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136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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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나기사는 셋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호사카를 보며 물어보았다.
“그렇게 좋으세요?”
“당연하죠. 마츠다 씨도 좋잖아요.”
“좋기는 좋죠.”
“게다가 마츠다 씨 같은 미인과 함께 칸에 올 수 있어서 더 좋은데요.”
호사카는 AV 여배우들에게 늘상 하는 것처럼 말을 했고 마츠다 나기사는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호사카가 어떤 남자인지 이미 파악을 했기 때문에 쓸데없는 착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호사카 씨. 다른 여자들한테도 그러는거 아니죠? 여자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니면 오해가 많을거에요.”
“예? 아, 생각보다는 그럴 일은 없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하하.”
호사카는 이번 삶에서 연애나 결혼은 반쯤 포기하고 살고 있었다. AV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한 여자에게 최고의 행복을 안겨줄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마츠다 나기사는 그래서 호사카에게 더욱 마음이 갔는지도 모른다. 영화 촬영 중에 섹스를 한 것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몇년 동안 외롭게 지낸 것이 호사카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호사카는 자신과 다르게 밖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때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럼 외로운 날이면 날 찾아와요. 호사카 씨라면 언제든지 받아줄테니까.”
호사카는 지금 칸 영화제의 분위기에 취해서 마츠다 나기사가 얼마나 배려를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여자가 아쉬울게 없는 나름 즐거운 인생이었다.
“마츠다 씨도 외로운 날이면 연락하시죠.”
두 사람이 시상식에서 잡담을 마무리 지었다. 서양인이 대다수이니 마음 놓고 잡담을 할 수 있는 의외의 시간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기자들은 세 사람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동양인이 몇 명 없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모두 영화광인지 오시마 타케시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오시마 타케시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통역을 거쳐서 질문과 답변을 해야 하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한 사람 당 한 명의 기자를 지목해서 간단히 질문과 답변을 하도록 하지.”
그들 외에도 다른 초대 받은 영화인들이 많았다. 오시마 타케시는 일본인스럽게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를 차리며 기자 한명을 지목했다.
이곳에 몇 명 없는 흑인 기자였다. 그는 오시마 타케시가 자신을 지목할지는 몰랐는지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가, 감사합니다! 오시마 감독님! 이번 영화는 정말 잘봤습니다!”
“호평 감사합니다.”
흑인 기자가 간단하게 소감을 말하자 다른 기자들도 영화에 대해서 인상이 깊었는지 저마다 한마디씩 말을 쏟아내었다. 통역이 그 모든 말을 모두 번역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설경을 얼마나 인상 깊게 보았는지는 느껴졌다.
인기가 실감이 났다. 세 명이 모두 힘을 합쳐서 좋은 작품을 만든 노력이 적어도 프랑스 칸에서는 결실을 맺은 것 같았다. 언어는 달랐지만 모든 기자들이 세 동양인을 좋아해주는게 느껴졌다.
호사카는 오시마 타케시에게 소근거렸다.
“다들 영화를 좋아해주니 다행이지만 이대로라면 질문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보이네요.”
그리고 마츠다 나기사도 한 마디 덧붙였다.
“정말 엄청난 인기네요. 사람 일이란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네요.”
오시마 타케시는 기자들의 반응이 이정도일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파에 휩쓸렸다.
기자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질문을 하는 대신에 악수를 요청하고 사진을 더 찍었다. 이제는 세 사람을 함께 찍는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세 사람은 기자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해 주었다. 이들이 써주는 기사 하나하나가 나중에 나중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몰랐다.
그리고 영화제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와서 불편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만한게 기자들의 분위기가 너무 소란스러워져서 영화제의 분위기가 불편하게 변하고 있었다. 오시마 타케시 감독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통역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군요. 의사소통이 힘든 것 같으니 인터뷰는 차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호사카는 그런 오시마 타케시의 침착한 태도에 감탄을 하면서도 차후에 최소한 영어는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 일본 최고가 되는게 목표였지만. 이왕이면 세계적인 AV 스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는 여자라면 왠만하면 모두 좋아했다. 그리고 기자들 중에 서양 여자 기자들은 호사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세 사람은 이제 시상식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안에 있는 영화인들은 종종 오시마 타케시를 알아보았다. 감각의 왕국을 보고 마츠다 나기사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설경을 보고 호사카에게 눈짓을 보내는 여자들도 있었다.
