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 223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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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고 그 실체 또한 호사카는 알았다. 플레이 맨션은 워낙 유명한 곳이고 이곳에서 살다가 나온 여자들이 나중에 인터뷰한 것도 많았다. 어떤 여자는 책까지 출간하기도 했다.
플레이 맨션에 로망을 가지고 있던 호사카는 회귀 전에 그런 내용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여자들이 플레이 맨션에 들어가는 이유는 성공을 하기 위해서였다. 휴스턴 헤프너는 플레이걸스가 되면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 놓았다. 누드 화보를 찍었다는 꼬리표가 되어서 탑급의 연예인은 되지 못하지만 B급 연예인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세계의 돈이 모이는 미국에서 B급 연예인으로 성공해도 3대가 먹고 살 돈은 벌 수 있었다.
또 플레이걸스가 되기만 하면 1년에 10만달러의 수입은 얻을 수 있었다. 기술도 없고 학력도 없는 여자에게는 큰 연봉이었다. 플레이걸스로 활동하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 필요도 없었다. 수위가 높아봐야 레즈 촬영을 할 뿐이었다.
휴스턴 헤프너는 매주 플레이걸스에게 한명당 100달러의 용돈을 주었다. 그리고 성형이나 마사지 비용 같이 미로를 꾸미는데 드는 돈은 모두 휴스턴 헤프너가 처리해 주었다.
이렇게 플레이걸스가 되면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 전역에서는 플레이걸스가 되기 위해서 신청하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걸스로 활동하려면 감옥 같은 생활을 견뎌야 했다. 아니, 감옥보다 더 심할수도 있었다.
휴스턴 헤프너는 여자에 대한 탐욕이 컸다. 플레이걸스는 오직 휴스턴 헤프너와만 섹스를 해야 했다. 휴스턴 헤프너는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했다.
파티 중이라도 어떤 여자가 다른 남자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 보디가드를 보내서 그 대화를 막았다. 보디가드는 심지어 여자 화장실까지 들어와 플레이걸스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는지 감시했다. 맨션에는 밤 9시까지의 통금도 있었다.
이런 점이 호사카가 플레이걸에 관심이 없는 이유였다. 호사카는 여자를 이런식으로 다루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네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겠지.”
“아뇨. 일본에서 비슷한 생활을 한적이 있죠.”
“그래? 일본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하군. 말해보게.”
“뭐, 비슷하죠. 여배우들이 내 집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섹스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섹스하고. 몇가지 차이는 있지만 대충 비슷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지?”
호사카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여배우가 다른 남자와 말을 하거나 섹스를 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죠. 어차피 남자들 중에서는 내가 최고인것을 아니까. 그리고 여자들도 다른 남자들을 잘 안찾더라구요.”
호사카는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말을 했지만 휴스턴 헤프너는 살짝 울컥했다. 그는 섹스나이트 때마다 매번 비아그라를 먹어야 했다. 그리고 여자도 돈과 성공으로 묶어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능적으로 휴스턴 헤프너는 자신이 호사카에게 패배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오랜 세월 승리자로 살아온 연륜이 그 기색을 숨길 수 있게 도와주었다.
“호오. 대단하군.”
“나중에 제가 하는 섹스쇼에 한번 오시죠. 제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휴스턴 헤프너는 처음에는 호사카를 자신의 회사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평범한 인간 백명보다 나았다. 호사카 같이 똘똘한 녀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금방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휴스턴 헤프너는 사장이 되는 사람과 직원이 되는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정해진다고 보았다. 그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날때부터 식성이 다른 것과 같았다. 초식동물에게는 아무리 고기를 먹이려고 해도 타고난 식성을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지금 미스 허슬러에서 일하고 있지만 남의 아래에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저런 사람은 결국 우두머리가 될 사람이었다.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를 금방 라이벌로 인정 했다. 그리고 라이벌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젊은이군. 레리 레이건을 처음 봤을때와 느낌이 비슷해.”
“어떤 점이요?”
“그 녀석은 더 화끈한 잡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내 앞에서 말했지. 하하. 그 누구도 내 경영 철학에 대해서 뭐라고 못할때인데 말이야.”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도 젊었을때는 포르노 업계에서 혁명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지금은 자기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려는 아저씨였지만 과거에는 업계의 혁명가였다는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늙지 말아야지.’
