“너희들의 활약이 좋아. 이번에 뽑은 신입들은 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해.”
그런 그의 시선은 호사카에게 향하고 있었다.
“원래 신입은 단계를 차분히 밟아서 올라야 하고 주연을 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하지만 회사는 너희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일을 잘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AV 팀이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호사카가 하나 들어옴으로서 문스톤 기획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그저그런 여배우에게 화재작을 만들어주었고 그 이후에도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하나씩 던져주었다.
그러자 회귀 전에는 기존에 하던 일만 하고 잘나가는 회사를 따라가기만 하던 분위기가 변했다. 다들 뭔가 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했다. 아직까지는 눈에 띄게 변한 성과가 없지만 그래도 회장은 이런 변화를 마음에 들어했다.
천재 하나가 가진 힘이었다. 천재 하나가 있음으로서 주변 인물이 그 기운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마치 죽어가던 야구팀이 에이스 선발 하나로 살아나는 것과 같았다.
“너희들은 문스톤 기획이 세워진 이래로 가장 빠르게 주연을 맡는 세대가 될 것이다.”
신입들은 모두 눈을 빛내었다.
이들은 선배가 뒤에서 섹스를 하고 있을때, 그것을 엑스트라로 보기 위해서 입사한 사람이 아니었다. 모두들 나름 예쁜 여자 배우와 섹스를 하면서 일반 회사원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 기회는 영원하지 않다. 현재 신입은 다섯명. 각자 단 한번의 기회를 가진다. 투자금도 적다. 가장 싼 여배우를 섭외해서 간신히 작품 하나를 찍을 정도지. 너희들의 데뷔작을 찍는거다. 물론 누구는 데뷔가 아니지만… 그런 사소한건 신경쓰지 말자고. 임시가 아니라 정식 데뷔니까.”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를 빠르게 주연 배우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회장이 우려한대로 다양한 문제를 만들 수 있었다. 다른 신입과 차별 대우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잘나가는 후배를 질투하는 선배가 있을수도 있다.
이마이 유마가 선택한 해결책은 신입 모두에게 가장 작은 기회를 하나씩 주는 것이었다.
그럼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없어지고 호사카가 자신의 기대대로 성과를 낸다면 질투하는 선배에게서 방패가 되어줄수도 있었다.
“회사는 이득을 봐야하는 곳이지. 만약 너희가 만든 작품이 투자금의 두배를 회수한다면 너희는 즉시 주연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실패한다면 지금처럼 하던 일을 하면 되고.”
신입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저기… 팀장님?”
“궁금한 것이라도 있나?”
“저희는 아직 업계에 인맥이 없습니다. 촬영을 하려면 다양한 스탭도 필요하고 여배우와 대화도 못해본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 촬영 스탭이나 여배우는 어떻게 구해지는겁니까?”
다들 호사카처럼 얼굴에 철판을 두르고 인맥을 만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아직 엑스트라나 즙배우에 불과한 신입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음란한 이야기나 하고 있었고 이들은 회사에서 아는 사람이 많이 않았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AV팀에서 스케줄이 비는 스탭과 여배우를 선정해 줄것이다. 그리고 만약 따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막지도 않을 것이고.”
처음 질문을 던졌던 신입은 호사카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건 너무 불공정한 것 아닙니까?”
이마이 유마는 건방진 신입의 말에 바로 호통을 쳤다. 자기 실력을 증명한 누구와는 다르게 누구나 팀장에게 개소리를 할 수 있는건 아니었다.
“어이, 야마다! 여기가 학교야? 회사가 너희한테 이것저것 다 맞춰줘야해?! 싫으면 당장 나가도 좋다! 어차피 니들 중에는 평생 즙배우로만 살 놈도 있고 한사람의 몫을 하는 놈도 있을 수 있지. 그리고 그 무라니시 고루처럼 촬영과 배우를 동시에 하는 천재가 있을수도 있고! 그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회사에서 준비를 해주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해야 하는거야!”
이마이 유마는 성인 영화를 만들때부터 철새처럼 이 바닥에 들어왔다가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많아봐야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다른 신입이 모두 나가도 호사카 하나만 남으면 상관이 없었다.
신입은 이마이 유마의 호통에 금새 수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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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이 유마의 폭풍 같은 발표가 지나가고 신입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요시다 케이타이는 그나마 친분이 있는 호사카에게 물어봤다.
“이거 제작비가 너무 짠데?”
이마이 유마가 공언한대로 제작비는 최소한에 가까웠다.
“B급 여배우도 섭외하기 힘들겠어.”
역할이 정해져 있는 남자 배우들과 다르게 여자 배우는 무조건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대신 이들은 영어로 된 등급 기준을 받았는데 그것은 비디오 판매량에 따라 선정된 것이었다.
처음 시작하는 여배우는 B급에서 시작하여 B+, A, A+, S, S+라는 등급까지 오를 수 있었다.
B급 배우는 일반인보다 못한 외모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호사카는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은 이미 여배우들과 두루 친분을 다져놓았고 그 중에서 츠지 미유는 B+, 호시노 사키는 A급이었다. 게다가 호시노 사키는 자신에게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으니 저렴한 출연료에도 자신의 진짜 데뷔작에 출연할 가능성이 있었다.
“호사카… 나 좀 도와주라.”
호사카는 요시다 케이타이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게 내가 평소에 인맥 관리를 좀 하라고 했잖아. 세상은 인맥이야. AV 업계 뿐만이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다 그렇다고.”
“내가 그럴 줄 알았나.”
호사카는 가볍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먼저 제작비는 최저야. 하지만 여기서 뺄 수 있는게 하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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