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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섹스킹 야동 만드는 남자-208화 (208/551)

〈 208화 〉 208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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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당연히 텔레비전이지! 내가 섭외는 다 끝내놓았어! 미스터 호사카만 오케이 하면 되네! 그리고 자네의 영어 실력이 워낙 훌륭하니까 토크쇼 정도는 가뿐하지!”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의 호탕한 말에 잠깐 불안함을 느꼈다.

‘이거 나까지 총 맞는거 아니야?’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동양인 남자가 백인 여자를 따먹는것과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를 따먹는것 중 어느 것을 더 기분 나빠할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호사카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텔레비전에 나가는 것만큼 좋은 홍보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호사카는 일본에서 텔레비전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었다.

“어디 방송입니까?”

“나이트 쇼. 요즘 뜨고 있는 심야 토크쇼지.”

“제가 알아야 될 사항이 있나요?”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와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기 때문에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물론 쉽지는 않을거야. 그 쇼의 호스트인 데이비드 레노는 독설로 유명하거든.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독하게 파고 들어서 방송 분량을 만들어내지. 그게 사람들에게 먹혔고 말이야. 그리고… 미스터 호사카는.”

“틈이 많죠.”

레리 레이건은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보았다.

먼저 호사카가 데이비드 레노에게 탈탈 털리고 온 경우였다. 그때는 호사카를 배우로 쓰지 않고 조언자로만 쓰면 되었다. 호사카의 능력은 검증되었고 조언자로도 충분히 역할을 다할 것이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데이비드 레노의 독설을 이겨낼 경우가 있었다. 레리 레이건은 이 경우는 희박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만약 호사카가 당당한 동양인의 이미지로 살아남는데 성공한다면 미스 허슬러에서 감독이나 배우로 계속 쓰면 되었다.

호사카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레리 레이건의 속내는 그도 짐작을 하고 있었고 호사카는 배우의 일을 계속 하고 싶었다.

“좋습니다. 출연하죠.”

그렇게 호사카의 나이트 쇼 출연은 결정되었다.

**

나이트 쇼는 미국에서 82년에 시작한 심야 토크쇼였다. 데이비드 레노의 독설을 무기로 서서히 시청자 수를 올려가고 있었고 그의 입장에서 동양인 포르노 배우인 호사카만큼 물어뜯기 좋은 재료는 없었다.

호사카는 방송국 대기실에서 낯선 기분을 느꼈다.

일본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영원한 이방인이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최소한 외모가 동일했다. 호사카가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가 재일이라는 것이 드러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는 대놓고 이방인이었다. 동양인 포르노 배우는 아주 희귀하게 있었지만 그건 다 여자였다. 일반 방송국에서도 동양인은 웃기는 사람이 아니면 써주지를 않았다.

방송국에서 화장을 해주는 사람도 PD도 작가도 모두 호사카에게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었다. 레리 레이건과 제인 먼데일이 호사카를 응원하기 위해서 찾아왔으나 방송국 전체를 휘감고 있는 위화감은 없애지 못했다.

잠시 대기 시간이 지나고 호사카는 촬영 스탭에 의해서 쇼가 진행되는 뒷편으로 안내되었다.

흔한 미국쇼의 구성이었다.

앞에는 방청객들이 잔뜩 앉아있었다. 무대 중앙은 부잣집 서재처럼 꾸며져 있었고 사무용 의자에 데이비드 레노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게스트가 앉는 소파가 있고 소파 옆에는 가벼운 농담을 하는 개그맨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왼쪽 구석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위치해 있었고 그 옆에는 게스트가 들어오는 통로가 있었다. 호사카는 통로 옆에 서 있었다.

한 명의 게스트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배우였지만 데이비드 레노의 독설이 혼쭐이 난 모양이었다.

방청객의 분위기가 정리가 되자 데이비드 레노는 개그맨과 대화를 나누며 호사카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시작했다.

“아, 데이비드 씨. 쾌락의 정원 봤습니까?”

“쾌락의 정원이요? 음… 혹시 기쁨의 축제를 말하신건가요?”

“아! 제가 완전히 제목을 틀렸네요. 하하하.”

방청객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데이비드 레노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요즘 화제작이죠. 예술이냐. 포르노냐.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기쁨의 축제의 주연 배우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도쿄에서 온 섹스킹! 미스터 호사카 켄토!”

