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화 〉 244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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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쇼도 끝나고 작은 파티도 끝이 났다. 호사카는 잠시 휴가를 떠났다.
돈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호사카는 호화 요트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원하는 여자들과 함께 미서부 바다 앞을 즐겼다. 호화 요트는 방이 5개 층에 70개가 넘는 방을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떠다니는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장은 배를 안락하게 몰아주고 요리부는 항상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두었다.
호사카는 제일 높은 갑판에 앉아서 바다 바람을 즐겼다. 회귀 전에는 외국 가수의 뮤직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직접 해보니 기분이 좋았다.
확실히 호화 요트는 돈 값을 하는 물건이었다.
호사카의 옆에는 항상 여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옆에 있는 것은 제인 먼데일이었다. 나이는 좀 있지만 몸매를 잘관리해서 비키니가 잘어울렸다.
“그 동안 고생했어요.”
“고생은 무슨.”
“섹스쇼를 하다가 쇼 홍보를 나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저는 호사카 씨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확실히 강행군이기는 했지.”
“일단은 잘쉬죠. 그래야 다음 작품도 할거니까.”
“그렇게 압박을 주면 더 잘쉴수가 없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호사카는 충분히 잘 쉬고 있었다. 그는 휴식을 즐기면서 자신이 목표까지 얼마나 도달했는지 가늠해보았다.
‘대충 절반 정도는 왔으려나.’
호사카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 모두가 혼재되어 있었다. 중요한 것은 호사카의 존재는 모두가 안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기준으로 호사카는 자신이 미국의 포르노 업계에서 중간 정도의 위치까지는 왔다고 판단했다.
저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신나는 클럽 음악인 것을 보니 자신을 따라온 여자들이 파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요? 파티에 가게요?”
“아니. 난 파티는 별로야.”
“그건 왜죠?”
“파티는 섹스를 하려고 하는 것이거든. 기본적으로 현란한 조명, 술, 신나는 음악으로 이성을 마비시켜 섹스를 하기 쉽게 만드는거고. 하지만 나는 원하면 언제든지 섹스를 할 수 있으니까 파티가 필요 없지.”
“정말. 모든게 다 섹스랑 연관되는건 아니에요. 음악을 즐기러 클럽에 가는 여자도 있으니까요.”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을 슥 보았다.
“어떤 남자가 나는 음악이랑 댄스를 즐기러 클럽에 가는거야. 이러면 어떤 생각이 들어?”
“음… 솔직히 좀 찐따 같기는 하네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음악과 댄스는 다른 곳에서도 즐길 수 있어. 파티나 클럽을 찾아가는 목적 중에 섹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건 확실하지.”
호사카는 다시 바다로 눈을 돌렸다. 제인 먼데일도 잠시 바다를 보았다. 바다를 보다보면 누군가는 잠념이 비워지고 평화를 느끼지만 누군가는 오히려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제인 먼데일은 평화를 즐기고 있던 호사카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까 포르노 배우는 다들 그런가요?”
“뭐가?”
“다들 미래는 없는 것처럼 살잖아요. 진짜 사랑을 찾을 생각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냥 돈을 벌고 쓰고.”
제인 먼데일은 포르노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였지만 포르노 배우는 아니었다. 결국 그녀도 포르노 배우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은 최근 호시노 사키와 츠치 미유와 어울려 다니면서 점점 자신과 그녀들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돈을 그렇게 막 쓰지는 않을걸. 뭐, 그렇게 쓰는 사람도 많지만.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의외로.”
“미래요? 어떤 미래요?”
“보통 성형을 생각하지. 사람은 의외로 눈매나 코가 조금만 바뀌어도 잘 못알아보거든. 평생 놀고 먹은 돈을 벌고 성형을 조금 하고 조용히 살거나 다른 나라로 가는거지.”
아직 인터넷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80년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다음에 과거를 숨기고 사는거야. 남들보다 부유하게. 성공한다면 나쁘지 않는 삶이지.”
“그런 포르노 배우가 많나요?”
“나야 언제든지 그럴 수 있고. 탑급 포르노 배우라면 보통 그렇지. 이상하게 잘못나가는 포르노 배우일수록 돈을 흥청망청 쓰고 은퇴했다가 돈이 없어서 복귀하는 경우가 많더군. 생각이 없을수록 올라가기 힘든 업계라 그런가.”
호사카와 어울리는 여자들은 보통 호사카의 영향을 받아서 돈을 꾸준히 저축하는 편이었다. 여자들이 재테크에 대해서 물어보면 호사카는 단순하게 답을 했었다. 코카콜라 배당주를 사라.
그리고 호사카가 다른 포르노 배우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제인 먼데일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뭔가 포르노 배우들끼리는 외부인이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나봐요. 가족 같달까.”
