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241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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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중이니까 나중에 다시 대화를 나누시죠.”
호사카는 급한 용건만 마무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자신의 세 여자를 보면서 말했다.
“내 전화 내용은 잘 들었지? 섹스쇼는 이제 한계라는게 내 생각이야. 그냥 하던 것을 도시만 바꿔서 반복하고 있는 중이지. 이런 포르노는 금방 한계에 부딪치고 말지. 물론 새로운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건 즐겁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해.”
세 여자들은 동시에 생각에 잠겼다. 호시노 사키가 먼저 말했다.
“보고에 따르면 매출이 나쁘지 않다며.”
“그럴때 파티를 오래 하면 망하는 법이지. 파티는 짧고 굵게 끝내는 것이 좋아.”
“그런가.”
호사카는 먼저 세 여자에게 섹스쇼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았다. 그녀들은 섹스쇼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스탭의 자격으로 쇼를 관람하기는 했었다.
“오늘 쇼는 어땠어? 매번 쇼를 본 너희들이라면 관객 반응이라든지. 좀 다르게 느끼는게 있을 것 같은데.”
개선은 문제점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했다. 그런 의미에서 매번 호사카를 따라다니며 섹스쇼를 구경하는 이 여자들은 조언자로서 좋은 후보였다.
“음… 뭔가 조금씩 지루하기는했는데.”
“우리는 맨날 똑같은 것을 보니까.”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호사카의 말대로 큰 일이긴 하겠네.”
그리고 딱히 여자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 호사카도 자신의 여자들이 즉석에서 뭔가를 떠올릴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툭 친다고 툭 나오는게 아니었다.
“좋아. 오늘은 일단 문제를 인식한걸로 만족하자. 다들 계속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봐. 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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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를 순회하는 공연 도중에 호사카는 잠깐 LA로 돌아갔다. 회사 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내지 못하면 외부에서라도 구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미국 포르노 업계에도 인맥이 어느 정도 있었다.
“겁도 없군.”
미스 허슬러의 경쟁자. 스위트룸의 창업주인 프레드릭 파인더였다.
그는 기묘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현재 미국 포르노 업계는 플레이걸, 스위트룸, 미스 허슬러가 경쟁을 하고 있었다. 스위트룸은 2등으로 창업을 했고 2등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창업자 중 나이도 2등이었다.
그리고 나이 많은 1등은 여유롭고 아직 젊은 3등은 열정이 가득하다면 2등은 독기가 있었다. 오랜 세월 플레이걸을 뛰어넘고자 했으나 하지 못한 것이 그의 내면에 독기를 만들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평소에는 신사처럼 살았지만 필요한 순간이 오면 마피아처럼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호사카는 그 모습을 예전에 라스베가스에서 보았다. 여배우를 찾아낸 것은 플레이걸의 휴스턴 헤프너였지만 여배우를 죽이고 묻어버린 것은 프레드릭 파인더였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가 미국이 좁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겁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제 슬슬 미국에서 적이 많이 늘어났을텐데 말이야. 인종차별주의자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자네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많아. 포르노 업계에 돈을 많이 투자하고 있는 마피아들도 그렇고.”
“나름 조심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AV 업계가 야쿠자들과 많이 관련이 되었던 것처럼 미국의 포르노 업계는 마피아들과 많은 연관이 있었다. 포르노 업계에 종사하다가 갑자기 실종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스 허슬러를 등에 업고 날아오르고 있는 호사카는 다른 포르노 업체를 운영하는 마피아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듣고 있었다.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단기적인 이득에만 집착하는 이들에게는 호사카가 눈에 가시였다.
덕분에 호사카는 밖에 외출을 할때면 항상 방탄 조끼를 안에 입어야 했다. 그리고 믿을만한 경비원들도 대동을 했다. 지금도 밖에는 차량을 운전하고 온 경비원이 있었다.
“저희 쇼는 어땠나요? 섹스 대결도 그렇고. 그 이후의 섹스쇼도 그렇고.”
“날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렸지.”
프레드릭 파인더는 섹스 대결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을 했다. 돈이야 조금 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가 손상이 되었다.
플레이걸과 스위트룸, 미스 허슬러는 미국 3대 포르노 잡지라는 명성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섹스 대결에서 스위트룸이 미스 허슬러에 완전히 발린 듯한 이미지를 준 것이다.
