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화 〉 263화 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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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사카는 자리를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제인 먼데일도 호사카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아니, 저건 내 몸을 노리는 눈빛인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호사카에게 스포츠 드링크를 건네주었다. 섹스도 하나의 격렬한 운동이라 촬영이 끝난 이후에 스포츠 드링크는 좋은 선물이었다. 호사카가 스포츠 드링크를 벌컥벌컥 마시자 그녀는 말을 걸었다.
“역시 도쿄 섹스킹.”
“그 별명은 좀 안부르면 안될까?”
이제 호사카를 나타내는 대명사가 되어버렸지만 들을때마다 묘한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었다.
‘도쿄 섹스킹이라니까. 일본인 같잖아. 차라리 서울 섹스킹이라 해주던가. 아니, 이러면 한국에서는 별로 안좋아하려나?’
1980년대 한국은 섹스에 관해 엄청 엄격한 국가였다. 한국의 포르노는 삽입 섹스도 안한다고 하니 호사카가 한국인으로 알려지는 것도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잘나가는군요.”
“내 능력이 잘난 덕분이지. 잘난 놈이 잘나가는 사회. 그게 모두가 꿈꾸는 사회 아니겠어.”
“하하. 정말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일억엔 섹스 토너먼트도 넘어버리겠네요.”
“인간은 경험과 시간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거든.”
“당신 아직 20대 아닌가요? 그것도 20대 초반.”
“그렇지.”
“경험과 시간이라.”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의 비밀을 더 파헤치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 그렇듯 평범한 인간은 천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길 뿐이었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서로 친한 남녀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이 나중에 자신의 호텔방으로 찾아오겠다고 말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틀렸다.
“휴스턴 헤프너가 찾더군요. 레리 사장님 몰래 말이죠.”
“그건 당신에게도 좀 위험한 이야기 아닌가?”
호사카는 먼저 제인 먼데일을 걱정했다. 제인 먼데일은 엄연히 미스 허슬러의 직원이었다. 이 이야기가 레리 레이건의 귀에 들어가면 최소 해고를 당할 이야기였다.
“걱정마요. 내가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제인 먼데일은 웃으면서 호사카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나를 어지간히 믿고 있나보군.’
제인 먼데일을 호사카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그런 그녀를 책임져줄만한 능력과 인품이 있었다. 호사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일단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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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헤프너.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포르노 회사 플레이걸의 주인.
호사카와는 이미 몇번 안면을 익힌 상태였다. 호사카는 은연 중에 휴스턴 헤프너와 일을 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들이 플레이 걸즈를 독점하고 싶어했고 그 독점욕을 버리지 않는 이상 호사카와 함께 일을 한다는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주기 싫어했고 호사카는 섹스가 없는 포르노는 만들지 않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호사카는 플레이걸과는 경쟁만이 있을뿐 이렇게 서로 만날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호사카는 휴스턴 헤프너가 오라고 한 호텔까지 찾아갔다. 자신과 포르노 철학이 안맞는다고 하더라고 휴스턴 헤프너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이 업계의 1인자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었다. 만나보아서 손해볼 일은 없었다. 휴스턴 헤프너는 최상층의 스위트룸에서 그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백만달러 서바이벌. 멋진 아이디어야.”
휴스턴 헤프너는 자신의 철학만을 고집하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업계를 항상 살피면서 자신의 철학이 통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그것을 밀어붙이고 성공한 사람이었다.
호사카는 휴스턴 헤프너가 자신을 칭찬하고 있으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미국의 포르노 업계에서도 자신을 천재라고 칭송하는 사람은 많았다. 경쟁자의 칭찬은 1달러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중요한건 눈앞의 1인자가 자신을 무슨 이유로 불렀는지였다. 한 업계의 1인자는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 아부를 할 남자나 자지를 빨아줄 여자라면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게 포르노 업계의 1인자였다.
“정말 대단해. 호사카 씨가 미국에서 하는 일은 모두 대성공을 거두더군.”
“그렇더군요.”
호사카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의뭉을 떨었다.
“일본에서나 미국에서도 성인물 업계에서 일한지 아직 4년이 되지 않았지?”
“그렇죠.”
휴스턴 헤프너는 냉정한 눈빛으로 호사카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살펴보았다. 남자한테 이런 눈빛을 받는 것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참 신기해. 재패니스 마피아의 말단이 갑자기 이렇게 성공을 한다는게 말이야.”