호사카의 앞에는 수많은 반면교사가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가 그랬고 휴스턴 헤프너, 레리 레이건도 모두 그랬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호사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에게 질문을 했다. 젊은 라이벌이 있다면 자신에게 부족한 젊은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레리 레이건은 자신의 철학이 있었지. 나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름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 미스터 호사카. 당신은 미국에서 조금 활동을 하다가 돌아갈 것 같지 않은데, 그렇지 않은가?”
“당연하죠.”
어차피 몇년후에 일본은 버블 경제가 붕괴해서 망한다. 10년간은 빌빌 똥이나 쌀 운명이었다. 호사카는 미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또 성공을 할 생각이었다.
“그럼 앞으로 포르노 업계는 어떻게 변할거 같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포르노를 만들 생각인가?”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가 저번에 포르노 업계에 대해서 간략히 고찰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과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당시에 호사카는 변화와 문제점만을 말했다. 휴스턴 헤프너는 이제 호사카를 인정했고 그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고 있었다.
“하하. 이거 너무 날강도 아닙니까?”
“늙을수록 느는 것은 뻔뻔함 뿐이지.”
호사카는 휴스턴 헤프너의 두꺼운 낯짝에 웃었다. 그리고 어차피 휴스턴 헤프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받아들이지 못할게 뻔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인간이었다. 여자를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 여자를 카메라 앞에서 섹스도 못하게 만드는 인간이었다. 호사카는 이 기회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했다.
“먼저 저번에 말한 것처럼 기술은 발전하고 포르노를 만드는 것은 더 쉬워질겁니다. 자동차 업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십니까?”
휴스턴 헤프너는 유능한 기업가였다.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분야를 공부한적도 있었다.
“자동차는 처음에는 명품이었지. 장인들이 손으로 부품 하나하나를 만들었고. 그리고 대량생산 공정이 돌입되고 누구나 살 수 있을 정도로 값싼 공산품이 되었지.”
“포르노도 그렇게 될겁니다. 누구나 카메라 하나를 들고 여자 하나를 구해서 포르노를 찍는 시대가 오겠죠. 그리고 남자들은 수십만 달러가 들어간 작품보다 백달러에 다리를 벌리는 처음 보는 여자의 포르노에 푼돈을 쓸거구요.”
호사카는 회귀 전에 포르노 업계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돈을 벌려면 작은 포르노 회사에 투자하는 회사를 만드는게 최고겠군.”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의 말이 그럴듯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포르노 업계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도 빠르게 알아차렸다. 그의 말대로 작은 회사를 여러개 운용하는게 앞으로의 시대에 걸맞는 사업 방법이었다.
하지만 호사카와 휴스턴 헤프너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았다.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하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군!”
휴스턴 헤프너는 플레이걸이라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평생 가장 섹시한 여자를 보여주는 일을 했다. 그것을 위해 플레이걸스와 플레이 맨션을 만들었다.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도 했지만 대중들에게 상상을 할 수 있는꺼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플레이걸에서 남녀가 섹스 장면을 찍지 않는 것도 여자의 보지를 보여주지 않는 것도 그만의 미학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 모든 결정에 본인의 욕망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일부분은 미국의 포르노를 위해서였다.
휴스턴 헤프너는 시대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미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여 최고의 섹시함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그의 자부심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도 비슷했다.
회귀를 했고 최고의 AV 배우가 되었다. 이제는 세계에서 제일 가는 포르노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 그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같은 포르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포르노 하나를 찍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십년은 기억에 남을만한 명작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는 것이고 돈이 되지 않고 실패할 확률이 있어도 상관 없었다.
성공을 하면 포르노 업계의 역사를 뒤바꾼 천재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호사카는 이미 부자였다.
“나는 이미 늙어서 언제 은퇴를 해도 이상할게 없는 몸이지만. 미스터 호사카. 당신은 시대를 그렇게 읽으면서도 이상한 길을 선택하는군.”
“그래도 그게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말년에 재미있는것을 구경하겠군. 확실히 재미있기는 하겠어.”
휴스턴 헤프너는 유능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고 정부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포르노 업계에서 사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진심으로 잘되기를 빌지.”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에게 악수를 청했다. 호사카는 노인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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