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206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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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말로 광란이라고 할만한 섹스 촬영이었다. 촬영이 끝난 이후에 모든 배우들은 진이 빠졌다.
호사카를 상대해야 했던 여배우들은 실제로 몸이 피곤했다. 자지만 큰 동양인은 섹스 몬스터였다.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정력을 자랑했고 그것을 상대해야 하는 여배우는 몸이 고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남자 배우들도 심적으로 힘들었다. 눈앞에서는 그 어떤 곳에서 보지 못한 꼴리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데 남자들은 당장 달려가서 섹스를 하거나 자위라도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다.
난교 장면의 촬영이 끝나고 다음 촬영은 알렉사 로즈가 퇴근을 하는 장면이었다.
알렉사 로즈는 막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파리해진 얼굴로 원형 극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가장 섹시한 여자로 뽑혀서 받은 돈가방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고급 승용차가 멈춰섰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는 호사카가 있었다.
“타죠?”
알렉사 로즈는 호사카의 옆에 앉았다. 호사카가 손짓을 하자 운전수는 천천히 차를 앞으로 몰기 시작했다.
“시내에서 내려주면 되나요?”
“네.”
둘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차를 타고 갔다. 그리고 호사카는 갑자기 불쑥 말을 꺼냈다.
“백만달러를 받았군요. 평범하게 산다면 평생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돈이죠.”
“그렇죠.”
“그럼 앞으로는 이 일을 하지 않을건가요?”
호사카와 알렉사 로즈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카메라는 호사카의 얼굴로 향했다.
알렉사 로즈의 연기력은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사카는 오시마 타케시가 인정할만큼 재능이 있는 배우였다.
알렉사 로즈의 반응을 보는 호사카의 얼굴은 복잡했다.
알렉사 로즈가 돈과 섹스에 타락하여 다시 오겠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충분한 돈을 벌고 그만두겠다고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 작품을 어떻게 봤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갈릴 수 있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촬영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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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리 레이건은 내부 시사회에서 작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걸 포르노로 발매를 해야 해? 아니면 영화로 발매해?’
작품이 너무 잘나와도 걱정이었다.
레리 레이건이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 작품은 영화로 내보내더라도 충분히 통할만한 물건이었다. 그냥 예술 영화와 다르게 꼴리는 부분이 많으니 대중적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레리 레이건이 이 걱정을 호사카에게 말하자 호사카는 간단하게 답했다.
“당연히 포르노로 내야죠. 오시마 감독님은 제 부탁으로 이번 한번만 카메라를 잡으신겁니다. 설마 미스 허슬러를 영화사로 전환할 생각은 아니죠?”
호사카의 말을 들으니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역시 미스 허슬러는 섹스를 파는 회사였고 영화 산업이 아무리 탐이 나도 해서는 안될 일이 있었다. 그런식의 외도는 잠깐의 명성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조건 손해였다.
호사카는 표정만으로 레리 레이건의 만족감을 알 수 있었지만 굳이 말로 그의 의사를 물어보았다.
“그래서 감상은 어떻습니까. 제가 미스 허슬러에서 일을 계속 할만한가요?”
“젠장. 왠만한 수준이라면 조금 덜 칭찬이라도 할건데… 이런 수준이라면 밤을 새서 극찬을 해도 모자라겠군요.”
“그만큼 즐겨주셨다니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요.”
“그냥 꼴리는게 끝이 아니더군요. 제가 영화를 잘모르지만 뭔가 철학 같은게 느껴지는게. 그리고 확실히 화면도 멋지구요.”
“미국 사람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요.”
호사카는 미국에서 첫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것을 고민했다.
보수적이면서 섹스를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달리는 작품을 만들었다. 오시마 타케시라는 포르노를 만들기에는 아까운 감독까지 섭외를 했다.
일본의 경제 성장으로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일본인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또한 미국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미지이지만 하찮은 옐로 몽키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좋아. 그럼 이 작품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건가?”
“기쁨의 축제로 하죠.”
“좋은 이름이군.”
레리 레이건은 재빨리 홍보 준비를 하였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온 이상 회사의 총력을 기울여서 홍보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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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지났다. 미스 허슬러에서는 치열하게 마케팅을 하고 화려하게 기쁨의 축제를 발매했다.
호사카는 배버리 힐즈 시내에 있는 라스토리아 호텔에서 묶고 있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어차피 미스 허슬러에서 모든 돈을 내주고 있어서 상관이 없었다.
방에 있는 전화가 울려서 받으니 호텔 프론트에서 말했다.
“미스터 호사카? 제인 먼데일이라는 여자가 찾아왔습니다.”
“아, 아는 사람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역시 비싼 호텔이라 손님이 찾아올때마다 알려주는 서비스는 기본을 했다. 호사카는 일단 알몸으로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츠지 미유부터 쫓아내었다.
