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224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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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잘나가면 언제나 역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인간은 누군가가 잘나가면 그것을 칭찬해주는 사람보다 질투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게 미국 사회에서 약자 취급을 받는 동양인이라면 더욱 심했다.
호사카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명작 포르노를 만들고 섹스쇼를 만들고 AVN에서 상을 탔다. 이제 그가 대단한 사람인건 모두가 알았다. 하지만 자유로운 미국에서 대통령도 언제든지 욕을 먹었다. 호사카를 적대하는 사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호사카는 섹스쇼를 이어나가면서 이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포르노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화제거리가 필요했고 물이 들어올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미스 허슬러에서 가장 큰 회의실에 호사카는 앉아있었다. 그리고 감독과 작가들이 테이블을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레리 레이건은 구석에서 조용히 이 모든 것을 보고만 있었다.
“자, 다음 작품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작가 하나가 손을 들었다. 호사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요즘 섹스쇼도 잘나가고 있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하. 호사카 씨의 컨디션을 조절할 필요도 있고 말이죠.”
그는 레리 레이건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는 호사카의 똥꼬를 빨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안되겠군.’
호사카는 저 작가를 잠깐 본 것이지만 그의 미래가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레리 레이건이 아무리 뱃살이 나온 아저씨라고 하더라도 저런 개소리를 하는 월급 도둑을 그냥 둘리가 없었다.
호사카는 바보 멍청이를 상대하느라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 저 사람을 해고하는건 다른 누가 알아서 해줄 일이었다.
“다음. 다른 아이디어 없습니까?”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호사카가 원하는 것은 업계를 뒤흔들만한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밑에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떠먹여줄수는 없었다.
“내가 무슨 어려운 것을 요구했습니까? 좋은 아이디어만 내놓으면 끝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해고될 운명의 작가가 다시 손을 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할까요? 호사카 씨의 생각은 압니다. 기쁨의 축제나 섹스쇼처럼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를 원하는거겠죠.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호오.”
호사카는 작가의 말에 놀라워했다. 처음에는 나태함과 아부를 보여주었고 이제는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런 인간이 어떻게 아직 회사에 붙어있는거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호사카도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했다. 만약 누가 호사카의 권리를 침범한다면 그는 단번에 일어설 것이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때 굳이 할 말은 아니었다.
호사카는 슬쩍 레리 레이건을 보았다. 레리 레이건은 만약 총이 있었다면 당장 꺼냈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호사카는 이 작가가 어디까지가나 궁금해 졌다.
“그래서요?”
그리고 이 눈치 없는 작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일단은 섹스쇼를 계속 진행하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시간을 주셔야죠. 호사카 씨는 미국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모르나 본데 대작이 나오면 원래 그렇게 하는겁니다.”
호사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가가 말을 좀 심하게 하는 것 같았다. 정신 나간 인간과 종종 일을 하기는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설마 내가 동양인이라 이렇게 말하는건가요?”
“아뇨. 그럴리가요. 다만, 저희 미국에 대해 아직 모르는게 있는 것 같아서 알려드리는겁니다.”
결국 레리 레이건은 폭발하고 말았다. 레리 레이건은 간신히 소리 지르는 것을 참았다. 그는 이를 악문채 말했다.
“자네는 해고야. 나가.”
“네? 제가요? 왜요?”
작가는 왜 자신이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눈치가 빠른 직원 둘이 그 작가를 끌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안그래도 풀리지 않는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고 더욱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
호사카는 미스 허슬러 근처에 있는 맥주집에 혼자 갔다.
‘역시 미국. 쉽지 않네.’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브루스 초우도 인종차별을 받은 적이 많이 있었다. 싸움을 잘한다고 소문이 난 그도 그런데 섹스만 잘하는 호사카는 말할 것도 없었다.
호사카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어가고 있고 미스 허슬러에서 레리 레이건이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인종차별주의자는 어디에나 숨어 있었다. 대놓고 호사카를 모욕하지는 못해도 종종 튀어나오곤 했다.
“짜증이 나는군.”
