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21화 데뷔
* * *
“그게 무슨 소리지?”
“연기력은 하루 이틀로 되는게 아닙니다. 그게 되면 왜 모든 사람들이 배우가 안되겠습니까.”
호사카는 이번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했다.
“저는 츠지 미유 양의 한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적으로 섹스를 하는척 꾸몄죠. 그녀는 제가 카메라로 찍고 있는줄도 몰랐습니다.”
호사카는 자신이 츠지 미유를 어떻게 속이고 섹스를 하고 영상을 찍었는지 모두 밝혔다.
“덕분에 그녀의 가장 리얼한 섹스 장면을 찍을 수 있었죠. 하지만 이후로는 이런 작품을 찍을 수 없을겁니다. 카메라가 있으면 그녀는 꺼져 있어도 의심을 할테니까.”
아직 이 시대의 카메라는 소형화가 되지 않았다. 작은 비디오 레코더는 화질이 나빠서 작품으로 만들 수가 없었다.
“저는 몰래 카메라로 리얼한 연기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AV 감독이 여배우를 꼬셔서 섹스를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도 갖추어놓았죠. 네, 리얼과 파격입니다.”
리얼과 파격은 호사카가 무라니시 고루가 제시한 새로운 AV의 기준점이라고 설명을 해놓은 바가 있었다.
“그럼 자네의 작품이 무라니시 고루보다 좋다는 이유는?”
“무라니시 고루는 물리적인 파격이죠. 더 강하고 쎈 섹스. 그 한계는 분명합니다. 언젠가는 여자 배우를 실제로 강간하고 그것을 팔아먹을지도 모르죠.”
회귀 전의 세계에서 실제로 어떤 미친 AV 회사가 그런 짓을 하다가 제작자가 감방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는 컨셉으로 파격을 추구합니다. 남자들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보고 한번쯤은 상상해보는 섹스. 상상력을 자극하는 섹스이죠. 남자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섹스를 한다. 상당히 꼴리는 상황 아닙니까.”
“훌륭하군.”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를 칭찬했다. 호사카가 천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였다. 일반적인 천재는 자신이 만든 것을 대중에서 설명하지 못하거나 설명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호사카는 팔아먹기 위해 그 바닥까지 설명할 줄 아는 아량까지 갖추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제작자인 셈이다.
“어떻습니까? 회장님.”
이시이 준도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아. 이번 작품은 신입 감독이 입봉작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광고를 하지. 그래서 작품의 이름은 뭔가? 만약 잘나가면 시리즈화 시켜야지.”
AV 업계는 하나의 작품이 잘나가면 그것을 시리즈로 만들어서 같은 컨셉으로 계속 찍어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도 장사가 되기 때문이었다.
“제목은… 색마 감독으로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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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할 일을 모두 했다.
호사카는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기획, 촬영, 연기, 편집까지 모두 손을 대었다. 만약 그가 회귀 전에 AV 업계에서 굴러먹으면서 먹은 짬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광고와 판매는 회사에 맡겼다. 거기까지 손을 대면 호사카는 섹스할 시간도 없을 것이었고 이전 생에도 그 분야는 참여해보지 않았었다.
작품이 비디오로 복사되고 포장되어 판매가 시작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회사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색마 감독이 판매가 시작된지 3일이 지났다.
호사카가 출근을 하자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호사카를 반겨주었다. 남자 AV 배우가 이런 호응을 받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수고했어!”
“호사카, 색마 감독 엄청 잘팔린다고!”
회사에서 만난 츠지 미유는 웃는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호사카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호사카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모두 잊었는지 강하게 포옹을 해주었다. 호사카는 덕분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호사카, 고마워!”
“네가 잘 해준 덕분이지.”
호사카는 츠지 미유에게 씨익 웃으면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회사 직원이 말 했다.
“뭐야. 둘이 분위기 좋은데?”
“동료니까요.”
인간이란 동물이 얼마나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은지 호사카도 잘 알았다. 낌새만 보이면 헛소문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들고 남녀 둘을 이어주려는 개수작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연애를 하기 쉽지 않은 남녀 AV 배우들이 사귀고 결혼하는 일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호사카가 원하지 않는 전개였다. 그는 그냥 섹스를 좋아하고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남자일 뿐이었다. 연애 같은 말랑말랑한 것을 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호사카는 발빠르게 그것을 차단했다.
“그냥 여동생 같은거죠.”
“하하하! 자네는 여동생과 섹스도 하나 보지?”
다행히 직원들은 호사카의 반응에 둘 사이에 연애 감정은 없다고 본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둘은 이마이 팀장님께 가봐. 찾고 있더라.”
호사카는 직원들과 농담 따먹는 것을 그만하고 발을 옮기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호사카가 출근했다는 것을 들은 이마이 유마가 복도를 달려왔다.
