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154화 일반인
* * *
심야의 업타운은 행복했다. 이들은 원래 개그맨 듀오가 소소한 잡담이나 하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간간이 야한 농담을 하다가 평소에 취미처럼 보던 AV에 대해서 이야기 시작한게 화제가 되었다.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는 홍보로만 나오던 AV 이야기였다. 진짜 AV 오타쿠가 회사에 관련 없이 AV 이야기를 하니 AV 팬들이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AV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가 준비한게 어마어마하다구요.”
“두 시간 특별 편성입니다!”
요즘 같이 AV 업계가 재미있게 돌아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걸 모두 설명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두 개그맨은 인정했다.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평소대로 편안하게 반말로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심야의 라디오 방송이라 그들은 거칠게 없었다.
“시작은 무라니시 고루지.”
“역시. 그전에도 성인 영상물이 꾸준히 발전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지금의 AV 시장을 만든게 무라니시 고루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거야.”
“그리고 등장한 천재 호사카 켄토. 이전에는 무라니시 고루가 천재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달만 있을때는 달이 밝은 줄 알지만 태양이 뜨면 이야기가 달라진달까.”
“하하하. 무라니시 감독도 천재는 천재야. 다만 그 급이 좀…”
둘은 요즘 방송가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무라니시 고루도 겁없이 까버렸다.
“그리고 호사카 켄토의 문스톤 기획이 업계 1위를 탈환하나 싶을때, 호사카 감독은 전혀 의외의 선택을 하지.”
“그건 진짜 전국민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갑자기 영화 작업을 들어간다고 하더니, 그게 명감독 오시마 타케시의 작품이고. 칸 영화제까지 가버리다니 말이야.”
“여담이지만 설경이라는 작품이 여러 상을 받았는데 미국의 아카데미에서는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잖아? 호사카 감독도 연기를 참 잘했는데 아쉽다는 말이지.”
“역시 AV 배우 출신이라는게 좀 작용을 했나.”
둘은 청취자들이 좋아할만한 음모론까지 슬쩍 띄웠다.
“그러는 사이에 무라니시 감독은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서 나온 컨셉을 자신의 색으로 만들기 시작했지.”
“그 중에서 난교물은 뭐 괜찮았어.”
“마지막에 100명이나 같이 섹스를 하는건 신선하기도 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섹스를 하니까 뭐가 뭔지 구분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또 그걸 절묘하게 포커싱을 조절해서 잘만들었단 말이지.”
두 개그맨은 호사카와 무라니시 중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잘한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칭찬을 해주었다.
“다시 호사카 감독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모든 사람들은 호사카 감독이 영화계로 갈거라 생각했지. 소문으로는 오시마 감독이 호사카 감독을 꽤나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야. 그 정도 뒷배경에 경력이 있으면 AV는 젊은 날의 치기로 하고 영화계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단 말이지.”
“내가 호사카 감독이어도 영화계로 갔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AV계로 돌아왔어. 처음에는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서 자신이 발굴한 여배우들의 후속작을 가지고 말이야.”
“나는 그게 좋았어. 역시 다른 감독이 같은 여배우로 동일한 컨셉으로 작품을 찍었을때… 호사카 감독 같은 맛이 안나더라고.”
“1억엔 섹스 토너먼트로 여배우들의 팬이 된 사람들에게는 가뭄 속의 비 같았지.”
두 개그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디오라 청취자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호사카가 AV 업계로 복귀한 이후에 나온 작품들은 두 개그맨에게도 반가운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호사카 감독에게는 잽에 불과했다. 나는 그렇게 평하고 싶군.”
“잽이라…”
“날카롭고 묵직하고 적을 KO시킬 수 있는 잽이지만. 잽은 잽이야. 역시 스트레이트는 따로 있었지.”
개그맨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청취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묵직하게 말했다.
“일반인 시리즈.”
둘은 동시에 박수를 쳤다.
“이야. 천재야. 천재.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궁금할 정도야.”
“이건 두편이 거의 텀을 두지 않고 나왔지. 처음에는 남자 일반인이 나왔고 그 다음이 여자 일반인이잖아. 나온 순서대로 남자 일반인부터 이야기해보자고.”
두 개그맨은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이미 대본이 어느 정도 작성이 되어 있었지만 이 작품은 그것을 봤을때의 감정을 담아서 말하고 싶었다.
“젠장. 부러웠어.”
“이런 기획이 나올줄 알았으면 개그맨이 아니라 그냥 회사를 갈걸 그랬어. 개그로 밥을 벌어 먹으니까 이런 좋은 기회도 다 놓쳐버리는거 아냐.”
