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3화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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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하츠 방송은 몇가지 질문의 답변을 더하고 끝이 났다. 그리고 빠르게 편집이 되어 일본 전역으로 방송이 되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는 호사카가 대부분에 관여하여 만든 역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터뷰는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었고 많은 팬들은 뉴욕 하츠 본방을 시청했다.
그리고 방송의 내용은 무라니시 고루가 재미있게 말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영화 배우가 작품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이 묵직함이 있었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는 오닉스 영상의 여배우와 술을 마시고 있다가 회사의 연락을 받고 급히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에서는 호사카의 방송을 녹화해둔 눈치 빠른 직원이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천천히 방송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애송이가…”
그는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그 기획의 독창성과 완성도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호사카 켄토.”
호사카 켄토의 이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애초에 무라니시 고루의 취미가 AV 시장에서 화제가 된 작품을 보면서 섹스를 하는 것이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동정헌터를 찍었을때부터 그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이 나를 떡밥으로 삼다니…”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비판을 한 의도를 바로 꿰뚫어보았다.
새파랗게 어린 후배가 자신을 작품의 흥행에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 하나하나에 틀린 것은 없었다.
‘SM 애호라는 제목은 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
무라니시 고루 또한 AV 업계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변태적인 지식을 많이 쌓았다.
쿠로키 하루라는 섹스의 쾌락에 적극적인 여자를 발견하고 그녀와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제목을 지을지 많이 고민했었다. 어떤 남자라도 보면 팬이 될 작품이라 확신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손을 뻗어 빌려볼만한 제목이 필요했다.
그래서 무라니시 고루는 SM이라는 일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어를 사용했다. 일본은 서구에 대한 환상이 많은 나라였고 무라니시 고루는 영업을 뛸때부터 영어 단어를 현란하게 사용하며 사람들을 많이 현혹했었다.
그의 전략은 잘 들어맞았다.
남자들은 SM이라는 단어에 궁금증을 가지고 쿠로키 하루의 AV를 빌려보았고 오닉스 영상은 판매량이 폭증했다.
“흐음. 이 녀석을 어떻게 한다.”
무라니시 고루에게 남은 선택지는 간단했다.
어차피 이 업계는 협력 아니면 적대였다. 그리고 감정 하나하나에 휘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이득에 따라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이 야하고 재미있는 아저씨라고 알려진 무라니시 고루가 AV 업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자신의 비서에게 말했다.
“문스톤 기획에 전화해서 내가 호사카 켄토를 보고자 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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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긴자의 고급 커피숍에서 무라니시 고루를 기다렸다.
지금 1억엔 섹스 토너먼트로 자신이 AV 업계에서 가장 화재가 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루키일 뿐이었다. 업계 1인자인 무라니시 고루가 부르면 일단 그와 대화를 해보는게 호사카에게는 이득이 될 가능성이 컸다.
호사카는 기다리면서 무라니시 고루에 대해서 회상을 했다.
회귀 전의 그는 무라니시 고루의 오닉스 영상에서 AV 배우로 활동했었다. 자신은 신입 배우였고 그때도 그는 회사에 잘 나오지 않고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사카가 무라니시 고루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나쁜 일도 많이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한 천재.’
시대가 원하는 AV를 캐치해서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제작을 하는 것은 천재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광대처럼 만들어서 AV를 홍보하는 것은 어지간한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잘나갈때는 주변의 사람을 잘챙기기로 유명했고 망하기 시작했을때는 자신을 믿고 남아준 사람마저 등쳐먹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 당시에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서 무라니시 고루는 카페로 들어왔다. 그는 미모의 여비서를 대동하고 있었고 여비서는 큰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아, 호사카 군!”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를 처음 보는 것이지만 마치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처럼 걸어왔다.
호사카는 악수를 청하려고 했지만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를 확 안았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의 손이 불쑥 호사카의 사타구니로 들어왔다.
“뭐하는겁니까?”
