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140화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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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제가 팬들과 여배우를 만날 수 있게 하는 사인회 아이디어를 냈던 걸 기억하십니까?”
“당연하지. 회사에 큰 수입이 되고 있어. 지금도 꾸준히 열고 있고 말이야.”
“그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켜보는겁니다.”
“어떻게?”
역시 이시이 준은 사업가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모자랐다.
“남자 팬들을 모아서 추첨을 통해 여배우와 촬영을 한번 해주게 해준다는지?”
이시이 준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AV 제작을 할때마다 남자 배우의 출연료가 들어갔다. 여배우보다 싸지만 돈이 들기는 하는 것이다. 이를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냥 악수 한번 해주고 사인 해주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의 팬만 참가할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유료 참가권을 팔아야겠네요. 그리고 일부만 추첨을 통해서 하는거죠.”
“과연 일반인 남자가 AV 촬영을 할 수 있을까?”
“비아그라를 준비하죠. 남자 배우가 장기적으로 복용을 하는건 발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지만 일반인이 하루 먹는건 괜찮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리고?”
“회장님도 하셨는걸요. 일반인 남자도 할 수 있을겁니다.”
이시이 준은 또 한번 거금의 냄새를 맡았다. AV 여배우와 섹스를 할 수 있다? 자지에 뇌가 달려 있는 남자들은 빚이라도 져서 추첨권을 살 것이다.
그리고 호사카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말해두었다.
“그리고 추첨을 랜덤으로 하는 것은 여배우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진짜 아무 남자나 쓰면 여배우가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진짜 더러운 남자나 몸이 이상한 남자가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건 문제가 될 수 있겠군.”
AV 여배우가 아무리 섹스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섹스를 하기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배우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하면 남자 배우를 교체하는 것이 관례였다.
“음… 대충 일반인 남자를 10명 정도를 뽑고 그 중에서 여배우가 3명 정도를 선택하는 형식으로 하죠. 이 사실은 비밀로 하구요. 만약에 몇명이 부담감으로 촬영을 포기해도 3명 중에 하나는 촬영을 제대로 하겠죠.”
“확실히 우리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이 좋겠군.”
이시이 준은 호사카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도색 잡지 시절부터 여배우가 곧 미래라는 생각으로 여배우를 관리했었다. 목적이 어떻게 되었든 이시이 준은 여배우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그게 호사카가 문스톤 기획에 계속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사전에 설명을 충분히 하세요. 1명은 당첨자이지만 2명은 후보자로 혹시 모를 사건에 대비해서 뽑았다고 하는게 좋겠군요.”
“그렇게 말해두면 이상한 오해가 생기지 않겠군.”
“아, 그리고 일반인 남자는 가면을 씌우도록 하죠. 일반인들은 여배우와 섹스는 하고 싶어하지만 얼굴이 팔리고 싶어하지는 않을테니까. 또 가면을 쓰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좀 더 열심히 섹스를 할 수도 있을거구요.”
호사카는 이시이 준에게 이 기획도 잘팔릴거라고 장담했다.
“이번 작품도 꽤나 잘나갈겁니다. AV는 남자들의 환상을 자극하는거니까요. 모든 남자들은 AV를 보면서 남자 배우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자신과 같은 일반인 남성이 출연하면 얼마나 공감하고 꼴리겠어요?”
이시이 준과 이마이 유마는 박수를 쳤다. 그만큼 이번 호사카의 아이디어도 대박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방금 낸 아이디어의 반대 아이디어도 냈다. 일반인 남자와 여배우를 섹스시킨다는 것은 호사카에게도 그다지 재미가 없는 일이었다. 호사카는 남들이 섹스를 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섹스 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또 이번에는 여자도 모집하죠.”
“여자?”
이번 아이디어에 이시이 준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남자 일반인을 모집한다는 계획과는 다르게 여자 일반인을 모집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게 느껴졌다.
“여자들이 AV를 볼까? 그리고 가면을 씌워준다고 하더라도 여자들이 AV에 참가할까?”
호사카는 저번에 자신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여자 팬에 대한 이야기를 이시이 준에게 해주었다.
“남자만 성욕이 있는게 아닙니다. 여자도 성욕이 있어요. 그리고 여자 중에 유별나게 성욕이 많은 사람도 있죠. 쿠로키 하루처럼요.”
“음…”
“일반인 남자보다 신청을 하는 사람은 적지만 저는 일반인 여자 중에도 AV를 찍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이시이 준은 이번에도 호사카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가 말해준 개인적인 경험이 그의 설득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일단 저와 섹스를 해보겠다고 참가 신청을 하는 여자는 신선한 뉴페이스입니다. 그리고 일반인이구요. 닳고 닳은 AV 여배우가 아니라 일반인의 섹스 비디오? 남자들은 환장할겁니다.”
