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36화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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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호사카의 오른쪽과 왼쪽에는 그의 오른팔과 왼팔처럼 호시노 사키와 츠지 미유가 앉아 있었다. 호사카는 음식을 손으로 먹을 필요도 없었다. 마치 그는 로마 황제처럼 입을 벌리면 양옆의 여자들이 음식을 작게 포크로 집어서 먹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하마사키 아이와 마코토 미유키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호시노 사키와 츠지 미유가 자리에서 빠지면 언제든지 빈 자리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코토 미유키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호사카에게 노예처럼 비위를 맞춘 것은 그녀의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호사카의 여자들 중 네번째 비슷하게 있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등급이 높은 여배우는 자신이었고 최소한 호사카의 왼팔은 자신의 차지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코토 미유키에게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하마사키 아이였다. 그녀도 여자들의 기싸움이 만만찮은 캬바쿠라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어휴. 무슨 여자들 기싸움이.’
호사카는 자기를 두고 여자들이 아웅다웅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야, 대충 자리 바꿔.”
“응, 왜?”
호시노 사키는 되물었지만 호사카는 그냥 손을 펄럭거리면서 자리를 바꾸라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여자들은 적당히 자리를 섞어서 앉았다.
“서로 사이 좋게 지내. 어차피 한 식구잖아?”
호사카는 이들 모두와 직업적으로 그리고 사적으로 섹스를 하는 사이였지만 그 누구의 남자도 아니었다. 여자들이 대충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있자 이마이 유마 팀장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호사카 군도 여러모로 피곤하겠군. 인기가 이렇게 많아서야.”
“그래도 인기 없는 남자보다는 좋죠.”
호사카는 인기 없는 남자의 삶을 이미 회귀 전에 충분히 겪어 보았다. 다시는 그런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알고 있는 여배우와 친분을 다지는 것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게 어떻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면 다음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지.”
“네, 좋죠.”
호사카의 네 여자는 동시에 이마이 유마를 째려보았고 팀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구석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호사카의 허락에 주변에서 기회를 엿보던 여배우 중 하나가 호사카에게 말을 걸었다.
“호사카 씨? 저희는 인사만 간단히 해봤죠?”
호사카는 자신에게 말을 건 여배우를 슬쩍 보았다. 이름만 간신히 기억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여자였다.
S급 여배우 오하시 마이였다.
‘내가 기억이 희미한걸 보니 회귀 전에도 특출난건 없었고 지금 재능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나 보군.’
호사카는 문스톤 기획에서 여배우를 평가하는 등급을 믿지 않았다. 자신이 오지 않았다면 어차피 망해서 사라질 회사였다. 그곳에서 A등급이니 S등급이니 따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호사카의 눈에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일 뿐이었다.
“오하시 씨죠. 기억하고 있죠. 그런데 제가 잠깐 화장실을 가야해서.”
호사카는 대충 둘러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여배우들이 자신의 입에 넣어준 음식으로 배는 대충 차 있었다. 이제 일을 할 시간이었다.
“아, 네.”
호사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찾아갔다. 볼일을 보고 밖에 나와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저기서 수다를 떨고 있는 여배우들을 천천히 관찰했다.
‘분명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인재가 있을거야.’
회귀 전의 역사에서 문스톤 기획이 망하고 살아남은 여배우는 몇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다른 회사에서 성공한 여배우도 극히 드물었다.
호사카는 할수만 있다면 섹스 토너먼트의 모든 여배우를 외부에서 데려와 키워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기존의 여배우들의 반발이 클 것이었다. S급 여배우 몇 정도는 권력으로 누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여배우를 상대하기는 힘들었다. 문스톤 기획의 회장도 모든 여배우가 나서서 반발하면 숙이고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일단 나는 회사에 4명의 여배우는 자의적으로 그리고 4명은 회사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지.’
호사카는 회사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지만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회사에서 뽑을 4명도 내가 입김을 불어 넣으면 그만이지.’
회사는 자신의 체면을 차릴 수 있어서 좋고 호사카는 모든 여배우를 자신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어서 좋다.
‘그러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대충 둘러봐도 여배우의 비주얼은 훌륭했다. 원래 문스톤 기획이 도색잡지에서 시작한만큼 여배우의 비주얼은 좋았다.
얼굴도 몸매도 모두 평균 이상인 여자들이었다. 호사카가 1억엔 섹스 토너먼트를 최고의 시리즈로 만들고자 했고 최고의 여배우만 사용하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본능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여자가…’
AV는 3초 안에 승부가 나는 세계라고 한다. 비디오 케이스에 있는 여배우의 얼굴과 몸매를 3초만 보고 빌릴지 말지 선택을 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호사카는 이 수많은 여배우들 중에서 자연히 눈이 가는 여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 대상은 의외의 여자였다.
