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쿄 섹스킹 야동 만드는 남자-126화 (126/551)

〈 126화 〉 126화 영화

* * *

지이이이.

아파트 벨을 누르자 일부러 음량을 줄여놓은 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참동안 인기척이 없었다. 호사카는 인내심을 가지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 호사카 씨인가요?”

“그렇습니다.”

전화에서는 날이 서 있던 목소리였고 지금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부러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마츠다 나기사는 호사카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일본의 전통적인 미인상이었다. 가늘지만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 흰 피부에 흑단같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기모노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츠다 나기사는 30대가 넘어가는 나이임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온갖 스트레스로 병약해진 모습은 오히려 그녀에게 청초한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그녀는 예절을 갖추었으나 밖에서 다른 누군가가 더 있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호사카는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소형 아파트는 그녀의 외모처럼 쓸모 없는 물건은 거의 없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할 점으로 냉장고가 컸다. 여자 혼자서 한달 동안은 나가지 않아도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였다.

호사카는 마츠다 나기사의 안내에 따라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호사카는 마츠다 나기사에게 준비해온 고급 화과자 선물 세트를 내밀었다. 마츠다 나기사의 파리한 얼굴에 잠깐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다행이군.’

아직 행복이 남아 있는 인간은 희망이 있었다. 호사카는 마츠다 나기사가 절망에 빠져 이미 구제할 도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마츠다 나기사는 주방으로 가 말차를 만들어 나왔다. 호사카가 구해온 화과자가 작은 접시에 담겨 옮겨졌다.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시마 감독님께 이야기를 들으니 찾아오지 않을수가 없더군요.”

“그럼 이번에는 무슨 영화 일인가요?”

“네?”

마츠다 나기사는 호사카가 다른 사람들처럼 캐스팅을 위해 온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 저도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죠. 하지만 이 나이를 먹도록 돈버는 재주가 연기 뿐이라… 그리고 계속 오시마 감독님께 돈을 받으면서 지내는 것도 면목이 없으니까.”

밖으로 잘나가지도 않는 그녀가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오시마 타케시가 주선해 주는 배역 일 덕분이었다. 마츠다 나기사는 당연히 호사카도 그런 사람일거라 생각을 했었다.

호사카는 먼저 오해를 바로 잡았다.

“아닙니다. 저는 원래 AV 배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오시마 감독님의 다음 작품에 출연을 하기로 되어있지요. 마츠다 씨를 찾아온 이유는 오시마 감독님께 마츠다 씨의 일에 대해서 듣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입니다.”

“아…”

마츠다 나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의 상태는 제가 가장 잘압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로 하지 않으니 그냥 가주세요.”

호사카는 마츠다 나기사와 몇마디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가 심리학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연예인들 사이에 흔히 걸리는 질병 공황장애였다.

공황장애는 한번 발작을 하게 되면 심박수가 미친듯이 상승을 하고 호흡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마치 땅 위에서 익사를 하는 듯한 공포를 겪게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발작이 언제 찾아올지 예상을 할 수 없으니 공황장애에 걸린 사람은 평생 불안에 시달리면 살게 된다. 당연히 평범한 일상 생활도 힘들어지게 된다.

“정신과는 가봤습니까?”

“네? 정신 병원 말인가요? 전 미친게 아니에요.”

80년대의 흔한 사고방식이었다.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었고 그곳에 가는 것은 곧 미친 사람임을 인증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 시대에는 정신병이 있더라도 그냥 참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호사카는 방을 좀 더 살펴보았다. 일본에서 많이 보급된 텔레비전도 없었다. 신문이나 잡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감각의 왕국으로 대중들의 공격을 받고 나서는 외부의 모든 정보를 끊어버렸나보군.’

이는 일차적으로는 정신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별로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 정신에 이미 새겨진 상처는 외부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계속해서 깊어졌을 것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가두고 살아왔을 것이다.

‘불쌍하다.’

호사카는 마츠다 나기사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녀는 아무것도 잘못을 하지 않았다.

그저 영화에서 예술을 위해 상대 배우와 섹스를 했을 뿐이었다. 미래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었다. 그런데 마츠다 나기사는 시대와 장소를 잘못타고 났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죄수처럼 지내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를 정신과에 데려가서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겠지만… 힘들겠군.’

