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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섹스킹 야동 만드는 남자-87화 (87/551)

〈 87화 〉 87화 4강

* * *

늙은 회장의 두 눈은 복수심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역시 사람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네.’

호사카는 이시이 준과 무라니시 고루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시이 준이 이렇게까지 원한을 깊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시이 준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

그는 좋은 경영자였다. 젊었을때는 일선에서 활약을 했고 나이가 들고 나서는 젊고 재능 있는 자들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해주었다. 상부의 관여는 최소화하고 일에 대한 보상은 잘 챙겨주었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잘하지 못하는 경영자들이 많은 세상이었다.

호사카는 이시이 준에게 솔직하게 말을 했다. 이시이 준이 자신에게 진심을 털어놓았으니 자신도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만약 진실을 듣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스톤 기획을 뜨면 그만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한없이 차가운 지옥이지만 능력을 증명한 자에게는 따스한 천국 같은 곳이었다.

“회장님. 솔직히 말하죠. 결승전은 문스톤 기획의 쿠도 히로미와 오닉스 영상의 쿠로키 하루의 대결입니다. 그리고 쿠도 히로미가 로리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쿠로키 하루는 전 일본의 지지를 받고 있죠. 저는 쿠도 히로미로 쿠로키 하루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질거란 말인가?”

“물론 이길 생각으로 AV를 만들겁니다. 하지만 승리를 장담하지는 않겠습니다. 만약 말로만 떠들어댈 수 있는 부하를 원하신다면 다른 사람을 쓰시죠.”

호사카의 냉정한 말에 이시이 준은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그는 한참 동안 분노를 삼켰다.

지금 이시이 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 앞의 호사카가 부하 직원이기는 하지만 그에게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이시이 준은 다시 한번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과거에 무라니시 고루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했을때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력감이 원한과 분노로 사로잡히기 전에 호사카는 말했다.

“대신. 이것 하나는 약속 드리죠. 언젠가는 문스톤 기획의 이름으로 무라니시 고루를 쓰러트리겠습니다.”

이시이 준은 하나의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하나의 희망만 있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다.

“좋다. 호사카 군. 자네의 말을 믿지. 그리고 자네를 전적으로 밀어주겠네. 이번 1억엔 섹스 토너먼트도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해보게.”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결승전을 앞두고 호사카를 부른 것은 이시이 준만이 아니었다. 무라니시 고루도 호사카와 사적으로 만나기를 원했다. 호사카는 딱히 거절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무라니시 고루와 만났다.

이들은 긴자의 고급 바에서 만났다. 작은 방에는 참치 회가 깔리고 서민이 한달은 먹고 살 수 있을만한 가격의 양주가 아낌없이 잔에 채워졌다.

무라니시 고루는 옆에 아름다운 쿠로키 하루를 두고 호사카를 반겼다.

“호사카 군. 어서오게.”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에게 먼저 양주가 든 잔을 건네었다. 호사카는 잔을 받아들고 가볍게 마셨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 대단한 시리즈물이야. 지금까지 일본의 모든 AV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 하하하.”

신선한 기획에 뛰어난 여배우들, 그리고 AV에서 잘나오지 않는 전설적인 여배우 쿠로키 하루까지 참전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는 현 시점에서 가장 잘팔리는 AV였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도 자신을 원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무라니시 고루는 자신의 여자와 섹스를 한 남자를 앞에 두고 질투나 분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쿠로키 하루는 무라니시 고루를 옆에서 안고 있으면서 호사카에게 그윽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쿠로키 하루 씨 덕분이죠. 만약 그녀가 참전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 판매량은 나오지 않았을겁니다.”

호사카는 진실이 섞인 겸양을 떨었다. 실제로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판매량 중에 쿠로키 하루의 영향이 크기도 했다.

호사카와 무라니시 고루, 쿠로키 하루는 서로를 칭찬하면서 술과 안주를 나누어 먹었다. 술기운이 적당히 올라오고 분위기가 좋아지자 무라니시 고루가 말했다.

“자네는… 천재야. 그리고 천재는 천재와 함께 일해야 하는 법이지. 범인은 천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에는 놀라고 다음에는 존경하다가 마지막에는 질투를 하거든.”

“하고 싶은 말씀이?”

