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161화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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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오랜만에 자신의 재산을 점검해 보았다.
그는 문스톤 기획에 입사한 이후로 빠르게 S급 여배우와 동일한 대우를 받아왔다. 한달에 평균적으로 천만엔이 넘는 금액을 받았고 이를 대부분 투자했다. 지금 같이 돈을 불리기 쉬운 세월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굳이 명품이나 고급 차에 돈을 낭비하기가 싫었다.
80년대 일본의 경제 호황은 대단했다. 호사카는 저금액의 절반은 부동산에 그리고 절반은 유망 주식에 넣어두었다. 그것만으로 매일 아침에 눈을 뜨기만하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올라 있었다.
호사카는 이미 3억엔 정도되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와타나베 카야노는 손을 떨었다.
“AV 배우가 돈을 많이 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경제 호황이라고 하지만 호사카가 받는 돈과 그 돈을 불리는 능력은 범상치 않았다.
“문스톤 기획에 들어간지 1년 정도 밖에 안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대충 1년이 되어가지.”
아무리 경제 호황이라고 하더라도 잘나가는 회사원이 평생 벌 돈을 일년만에 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로 원금의 3배로 불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은행원이었던 와타나베 카야노는 경제 호황에도 돈을 까먹고만 있는 사람을 많이 봤었다.
“호사카 씨. 왜 AV 배우해요? 그냥 전업 투자하시지! 아니. 내가 필요하기는 해요?”
와타나베 카야노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게 돈을 불리는 능력이 있다면 굳이 힘들게 일을 하지 않아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다. 게다가 호사카는 AV 감독으로 바쁜 와중에 3배의 돈을 번 것이다. 전업 투자를 하면 더 벌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나는 섹스가 좋으니까.”
순간 와타나베 카야노는 호사카에게 고용되었다는 것을 까먹고 눈을 흘겼다. 그녀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호사카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와타나베가 일을 잘해주면 이것보다 더 벌수도 있어. 내가 돈을 더 벌지 못한건 섹스하느라 바빠서 그런거니까.”
“음…”
“수입이 많이 생기면 보너스도 잘챙겨줄테니까.”
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에게 자신의 투자 전략을 알려주었다.
지금까지 그가 하던 투자 전략은 간단했다. 돈이 생기면 유망한 주식과 부동산을 사서 묵히는 것이었다. 어차피 경제 호황이니 땅값과 유망 기업의 주식은 올라갈 뿐이었다. 매일 섹스하느라 바쁜 호사카가 하기에 딱 좋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부지런하다면 이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전략도 있었다. 바로 단타 전략이었다. 주식에서 스캘핑이라고 부르는 전략이기도 했다.
주식으로 예를 들자면 주식이 조금 올라갈때마다 팔고 주식이 주춤할때 사는 것을 반복하면 매매가 이루어질때마다 작은 수입이 계속 생기는 것이었다. 매매 한번마다 수입은 작지만 이 매매를 수백 수천번을 하면 그냥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었다.
“잘되면 좋기는 하겠지만… 너무 위험하기 않나요?”
와타나베 카야노는 호사카의 전략이 너무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가 3억엔을 번것도 뭔가 초심자의 행운처럼 느껴졌다.
스캘핑이라는 투자 전력은 날고 기는 주식 트레이더도 손해를 보기 쉬운 전략이었다. 단한번의 잘못된 판단에 작은 손해가 쌓여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을수도 있었다.
“날 믿어. 이 돈을 다 날리더라도 상관 없으니까. 그리고 일본은 당분간 절대 망하지 않거든.”
“정말 야수의 심장이네요.”
와타나베 카야노는 일단 호사카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제 그녀는 호사카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자, 그럼 먼저 이 돈을 의미있는 곳에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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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카야노가 일하던 곳은 시부야에 있는 미즈호스미토모 은행의 지점이었다. 일본에서는 3번째로 큰 은행이었다.
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와 이 은행에 들르기 전에 백화점으로 하는 곳으로 가서 그녀에게 누구나 알아볼만한 고급 브랜드의 정장을 맞추고 구두를 해줬다. 그냥 이쁘장한 은행원이었던 그녀는 순식간에 잘나가는 증권사 에이스처럼 탈바꿈했다. 호사카는 그녀에게 귀걸이와 목걸이까지 사준 다음에야 미즈호스미토모 은행의 시부야 지점으로 향했다.
와타나베 카야노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퇴사한 전직장에 이렇게 돌아오게 되자 심장이 떨리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만약 호사카가 옆에 없었다면 당장 달아났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옆에서 호사카는 당당하게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번호 순번을 기다렸다가 한 은행 창구로 안내되었다.
