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55화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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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무라시니 고루와 호사카가 사전에 협의한 사항이었다.
오닉스 영상의 여배우를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자연스럽게 출연시키기 위한 밑작업이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숟가락을 올릴 수 있고 호사카는 업계 1위 회사의 여배우를 쓸 수 있었다.
이는 새로운 화제를 불러올 수 있었고 1억엔 섹스 토너먼트를 더욱 흥행시킬 수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가 말한대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는 방송을 잘 아는 사람답게 이를 자신이 고정으로 출연하는 쿠모토크에서 자연스럽게 풀고자 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는 AV 여배우들이 진검승부를 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이렇게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대결을 매칭시키면 AV 팬들에게 더욱 어필을 할 수 있었다.
호사카는 대본에 나와있는대로 말했다.
“뭐… 저희도 다른 회사의 여배우가 출연을 하는 것을 막는건 아닙니다. 참가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무라니시 고루는 카메라를 보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레오라는 여배우가 그렇게 잘한다면 마침 오닉스 영상에서 좋은 배우가 있지. 후지사키 리코. 어떤가? 설마 오닉스 영상의 도전을 피하지는 않겠지.”
호사카는 지금 이 상황이 무라니시 고루의 독단적인 애드리브라는 듯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쿠모 결사대도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니, 후지사키 리코라면 오닉스 영상의 넘버 투 아닙니까!”
“요즘 AV 업계에서 가장 핫하다는 두 회사의 맞대결을 볼 수 있는건가요? AV 팬으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쿠모 결사대의 말처럼 후지사키 리코는 오닉스 영상에서 잘나가는 AV 여배우였다. 넘버 원은 무라니시 고루의 애인이자 공중파에도 함께 출연하는 쿠로키 하루였다. 하지만 쿠로키 하루는 무라니시 고루가 보물처럼 아끼면서 차기작을 내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판매량 톱은 후지사키 리코였다.
호사카는 크게 결심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역시 내가 인정한 남자답군.”
이후의 방송은 1억엔 섹스 토너먼트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간략히 대화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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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나고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에게 와서 악수를 건네었다.
“나쁘지 않은 방송이었어.”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방송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만약 호사카가 재미있게 말을 하는 재주까지 있었다면 야쿠자를 고용해서라도 호사카를 제거했을 것이었다.
“저도 선배님의 계획 덕을 많이 봤습니다.”
호사카도 한 마디를 했다.
무라니시 고루의 계획 덕분에 새로운 여배우를 섭외하고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화제성을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하나하나 소중히 여겨서 키워야 하는 문스톤 기획의 여배우와 다르게 오닉스 영상은 어차피 라이벌 회사였다.
“그나저나 능구렁이 같은 이시이 준을 잘도 설득했군.”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문스톤 기획의 회장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참여한 이상 투표에 조작을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말이야.”
1억엔은 AV 업계 1위 회사를 운영하는 무라니시 고루에게는 그다지 큰 돈이 아니었지만 거기에 참가하는 여배우에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돈이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오닉스 영상의 여배우를 꼬시기 위해서 투표에 조작은 절대 하지 말라고 호사카에게 말한적이 있었다.
이를 위해 오닉스 영상의 직원을 문스톤 기획에 파견까지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 직원의 업무는 단 하나였다. 바로 투표권 집계 작업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이시이 준을 설득했을 때를 떠올렸다.
무라니시 고루가 말한 것처럼 이시이 준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1등을 한 여배우가 자사의 배우라면 상금을 주면서 더 많은 작품을 뽑아먹을수나 있지만 타사의 여배우라면 1억엔을 빼앗기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1등이라는 명예로 수많은 관심을 받게 될 여배우가 오닉스 영상의 여배우라면 이시이 준은 자신의 배가 얼마나 아플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호사카는 회장에게 꼭 문스톤 기획의 여배우가 섹스 토너먼트에서 1등을 하게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오닉스 영상과의 합작을 허락받았었다.
‘뭐, 내가 사비로 1억엔 상금을 지불해도 상관 없지만… 돈이 썩어난다고 해도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구만.’