“츠지. 네 방으로 돌아가있어.”
“무슨 일?”
“비즈니스야.”
다른 여자였다면 한소리를 할수도 있을텐데 츠지 미유는 군소리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요즘 그녀는 호사카와 섹스를 많이 하고 있어서 더욱 순해진 것 같았다.
호사카가 룸서비스를 깔짝거리며 먹고 있자 잠시 후에 제인 먼데일이 호사카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휘유. 여긴 매번 봐도 장난 아니네요.”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가 묶고 있는 방에 처음 왔을때를 떠올렸다. 한 회사의 임원으로 돈을 많이 버는 그녀도 놀랄만큼 비싼 방이었다.
아니, 이곳은 방이 아니라 거의 고급 아파트나 다름이 없었다. 거실에 방도 몇개나 있었고 화장실도 3개나 있었다. 남자 혼자가 묶기에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방이었다.
“원래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하는거지. 그래야 그 아랫사람들의 대우도 좋아지니까.”
“미스터 호사카는 정말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 같다니까요.”
“칭찬으로 듣지.”
제인 먼데일은 일단 편하게 자신의 정장 상의를 벗었다. 그녀는 이제 호사카의 직속 담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예전부터 호사카와 몸을 섞어왔고 미국에 온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과 츠지 미유를 번갈아가면서 먹으며 지루함을 방지했다.
그리고 한달 동안 호사카와 몸을 섞으면서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와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제인 먼데일은 먼저 방에 있는 미니 바에서 술을 꺼내서 마셨다. 어차피 돈은 회사가 내는거고 호사카가 이런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제인 먼데일은 웃으면서 호사카에게 안겨왔다. 그녀가 경험해본바로 호사카는 그 어떤 남자보다 섹스를 잘했다. 그리고 능력도 있었다. 만약 호사카가 그녀에게 사귀자고 하면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었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가 한 여자에게 메이는 남자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그녀의 유일한 불만이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서 마티니 냄새를 느꼈다.
“그건 나중에 얼마든지 해줄테니까 일 이야기를 먼저 하지.”
“재미없네요.”
제인 먼데일은 가지고 온 서류를 꺼냈다. 미스 허슬러에서 조사한 다양한 자료들이 있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이 준비한 자료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자료의 품질은 좋았다.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임원이 될만큼 유능한 사람이었다.
‘이마이 유마가 생각나는군. 그리고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가?’
호사카가 읽어본 자료는 흥미로웠다.
당연히 기쁨의 축제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레리 레이먼은 유능한 사장이었다. 호사카가 이것을 포르노로 팔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는 결국 이것을 극장에도 개봉시켰다.
미국의 보수적인 남자들은 ‘오! 오시마 타케시 감독의 미국 데뷔 작품이라고! 훌륭한 예술 영화겠군!’ 이런 말을 하면서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관람 시간 내내 자지가 발기되고 딸을 치지 못해서 괴로워했다. 영화관 내부의 화장실에서는 손장난을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 결국 참지 못하고 비디오 렌탈샵으로 가서 기쁨의 축제를 빌렸다. 집에서 편안하게 보면서 자위를 하기 위함이었다.
“잘 팔리는 것을 넘어서 포르노 시장이 확대가 되고 있군.”
미국에서는 기쁨의 축제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미스 허슬러에서는 비디오를 구매한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각종 매체에서 기쁨의 축제에 대해서 다룬 내용도 정리해 두었다.
“외부 반응도 재밌죠?”
“그러네.”
미국의 반응을 짧게 정의하자면 충격과 혼란이었다.
그냥 꼴리니까 본다는 사람이 많았다. 예술이라 봤는데 꼴려서 좋다는 사람과 싫다는 사람이 소수 있었다.
일본인 남자가 백인 여자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는것에 충격을 받고 호불호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불호 중에서도 저런 자지를 가진 남자라면 포르노에 나올 자격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구만.’
미국은 다인종 국가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사카가 회귀를 하기 전에도 백인과 흑인의 싸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동양인은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그냥 일을 잘하고 순한 인종으로 있는듯 없는듯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 인식에 호사카는 돌 하나를 던진셈이었다.
호사카는 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동양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여서 미국 여자들을 많이 따먹을 수 있다면 인종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었다.
“영화계도 여러가지 논란이 있더라구요.”
호사카는 영화계의 자료를 보았다.
오시마 타케시의 이름값은 역시 대단했다. 그리고 레리 레이건은 기쁨의 축제를 포르노 뿐만이 아니라 영화로도 발매를 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치니 영화계에서는 이 작품을 영화로 평가하여 영화제에 초청을 해야 하는지 상을 주어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상을 주자니 대놓고 포르노였고 상을 주지 않자니 작품성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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