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52화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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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뉴욕 하츠의 방송 날짜가 잡혔다. 뉴욕 하츠 제작진들은 호사카의 마음이 변할까 두려웠는지 기존에 있던 녹화가 되었던 방송을 밀어내고 호사카와 새로운 녹화를 했다.
뉴욕 하츠는 뉴욕 부츠라는 개그맨 듀오가 다양한 기획을 하는 방송이었다. 몰래카메라, 연애상담 등 다양한 인기 코너를 가지고 있었다.
방송국에 가니 이미 뉴욕 하츠에서는 호사카는 VVIP로 대접하고 있었다. 개인 대기실에는 고급스러운 도시락과 온갖 과자와 음료가 있었다. 이 방송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뉴욕 부츠의 개그맨 2명도 미리 호사카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이야. 호사카 씨. 작품으로는 자주 뵙고 있습니다.”
“네, 저도 뉴욕 하츠를 잘 보고 있습니다.”
호사카는 문스톤 기획 내에서는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마음 편한 인간이지만 필요할때면 사회 생활을 할 줄 알았다. 회귀 전에 여기저기서 구르면서 배운 예절은 사라지지 않았다.
호사카와 개그맨들은 서로의 면을 세워주는 낯 간지러운 말을 했다.
그리고 금방 촬영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뉴욕에서처럼! 뉴욕 하츠 시작합니다!”
개그맨들은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장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띄웠다. 이런 것은 호사카에게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재주였다.
호사카는 원래 재일조선인으로 차별 받으면서 자랐고 비행청소년으로 주먹을 쓰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른이 되고서는 야쿠자 밑에서 일했으니 저렇게 분위기를 쾌활하게 하는 재주와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오늘의 특집은 바로바로 AV 입니다!”
“AV? 이거 공중파에서 나와도 되는 겁니까?”
“뭐 어떻습니까. 옆 방송국에서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AV 배우는 다 나오고 있는데!”
“하하하! 우리라고 못할건 없죠. 이미 저희 PD는 윗선에 무릎을 꿇을 각오까지 다 했다고 하더라구요.”
뉴욕 부츠는 스스로를 1호 그리고 2호라고 불렀는데 1호가 말을 많이 하고 2호는 짧게 맞장구를 쳐주는 정도였다.
오늘은 호사카의 요청으로 다른 게스트가 없었고 오로지 개그맨 2명과 호사카 하나만으로 방송을 이끌어 가야 했다. 덕분에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던 2호도 꽤나 입을 많이 열어야 했다.
“어? 2호는 오늘 말이 많네요?”
“당연하죠! 남자 중에 AV 싫어하는 사람 있습니까? 그 중에 제가 좋아하던 배우가 나오니까 당연히 흥분되고 말이 많아지죠!”
“여자 배우는 아닌데요?”
“앗?!”
“그냥 변태잖아!”
딱!
1호는 능숙하게 2호의 머리를 때렸다. 소리는 크지만 아프지는 않은 기술적인 손놀림이었다.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개그는 한명이 바보 짓을 하는 보케 역할을 맡고 한명은 그것에 딴지를 거는 츳코미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케를 가볍게 때리는 것도 개그의 요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손님을 모시고 이렇게 저희끼리 떠드는 것도 예의는 아니죠! 그럼 모시겠습니다! 요즘 AV계에서 떠오르는 카리스마! 호사카! 켄토! 입니다!!”
경쾌한 등장 음악이 깔리고 호사카는 방송 스탭이 알려준 곳을 따라 걸었다. 원래 뉴욕 하츠가 다양한 토크쇼를 하는 스튜디오가 나왔다. 개그맨들은 호사카를 그 중앙에 있는 왕좌 같은 의자에 앉히고 자신들은 양 사이드에 있는 저렴해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2호는 순식간에 호들갑을 떨었다. 그는 원래 보케 출신이었지만 말이 안하는 이미지로 웃기게 된 이후로 이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어서 즐거운 모양이었다.
“엇? 이분은? 이분은? 1억엔 섹스 토너먼트?”
“이 바보야! 게스트가 쑥스러워하잖아!’
빡!
다시 한번 츳코미가 들어갔다.
“그럼 처음부터 소개를 드리죠! 남자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실겁니다. 요즘 문스톤 기획의 화제작 1억엔 섹스 토너먼트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2호! 1억엔 섹스 토너먼트는 알지?”
“당연하지! 여배우들이 섹스 비디오를 만들어서 팬들의 투표를 받아서 1억엔 상금을 딴다는 기획이잖아! 요즘 그걸 안보는 남자도 있나?”
개그맨 둘은 자연스럽게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대해서 홍보를 해주었다.