“호사카!!!”
“에?”
호사카는 이마이 유마라는 아저씨까지 자신을 끌어안으려 하자 황급히 한걸음 물러나며 팀장의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악수하며 잡았다.
“이 미친 천재 놈아! 데뷔작부터 이런 짓을 벌이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잘팔리고 있어! 색마 감독 엄청 팔리고 있다고!”
“도대체 얼마나 팔렸길래?”
“3000장이 나갔어!”
현재 AV 업계에서 가장 잘팔리는 작품은 10만장 정도가 나갔다. 그런데 츠지 미유라는 B+급 배우로 초기부터 3000장이 나갔다는 것은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비디오의 가격 하나하나가 꽤나 나가는 시대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여점에서 AV를 빌려보는 시대였다. 그리고 AV 대여점의 사장은 신작이 나오면 하나를 주문하고 먼저 AV를 감상했다. 만약 잘나갈것 같아서 여러 명의 손님이 찾을 것 같으면 그만큼 비디오를 추가 구매하는 것이다.
3일이면 일본 전역에서 대여점 사장이 색마 감독을 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대여점 사장들은 색마 감독을 보자마자 SM 애호의 경쟁작이 나타났다는 것을 느꼈다.
두 작품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SM 애호는 투박하고 거친 맛이 있었다. 그리고 색마 감독은 세련되고 음흉한 맛이 있었다.
대여점 사장들은 단번에 대량의 주문을 넣었다.
그 결과 3일만에 3000장이라는 미친 판매량이 나타난 것이다.
“훌륭해! 남자 배우, 여자 배우! 연기! 컨셉! 편집까지! 하하하하! 이거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다음 작품… 찍어야죠.”
호사카는 슬쩍 이마이 유마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마이 유마의 기분을 보면 그는 허공으로 둥둥 떠오를 것 같았다.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자신이었다. 미래의 지식을 그대로 써먹은게 아니라 자신이 수정하고 가공하였으니 자신의 작품이라 할만했다.
그게 회사 사람 뿐만이 아니라 전일본의 AV 마니아들에게AV 대여점 사장은 가장 많은 AV를 보는 사람들이었다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회사 복도를 츠지 미유와 걸어가고 있으니 직원들의 칭찬이 멈추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문스톤 기획은 지금까지 일류들이 만든 것을 조잡하게 카피한 작품을 만들었고 한번도 이렇게 잘팔리는 작품을 만든 적이 없었다.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의 등을 밀어주었다.
“이봐, 다른 직원들에게 악수도 해주고 그래. 다들 기뻐하고 있잖아.”
직원들, 남자 배우들, 여자 배우들까지 모두 복도로 나와 호사카를 반겼다. 그들은 호사카와 악수를 한번씩 하면서 덕담을 해주었다.
“하하! 이마이 팀장님이 뒤에서 칭찬을 그렇게 하더니 보는 눈이 있으셨네!”
“이봐, 신참! 이번 작품 죽이던데?”
“좋은 작품이었어요! 다음에 나랑도 한번 하죠!”
“내가 호사카 군을 카메라로 한번 찍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직원들은 호사카와 작업을 해보고 싶어했다. 남자 배우는 호사카를 존중해 주었다. 여자 배우는 호사카와 AV를 찍고 싶어했다.
호사카의 기분도 점점 더 좋아졌다. 기분이 째질 정도로 행복했다.
이전 생에서는 자지가 멀쩡히 섰을때도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다. 그는 그저그런 남자 배우였다. 그리고 발기부전이 걸렸을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간 쓰래기가 되었다. 전직 야쿠자, 발기를 못하는 AV 배우.
그리고 드디어 그는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 이 업계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것.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할수는 없지만.’
호사카가 원하는 것은 더 크고 더 많은 것이었지만, 지금 당장 이룬 것을 즐기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츠지 미유도 이런 반응은 처음 받아보았는지 처음 호사카가 닦아준 눈물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다.
호사카는 츠지 미유와 함께 복도를 끊임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그 끝에는 문스톤 기획의 회장 이시이 준이 주름진 얼굴로 서 있었다. 그의 주름은 마음 속으로 웃고 있지만 그것을 꾹 참는 노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사카 켄토, 그리고 츠지 미유.”
그는 차례로 악수를 청했다. 호사카는 노인의 손을 힘차게 잡았다.
이시이 준은 호사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의 성공을 즐겨라. 하지만 앞으로 더 바빠질테니까 마음은 놓지 말고. 이 업계는 부지런한 자가 버티는 곳이다.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한번 성공했다고 게으름을 피워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놈이 한둘이 아니야.”
도색 잡지 시절부터 이쪽 업계에서 오래 굴러먹은 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저도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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