“다시 한번 제안하지. 오닉스 영상에 오지 않겠나? 최고 대우를 약속하지.”

쿠로키 하루도 한마디 거들었다.

“호사카 씨. 무라니시 감독님이 이렇게 높게 평가하는 경우는 없어요.”

호사카는 신중하게 말했다.

“만약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무라니시 고루는 술잔을 손가락으로 가지고 놀면서 말했다.

“처음 호사카 군을 우리 회사로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을때는 자네를 그저 뛰어난 신인이라 생각했지. 데려오면 좋겠지만 만약 거절 당해도 아쉬울 것이 없는.”

무라니시 고루는 술잔의 술을 단숨에 삼켰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 자네는 스스로를 증명했어. 이제 자네가 천재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 호사카 군. 하늘 아래에 태양이 두 개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아나?”

“그런 속담이 있기는 했죠.”

“이 바닥도 마찬가지야. 1인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거지. 업계 1위가 그 업계의 대다수를 가져가는거야. 자네는 1인자가 될 재능이 있어. 천재를 넘어선 재능이지. 만약 자네가 이대로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오닉스 영상은 업계 1위의 자리를 빼앗길 지도 모르지.”

“그 말은?”

“자네는 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네. 나와 함께 하던지. 아니면 나의 적이 되던지. 저번에도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거절하면 나의 적이 된다는게 어떤 뜻인지 확실히 알려주도록 하지.”

무라니시 고루의 말은 장난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호사카가 생각을 해도 1억엔 섹스 토너먼트를 만든 자신은 오닉스 영상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존재였다. 무라니시 고루가 아무리 공중파에서 자사의 AV를 많이 홍보해도 AV 자체의 질이 떨어진다면 승부의 추는 금방 기울어질 것이 분명했다. 마케팅으로 부풀려진 상품은 진짜가 나타나면 금방 그 거품이 사그라들기 마련이었다.

호사카가 무라니시 고루의 말을 듣고 처음 느낀 감정은 자부심이었다.

‘내가 그 무라니시 고루에게 위협이 된다고 인정 받다니!’

회귀 전에는 무라니시 고루의 밑에서 이름 없는 남자 배우로 살았었다. 호사카가 발기부전에 인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을때도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회귀를 하고 AV 업계에서 연속적으로 성공을 하고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여 무라니시 고루에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로 인정받았다.

호사카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기지?”

“이시이 준 회장도 얼마전에 나를 불러서 말을 하더군요. 무라니시 고루를 이겨달라고.”

“그래서 자네 대답은?”

“이번에는 이기지 못할지 몰라도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고 했죠.”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묻고 싶었던 것을 말했다.

“과거에 이시이 준 회장도 무라니시 선배를 영입하려고 했다죠. 그 때 문스톤 기획은 더 많은 자본과 여배우를 가지고 있었어요. 왜 거절했습니까?”

“나는 나보다 뛰어난 자가 아니면 내 위에 있는 것을 참지 못해.”

“그럼 무라니시 선배보다 뛰어난 사람은 있습니까?”

“아니. 보지 못했지. 내가 최고니까.”

“참 운명이란 이상하네요. 그렇게 이시이 준 회장의 손길을 뿌리친 남자가 이렇게 저에게 손을 내미니까요.”

두 남자는 동시에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라니시 고루는 오만한 천재였다. 그리고 호사카는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천재를 흉내낼 수 있는 범재였다.

이 둘은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절대 자신에게 숙이고 들어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처음 그를 돈으로 회유하려고 했을때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꺾기 위해서 그 제안을 거절한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지금 호사카는 젊은 날의 자신과 동일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야망에 가득찼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있는 청년의 눈빛이었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가 자신을 포기하고 이제 완전히 적으로 돌아섰음을 알았다. 사업적인 이유로 일시적인 협력은 할 수 있으나 둘 중 하나가 이 업계에서 물러날때까지 서로를 적으로 여길 것임이 확실해졌다.

호사카는 빈 잔 두 개에 술을 가득 따라서 무라니시 고루에게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건배를 하죠. 우리의 앞날을 위해.”

“그거 좋지.”

두 남자는 가볍게 술잔을 부딪치고 한번에 들이켰다. 독한 양주가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쿠로키 하루는 두 천재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술자리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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