호사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국 인종차별은 받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도 받던게 인종차별 아닌가. 흑인들이 수십년간 해결을 하지 못한 인종차별이었다.
“어쩌면 자신과 다른 존재를 어떻게든 폄하하려는게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군.”
결국 호사카의 머리 속에 떠오른 방법은 두 가지였다. 인종차별주의자를 모두 쏴 죽이거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입도 열지 못할 분위기를 만들거나.
“모두 죽이는건 역시 힘들겠지.”
자신에게 회귀를 하게 해준 신이 무슨 초능력을 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호사카가 앞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남은 맥주를 마저 마셨다.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입에 잘 대지도 않는 술이었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운동과 식단을 계속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섹스쇼를 버틸 수가 없었다.
호사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호사카는 주변의 손님들이 흘깃흘깃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사카는 이제 미국에서도 유명인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호사카가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맥주집을 나가려고 하는데 한 서양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호사카의 어깨를 잡았다.
“어이.”
음악은 헤비 메탈만 듣고 술은 맥주만 마실것처럼 생긴 백인 남자였다. 호사카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팔뚝도 굵었다.
“뭐지?”
“네가 호사카냐?”
“그렇다면?”
호사카가 자신을 잡은 남자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해주었다.
“내 여자친구가 너를 한번 보고 싶다더군.”
“그 여자친구는 어디있지?”
“난 그게 마음에 안들어. 동양인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 일본이든, 중국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말이야.”
호사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눈 앞의 남자의 사정은 알았다. 요즘 호사카가 벌이는 섹스쇼는 여자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남자친구 입장에서 전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었다.
남자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고 다른 손님들 중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었다.
‘미국인들은 얼마나 멍청한거야.’
미국은 백인 이민자들이 와서 만든 국가였다. 그런데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다른 이민자를 혐오했다. 완전히 병신 같은 짓거리였다.
“싫다면? 미국은 자유의 나라잖아. 내가 섹스쇼를 하는 것도 자유고 그걸 보고 여자들이 내 자지를 한번 빨아보고 싶어하는 것도 자유지.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자유겠지만 말이야.”
호사카가 영어로 자연스럽게 이죽거리자 백인 남자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바로 주먹을 날렸다. 근육만 키운 멍청이의 애송이 펀치였다.
퍽.
“윽!!”
호사카는 능숙하게 그 주먹을 피하고 백인 남자의 배에 자신의 주먹을 꽂아 넣어 주었다. 평소에 복근에 타격 훈련을 받지 않으면 누구나 한방에 다리에 힘이 죽 풀리기 마련이었다. 백인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호사카는 슬쩍 그의 몸을 둘러보았다. 미국은 총기가 자유로운 사회였고 항상 총을 조심해야했다. 남자는 권총을 허리 뒤에 꽂고 있었다.
“이런. 위험한 장난감을 가지고 다니네.”
호사카는 그 권총을 가지고 왔다. 스미스 앤 웨슨 M29 리볼버였다. 더티 해리슨에서 주인공 형사가 쓰는 총이었다.
“터프가이가 되고 싶었나?”
호사카는 자연스럽게 리볼버의 탄창을 분리시켜 총알을 수거했다. 리볼버라 총알을 한번에 빼내기 쉬웠다.
총알이 없는 리볼버는 백인 남자에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총을 맞을 걱정이 없어지자 호사카는 그대로 맥주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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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자신이 머무는 호텔이 아니라 다시 미스 허슬러로 돌아갔다. 그리고 레리 레이건을 찾았다. 호사카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레리 레이건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조금 트러블이 있었죠. 회사에서 조취를 좀 취해줬으면 하는데요.”
호사카는 맥주집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간단한 해프닝 일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재판 한번 잘못하면 백만달러가 날아가는 일도 수두룩 했다. 사전에 미리 대처를 해두어야했다.
“나를 찾아와서 잘했군.”
레리 레이건은 빠르게 조취를 취했다. 회사의 변호사를 맥주집으로 보내서 증인을 확보하게 했다. 백인 남자가 호사카에게 인종차별을 한 것, 먼저 공격한 것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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