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72화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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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니시 고루는 격렬한 AV를 주로 만들고 그것을 좋아하는 감독답게 마코토 미유키의 작품에 대해서 크게 호평을 했다.
“저도 예전에 SM 애호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죠. 저도 항상 SM 플레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의 AV 팬들에게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하에 그 수위를 많이 낮추었지만요. 하지만 제 생각이 틀렸던 모양입니다. 많은 AV 팬들이 마코토 미유키의 제대로 된 SM 플레이에 열광하였습니다. 저도 다음에는 오닉스 영상에서 이런 작품을 한번 찍어보고 싶네요.”
“오오. 무라니시 감독의 진짜 SM이라. 이거 또 기대가 되겠는데요?”
“하하. 많이 기대를 해주세요.”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배우인 마코토 미유키 짱에게도 굉장히 큰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녀를 어떻게 설득했나요?”
호사카는 웃으면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상은 마코토 미유키를 속이고 반쯤 억지로 촬영을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를 방송에서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물론 어려운 일이었죠. 무라니시 선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에서는 시도되지 않은 연기였으니까요. 하지만 마코토 미유키는 오랜 시간 AV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이번 1억엔 섹스 토너먼트는 정말로 여배우가 기획부터 참여를 하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오오. 그 모든게 연기란 말이군요. 하긴 연기가 아니라면 당장 경찰서에 가야할 일이겠지만 말이죠. 하하하.”
무라니시 고루는 뼈가 들어있는 농담을 던지고 나서 다시 진행을 이어나갔다.
“일본에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AV 팬들은 이에 호응을 했구요. 덕분에 마코토 미유키 짱은 하마사키 아이 짱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무라니시 고루의 열정적인 진행에 모두는 박수를 쳤다. 무라니시 고루는 다음 여배우를 소개했다.
“다음도 이색적인 여배우와 기획이었습니다. 바로 로리 컨셉의 쿠도 히로미와 섹스 체위를 무기로 들고 나온 츠지 미유의 대결이었습니다!”
개그맨들은 각자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쿠도 히로미 짱은 진짜 미성년자입니까?”
“하하. 그럴리가 없잖아요. 쿠도 히로미는 문스톤 기획에 소속되어 있는 합법적인 성인 배우입니다. 단지 외모가 어려보여서 이런 류의 작품을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뿐이지요. 만약 그녀가 진짜 미성년자였다면 당장 경찰들이 문스톤 기획에 쳐들어왔을겁니다.”
개그맨들은 웃기기 위해서 멍청한 소리를 쉴새 없이 뱉어내야 하는 직종이었다. 호사카는 민감할 수 있는 질문도 적당히 대답을 하며 넘겼다.
“이 두 여배우의 대결은 누가 이겼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누가 이겼었죠?”
개그맨 중 하나가 중요한 질문을 했다. 이게 바로 호사카가 쿠모토크에 출연한 이유 중 하나였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출연한 여배우는 하나하나가 특색 있는 AV를 만들었다. 덕분에 이 시리즈를 봐온 팬들은 여배우를 생각하면 어떤 작품을 찍었는지 대충은 기억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여배우들이 모두 뛰어난 작품을 만들다 보니 그 승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를 보충하는 것이 지금의 방송이었다.
“쿠도 히로미 씨가 이겼죠. 쿠도 히로미 씨는 회사에서 B급으로 평가를 받고 있었고 츠지 미유는 A급이 되었지만 B급이 이긴 셈이라 회사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 츠지 미유 짱의 작품도 좋았는데 말이죠! 아직 보지 못한 체위를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팬들이 원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시리즈물로 만들어보죠.”
“아, 그게 정말입니까?”
“팬들이 원하면 찍는다. 그게 바로 문스톤 기획이거든요.”
“그건 그렇고 쿠도 히로미 짱이 이기다니. 정말 숨어 있던 로리콘들이 모두 집결을 했네요. 하하하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모두는 호사카가 만든 작품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는 다음 여배우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것도 걸작이었죠. 가면을 쓴 의문의 신인! 레오 짱의 테크니컬 섹스였습니다! 저도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봤지만 그녀처럼 섹스를 잘하는 여자는 만나보지 못했어요! 도대체 호사카 군은 이런 신인을 어디서 구한겁니까?”