음악가들이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호사카는 통로를 통해 스테이지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방청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일부는 야유했고 일부는 호기심을 보였다. 일부는 응원을 했다.

호사카는 손을 흔들면서 스테이지의 중앙까지 와서 데이비드 레노와 개그맨과 악수를 나누었다.

호사카가 소파에 앉자마자 데이비드 레노는 호사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생각으로 강한 멘트를 날렸다. 게스트의 멘탈을 흔들어서 본심을 끄집어내는 것은 그의 장기 중 하나였다.

“기쁨의 축제의 첫장면에서 깜짝 놀랐죠. 아니, 일본인이 자지가 저렇게 클 수 있다고? 호사카 씨는 일본인이라 잘 모를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일본인의 자지가 작다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 장면도 고무로 만든 가짜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습니다. 호사카 씨. 어떻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방청객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다들 호사카가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인 질문에 어떻게 반응을 할지 궁금해 했다.

호사카는 잠시 조용히 있었다. 그도 일본에서 방송 짬밥은 먹을만큼 먹었다. 어떻게 해야 모두의 이목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호사카가 대답을 바로 하지 않자 모두는 호사카의 입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데이비드 레노가 침묵을 끊기 위해서 말을 하려는 순간 호사카가 답변을 했다.

“먼저. 그 자지는 진짜입니다. 원한다면 지금 여기서 벗어서 보여드리죠.”

호사카가 더 강하게 나오자 데이비드 레노는 호사카가 만만한 게스트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저는 일본인이 아니거든요. 부모님 덕분에 일본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엄연히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 아, 잊혀진 전쟁(6.25 전쟁)이 있었던 나라말입니까? 그럼 북쪽 아니면 남쪽?”

이번에는 호사카가 데이비드 레노에게 감탄을 했다. 6.25 전쟁은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관심을 못받은 전쟁이었다.

그리고 80년대 미국은 아시아라고 하면 중국과 일본 밖에 모르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런데 데이비드 레노는 남한과 북한이 나뉘어져 있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준 남한 사람이죠. 지금 시간을 빌어서 짧게나마 정의를 위해 전쟁에 참여해준 미국의 군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호사카가 미국의 자부심을 살살 긁어주자 방청객들은 큰 환호성을 보내었다. 그들이 6.25 전쟁에 대해서 잘모르거나 한국에 대해서 잘몰라도 상관 없었다. 미국이 정의를 위해 다른 나라의 전쟁을 도왔고 그것에 그 나라 사람이 감사를 표했다는 것만으로 방청객들의 국뽕은 차올랐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돌변했다.

동양인을 반기지 않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호사카에게 호의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데이비드 레노는 능숙한 방송인답게 이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올라탔다.

“분명 빨갱이를 상대로 한 전쟁이었죠.”

“그렇습니다. 북한과 중국이라는 빨갱이 국가를 물리치지 위해서 남한과 미국이 힘을 합쳤죠.”

다시 한번 방청객에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80년대 미국은 아직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레노는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에 계속 이어나가죠. 잊혀진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오늘은 미스터 호사카와 포르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모셨으니까요.”

“네, 그러시죠.”

데이비드 레노는 호사카가 만들어낸 호의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먼저 기쁨의 축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지금 영화관에서도 개봉된 이 작품은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데요. 주연을 맡은 소감이 어떻습니까?”

데이비드 레노는 독침을 드러내지 않고 질문을 했다. 아무리 독설로 유명한 그라고 해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무례한 질문을 할수는 없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해주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죠.”

호사카는 정석적인 대답을 했다. 그리고 데이비드 레노는 그 대답에서도 방송거리를 만들어내었다.

“좋은 작품이라. 확실히 기쁨의 축제는 좋은 작품이죠. 포르노로서도 그렇고 영화로서도 그렇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이 작품을 영화로 취급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기고 있다는데요. 호사카 씨가 명확하게 밝혀주시죠. 이 작품은 영화입니까? 포르노입니까?”

“둘 중 모두라고 해도 상관이 없고 둘 다 아니라고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이 작품은 예술성과 선정성을 모두 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거든요. 보는 사람이 판단을 하시죠. 누군가에게는 영화로 보일거고 누군가에게는 포르노로 보이겠죠.”

호사카는 영리하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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