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92화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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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BDSM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끝내고 중요한 내용을 말했다.
“그럼 금지어를 정해볼까요?”
“금지어라뇨?”
“BDSM은 위험한 섹스 플레이죠. 서로 위험한 순간이 왔을때는 행동을 멈추어야 하는데 상대방이 진짜 싫어하는지 아니면 즐기고 있는지 알기가 힘들수가 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멈출 수 있는 금지어를 미리 약속하죠.”
“오. 진짜 신기하네요.”
쿠로키 하루는 호사카의 팔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런게 필요 없어요. 호사카 감독을 믿고 또 나를 믿으니까.”
호사카는 여배우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굳이 금지어를 정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녀를 충분히 배려했고 그녀 또한 성인이니까 스스로의 선택은 책임을 저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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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키 하루의 첫번째 결승전 작품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무미건조한 나무 바닥에 검게 칠한 BDSM 도구들이 널려 있는 방이었다. BDSM 도구들은 얼핏보면 고문 도구처럼 보일 정도로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카메라는 천천히 방의 풍경부터 비추면서 앞으로 있을 섹스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촬영했다.
그리고 방에 쿠로키 하루가 들어왔다. 8강전에 알몸으로 인터뷰를 했던 것처럼 그녀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검정색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 예쁘장한 얼굴과 밸런스를 갖춘 몸매였다. 그녀의 비주얼은 이 살벌한 방에 묘하게 잘 녹아들었다.
‘역시 대단하군. AV가 아니라 무슨 예술 작품을 보는거 같아.’
그리고 호사카가 앞으로 나섰다. 오닉스 영상의 카메라 감독은 의도적으로 호사카의 손만 화면에 나오게 만들었다. 화면에서 메인이 되는 것은 쿠로키 하루였다.
호사카는 쿠로키 하루를 들어올려 의자에 앉혔다. 기묘하게 생긴 의자였다. 마치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하는 것처럼 여자의 다리를 벌려서 양옆에 올려둘 수 있었다.
쿠로키 하루는 마치 인형처럼 호사카의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표정은 긴장과 기대, 흥분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표정은 보는 남자를 꼴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쿠로키 하루는 양손은 머리 위로 올려서 수갑에 묶였다. 수갑은 의자의 머리 받이 위에 고정이 되었다. 양 다리는 벌려져서 다리 받이에 올려졌다. 호사카는 검정색 가죽끈으로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다리 받이에 고정시켰다.
쿠로키 하루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호사카는 바닥에서 가죽 채찍을 주워들었다. 마치 붓처럼 가죽을 잘게 잘라놓은 채찍이었다. 이런 채찍은 아픔은 덜하면서 소리는 강하게 나며 겉보기에는 아파보이는 용도였다.
“하아하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쿠로키 하루는 벌써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지금의 이 분위기가 그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채찍의 끝을 슬쩍슬쩍 그녀의 몸에 올렸다. 차갑고 미끈한 감촉이 쿠로키 하루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채찍은 그녀의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보지로 보지에서 허벅지로 움직였다. 채찍이 몸을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쿠로키 하루는 가늘게 떨었다.
호사카는 SM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 애드립으로 대사를 했다.
“쿠로키 하루.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AV 여배우라. 그런 여자가 진짜 SM을 맛보고 싶다고? 정말 정신이 나갔군. 네가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도 SM에 들어온 이상 내 암캐일 뿐이야. 알겠어?”
호사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았다. 쿠로키 하루는 떨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그럼 암캐가 된 기념으로 철저히 조련을 해주도록 하지. 먼저 채찍이다.”
호사카는 그녀의 앞에서 허공에 채찍을 휘둘렀다.
푹. 푹.
가닥이 많은 채찍은 허공을 묵직하게 가로질렀다. 쿠로키 하루는 저 채찍이 자신에게 닿을 것을 걱정하면서 몸을 움츠렸다.
‘그래. 이게 BDSM의 핵심이지.’
BDSM은 공포를 섹스로 즐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통은 공포를 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분위기로, 말로, 도구로 고통을 주기 전부터 무섭게 만드는 것이 좋았다. 단순히 아프게 만드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였다.
호사카는 그녀의 왼쪽 허벅지부터 가죽 채찍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찰싹. 찰싹.
거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였다. 하지만 쿠로키 하루는 호사카의 분위기에 압도가 되어 몸이 느끼는 아픔보다 심리적인 아픔을 더 많이 느꼈다.