두 개그맨은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촬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개그맨인 둘이 AV에 나오면 금방 들킬게 뻔했다. 그리고 방송가에서 어떤 불이익이 떨어질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AV 배우와 감독이 양지에서 활동하는 것도 최근에야 허락이 된 일이었다. 여전히 AV 업계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남아있었다.
“요즘은 대학만 나오면 대기업에서 다들 모셔간다는데 말이야.”
“우리는 이미 얼굴이 팔려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우리가 보인 반응이 일반인 남자의 AV를 본 모두의 반응일거야. 처음에는 부럽다가 곧 그 남자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더 몰입하게 되었지.”
“천재적인 발상이야.”
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일반인 남자에 이어서 일반인 여자를 메인으로 내세운 작품까지 나왔지. 완전한 일반인이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확실히 AV 여배우는 아니지.”
“우리가 평소에는 AV 여배우를 만나기 힘들잖아? 친밀감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화면으로 보는 사이란 말이야.”
“그런데 시리즈 첫 작품이 모델? 우리도 가끔 이런저런 행사에 진행을 하러 가는데 말이야. 그때 모델을 볼일이 있거든.”
“인사를 나누고 서로 악수를 나눠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이야. 꼴리더라고.”
“일반인들도 모델 볼일은 은근히 많으니까 비슷하겠지.”
“모델을 못봤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라는 독특한 느낌이 있지. AV 여배우가 아닌 것만으로 또다른 매력이 생긴단 말이지.”
두 개그맨은 일반인 시리즈를 봤을때를 회상했다. 평범한 AV는 한번 보고 나면 다시 빌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취향에 맞는 AV는 렌탈샵에 갈때마다 생각이나서 빌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빌리는 횟수가 3번 정도 넘어가면 그냥 구매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내가 1억엔 섹스 토너먼트는 큰 마음 먹고 다 샀거든? 그런데 또 AV를 구매하게 될줄은 몰랐다니까.”
두 개그맨은 회상을 마치고 이번에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무라니시 감독. 역시 가볍게 왕좌는 넘겨주지 않는다는거지. 그는 일반인 시리즈를 발전시켜서 노숙자 시리즈를 시작했어.”
“음… 나는 좀 그렇던데.”
“호불호는 갈리고 있지만 그래도 판매량이 엄청나다는건 확실해.”
“또 재미있는건 원래는 무라니시 고루가 대중적인 작품을 그리고 호사카 켄토가 매니악한 작품을 주로 만들었거든? 그런데 호사카 감독이 영화계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이게 역전이 되었단 말이지.”
두 개그맨은 이제 슬슬 이번 방송에서 말하고자 한 내용을 말했다.
“우리가 AV가 나온 순서를 제대로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군. AV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발매일까지 모두 기억하는건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도 대략적인 흐름은 맞을거야.”
“우리가 뭐 전문적인 AV 평론가도 아니고. 하하하.”
“중요한건 지금 AV 업계는 두 라이벌의 대결로 새로운 명작들이 쏟아지고 있다는거지.”
“저번에 공중파 예능프로 2개가 시청률 전쟁을 하면서 토요일 8시 전쟁이라고 불리고 있잖아? 나는 지금 호사카 감독과 무라니시 감독의 전쟁을 AV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싶네.”
“AV 전쟁이라… 이거 우리는 시대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사람은 이름을 인식하고 나서야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동물이었다. 그리고 업타운의 두 개그맨이 현재 AV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AV 전쟁이라고 이름 짓자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두 감독의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상어가 서로의 목을 노리면서 물을 헤집으니 자연히 업계는 활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호사카의 리더십을 따라간 문스톤 기획의 작품은 AV에만 집중하여 퀄리티를 올리는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 외부 활동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할때는 자신이 감독까지 맡으면서 정석이 될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시리즈의 차기작에는 다른 감독에게 감독일을 맡기면서 배우로 섹스를 즐기고 감수를 하는 일을 했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호사카는 하루에 작품 2개는 기본적으로 찍었고 3개를 찍을때도 있었다. 그리고 여배우들과 틈틈이 사적인 섹스를 즐기기도 했다. 문스톤 기획에서 호사카가 혼자서 쓰는 대기실은 꼭 노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유명해 졌다. 문을 그냥 열고 들어갔다가 섹스를 하고 있는 호사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 미래의 AV 남자 배우들은 이정도는 다 하는데.’
오직 호사카만이 이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호사카는 오랜만에 뉴욕 하츠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가 방송국에 연락을 하니 PD는 크게 기뻐하며 전화를 받았다.
“호사카 감독님!”
“이번에 좋은 작품이 나와서 뉴욕 하츠에 출연을 하고 싶은데요.”
“물론 저희야 언제든 환영이죠!”
“그리고 이번에는 방청객을 많이 불렀으면 좋겠네요. 남녀 구분 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오는게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