그곳에 있던 여자 은행원은 와타나베 카야노를 알아보더니 살짝 눈이 작아졌다. 호사카는 이 여직원이 와타나베 카야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알아보았다.
처음에는 쫓겨나듯이 퇴사한 와타나베 카야노에 대한 비웃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와타나베 카야노가 은행원이 몇년은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옷과 장신구를 하고 있자 부러움의 감정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누구나 알아보는 호사카를 보고 결국 남자를 잘물어서 이렇게 나타났구나 하는 정신승리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맞춤 정장을 안하길 잘했군.’
호사카는 처음에는 와타나베 카야노에게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장인이 하는 맞춤 정장집을 가려고 했었다. 진짜 부자는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고 원단에 돈을 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은행에 갑질을 하러 가는건데 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면 아쉽겠다는 생각을 하고 백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었다.
역시 눈 앞의 은행원은 누이비통이니 코넬이니 하는 유명 브랜드를 보고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은행원이 이상한 생각을 했다.
‘호사카라는 사람은 은근히 눈이 낮은 모양이네. 와타나베한테 저렇게 명품을 선물하고 말이야. 내가 와타나베보다 못할게 뭐야?’
은행원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호사카에게 인사를 했다.
“어머. 호사카 감독님이시죠? 저도 팬이에요. 이렇게 만나봐서 영광이네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사카에게 악수를 청했다. 호사카는 냉정하게 악수를 거절하며 말했다.
“요즘 은행에서는 손님에게 이렇게 예절 없이 대하나? 와타나베. 원래 이런건가?”
“아니요. 제가 교육을 받을때는 이러지 않았는데요.”
와타나베 카야노도 시원하게 말했다. 그녀도 눈 앞의 은행원이 호사카에게 꼬리 치는 것을 보니 순식간에 모든 긴장이 풀렸다. 겨우 이런 여자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었나 의아해할 정도였다.
와타나베 카야노의 말에 은행원은 순간 표정 관리를 못하고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얕은 수가 모두 들통났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몰려왔다. 그녀는 재빨리 자리에 앉으며 사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녀는 그냥 일만 빠르게 처리하고 끝내자는 심정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고객님?”
호사카는 담담하게 말했다.
“돈을 좀 예치하려고 하는데.”
“그럼 이 서류를 좀 작성해 주시겠어요?”
은행원은 예금 통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꺼내서 호사카에게 전달해주었다. 와타나베 카야노는 호사카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었다.
“여기에요.”
그녀가 알려준 곳은 예치금액을 적는 공란이었다. 호사카는 볼펜을 들어서 그곳에 돈을 적기 시작했다. 매일 처음에는 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고 0이 계속 이어졌다. 은행원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음… 여기까지인가?”
“아니요. 0을 하나 더 적으셔야 해요.”
“아, 그렇군.”
호사카가 최종적으로 적은 금액은 3억엔이었다. 작은 빌딩 하나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고 한 가족이 평생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게… 정말입니까?”
“내가 거짓말을 해서 뭘하겠어?”
“그래도 다른 공란은 적어주셔야…”
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에게 물었다. 여기는 원래 그녀의 직장이었던만큼 와타나베는 은행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다.
“3억 정도면 어느 은행을 가도 VIP 대접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아니요. 이 정도면 지점장까지는 무리더라도 부장이 커피를 타와야죠.”
“그렇다는데?”
일본은 경제 호황이라지만 은행은 별로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돈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는게 더 수익이 좋으니 은행에 돈을 넣고 있는 것을 바보 취급하는 풍조가 있었다.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도 수입이 풍요로우니 내일도 돈이 잘벌릴 줄 알고 번돈을 흥청망청 쓰기 일수였다. 자연히 은행에 거액의 돈을 예치하는 고객은 적었다.
중앙 은행이 아니라 한 지역을 담당하는 지점이라면 3억엔은 충분히 큰 돈이었다.
“죄송합니다.”
은행원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사카가 이렇게 많은 돈이 있을까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AV 배우와 감독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였다. 거짓이라 생각하고 넘길수는 없었다.
은행원은 부장에게 가서 이 일을 보고 하고 즉시 대답을 듣고 왔다.
“부장님께서 VIP실로 모시라고…”
호사카와 와타나베 카야노는 웃으면서 VIP실로 향했다. 와타나베 카야노도 몇년간 은행에서 일했지만 청소를 할때를 제외하면 들어올 일이 없는 VIP 실이었다.
그곳에서 푹신한 소파에 잠깐 앉아 있자 머리가 반쯤 벗겨진 부장이 비실비실한 웃음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그는 자기 자리의 보전에만 급급한 중년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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