‘동양 남자가 그렇게 큰 자지를 가지고 있다는게 좀 신기한 모양이군.’
어떻게 보면 기분 나쁠 수 있었지만 호사카는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어떤 인종의 여자든 자신의 자지 맛을 본다면 다 똑같은 표정을 지을 것이었다. 호사카는 여자가 보지만 달려있기만 한다면 피부색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종을 하나씩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나? 버킷 리스트 같은 느낌으로.’
회귀 전의 삶에서는 해외로 나가지도 못했다. 당연히 일본 여자 말고 다른 나라의 여자는 건드려 보지도 못했었다.
서양의 영화인들과 악수와 인사를 나누면서 세 명은 자신들의 자리로 안내되었다. 통역이 말했다.
“여기는 좀 한적하니 대화를 나누고 싶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통역은 지쳐보였다. 이해는 갔다.
80년대 일본은 뛰어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양에 크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었다. 이 시절에 가장 흔히 하는 말이 도쿄만 팔아도 미국을 모두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양에서는 일본의 경제력에 오리엔탈의 신비한 이미지를 덧씌워보고 있었다.
그런 국가에서 잔잔하고 신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예술 영화가 나온 것이었다. 늘 신선한 것에 목말라 하던 예술가들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광적인 기자들보다는 잠잠하지만 영화 배우나 감독들도 반쪽이는 눈망울로 세 명의 동양인을 보고 있었다. 호사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모두 저희를 좋아하나보네요.”
“그렇다면 저희도 응답을 해줘야겠네요.”
호사카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오시마 타케시 타케시는 더이상 친구를 만들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마츠다 나기사는 전통적인 일본 여성답게 얌전히 앉아있기를 선택한 것 같았다.
결국 호사카는 혼자서 과장스럽게 행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미 설경을 본적이 있는 영화인들은 호사카를 환영했다. 호사카는 일본인들이 흔히 가지는 낯가림이 없었다.
‘이번 인생에서 다시 회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즐길 수 있을때 즐겨야지.’
호사카는 회귀 전에 자신이 신과 비슷한 존재를 만났던 것이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을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호사카의 태도에 서양인들은 호의를 보였다. 호사카는 통역에게 의존하여 서양의 영화인들과 친교를 다졌다.
“오, 설경의 남자 배우군요.”
“일본인치고는 큰데요?”
서양인은 자신이 인종차별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뱉었다. 만약 호사카가 기분 나쁜 티를 내었다면 어색해질 수 있는 순간이지만 호사카는 다르게 상황을 풀어내었다. 자신을 크다고 말한 사람은 금발의 여배우였다.
“제가 좀 크기는하죠. 나중에 한번 만져보실래요?”
통역은 이걸 전달해야 하나 순간 망설이다가 그냥 직역해버렸다. 그리고 여배우는 동양인 남자가 이렇게 대놓고 야한 농담을 던질 줄은 몰랐는지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히려 주변의 서양 남자들이 크게 웃었다. 야한 농담을 좋아하는 것은 만국공통이었다.
“하하하! 이 친구. 정말 대단하군!”
“배짱이 있어. 동양인이지만 상남자야!”
그리고 주변의 남자 동료들이 호사카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자 여배우도 웃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여배우는 지고 싶지 않았는지 자신도 야한 농담을 뱉었다.
“정말 자신 있으면 나중에 확인을 하러 가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호사카는 진짜 이 여배우가 나중에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통역에게 그 여배우에게는 자신이 묶고 있는 호텔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통역은 이제 겨우 영화계에 들어온 신인 배우가 겁도 없이 금발의 여배우에게 들이대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미친 놈인가. 아니면 상상도 못할 거물인가. 잘 모르겠군.’
어쨋든 통역은 문스톤 기획에서 돈을 받고 있으니 호사카의 뜻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사카는 서양 영화계와 천천히 인맥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칸 영화제의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고 호사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설경이 무슨 상을 탈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런 반응을 보니 분명히 무슨 상이든 하나는 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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