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 203화 미국
* * *
영화는 부유하고 강한 권력을 가진 동양인 호사카를 묘사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섹스에 질려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다음 장면은 여배우를 보여줄 차례였다.
AV판이나 포르노판이나 가끔 이런 미녀가 왜 여기 있지 싶은 미모를 가진 여자가 있었다. 그런 여자가 끼나 연기력을 갖추면 단번에 탑급 여배우가 되어 떼돈을 벌기 마련이었다. 이 바닥은 끊임없이 그런 여자를 발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에게 여배우의 중요성을 말했고 레리 레이건은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여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을 보여주었다.
오시마 타케시와 호사카는 한 여자를 선택했다.
알렉사 로즈.
그녀는 외모적으로 완벽했다. 헐리우드의 유명한 여배우 라켓 웰치와 비슷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원래 글래머한 몸매였고 치어리더를 해서 더욱 육감적인 몸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운동선수 출신의 모델을 보는 것 같았다.
당당하고 매혹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 남자에게나 다리를 벌릴 것 같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는 정액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짤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얼굴과 몸매 모두 미국인들이 환장할만한 비주얼이었다.
연기력이 평범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외모가 완벽했기 때문에 오시마 타케시는 이 여자를 선택했다.
알렉사 로즈가 등장하는 첫장면은 댄스 무대였다.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다양한 공연도 활발히 있었다. 그 중에는 여자들에게 섹시한 옷을 입혀 춤을 추게 만드는 곳도 있었다.
이런 곳은 가족 단위로 관람을 할 수 있게 적당히 수위를 조절하여 스트립 클럽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말그대로 보수적이지만 자유롭게 성인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미국인에게 걸맞는 공연이었다.
알렉사 로즈는 그곳에서 다른 여배우들과 함께 열심히 연습한 댄스를 선보였다. 그녀는 치어리더 출신인만큼 댄스는 왠만큼 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니 그녀의 늘씬하고 건강한 다리가 밖으로 드러났다.
오시마 타케시는 능숙하게 알렉사 로즈가 카메라 중앙에 잡히게 촬영을 했다. 그건 호사카의 시선을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수많은 여자들 중에 자연스럽게 알렉사 로즈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알렉사 로즈의 섹시한 댄스는 이어졌다. 그리고 카메라는 슬며시 한바퀴 돌아서 관객석으로 움직였다. 양쪽 벽의 2층에 붙어 있는 귀빈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호사카가 홀린 듯한 표정으로 알렉사 로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댄스가 끝이 났다.
댄서들의 대기실로 장면이 전환되었다. 매니저가 쉬고 있는 알렉사 로즈에게 다가갔다.
“알렉사.”
“네?”
“좋은 건수가 있는데. 지금 받는 출연료의 10배를 주겠다는군.”
섹시한 여자에게 남자가 다가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댄스 공연에서 부자들이 댄서에게 접근하는 것도 비일비재했다.
알렉사 로즈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알죠? 내가 몸은 안파는거.”
“알지. 알지.”
“아주 친절한 신사 분이야. 그냥 너의 댄스를 개인적으로 보고 싶다고 하시는군.”
“정말이죠?”
이 작품에서 알렉사 로즈는 자존심이 있는 여자였다. 현실에서는 돈을 벌려고 포르노 배우에 지원한 여자였지만 그녀의 외모만큼은 돈 몇 푼에 흔들리지 않는 여자였다.
“다만…”
“변태에요? 누드 댄스라도 보고 싶어 해요?”
“그건 아니야. 일본인인데 괜찮겠어?”
“뭐, 어때요. 일본인이면 돈은 많겠네.”
알렉사 로즈가 말한 것은 현재 미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흔한 인상이었다. 호사카는 이를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백인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동양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개연성이 필요했다.
다시 장면은 바뀌었다.
레리 레이건의 저택에서 촬영이 있었다. 호사카는 그것이 마치 자신의 집인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다.
저택의 중앙에서 호사카는 알렉사 로즈를 손수 맞이 했다.
이번 장면은 리허설도 하지 않았다. 알렉사 로즈는 휘황찬란한 저택에 압도되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할법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알렉사 로즈?”
“네. 당신이 미스터 호사카인가요?”
“그렇습니다.”
“영어를 잘하셔서 다행이네요.”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당연한 일이죠.”
하와이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배운 호사카의 영어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당신은 꽤나 긴장을 한 것 같네요. 술이라도 한 잔 드릴까요?”