휴스턴 헤프너는 나름 호사카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이었다. 백만달러 서바이벌이 열리기 전까지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를 그냥 눈 여겨보아야 할 라이징 스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호사카가 백만달러 서바이벌로 장기적으로 큰 매출을 올릴만한 시리즈까지 만들어버리니 그도 호사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원래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급성장을 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곤 하죠. 말을 빙빙 둘러대지 말고 저를 부른 이유나 말하는게 어떻습니까?”
“하하하하하!”
휴스턴 헤프너는 크게 웃었다. 그 또한 플레이걸 안에서는 왕이나 마찬가지였고 이렇게 자기 할 말을 분명히 하는 사람은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만약 호사카가 능력이 없는 주제에 큰 소리만 치는 자였다면 휴스턴 헤프너는 경멸하거나 무시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능력을 입증하고 있는 젊은이였고 얼마든지 큰소리를 칠 자격이 있었다.
“그래. 늙으면 쓸데없는 말이 늘어나서 탈이야.”
그리고 호사카는 휴스턴 헤프너가 자신을 너그럽게 봐주는 것을 통해 그의 심리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호사카를 원하고 있었다. 원하고 있기 때문에 호사카가 약간 시건방을 떨어도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왜?’
휴스턴 헤프너는 남자들의 환상을 자극하여 돈을 번다는 포르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몇십년 동안 그 철학을 고수해왔고 성과를 봐왔다. 호사카라는 특이점 하나로 그 철학을 바꾸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었다.
호사카는 휴스턴 헤프너가 왜 자신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걸 알아내려면 휴스턴 헤프너와 좀 더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기쁨의 축제, 섹스쇼, 그리고 백만달러 서바이벌. 한 번 일어난 일이 두번, 세번 일어나면 그건 하나의 법칙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운이 좋았죠.”
“운? 하하. 행운의 여신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아. 한번의 성공은 있을 수 있지만, 세번 연속은 힘들지. 이 늙은이를 놀리려고 하지 말게.”
“그럼 실력이 좋았다고 하죠.”
휴스턴 헤프너는 겨우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미스터 호사카는 실력이 있어. 혼자서도 미국에서 살아남을만큼의 실력이. 그렇다면 굳이 미스 허슬러와 함께할 필요가 있을까?”
“노골적이네요.”
“그게 비즈니스지.”
호사카는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말했다.
“미스 허슬러는 포르노 제작에 필요한 모든 인재와 자원이 있죠. 그리고 수익 배분도 깨끗하게 하구요. 제가 굳이 홀로 서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휴스턴 헤프너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인간의 욕망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지금은 성장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니 좋게 지낼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끝이 좋겠나? 레리 레이건은 아직 젊고 욕심이 많지. 자네가 일본에서 문스톤 기획의 후계자가 되었던 것과는 다를거야.”
휴스턴 헤프너는 정말 많은 조사를 해왔다. 호사카가 일본에 있을 때, 일 뿐만이 아니라 레리 레이건에 대해서도 많은 조사를 했다.
“레리가 욕심이 많은 인간이라는 것은 호사카 씨도 알고 있겠지. 그 자는 기회만 된다면 정치에도 도전을 할만한 사람이야.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뭐, 미래에는 그렇게 될수도 있겠죠. 저와 미스 허슬러가 계속 성장하다가 더 이상 업계에 적이 없게 된다면 말이죠.”
“내 말이 그것이지! 그렇다면 자네는 굳이 미스 허슬러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
“그럼 플레이걸로 옮기라는겁니까? 미스 허슬러와의 계약을 끊고 새로운 계약을 하라는?”
“하하하. 그럴리가 없지. 미스터 호사카를 플레이걸에 넣으면 이득보다 손해가 많을거니까.”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본주의적인 인간이었다.
“지금은 미스 허슬러와 일을 계속하게. 하지만 언젠가 미스 허슬러와 틀어지는 일이 생긴다면 독립을 생각해보게. 내가 얼마든지 투자를 할테니 말이야. 지금 백만달러 서바이벌의 여배우를 문스톤 기획의 전속으로 만든 것도 다 그런 이야 때문이 아닌가?”
휴스턴 헤프너는 호사카가 제 4의 세력을 만드는 것을 돕겠다는 마음을 보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포르노 회사가 업계를 정복하기 위해서 싸우는 형국이 좋았다. 다른 회사들이 싸우면 싸울수록 섹스 없이 여자의 환상을 보여주는 플레이걸의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호사카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투자를 미리 해둔다면 절대 손해 보지 않으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뭐, 당장의 일은 아니군요. 일단 휴스턴 씨의 의향은 알겠습니다.”
둘의 짧은 회담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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