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30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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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타케시는 영화 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그는 감각의 왕국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대중이나 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는 섹스에 대해서 대중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놓쳤다. 명작은 만들었지만 여배우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잠작을 하게 했다. 여배우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녀를 다시 세상에 데려오려고 했지만 어찌 할바를 몰랐었다.
“오시마 감독님도 섹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생각하시죠?”
“그렇지. 그건 인간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감탄을 하는 것도 다를게 없어. 감동을 줄 수 있다 이 말이야.”
“그렇다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대로 된 작품?”
호사카의 단어 선택에 오시마 타케시는 약간 눈썹을 씰룩거렸다. 오시마 타케시는 자신의 예술에 자부심이 있는 감독이었다. 만약 호사카가 마츠다 나기사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진작에 호통을 쳤을 것이었다.
“네. 이전에 오시마 감독님의 작품은 명작입니다. 하지만 예술에만 집중한 나머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여배우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죠. 주변에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란 말을 한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예술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말이야.”
“그럼 또 다시 그런 선택을 하실겁니까?”
오시마 타케시는 슬쩍 마츠다 나기사를 보았다.
“아니. 그럴 생각은 없네.”
호사카는 오시마 타케시가 이런 선택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호사카는 감각의 왕국으로 큰 충격을 받고 오시마 타케시의 다양한 영화를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감각의 왕국 이후로는 뭔가 독기가 빠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이제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는 마츠다 나기사 때문이었다. 지금의 오시마 타케시는 과거를 후회하면서도 그 영광을 그리워하는 남자였다.
“오시마 감독님이 예술을 위한 예술. 그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것이 꼭 과격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세상에는 순수하고 인공적인 아름다움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순애물이라고 하나요? 순수한 사랑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죠.”
오시마 타케시는 섹스와 정치를 메인으로 한 극단적인 영화로 유명했다. 그 과격한 묘사는 예술적일지는 몰라도 배우에게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흠…”
일단 오시마 타케시는 호사카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평생 추구하던 예술과 맞지 않았다.
호사카는 꾸준히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회귀 전의 기억으로 미래의 일본 영화는 과격한 것보다 잔잔한 것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기억에 났다. 그 기억은 호사카에게 확신을 가진 설득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자연도 그렇지 않습니까. 인간은 거대한 산사태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없이 고요한 바다 앞에서 평화를 느끼기도 합니다. 잔잔한 영화도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호사카는 미래에 일본에서 나온 명작 영화를 생각하며 말을 했다. 그리고 오시마 타케시는 명감독답게 호사카가 두루뭉실하게 말한 것에서도 뭔가 영감을 얻어내었다.
“자연, 순애. 흠… 뭔가가 나올수도 있을 것 같군.”
호사카는 마츠다 나기사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영화에 마츠다 나기사 씨가 출연하여 영화가 대성공을 거둔다고 생각해보세요.”
현재 마츠다 나기사는 호사카와 함께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료했다. 자신이 잘못된게 아니라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혼자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세상은 그대로 일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돈과 명예가 필요할 것이었다.
“좋군.”
오시마 타케시는 기존에 호사카를 주인공으로 쓰고 있던 대본의 초안을 모두 쓰레기통으로 쑤셔박았다.
마츠다 나기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감독님. 혹시 저를 위해서 그러시는거라면… 캐스팅을 거절하겠습니다.”
그녀는 자존심이 있는 여자였다. 오시마 타케시라는 거장이 자신에게 마음의 빚을 진 것 때문에 그의 예술혼을 꺾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오시마 타케시는 마츠다 나기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런 이유도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자네라는 배우와 호사카라는 배우는 나에게 영감을 줬어.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것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것에서는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내 영화에 출연을 해주겠나?”
마츠다 나기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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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타케시는 번뜩이는 영감을 하나 잡자마자 맹렬히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밥도 매일 작업실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만 마시며 할 정도였다.
