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222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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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시 로즈는 마약을 하고 정신을 잃었다. 그녀가 정신이 들었을때는 경찰서의 심문 장소였다.
“이봐! 일어나!”
“으음…”
그레이시 로즈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앞에는 형사 둘이 그레이시 로즈를 깨우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만 있는 간소한 방이었다.
‘벌써 옮겨진건가?’
형사들은 그레이시 로즈가 일어난 것을 보고 말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여자로군. 약에 쩔어서 자백을 하러 오다니.”
“자백이요? 제가요?”
“그래. 마피아들에게 업혀서 자백을 하러 온 여자도 네가 처음일거야. 그래서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마피아가 너를 데리고 온거지?”
그레이시 로즈는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AVN 뒤풀이 때, 술을 마시면서 신나게 놀던 것. 마피아 둘이 나타나 자신을 납치한 것.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 넷이 자신이 나이를 속인 것을 두고 화를 낸 것. 그리고 지금 그것을 자백해야 한다는 것까지.
그레이시 로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가. 나이가 어릴때 포르노에 출연을 했어요.”
“나이가? 지금 봤을때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이 아니라 옛날에요. 미성년자일때 포르노에 출연했어요.”
형사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좋아. 그건 문제가 되지. 나이를 속였나?”
그레이시 로즈는 형사들의 분위기가 바뀌자 겁을 먹었다.
“아, 그전에. 혹시. 이런 경우에는 처벌을 얼마나 받게 되나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징역이지.”
그레이시 로즈는 눈이 흔들렸다. 지난 밤에 걱정을 한대로였다. 그리고 그녀는 마약을 끊자고 다짐을 했지만 그 다짐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레이시 로즈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위기의 순간에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사용하는 것처럼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뇌를 모두 사용했다. 그 끝은 호사카가 회귀 전에 기억하던 것과 같은 결정이었다.
“저, 저는 강제로 촬영을 당했어요!”
“뭐라고?”
“포르노 제작자들이 저를 마약과 술에 취하게 만들고 강제로 촬영을 한거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좋아. 정리하면 미성년자였던 당신을 강제로 촬영을 하게 만들었다는거지?”
“네! 그 말이 맞아요!”
그레이시 로즈는 한번 거짓말을 생각해내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어젯밤에도 마피아들이 저를 협박했어요! 그 두목들이 저에게 거짓 증언을 하라고 했다구요! 경찰이 나를 보호해 줘야해요!”
그녀의 말이 모두 끝났다. 형사들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들은 취조실의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3명의 사장과 호사카가 서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호사카의 계략이었다. 약쟁이에게 마약을 줘서 정신을 잃게 하고 가짜 경찰서와 경찰로 시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경찰과 섹스를 하는 포르노도 많았기 때문에 가짜 세트와 옷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피아들은 ‘경찰 연기를 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라고 말하면서도 연기를 잘해주었다. 실제 경찰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마피아만큼 잘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보스가 말한대로 역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네요.”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를 보면서 말했다.
“미스터 호사카. 이번에는 도움을 받았군.”
그의 말대로 만약 호사카가 계략을 짜지 않았다면 그레이시 로즈는 포르노 업계에 큰 타격을 줄만한 개소리를 했을 것이다. 그녀가 던진 말은 그만큼 큰 파장을 줄만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간단하게 명령했다.
“한번 배신한 인간은 두번 세번이고 또 배신하기 마련이지. 적당히 사막에 묻어버려.”
그레이시 로즈는 울면서 바닥에서 주저앉았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마피아들은 그런 그녀를 가볍게 제압했다. 입에 수건을 넣어서 시끄럽게 하지 못하게 하고 들고 나갔다.
‘하는대로 돌려받는거지.’
만약 그레이시 로즈가 배신을 치기도전에 죽임을 당했다면 호사카도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한번의 기회를 주었고 그것을 그레이시 로즈는 시원하게 걷어찼다. 모든 것은 그녀의 업보였다.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에게 악수를 청했다. 호사카는 그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이제 더 이상 쥐새끼는 없겠지. 우리 모두가 이 일을 함께 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미스터 호사카. 언제 플레이 맨션에 한번 놀러오지. 자네라면 언제든지 환영하지.”
“언제 한번 시간이 되면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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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리 레이건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휴스턴 헤프너는 포르노 업계의 1인자라고 할만했다.