“아뇨. 춤을 보여주러 왔으니 춤이 끝나면 한잔 마시도록 할게요. 그럼 어디서? 그리고 음악은 어떻게 되죠?”
알렉사 로즈는 저택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서류 가방 하나를 꺼내왔다.
“먼저 이것을 보시겠습니까?”
호사카는 서류 가방을 열었다. 거기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100달러 지폐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는 레리 게이먼의 실재 재산이었다. 그리고 실물이 가지는 임팩트가 있었다.
알렉사 로즈는 홀린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받은 대본에는 이런 내용이 있지 않았다. 오시마 타케시가 그녀의 연기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만든 계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먹혀 들었다.
알렉사 로즈는 100달러가 이렇게 많이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평범한 미국인은 오히려 100달러를 쓸일이 없었다. 가게에서 100달러를 내밀면 위조 지폐가 아닌지 의심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돈은 누가봐도 진짜 같았다.
‘퍽! 누가 진짜 이 돈을 주면서 섹스해 달라고 하면 문둥병 환자랑도 하겠네.’
그리고 호사카는 알렉사 로즈에게 여유롭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죠. 당신에게 첫 눈에 반했습니다.”
“그건 사랑한다는 말인가요? 일본에서는 여자에게 이렇게 고백을 하나요? 고백 방법 치고는 굉장히 이상하네요.”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하는건 아닙니다. 저 정도의 남자가 되면 연애와 결혼이란게 허상이란 것을 알죠.”
“그게 무슨 말인가요?”
“연애와 결혼이라는게 생겼던 기간보다 그런 것 없이 인류가 살아온 기간이 훨씬 길다는걸 말하는겁니다. 옛날에는 강한 남자가 원하는 여자를 쟁취했고 지금은 돈과 권력이 있는 남자가 그 역할을 대신할 뿐이죠.”
호사카의 재수 없는 말에 알렉사 로즈는 살짝 울컥했다. 이는 대사가 아니더라도 여자들이 싫어할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대놓고 표출하기에는 눈 앞의 돈더미가 너무 끌렸다.
“그럼 저에게 뭘 원하는거죠?”
“먼저 누드로 추는 댄스가 보고 싶네요. 음악은 원하는걸로 준비를 해드리죠. 그리고 가격을 말해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적당한 선으로.”
호사카가 가격에 대한 부분을 알렉사 로즈에게 넘기자 그녀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욕심 같아서는 서류 가방에 들어 있는 돈을 모두 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둘 중에 갑은 분명히 호사카였다. 호사카가 적당한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한순간에 날라갈 수 있었다.
알렉스 로즈는 자신도 모르게 이 상황에 몰입하고 있었다. 예정에도 없던 돈더미와 호사카의 능숙한 연기가 그녀의 연기력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2000달러. 아니, 3000달러요.”
최고급 창녀도 1000달러면 먹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80년대 미국의 달러는 2000년대보다 대략 5배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알렉사 로즈는 3배의 가격을 불렀다. 평범한 댄서나 포르노 배우에게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좋소.”
그리고 호사카가 호쾌하게 허락을 하자 알렉사 로즈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더 큰 돈을 요구했어도 호사카는 들어줄 것 같았다.
호사카는 3000달러를 알렉사 로즈에게 주었다. 그리고 둘은 서재로 향했다.
레리 레이건의 서재는 온갖 놀이를 다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책과 텔레비전과 음악, 영화를 모두 감상할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소파는 편하게 섹스를 할 수 있게 푹신푹신했다.
알렉사 로즈는 턴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향해서 대본에 써져 있던 음악을 골라서 틀었다. 끈적한 블루스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호사카는 소파에 앉아서 알렉사 로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렉사 로즈는 조금은 굳어 있는 표정으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돈 때문에 스트립 댄스를 하지만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호사카는 즐겁게 알렉사 로즈의 누드 댄스를 감상했다.
몸이 단련되어 있는 여자의 댄스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 남자를 꼴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 근육이 꿈틀거리고 큰 가슴이 좌우로 흔들리면 남자의 마음도 꿈틀거리고 흔들렸다.
어느새 호사카의 자지는 발기를 해 있었다. 그의 거대한 자지는 바지 안에서도 윤곽을 확실히 드러내었다. 호사카는 당장이라도 알렉사 로즈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참았다. 현재 그의 캐릭터는 섹스에 궁하지 않는 부유한 남자였다.
댄스가 끝나고 호사카는 박수를 쳤다.
짝짝짝.
알렉사 로즈는 주섬주섬 옷을 주워들어서 가슴과 다리 사이를 가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