“우리 브랜드 이미지가 말이 아니야. 특히 자네가 섹스 대결이 끝나고 나서도 섹스를 계속하는 바람에…”
“그럼 섹스 대결에서 봐주면서 해서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어야 했나요? 그럼 우리 둘 다 망하는겁니다. 일단은 섹스 대결을 성공시키는게 중요했죠. 그리고 그게 싫었다면 좀 더 섹스를 잘하는 배우를 내세우던가요. 분명히 봐주는 것 없이 진검 승부를 하기로 했잖아요.”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에게 할 말이 없었다. 같은 편일때는 누구보다 든든하지만 적이 되면 그 어떤 존재보다 짜증이 나는 사람이 호사카였다.
그리고 호사카는 프레드릭 파인더를 짜증나게 만들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미국의 대도시를 돌아다니느라 바빴고 LA에 잠깐 돌아오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호사카는 좀 더 생산적인 것을 원했다.
“쓸데 없는 말싸움은 그만하죠.”
“그럼?”
호사카는 지갑을 꺼냈다. 그의 지갑에는 백달러가 두툽하게 들어 있었다. 깔끔한 지폐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장지갑에 구겨지지도 않은 백달러가 깔끔하게 쌓여 있었다.
“만약 포르노로 300달러가 벌리고 그 중에서 200을 내가 그리고 100을 프레드릭 사장님이 가져간다고 생각해보죠. 프레드릭 사장님이 나를 죽여도 결국 300을 얻을 뿐이에요.”
“그런데?”
프레드릭 파인더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살짝 놀랬다.
“하지만 우리가 협력해서 포르노 시장을 2배로 늘렸다고 생각해보죠. 총 600달러가 벌리겠죠. 그리고 나는 400을 가져가고 사장님은 200을 가져가고.”
“그래도 300보다는 적군.”
“시장이 3배로 크면요? 4배는?”
호사카는 200달러는 자신의 앞에 놓고 100달러는 프레드릭 파인더의 앞에 놓는 것을 계속 반복했다. 프레드릭의 몫은 어느새 300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하! 자네의 말이 맞다면 협력을 하는게 맞겠지. 하지만 시장이 그렇게 클리가 있나. 포르노 업계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거 아니야?”
“그럼 그때가서 나를 죽여도 되죠. 지금까지 제가 미스 허슬러에서 해온 것을 아시잖아요.”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떠올렸다. 그와도 협력을 하기도 하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의 죽음으로 끝났지만 호사카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었다. 그의 업보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호사카는 AV, 포르노 업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필요했고 경쟁자와도 협력할 필요가 있었다.
“어떻습니까?”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의 그릇에 놀라고 있었다. 단순히 일본에서 잘나가다가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호사카는 하나의 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는 그릇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업계를 좌지우지 할만한 안목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터무니 없는 괴물 녀석이 태평양을 건너온 것일지도 모르겠군.’
프레드릭 파인더는 자신의 뒤에 있는 위스키를 꺼내었다. 잔 두 개에 술을 따랐고 하나를 호사카에게 넘겼다. 프레드릭 파인더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우호적인 태도였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거지?”
호사카는 천천히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프레드릭 파인더와 대화를 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를 꺼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회사에 속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미스 허슬러 내에서 아무리 회의를 해도 나오지 않던 아이디어가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업계가 발전을 하려면 다양성이 풍성해야하죠.”
“다양성?”
“섹스쇼 같은 다큐멘터리 작품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영화적인 작품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죠. 포르노의 장르가 다양해질수록 더많은 팬들이 포르노로 입문을 할거니까.”
호사카가 이렇게까지 떠먹여줬는데도 프레드릭 파인더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렵군. 도대체 뭐부터 해야할지…”
“일단 장점을 살리죠.”
“장점?”
“스위트룸의 장점이 뭡니까? 고급스러움과 퇴폐성이 결합 아닙니까. 미국 상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거기에 시대를 결합해보죠.”
“시대를?”
“내가 백인, 흑인, 동양인 다 따먹고 다니니까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죠. 그럼 그 사람들을 공략해보죠.”
서서히 프레드릭 파인더의 머릿 속에 하나의 이미지가 잡히기 시작했다.
호사카가 말한대로 스위트룸은 그 이름처럼 상류층의 섹스 라이프를 보여주는 잡지였다. 플레이걸이 남자 하나 없는 발랄한 여자 모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미스 허슬러가 대놓고 섹스를 바닥까지 보여준 것처럼 스위트룸도 자신만의 영역이 있었다.
그리고 동양인이 포르노 산업을 잠시하는 가운데 백인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분명히 상업성이 있어 보였다.
호사카는 프레드릭 파인더가 감을 잡은 것 같자 자신의 의견도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제 아이디어를 받아먹고 입을 슥 닦을건 아니죠?”
“뭐, 돈을 원하는건가?”
“돈은 저도 쓸만큼은 있습니다. 프레드릭 사장님도 제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한번 생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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