“그, 그만…”
“네가 그만해 달라고 그만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계약서에 사인은 모두 되어 있어. 내가 끝낼때까지는 끝난게 아니야.”
호사카는 천천히 강도를 올려나갔다. 중간 중간에 가죽의 끝으로 쿠로키 하루의 보지를 어루만져 주었다.
호사카는 쿠로키 하루의 눈을 깊이 바라보았다. 공포 안에서 쾌락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역시 대단한 변태군.’
원래 마조히스트 성향이 없는 여자가 처음 하는 진짜 SM 플레이에서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호사카가 아무리 능숙하게 이끈다고 하더라도 안되는 여자는 절대 못하는 종류의 능력이었다.
호사카는 그녀의 가슴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치우고 채찍의 딱딱한 손잡이 부분으로 가슴을 꾹꾹 눌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젖꼭지는 점점 딱딱해지고 있었다. 호사카는 채찍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그녀의 유두를 괴롭혔다.
그리고 이어서 다시 채찍질을 시작했다. 약한 강도에서 강한 강도로. 그리고 허벅지에서 점점 보지로 가까이 가며 하는 채찍질이었다.
쿠로키 하루는 호사카의 능숙한 리드에 마조히스트의 맛을 알아가고 있었다. 입으로는 그만두라고 말하면서도 보지는 점점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이건.”
호사카는 채찍의 손잡이 끝을 그녀의 보지에 쿡 찍어서 애액을 묻혔다.
“너는 정말 변태 암캐구나.”
“아니에요!”
지금 상황은 쿠도 히로미의 결승전 영상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두 여자 모두 억지로 당하는 것을 연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명은 순수한 로리를 연기했고 한명은 마조히스트로 각성하는 성숙한 여자였다.
호사카는 단단한 손잡이로 그녀의 보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차가운 채찍 손잡이로 하는 애무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기분 좋지?”
“아아앗. 흣. 으읏. 읏.”
쿠도 히로미는 호사카의 손길에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비틀었다. 호사카는 중간에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치워주면서 다시 물었다.
“기분 좋잖아.”
쿠도 히로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지금의 쾌감을 인정하는 것보다 부인하는 것이 더 큰 쾌락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호사카는 이제 채찍으로 할만큼 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한번 움켜쥐고는 그대로 손을 보지로 내렸다. 수북한 음모를 지나 보지 구멍으로 중지를 살짝 넣어보았다. 축축하고 뜨거웠다.
‘이럴때 바이브레이터가 있으면 좋을텐데.’
회귀 전의 미래에는 온갖 종류의 자위 도구가 AV에서 사용이 되었다. 그 중에서 손가락 한마디만한 바이브레이터도 있었다. 그런 도구를 쓰면 강한 진동으로 여자를 금방 쾌락에 물들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패드에 최초로 진동이 적용된 것이 90년대였다. 80년대 일본에서는 아직 그런 도구를 구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호사카는 자신의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검지손가락을 잔상이 생길정도로 흔들어서 그녀의 유두에 비볐다. 이미 몸에 흥분이 올라온 쿠로키 하루였다. 호사카가 가슴을 만져주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호사카의 손은 이제 밑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본적이 있나? 이걸 네 보지에 넣고 움직이면 어떨까?”
“아, 안돼!”
호사카는 그녀의 보지 안에 중지를 찔러넣었다. 그녀의 보지 속살이 쫀득하게 손가락으로 얽혀 들어왔다. 호사카는 보지의 압력을 거부하며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손가락을 기계처럼 쓰다보니 금방 피로가 올라왔다. 하지만 호사카는 멈출 수 없었다. 지금 한참 분위기가 좋을때 밀어붙어야 했다.
호사카는 한참을 손가락으로 쿠로키 하루를 애무했다. 쿠로키 하루는 폭력적으로 자신을 덮쳐오는 쾌락에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팔다리가 모두 묶여 있어서 쾌감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너무 강한 쾌감은 고통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통이 공포로 공포가 쾌감으로 변하는게 BDSM이었다. 그녀의 몸은 무한으로 쾌락을 생성하는 공장처럼 변했다.
호사카는 그녀의 반응을 관찰하다가 그녀가 한계까지 도달했다고 싶을때쯤에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주었다.
주륵.
그리고 쿠로키 하루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호사카는 깜짝 놀랐다. 여자의 눈물을 남자를 멈추는 힘이 있었다.
쿠로키 하루는 호사카의 반응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에는 몸을 떠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쿠로키 하루가 BDSM의 플레이를 계속 이어가라고 표현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미 여러번 섹스를 한 두 사람은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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