“하하하. 젊은 친구가 배포가 대단하구만.”
이는 무라니시 고루가 남자 배우를 테스트하는 특유의 방법 중 하나였다.
남자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발기를 하고 사정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어느 상황에서나 쫄지 않는 배포가 필요했다.
갑자기 이렇게 사타구니에 손을 넣으면 마치 맹수를 만난 초식 동물처럼 자지가 쪼그라드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멀쩡했다.
그는 회귀 전에 무라니시 고루를 만났을때도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자지가 형편없이 쪼그라 들었고 무라니시 고루는 오닉스 영상에서 남자 배우로 성공하려면 좀 더 깡다구를 키우라는 말을 하고 지나갔었다. 그 당시에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호사카는 자신만의 작품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가 이런 무례한 짓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예상도 하고 있었다.
“일단 자리에 앉지.”
무라니시 고루와 호사카는 카페의 자리에 앉았다. 무라니시 고루는 간단하게 특유의 말투로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자네의 엑설런트한 작품은 잘 봤어. 요즘 신인들은 파이팅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네만큼은 달랐어. 그래서 말인데. 호사카 군. 오닉스 영상에 올 생각은 없나?”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 또한 그의 장기였다.
“자네가 문스톤 기획에서 지금 받고 있는 돈의 2배! 아니, 3배를 주지!”
무라니시 고루는 여비서에게 손짓을 했고 여비서는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카페 탁자에 올려서 열었다. 서류 가방에는 빳빳한 1만엔짜리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를 자신의 아래에 두고 싶었다.
외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그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외부에서 홍보를 잘해도 회사 내부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었다. 무라니시 고루도 한달에 하나 정도는 작품을 연출했지만 이 정도로는 모잘랐다.
무라니시 고루는 지금 좋은 AV 제작자가 필요했고 호사카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인재였다.
호사카는 씨익 웃었다.
회귀 전에는 바라볼수도 없던 우상이었고 지금은 언젠가는 뛰어넘고 싶은 업계 1인자가 무라니시 고루였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을 인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 머니가 부족한건가? 문스톤 기획이 얼마를 주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자네가 원하는 금액을 말해보게.”
호사카는 서류 가방을 스스로 닫았다.
“돈 문제가 아닙니다.”
호사카에게 돈은 그 어떤 유혹을 주지 못했다.
호사카가 가지고 있는 미래 지식만으로 그는 이미 억만장자를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일본의 경제 호황이 지속될때는 일본 주식에 투자하고 그 이후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에 투자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를 것이었다.
“제가 오닉스 영상에 가면 제가 무라니시 고루 선배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잡는다니.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그럼 호사카 군이 문스톤 기획에 있으면 이시이 준 회장을 잡을 수 있나?”
“잡을 수 있죠. 충분히.”
무라니시 고루는 야심만만한 호사카의 얼굴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도색 잡지가 아직 음란물 시장의 대세였고 AV가 서서히 떠오를때, 이시이 준은 시대가 변함을 감지하고 무라니시 고루를 문스톤 기획에 영입하려고 했었다. 그때 이시이 준도 간이고 쓸개고 모두 떼줄것처럼 굴었고 무라니시 고루는 당당히 거절했다.
“재밌군. 재밌어. 아주 인터레스팅한 시추에이션이야.”
무라니시 고루는 여비서를 다시 물러나게 했다.
“나는 자네와 적 아니면 동료가 되려고 했어. 하지만 지금 자네는 나를 적처럼 생각하나보군.”
“무슨 적이고 동료입니까. 저는 무라니시 고루 선배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존경하니까 선배를 넘어서고 싶을 뿐입니다.”
무라니시 고루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 남자라면 이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무라니시 고루는 희박한 확률로 호사카가 자신의 영입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돈에 움직이지만 일부의 천재들만이 돈 이외의 신념으로 움직인다는게 무라니시 고루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천재들이 세상을 움직이지.’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거절했을때를 대비해서 만든 다음 제안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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