공중파에서 무려 AV에 대해서 대놓고 말하는 이것은 PD가 말그대로 무릎을 꿇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호사카는 이것을 자신이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첫번째 조건으로 내걸었고 제작진은 만족할만큼 이를 존중해 주었다.
“이미 AV 업계에서는 소문이 날대로 났습니다. 무라니시 고루를 뛰어넘는 새로운 스타의 등장이라구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억엔 섹스 토너먼트를 기획하고 여배우를 선발하고 실제 연기까지 1인 3역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처럼 말을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없었다. 그는 영업맨 출신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면서 자신의 뜻을 따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는 텔레비전 예능에서도 그를 인기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그런게 불가능했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호사카가 선택한 것은 AV 배우와는 안어울리지만 마치 영화 배우처럼 점잖 떨면서 개그맨들이 띄워주는 것을 받아먹는 스타일이었다.
이것이 호사카가 내건 두번째 조건이었다.
“오! 대단하네요. 그럼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대해서 몇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2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했다.
“여배우와 하는 섹스는 얼마나 기분 좋나요?”
“실례잖아!”
빡!
호사카는 2호가 머리를 맞는 것을 보고 그의 지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안아프게 때린다지만 저렇게 자주 맞으면 지능이 떨어져서 바보 같은 멘트를 자연스럽게 할 것 같았다.
“제가 다시 질문을 드리죠.”
“아, 아닙니다. 일단 질문은 들었으니까 답변해드려야죠. 문스톤 기획의 여배우 분들은 다들 훌륭한 여자들이구요. 그녀들과 섹스를 하는건 당연히 기분 좋습니다.”
호사카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을 했다. 어차피 나중에 편집은 방송국에서 할 것이고 자신의 멘트를 기분 나쁠 정도로 많이 잘라낸다면 다른 프로에 출연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가 공중파에 출연해서 모두가 섹스를 즐기고 있는데 이를 숨기는게 이상하다는 사상을 널리 퍼트린게 도움이 되었다. 그가 망나니처럼 활개를 치고 다니니 호사카가 말한 멘트 정도는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
“와아. 멘트가 굉장히 쎄시네요.”
오히려 AV 배우와 방송을 해본적이 없는 두 개그맨들이 순간 당황할 정도였다. 다행히 베테랑 개그맨들은 당황을 삼키고 방송을 이어나갔다.
“저희가 듣기로 무라니시 고루의 SM 애호는 일본의 AV를 한단계 높이고 그것을 호사카 켄토가 세단계를 높였다는 평이 있던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뜻 듣기에는 굉장히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어느 업계나 위아래에 대한 기본이 있는 시대였다. 호사카가 대답을 잘못하면 AV 업계 전체에서 매장 당할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호사카가 뉴욕 부츠에게 요구한 마지막 사항이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를 계속 화재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땔감을 계속 집어넣어야 해.’
여배우로 화제를 불러 모으는 것은 할만큼 했으니 이제 AV 외적으로 화제를 불러일 차례였다.
호사카는 난처해하면서도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아, 제가 존경하는 선배의 작품보다 제 작품을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사카는 부드럽게 자신이 무라니시 고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다른 사람이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뉴욕 부츠 두 분은 SM 애호라는 작품에 대해서 본적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봤죠! 이제 고전 명작의 반열에 들어간 작품 아닙니까.”
“네, 저도 SM 애호라는 작품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은 제목이 유일한 흠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개그맨 둘은 업계 후배가 선배의 작품에 흠이 있다고 말하자 신이 나서 되물었다.
“흠이라구요?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이미 일본의 남자라면 모두 SM 애호라는 작품을 봤겠지만 그 작품은 쿠로키 하루라는 여배우가 겨드랑이 털을 노출하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감독과 자연스럽고 격렬한 섹스를 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죠.”
“네, 맞습니다.”
“기존의 AV가 여배우가 다소곳하게 예쁘고 수동적으로 찍혔던 것과는 다르게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여주었죠. 분명히 AV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은 틀림이 없습니다.”
호사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에게 주의를 모았다.
“하지만… 그게 SM일까요? SM은 새디스트 즉 괴롭히는 것으로 성애를 느끼는 사람과 마조히스트 즉 괴롭힘 당하는 것으로 섹스의 쾌락을 느끼는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호사카 씨는 그 작품이 제목과 내용이 매칭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무라니시 고루 선배가 제목을 좀 자극적인 것을 쓰려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분명히 좋은 작품이지만 흠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게 제 의견입니다. 물론 무라니시 고루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인건 여전하구요.”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존경하는 듯 하면서 그를 공격했다. 업계에서 욕을 먹지 않을 수준에서 그를 자극한 것이다.
이는 호사카가 생각한 전략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에 업계 1인자를 공격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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