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176화 카이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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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무라니시 고루는 한참 동안 궁리해서 자신과 호사카를 비교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후에 그는 한가지 답을 구했다.
‘그래. 과감함.’
생각해보면 무라니시 고루의 인생은 과감함이 모토였다. 평범한 AV 제작자였던 자신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해서 성공했었다. 심지어 남들이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을 시도해서 성공하기도 했다.
여배우의 얼굴에 사정을 하는 부카게도, 옷과 스타킹을 찢으면서 하는 섹스도 모두 자신이 처음이었다. 변태적이다. 폭력적이다. 과격하다. 모두가 자신의 체면을 생각하며 머뭇거릴때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렇기 때문에 SM 애호를 만들고 대난교 시리즈를 만들고 노숙자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무라니시 고루는 자신이 한발짝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사카도 하지 못할 영역에 도달해야 했다. 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라도 상관이 없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심지어 무라니시 고루조차 망설일 정도의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의 여비서가 그를 찾아왔다.
“사장님.”
“내가 혼자 내버려두라고 했을텐데. 아이디어를 생각 중이라고! 일본을 쩌렁쩌렁 울릴만한 아이디어를!”
“호사카 감독이 전화를 왔습니다.”
무라니시 고루는 먼저 저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호사카가 자신을 비웃을 것이 두려웠고 그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궁금했다. 호사카와 무라니시 고루가 완전히 갈라진 이후에 그들은 서로 만나는 것을 피해왔었다. 이제 와서 호사카가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걸었는지 알고 싶었다.
“좋아. 전화를 받아보지.”
무라니시 고루는 비실비실 일어나서 비서를 따라 전화를 받았다.
“무라니시다.”
“아, 선배.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인지 말하지? 우리가 정답게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니잖아.”
“한번 얼굴이나 볼까 했는데 그러지는 못하겠네요.”
호사카는 간단히 자신의 용건을 밝혔다.
“슬슬 적당히 하는게 좋지 않습니까?”
“뭐가.”
“여배우들의 출연료를 후려친다거나. 노숙자와 무리하게 섹스를 시킨다거나. 그렇게 하지 않아도 무라니시 선배는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겨우 그런 말을 하려고 전화한건가? 더 할 말이 없으면 끊겠네.”
무라니시 고루는 호사카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AV 업계 전체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무라니시 고루에게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AV 업계 1인자를 되찾는 일이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망설였던 아이디어를 실행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좋아. 먼저 술부터 깨야겠군.”
AV는 여배우를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번 작품도 기존의 것과는 다르지 않았다. 무라니시 고루는 오닉스 영상에 남아있는 여배우를 하나하나 떠올렸다. 먼저 오래된 여배우는 모두 제외했다.
‘경력이 있는 여자는 눈치를 빨리 챌거야. 그리고 좋은 여배우는 이미 문스톤 기획으로 넘어가버렸고.’
무라니시 고루는 신인들 중에 가장 순진한 여배우를 골랐다. 오오에 히토미.
생긴 것은 무난하다. 길거리 캐스팅 되었고 무라니시 고루의 이름만 듣고 아무 생각없이 계약서에 사인을 할만큼 멍청하기도 했다.
무라니시 고루는 여비서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도 좋아. 내일 아침에 신인 여배우 오오에 히토미를 불러오도록. 그녀와 다음 작품에 대해서 상의를 해봐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무라니시 고루는 먼저 술기운을 씻어내기 위해서 샤워를 하러 갔다. 그리고 샤워를 끝내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희망이 생기니 오랜만에 잠을 깊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기운차게 일어나서 바로 회사로 출근을 했다. 비서에게 간단히 먹을 것을 부탁하니 식빵과 커피, 버터를 가져다 주었다. 무라니시 고루가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있으니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사장님. 오오에 히토미 씨가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여비서가 오오에 히토미를 사장실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오오에 히토미는 단발 머리에 수수하게 생긴 여자였다. 평균에서 조금 이쁜 정도였다.
“이리 앉지. 블랙퍼스트는 했나?”
“블랙퍼스트요?”
“하하. 아침 식사 말이야.”
오오에 히토미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게 쑥스러운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무라니시 고루의 앞에 앉았다.
이는 무라니시 고루 특유의 화법이었다.
일본은 서양에 대한 동경이 큰 나라였다. 영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은 호감을 가지고 기세에 압도되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영업 사원 시절부터 영어를 능숙하게 섞어쓰는 것으로 많은 이득을 보았었다. 지금 오오에 히토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에는 무라니시 고루가 세련된 남자처럼 보였다.