공황장애는 약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츠다 나기사를 억지로 병원으로 데려가면 그녀가 격렬히 거부하여 오히려 안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사카는 그녀가 공황장애에 걸린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간단했다.

영화 촬영 중에 섹스를 했다는 것으로 대중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 그녀를 욕했을 것이다. 이는 평범한 한 여배우의 정신을 무너트리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럼 그녀의 생각을 바꿔야겠군.’

호사카는 비슷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당당히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바로 쿠로키 하루였다. 쿠로키 하루는 지금도 AV 렌탈샵에서 자신의 작품을 대여하고 있었고 공중파에서는 온갖 예능에 나오고 있었다.

마츠다 나기사처럼 정신이 무너질 수 있었지만 쿠로키 하루는 오히려 당당하게 세상에 나섰다. 그녀는 섹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이를 즐기는 것은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주장을 하며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마츠다 씨. 혹시 제가 먼저 말한 AV 배우라는 것을 아시나요?”

“아뇨. AV라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배우라니까 역시 영화 배우와 비슷한 것인가요?”

호사카는 앞으로 설명할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마츠다 나기사는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된 여자였다. 그녀는 가끔 영화 배우 일을 하러 가도 다른 사람과 최소한의 접촉과 최소한의 대화만을 나누었다. 자연히 80년대에 텔레비전과 비디오와 함께 번성한 AV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제가 설명을 하는 것보다 보여드리는 것이 편하겠네요.”

호사카는 말로 섣불리 설명을 하면 오히려 마츠다 나기사의 경계를 사서 상황이 악화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뭘요?”

“비디오는 아시죠?”

“네. 영상을 녹화하여 집에서도 볼 수 있다는… 요즘은 그걸로 집에서도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다면서요?”

“네. 마츠다 씨의 집에서는 텔레비전도 없어보이네요. 제가 몇가지 물건을 선물해 드릴테니 제가 드리는 비디오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 비디오를 보시면 마츠다 나기사 씨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츠다 나기사는 눈 앞의 남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지만 그의 이상한 자신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츠다 나기사는 자신을 말로 설득하려나는 자들을 많이 만나 보았었다. 오시마 타케시를 포함한 것이었고 그 누구도 마음의 병에 걸린 마츠다 나기사를 설득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집에서 비디오를 몇개 봐달라고 하는 호사카의 부탁은 그녀를 무리하게 설득하는 것보다 편하게 받아들여졌다.

“그건… 비싼 물건들이겠죠? 다 본 이후에 다시 가져가겠다고 하시면 한 번 볼게요.”

“네, 그게 마음이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시죠.”

호사카는 화과자와 말차를 먹고 마시며 사소한 잡담을 나누었다. 마츠다 나기사의 공황장애를 자극할만한 말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AV 배우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여자들과 지내서 그런지 호사카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편안하게 했다. 마츠다 나기사는 20대 초반에 불과한 젊은 청년에게 호감을 가질 정도였다. 만약 그녀에게 조카가 있다면 호사카 같은 사람일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 다음에는 약속한 물건을 가지고 오죠.”

호사카는 그렇게 마츠다 나기사의 아파트를 떠났다. 다음 날 그는 비디오 레코더가 달려 있는 텔레비전 하나를 들고 다시 아파트로 찾아왔다.

호사카는 아파트에 모든 것을 설치하고 작동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비디오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비디오 위에는 그가 직접 적은 편지가 있었다.

“마츠다 씨. 그럼 이 비디오를 모두 보고 난 이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죠.”

“네, 알겠어요.”

마츠다 나기사는 비디오라는 신문물에 신기해 했다.

“호사카 씨. 차도 좀 드시고 가시죠. 이렇게 좋은 물건을 빌려주셨는데.”

마츠다 나기사는 공황장애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사람의 정이 그리웠다. 그리고 자신을 자극하지 않고 부드러운 이야기만 하는 호사카와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네, 그러죠.”

호사카는 웃으며 마츠다 나기사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둘은 소소한 잡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떠나자 마츠다 나기사는 좋아진 기분으로 호사카가 남긴 편지를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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