호사카는 자신이 가려서 뽑은 여배우를 믿었다. 이들이라면 오닉스 영상에서 어떤 여배우가 오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전을 받으니 좀 더 불타오르는구만.’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문스톤 기획의 내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설득했죠. 저희 회장님도 그렇게 꽉막힌 사람은 아닙니다. 하하하.”
“참… 재미있게 말하는건 모르면서 사회 생활은 기가 막히게 한단 말이지.”
무라니시 고루는 다음 일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우리 여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은 오닉스 영상에서 기획과 대본, 촬영과 편집을 맡는 것은 그대로 진행하는거지?”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오닉스 영상의 여배우에게 최선을 다하는 척만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1억엔 섹스 토너먼트 시리즈에서 호사카가 꼭 필요한 역할만을 맡길 생각이었다. 바로 연기 뿐이었다.
호사카는 그런 무라니시 고루의 수작이 오히려 편했다. 그렇지 않아도 매번 뛰어난 여배우를 발굴하고 그 여배우에게 딱 맞는 시나리오를 짜는게 힘들던 참이었다.
“그럼 대본은 언제 나옵니까? 아시겠지만 저희도 일주일에 한편씩 발매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스케줄이 빡빡합니다.”
“알지. 지금 회사에서 기대를 받고 있는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쓸거니까 너무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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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니시 고루가 말한대로 오닉스 영상에서는 금방 촬영 준비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호사카가 회사로 출근을 하자 무라니시 고루가 어떻게 명령을 했는지 거대한 트럭 두 대에서 수많은 촬영 장비를 가지고 왔었다. 그리고 버스 하나에게 오닉스 영상의 직원들이 우르르 내렸다.
문스톤 기획의 AV 팀장인 이마이 유마는 오닉스 영상에서 온 촬영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마이 유마 팀장님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명함을 공손히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이 둘은 결국 사장에게 고용된 직장인으로 이런 불편한 상황을 잘넘기는게 지상 최대의 목표였다.
오닉스 영상의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타 회사에서 촬영을 해야 했고 문스톤 기획의 팀장은 다른 회사 사람들이 자신의 회사에서 불편함 없이 일을 하도록 편의를 봐주어야 했다. 어쨋거나 편한 일은 아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팀장님은 좋은 곳에 한번 모셔야겠군.’
오닉스 영상의 감독은 호사카에게도 와서 통성명을 하고 호사카에게는 대본을 건네었다.
“촬영 스케줄이 급하다고 해서 대본을 읽을 시간도 많지 않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회사 사정을 봐주시느라 그런걸요.”
“점심 식사 이후에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습니까?”
지금은 오전이었고 점심 식사 후라면 최소한 2시간은 시간이 있었다.
“네, 그렇게 하시죠.”
어차피 대사량이 많지 않은 AV 대본이었다. 많아봐야 종이 3장을 넘지 않는 것이다.
호사카는 대본을 받아들고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여배우를 찾아 나섰다. 후지사키 리코는 개인 대기실을 찾아서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똑똑똑.
호사카가 노크를 하자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호사카는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남자 배우 역할을 맡게된 호사카 켄토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후지사키 리코에요.”
후지사키 리코는 호사카에 대해서 미리 들은 것이 있는지 공손하게 대해주었다.
호사카는 그녀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뻔했다.
‘잘나가는 남자 앞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였구나.’
호사카는 회귀 전을 떠올렸다.
그는 회귀 전에 오닉스 영상에서 AV 배우로 일한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가장 많이 부딪친 직종은 바로 여배우였다. 부딪쳤다는 표현보다는 굴욕을 당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수도 있었다. AV 현장에서는 남배우보다 여배우가 훨씬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V 여배우는 하나 같이 강단이 있는 성격이 대부분이었다. 섹스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 팔아야 하는 직종이니 강단이 없으면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 회사에서 존중을 받게 되면 다른 업종보다 본성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남들이 기피하는 더러운 일이라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 정점에 있던 여자가 바로 후지사키 리코였다.
그녀는 오닉스 영상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AV를 판매하는 여배우였고 무라니시 고루와 쿠로키 하루가 항상 밖에서 활동하니 사내에서는 그녀를 막을 사람도 없었다.
이러한 환경은 그녀를 자연스럽게 오만방자한 성격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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