“이번에 그레이트한 대작을 준비하고 있어. 하지만 여배우를 구하는게 쉽지 않군. 좀 하드한 작품이 될 예정이라 말이라…”
“어떤 작품이길래?”
“제 2의 쿠로키 하루를 발굴할만한 작품이지. 오오에 짱은 SM애호를 봤나?”
“당연하죠! 저도 그런 여배우가 되고 싶어서 오닉스 영상에 입사한걸요!”
이런 여자는 많았다. 쿠로키 하루가 히트를 치고나서 공중파 방송까지 나와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자 쿠로키 하루를 동경하는 여자가 많아졌었다. 그리고 자신이 제 2의 쿠로키 하루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여자들은 오닉스 영상에 많이 지원을 했었다.
“좋아. 이런 열정이라면 나도 빌리브 할 수 있겠군. 하지만 이번 작품은 오닉스 영상의 탑시크릿이기 때문에 여배우에게도 어떤 작품인지는 공개하지 않을거야.”
“아, 그런가요?”
오오에 히토미는 잠시 망설임을 보였다. 그녀가 아무리 순진하다고 하더라도 최근 오닉스 영상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았다. 게다가 진짜 노숙자와 섹스를 해야 하는 시리즈물은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너무 걱정할 것 없어. 쿠로키 하루도 SM 애호를 찍을때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찍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리얼한 연기가 나올 수 있었고 마스터피스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지.”
무라니시 고루는 오오에 히토미가 쿠로키 하루를 동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오오에 히토미는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잘생각해봐. AV판은 올 오브 낫띵이야. 그저 그런 작품은 아무리 많이 찍어봐야 쿠로키 하루처럼은 될 수 없어. 마스터피스. 명작을 찍어야지. 그리고 나는 오오에 짱이라면 제 2의 쿠로키 하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자네는 내 생각을 믿나?”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받치는 것은 남자 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자신을 이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오에 히토미는 점점 무라니시 고루의 설득에 넘어가고 있었다.
“무라니시 사장님을 믿어도 될까요?”
“당연하지. 나만 믿으라고.”
오오에 히토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라니시 고루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었다. 그 계약서는 평범한 여배우는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적인 용어가 가득했다.
그리고 핵심은 가지였다.
먼저 여배우는 작품성을 위해서 작품의 내용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여배우로 인해서 촬영이 중단될 경우 위약금으로 오천만 엔을 보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오오에 히토미는 크게 놀랐다. 그녀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오천만 엔이라는 숫자와 언제 그런 돈이 필요한지는 알 수 있었다.
“오천만 엔이라뇨?”
“하하. 아직 신인에게는 좀 놀라운 넘버인가? 제 2의 쿠로키 하루를 꿈꾼다면 이 정도에 놀라면 안되지! 요즘 탑급 AV 배우는 한달에 천만엔도 가져가지. 그럼 탑급을 넘어선 쿠로키 하루는 얼마나 가져가겠나. 꿈이 크면 그릇도 커져야지.”
그래도 오오에 히토미가 사인을 망설이자 무라니시 고루는 다른 설득도 금방 생각해 냈다.
“그리고 걱정할 것 없어. 그냥 촬영이 취소되었을때의 위약금이니까. 오오에 짱은 제 2의 쿠로키 하루가 되고 싶은 열망이 있으니까 촬영을 중간에 포기할 일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공중파에 진출을 한다? 그럼 오천만 엔은 겨우 그런 돈에 벌벌 떨었나 싶을 정도로 푼돈이 될거야.”
무라니시 고루의 열정적인 설득에 오오에 히토미는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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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니시 고루가 회심의 역작 준비는 빠르게 되었다. 그는 촬영 스튜디오부터 스스로 나서서 구성했다. 마치 일본의 가정집 같이 꾸며놓았다. 그리고 오오에 히토미는 주택촌을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링을 하게 했다.
오오에 히토미는 긴장을 해서 무라니시 고루에게 말했다.
“저 사장님. 오늘 너무 긴장이 되는데 촬영 괜찮을까요?”
“응? 괜찮지. 오히려 긴장을 하면 더 리얼하게 작품이 나올 수 있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돈 워리. 하하.”
무라니시 고루는 가정집 안에 오오에 히토미를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이번 작품은 리얼함이 가장 중요하니까. 느낌이 가는데로 하면 좋아. 음… 그리고 초기 설정으로는 뭔가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되겠군. 방청소를 한다던가. 아니면 설거지를 한다던가.”
“네.”
무라니시 고루는 그리고 나서 남자 배우의 대기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대기실에는 남자 배우들이 여러 명 있었다.
모두는 일반인처럼 입고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만이 마치 우체부처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우체부를 제외하면 모두가 복면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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