일본에서 성매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호사카는 웃는 얼굴로 얼버무렸다.
“하하하. 레오 짱은 그 비밀스러운 모습이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에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자신처럼 영어를 섞어서 말하자 더 깊게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개그맨들이 호사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야.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는 섹스 기술이 훌륭한 다양한 여배우들이 나왔죠!”
“대충 기억에 나는 것만 따지면 다양한 체위를 소화하는 츠지 미유. 그리고 가면을 쓰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섹스 기술을 구사하는 레오! 마지막으로 아직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섹스의 1인자로 알려진 쿠로키 하루 짱까지!”
“호사카 씨는 이 모든 여배우와 섹스를 해본 행운아입니다. 그럼 호사카 씨가 뽑은 섹스 기술이 가장 좋은 여배우는 누구인가요?”
호사카는 난처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뽑는게 1억엔 섹스 토너먼트 아닙니까.”
호사카는 어느 여배우 하나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AV 여배우는 하나같이 성격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호사카의 말 한마디에 회사에 큰 풍파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업계에 있어서 사정을 봐주는 무라니시 고루와 다르게 쿠모 결사대의 개그맨들은 한번 궁금한 것은 물고 늘어졌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보았지만 무라니시도 딱히 방법은 없어보였다. 그도 이 방송에서 영향력이 있었지만 이 방송의 주인은 엄연히 쿠모 결사대였다.
호사카는 결국 어중간한 답변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먼저 츠지 미유와의 섹스를 떠올렸다.
“츠지 미유 씨는 노력파입니다. 지식만으로 따지자면 그 어떤 여배우보다 뛰어나죠. 그리고 운동으로 몸을 가꾸고 나서는 왠만한 여자는 하기 어려운 체위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죠.”
다음은 레오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사오토메 리오를 떠올렸다. 그녀는 AV 여배우와는 또 다른 섹스의 프로였다.
“레오 씨는 남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섹스를 정말 잘합니다. 만약 그녀와 한번이라도 섹스를 해본다면 누구든지 그 섹스를 잊지 못하겠죠.”
실제로 소프랜드에서 레오는 그 어떤 남자든 한번 손님으로 받으면 그를 단골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릴지 궁금해 하고 있는 쿠로키 하루였다. 호사카는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여배우의 앞에서 그녀의 섹스 기술에 대해서 품평을 하는 것은 회귀를 하기 전에도 한 후에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쿠로키 하루 씨는 대단하죠. 무라니시 고루 선배님의 작품에서 봤을때부터 항상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함께 연기를 해볼 수 있어서 대단히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쿠로키 하루는 호사카가 자신에 대한 평가는 대충 넘어가려고 하자 전면에 나섰다. 그녀는 평소에 가만히 브라운관의 꽃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흥미를 보이고 앞으로 나오는 여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섹스 이야기도 아니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최근에 자신과 즐겁게 섹스를 한 호사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호사카 씨. 저는 그런 어중간한 대답을 듣고 싶은게 아니에요. 제 섹스는 어땠죠? 어떤 대답이든 상관이 없으니까 듣고 싶네요.”
호사카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 쿠로키 하루는 대충한 답변이나 거짓된 답변을 원치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호사카에게 향했다. 모두가 호사카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실된 대답을 알려줄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쿠로키 하루 씨는 제가 만나본 최고의 변태였습니다.”
잠깐 촬영 스튜디오가 정적에 휩싸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농담을 꺼내던 쿠모 결사대의 개그맨들도, 거침없는 입담을 가진 무라니시 고루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잊었다.
분명 쿠로키 하루는 변태 여자였다. 그녀는 무라니시 고루와 함께 섹스는 인간의 본성이며 이를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여자였다.
이는 당당한 신시대의 여성으로 포장이 되었다. 여자들은 쿠로키 하루를 존경했고 남자들은 쿠로키 하루를 가지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인기 있는 쿠로키 하루를 변태라고 매도하지 않았다. 쿠로키 하루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의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비난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적을 깬 것은 쿠로키 하루의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마치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들은 것처럼 배를 잡고 웃었다. 그녀는 호사카에게 다가가서 그를 안았다.
“진짜! 도대체 당신 같은 남자가 어디 있다가 나타난거죠? 당신은 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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