B급 여배우 쿠도 히로미였다.
AV 여배우는 기가 세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조용조용한 츠지 미유조차 자기 할말은 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구석에서 얌전히 있던 쿠도 히로미가 눈에 띄였다.
그녀는 작고 귀여운 여자였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햄스터 같은 매력이 있었다.
다만 80년대 일본에서는 그다지 먹히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이 시대의 일본은 경제적으로 호황이었고 화려한 여자가 유행이었다.
‘로리타 스타일은 한참 이후에나 먹히지.’
하지만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수요는 분명히 이 시대에 있을 것이다.
호사카는 천천히 쿠도 히로미에게 걸어갔다. 여배우들은 수다를 떨고 있다고 호사카가 한 여자에게 걸어가자 일제히 말을 멈추고 호사카를 바라보았다.
“쿠도 씨, 혼자서 밥 먹고 있네.”
“아, 호사카 씨?”
쿠도 히로미는 회사에도 촬영이 있을때만 나오고 회사에서도 조용조용히 혼자 있을때가 많았다. 그래서 호사카는 그녀와 인사와 통성명을 겨우 한번 해봤을 정도였다.
쿠도 히로미는 설마 이 파티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는 호사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줄은 몰라서 깜짝 놀란 상태였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부담스러워했다.
다른 여배우들은 호사카가 갑자기 사람 좋은 척을 하며 홀로 있는 여자를 챙기는 줄 알고 호사카에게 엉겨 붙으려 했다. 호사카는 간단히 손바닥을 들어서 여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여배우들은 호사카를 가지고 싶은 욕망만큼이나 그가 얼마나 싸가지가 없을 수 있는 인간인지 알았기 때문에 그에게 더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잠깐 양갈래 머리를 할 수 있을까?”
언제 그 유행이 시작되었는지는 호사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미래에 로리콘은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대충 어린 여자 아이들이 그런 머리를 자주하는게 이미지를 만든 것이리라.
“양갈래요?”
쿠도 히로미는 갑작스런 호사카의 요청에 당황했지만 일단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양갈래 머리를 해보았다.
“호오. 좋아.”
호사카는 다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팀장 이마이 유마를 찾았다.
“응, 뭔가?”
“팀장님. 다음 대결의 컨셉이 잡힌 것 같네요.”
“그게 뭐지?”
호사카는 자신이 생각해낸 컨셉을 말하기 전에 팀장을 살살 구슬리기 위한 말을 늘어놓았다.
“지금 AV 시장은… 말하자면 그 나물에 그 밥이죠.”
“갑자기 그건 또 뭔말인가?”
“그냥 비슷비슷하게 생긴 여배우로 비슷비슷한 기획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중 아닙니까.”
“그게 제일 안정적으로 잘팔리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뭐 2등 회사는 그래도 되겠지만 1등 회사는 그래서는 안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빙빙 둘러 말하지 말고 그냥 핵심만 말해주면 안되겠나?”
“나름 짧게 줄인 겁니다. 다시 제 말로 돌아가면 기존에 예쁜 여배우를 적당한 기획에 버무린 작품은 기존의 AV 팬층에게만 팔리고 이것에 질린 팬들은 점점 나가떨어질 것이란 거죠. 그것을 방지 하려면 1등 회사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군.”
이마이 유마도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 먹은 인간이었다. 하나의 장르가 뜨고 그것이 대중적인 장르가 되고 팬들이 질려하고 장르가 침체되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판매량을 다시 늘리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장르였다.
“기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스톤 기획도 바뀌는게 있어야죠.”
“지금 1억엔 섹스 토너먼트가 그런 기획 아니었나? 지금도 충분히 새로운 것 같은데?”
“부족합니다. 잘나가서 한두작품 삐끗해도 될때 과감한 시도도 해보고 그런 것 아닙니까?”
호사카의 설득에 점점 이마이 유마는 녹아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회사에서 선정해줄 여배우 중에서도 실험적인 시도가 있으면 좋겠군요. 물론 저도 실험적인 시도를 계속 할겁니다.”
“망하면?”
“망하면 다시 잘하는거 해서 판매량을 늘리면 되죠.”
이마이 유마는 호사카의 배짱에 혀를 내둘렀다. 회사에 고용되어 일은 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배포였다.
“실험적… 실험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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