영화의 대본을 만들고 촬영 일정을 잡는 것만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호사카는 문스톤 기획에서 자잘한 AV에 출연을 하면서 연기를 연습했다. 그리고 오시마 타케시는 모든 준비가 끝나자마자 호사카와 마츠다 나기사에게 연락을 했다.
셋은 다시 오시마 타케시의 집에서 만났다. 호사카는 앉은 자리에서 대본을 빠르게 읽었다.
‘대단하군. 역시 천재는 천재인가.’
호사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본은 단순했다. 보통 영화의 단순한 대본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필요한 요소만 뚝심있게 넣은 대본은 단순함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되었다. 지금 오시마 타케시가 만든 대본이 그랬다.
마치 미래의 영화를 보고 온 것처럼 오시마 타케시는 나중에 나올 명작 순애 영화와 비슷한 것을 스스로 창조했다. 호사카가 별다른 힌트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굉장한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겁니까?”
“영감만 있으면 가능하지. 자네가 이미 나에게 모든 재료를 주지 않았나.”
오시마 타케시는 호사카와 마츠다 나기사를 보며 말했다.
“젊고 열정적인 남자. 그리고 과거의 아픔이 있는 여자. 일본의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순애. 안타까운 사랑. 모두 자네가 준 재료들이지.”
오시마 타케시의 영화는 간단했다.
추운 겨울의 홋카이도가 배경이었다. 눈이 해안가에 가득 쌓인 작은 어촌 마을에 한 젊은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패기가 가득한 젊은 소설가이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겪고 마지막 도전을 위해서 이 작은 마을에 온 것이었다.
마을에 도착한 그는 어딘가 아파보이는 미혼의 여관 주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여관 주인은 남자 주인공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다.
나중에 여관 주인은 불치의 병에 걸려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 진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에도 삶의 의지를 꺼트리지 않는 남자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기에 그의 구애를 거절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서로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이야기한다. 남자는 소설로 성공을 하고 싶어하고 여자는 남자와 함께 도쿄에 올라가보고 싶어한다. 그녀는 도쿄 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보고 싶어한다.
결국 소설은 완성되고 여자는 죽는다. 남자는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도쿄 타워를 올라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심플하지만 좋은 내용이네요.”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남자는 어딘가 호사카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상처에 힘겨워하지만 남자를 만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여자는 마츠다 나기사를 닮아 있었다.
이를 오시마 타케시의 유려한 영상미와 함께 한다면 잔잔하면서 가슴을 울리는 순애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마치 90년대에 유행하던 영화 같네.’
아직 80년대인데 오시마 타케시는 10년을 앞서나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세월은 일본의 대중들도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간극이었다.
눈이 아름답게 찍힌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담담한 감성은 90년대와 2000년대에 수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진 소재였다. 지금 호사카가 단순히 생각해도 러브 포엠, 테츠도인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설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꾸준히 하고 있었지. 이번 영화에서는 그것을 한번 제대로 표현을 해볼 생각이네.”
“그럼 눈이 올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호사카는 잠시 계절을 생각해보았다. 홋카이도가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서 추위와 눈이 빨리 온다고 생각하더라도 몇달을 기다려야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애프터 파티도 수영장에서 촬영을 했었다. 이제 겨우 여름이 올려는 시점이었다.
“그게 미안하군. 하지만 영화는 원래 촬영 전부터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해. 지금부터 시작하면 딱 적당히 촬영에 들어갈 수 있어. 호사카 감독. 이번 영화는 자네를 생각하면서 찍은 것이기도 하니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나?”
호사카는 잠시 고민을 했다. 지금 그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무라니시 고루와 오닉스 영상은 수많은 AV 작품을 만들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만약 영화가 대박이 나기만 한다면 무라니시 고루가 텔레비전에서 매일 광대짓을 하는 것은 가볍게 압도할 정도의 화제성이 나올 것이었다.
‘회사는 어떻게든 설득을 할 수 있다.’
호사카는 자잘한 일을 하는 것보다 큰 것 한 방을 노리기로 했다. AV 업계의 톱을 노린다면 그만큼 크게 노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좋습니다. 저도 이 영화에 끝까지 참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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