그는 플레이 맨션이라고 하는 거대 저택에서 수십명의 플레이걸즈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안에 동물원까지 있는 그 저택이었다. 수많은 미녀가 항상 있었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파티는 모든 미국인이 가고 싶어했다.
레리 레이건이 아무리 부유하다고 하더라도 업계 1인자가 쌓아둔 부와 권력을 이길 수 없었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를 잃는게 두려웠다.
‘음.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건 좋은데 남자에게 저런 눈빛을 받는건 좀 싫군.’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을 달래주었다.
“걱정마세요. 어디안걸거니까.”
“하지만 휴스턴이 자네를 플레이 맨션에 초대하지 않았나.”
“돈이야 쓸 정도만 있으면 되고. 여자는 거기 아니더라도 많죠. 그리고 플레이걸은 좀 구식이잖아요.”
호사카도 플레이걸을 즐겨 읽었다. 남녀의 섹스나 보지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데도 포르노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플레이걸을 보고 있으면 야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구식?”
“상상만 자극하는 포르노도 있으면 좋지만, 그게 최고가 되거나 모든 포르노가 그렇게 되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휴스턴 헤프너는 좋게 말하면 자부심이 강했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했다. 1953년에 플레이걸을 창간하고 계속 업계를 지배해 왔으니 자부심이 있거나 오만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호사카에게 그 자부심도 오만은 다 부질 없는 것이었다. 시대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휴스턴 헤프너도 뒤쳐질 운명이었다.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발전시켜야 했다.
젊은 시절의 휴스턴 헤프너는 당시 가장 섹시했던 여자 마릴 먼로를 표지에 쓸만큼 과감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은 인간은 보통 현실에 안주하는 법이었다. 휴스턴 헤프너도 다르지 않았다.
섹시한 여자들이 섹시한 옷을 입고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 자신이 만든 성공 공식을 계속 따라할 뿐이었다.
호사카는 그런 회사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의 긴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안심을 했다. 따지고보면 호사카는 미스 허슬러의 소속도 아니었다. 그는 원한다면 마음대로 플레이걸과 추가적인 계약을 맺을수도 있었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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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의 도시에서 섹스쇼를 더하고 호사카는 LA에 돌아왔다. 플레이 맨션도 LA에 있었고 호사카는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휴스턴 헤프너에게 연락을 했다.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를 반겼다. 직접 차를 보내서 호사카를 데리고 왔다.
“휴우.”
이번에는 호사카 혼자 움직였다. 호사카는 플레이 맨션의 거대함을 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레리 레이건의 저택도 거대했지만 역시 플레이 맨션은 그 크기와 화려함이 달랐다. 플레이 맨션은 회귀 전에도 미국에서 유명한 명소였다.
휴스턴 헤프너의 여자 중 하나가 호사카를 안내했다. 여러 동물이 있는 동물원을 둘러보고 지하에 스트립쇼를 할 수 있는 파티장도 보여주었다. 호사카는 중간중간에 플레이걸스가 여기저기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 같이 보고만 있어도 자지가 꿈틀거릴 정도로 섹시한 여자들이었다. 여자들은 호사카와 눈이 마주치면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호사카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휴스턴 헤프너의 집무실이었다.
“오오. 왔나? 앉지”
호사카는 소파에 앉았다. 여자 하나가 커피를 두 잔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서빙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예쁜 여자였다.
“어떤가? 내 저택을 본 소감이.”
“대단하네요.”
“남자들의 꿈이지.”
휴스턴 헤프너는 자기 자랑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일전에 AVN 뒷풀이에서 자기 자랑을 못한게 아쉬웠는지 자랑에 진심이었다.
“아침 10시쯤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오후 5시까지 일을 하지. 그 외에는 자유시간이야. 여자를 불러서 놀기도 하지. 수요일과 금요일은 섹스나이트라고 하지. 여자 7명과 함께 난교를 벌이는거야. 나는 섹스룸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중앙에는 10명도 함께 누울 수 있는 둥근 침대가 있고 벽 하나를 가득 채운 큰 텔레비전에서는 포르노가 나오지. 하하. 자네가 일본에서 난교물을 찍기도 전에 난 그런 생활을 즐겨왔다고.”
매번 보던 사람에게만 자랑을 하다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랑을 할 수 있으니 휴스턴 헤프너는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호사카의 입장에서도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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