“그건 어쩔 수 없지. 세상이 우리를 싫어하니까 우리끼리라도 뭉쳐야지.”
호사카의 말대로 포르노 배우는 회사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쉽게 친해지는 편이었다. 세상에서 배척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그게 좀 부럽기는 해요. 내가 아무리 호사카 씨와 섹스를 해도 뭔가 섞일 수가 없어서.”
“그건 어쩔 수 없지.”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를 보며 물었다.
“그럼 호사카는 어떤 미래를 생각하고 있어요? 미국 포르노 업계의 1인자가 되고 나서요. 설마 평생 섹스를 하면서 살지는 않을거 아니에요.”
“아니. 나는 플레이걸의 휴스턴 영감처럼 늙어서도 미녀들에게 둘러쌓여 살거야. 다른게 있다면 그 영감은 돈으로 섹스를 사고 있지만 나는 내 매력을 섹스를 할거란거지. 그리고 섹스를 하다가 미녀의 위에서 복상사로 죽을거야.”
“진짜. 못말린다니까.”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의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정말 그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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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AVN이다. 프레드릭이 말한것처럼 한번으로 안되면 내가 상을 탈때까지 인종차별의 벽을 부셔주지.’
호사카는 미국의 한 부동산 회사에 100만달러를 투자해서 이미 미국 영주권을 얻은 상태였다. 빨리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아서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기는 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호사카는 혼자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AVN에서 인종차별을 넘어서 남우주연상이나 최고 작품상을 받기 위해서는 뛰어난 작품이 필요했다. 오시마 타케시 감독에게 미리 연락을 해봤지만 그는 요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다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 미안하네. 호사카 군.”
“괜찮습니다. 오시마 감독님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일본 영화의 큰 복이죠.”
호사카는 오시마 타케시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오시마 타케시에게도 그만의 예술혼이 있을 것이고 호사카는 그것을 존중했다.
“나중에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다시 작품을 하죠.”
“꼭 그러지.”
결국 호사카는 이번 일을 혼자서 진행해야 했다. 섹스쇼의 화제가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작품을 내야 마케팅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호사카에게는 무한정한 시간이 있는게 아니었다.
‘그럼 먼저 AVN에서 어떤 작품들이 상을 탔을까.’
AVN은 포르노 계의 오스카라는 별명이 있을정도로 작품성을 중요시여겼다. 가장 많은 매출을 보인 포르노는 따로 렌트가 가장 많이 된것과 판매가 가장 많이 된 것을 구분하여 상을 줄 정도였다.
‘역시 스토리가 있는게.’
80년대 미국의 포르노는 아직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호사카는 자신이 미국인이었어도 섹스쇼가 AVN에서는 상을 타지 못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 없이 섹스만 주구장창 보여주는 것은 조금 시대를 앞선 포르노였다.
‘그럼 필요한게 몇가지 있군.’
영화적인 포르노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독과 배우가 필요했다. 그리고 남자 배우는 호사카 자신이 맡을테니 뛰어난 감독과 여자 배우가 필요한 셈이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감독을 구해야겠어.”
“감독이요? 호사카 씨는 감독도 할 수 있지 않나요?”
“할수는 있지만 잘하는 것과는 다르지.”
호사카는 자신의 재능을 겸허하게 인정했다. 진짜 천재를 보면 범인이 노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지는 법이었다. 호사카는 그걸 오시마 타케시를 보며 느꼈다.
마치 자신이 섹스에 미쳐서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하는 것을 놀이처럼 인식을 하는 것처럼 오시마 타케시는 카메라를 가지고 무언가를 찍는 것을 놀이처럼 여겼다. 재능을 가진 자가 그 재능을 놀이처럼 쓰면 평범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법이었다.
“미국에서 제일 가는 영화 학교가 어디지?”
제인 먼데일은 나름 영상과 관련된 포르노 업계에 종사하고 있었고 이쪽 업계로 오는 유망주들이 자주 나타나는 학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는 아트 센터 디자인 대학교가 유명하죠.”
“조만간 거기를 한번 가보지.”
“그런데 거기 학생들은 별로 포르노 업계를 좋아하지 않을걸요. 그것보다 이미 유명한 감독을 끌어들이는게 좋지 않겠어요?”
제인 먼데일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았다. 뛰어난 감독이 필요하다면 영화계에서 날리는 사람을 돈으로 끌어들이는게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의 의견을 거부했다.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영화 감독을 섭외하려면 호사카 자신도 엄두가 안날 돈이 들어갈 것이었다.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감독은 어지간한 돈으로는 꿈쩍도 안할게 뻔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는 말하지 못하지만 회귀 전의 기억으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유망주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유명 감독을 섭외하는 것은 유망주를 찾는 것에 실패하고 해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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