미래에는 일반인 여자의 섹스 비디오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수많은 신인 여배우가 이런 장르로 데뷔하기도 했다. 일반인 여성 중에 급히 돈이 필요하거나 호기심으로 AV를 한편만 찍고 끝내는 일도 많았다.
“그리고 정말 소질이 있고 의욕이 있다면 신인 여자 배우를 모집할 수도 있겠죠. 의외의 인재를 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호사카의 말은 구구절절 모두 맞았다.
“일반인… 일반인… 제길. 꼴릴 수 밖에 없군. 진행해.”
이시이 준의 결단에 따라 호사카의 AV 복귀는 빠르게 진행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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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일반인을 AV 촬영에 모집한다는 내용을 홍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문스톤 기획에서는 AV 잡지를 전국의 렌탈샵에 뿌리고 있었다. AV를 빌리는 남자는 나가는 길에 이 잡지 하나를 들고 가는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호사카는 바쁘게 AV 촬영을 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출연했던 여배우들과 섹스 촬영을 하는 것은 밀렸던 숙제를 몰아서 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호사카에게 추첨권이 왔다. 여자들의 이름과 나이, 주소와 연락처, 간단한 사진, 마지막으로 짧은 사연이 있는 종이였다.
“생각보다 많네요.”
“그러게요. 저희도 놀랐습니다.”
호사카에게 추첨권을 전달한 직원도 놀랐다. 일본에 숨어있는 여자 변태의 숫자가 상당했던 것이다.
호사카는 추첨권이라고 하지만 랜덤으로 여자를 고르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읽어보고 섹스에 간절한 변태를 직접 뽑아보고 싶었다.
일단 호사카가 원한대로 나이순으로 추첨권은 분류가 잘 되어 있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해준 모양이었다. 호사카는 먼저 40대 이상은 미루어 놓았다.
‘관리를 잘한 여자는 40대도 먹을만하다지만… 일반인 중에 그럴 여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지.’
호사카는 문득 해외를 돌고 있을 마츠다 나기사를 떠올렸다. 그녀라면 40대가 되어도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처럼 나이가 들수록 농익을 외모를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호사카는 20대와 30대를 중점적으로 사연을 읽어보았다. 온갖 사연이 다 있었다.
불감증에 걸려 어떤 남자를 만나도 느껴보지 못한 여자. 남편과의 잠자리에 불만을 가져서 마지막으로 일탈을 하고 싶어하는 유부녀. 섹스에 환상을 가져서 첫경험은 정말 찐하게 하고 싶어하는 여대생.
‘역시 여자도 섹스를 좋아한다니까.’
호사카는 먼저 불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걸러내었다. 유부녀 같은 경우는 법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에게 칼을 맞을수도 있었다.
‘일단 시리즈가 장기화되면 이런 저런 여자를 다 먹어볼 수 있으니까. 처음은 무난하게 갈까?’
호사카는 레이싱 모델 출신인데 섹스에서 잘 만족을 못해서 매번 AV를 보며 자위만 한다는 여자를 선택했다. 일반인 중에서는 아이돌 출신이라던가 모델 출신이 좋았다. 기본적인 비주얼이 되고 광고 문구에 직업을 넣으면 판매량도 더 올라갔다.
사진을 보니까 비주얼도 나쁘지 않았다. 아직 포토샵이라는 것이 흔히 쓰이던 시대가 아니었다. 사진은 왠만하면 실물에 가까웠고 여자의 얼굴은 섹시하고 도도하게 생겼었다.
호사카는 추첨권에 기재되어 있는 연락처를 봤다. 호사카는 마음을 먹자마자 그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이 몇번 들리다가 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문스톤 기획입니다.”
만약 AV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라니시 고루, 쿠로키 하루, 호사카 켄토라는 이름은 알아도 회사 이름까지는 모를 것이었다. 여자가 회사 이름을 모르면 자연스럽게 전화를 끊으면 되는 일이었다.
“아, 설마?”
다행히 장난으로 추첨권을 구매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우사미 미치루 씨 되십니까?”
“네, 맞아요!”
“이번에 일반인 AV 촬영에 참고 요청을 하셨다고.”
“네!”
우사미 미치루는 진심으로 AV를 찍어보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거리낌이 하나도 없었다.
“먼저 우사미 씨가 첫번째로 당첨이 됐다는 것을 알려드리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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