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 274화 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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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의 말은 미국 포르노 업계에 대한 선전포고나 같았다.
나이트쇼를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레노는 속으로 환호를 했다. 한창 잘나가는 동양인 포르노 스타가 포르노 업계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했다.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였고 인종차별을 없애려 하는 나라였고 인종차별을 숨기려고 한 나라였다. 호사카의 발언은 핵폭탄급이나 다름이 없었다.
데이비드 레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미국에 핵폭탄을 하나 떨어트렸군.’
그리고 레리 레이건을 비롯한 미스 허슬러의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AVN은 포르노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었고 3대 포르노 회사도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은 포르노 업계의 온갖 정치적 이권이 얽혀 있는 곳이었다. 한두개의 회사로는 어쩔 수 없는 곳이었다.
레리 레이건은 속으로 빌었다.
‘포르노 업계에 돈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저 발언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수 밖에 없겠군.’
그러는 사이에 인터뷰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럼 호사카 씨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결국 AVN도 대중의 평가를 따라갈 수 밖에 없을겁니다. 포르노 업계는 결국 비디오를 사주는 남자들에 의해서 움직일테니까요. 저는 계속해서 명작 포르노를 만들어낼 겁니다. 미국에서 잘팔리고 팬들이 인정해줄만한 작품을요.”
“그러다보면 AVN도 자신을 인정해줄 수 밖에 없을것이다?”
“원래 째째한 자들이나 잔재주를 부리는거죠.”
데이비드 레노는 호사카의 호탕한 말에 폭소를 터트렸다. 미국은 터프가이를 좋아하는 나라였고 데이비드 레노 또한 이런 남자를 좋아했다.
“그래도 호사카 씨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편견이라든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그건 좋은 일이죠. 피부색으로 자지가 클 것이다 작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한번 먹어보는게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먹히는 남자는 어쨌든 섹스 한번은 또 하는거니까.”
“하하하. 그리고 호사카 씨의 작품에 대해서 몇가지 반발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반발이요?”
데이비드 레노는 서브 MC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는 자신이 미리 조사해 온 내용을 말했다.
“일단 백만달러 서바이벌에서 강간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사람들에게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호사카는 데이비드 레노를 보며 말했다.
“아, 그런가요? 저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듣고 포르노의 소재로 삼았을뿐입니다. 그러고보니 데이비드 씨도 명문대 출신에다가 사교 클럽에서도 활동하셨죠. 실제로 명문대 사교클럽에서 여자 신입생에게 술과 약을 먹이고 성추행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네? 하하. 하. 뭐, 그런 소문이 있기는 하죠.”
데이비드 레노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호사카의 말대로 그는 명문대 출신으로 유명했다. 키도 크고 멀끔하게 생겼으니 대학교 시절에 인기도 나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사교 클럽에서 깨끗하게만 놀았을리가 없었다. 사교 클럽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전통처럼 내려왔고 모두가 그런 짓을 하고 있으면 안하는 사람이 이상한 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학에 간 사람들은 모두 사교 클럽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모두 쉬쉬하고 있지만 결국 구린내는 밖으로 퍼지기 마련이었다.
데이비드 레노는 급히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는 책상 아래로 손짓을 했다. 개그맨에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대만의 포르노 배우 슈치와 관련이 되어있네요. 그녀는 이번에 백만달러 서바이벌에서 탈락하면서 특별히 개인 포르노를 발매하였는데요. 그게 근친이라든지 미성년자라든지를 연상시킨다고 논란이 있더군요.”
“혹시 기독교 단체에서 그런 논란을 만들지 않나요?”
호사카의 말에 방청객들이 모두 웃었다. 미국의 상류층은 청교도 정신이 가득한 백인으로 가득차 있다는게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불륜이나 매춘 같이 더러운 짓을 한다는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농담은 그만두고 팩트만 몇 개 알려드리죠. 먼저 슈치는 포르노에 출연이 가능한 여자입니다. 그리고 해당 포르노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이를 침해하는건 미국의 위대한 헌법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슈치가 보지를 제모해서 이런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 같은데. 백인 여배우가 왁싱을 했을때는 괜찮고 동양인이 그러면 미성년자를 연상시켜 문제가 된다라. 이것도 인종 차별 아닙니까?”
호사카의 이번 말은 촬영장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건드리면 안되는 성역을 모두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길어질 것 같자 서브 MC를 맡고 있던 개그맨이 시의적절하게 끼어들었다. 일단 방송은 살리고 봐야했다.
“호사카 씨와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지만 기다리고 있는 미녀 게스트들이 많은데 어떻게 할까요?”
데이비드 레노는 슬쩍 촬영 시간을 확인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오늘은 백만달러 서바이벌의 주역을 모시기로 했으니까요. 사실 저도 호사카 씨보다 미녀 배우들을 더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호사카 씨 이해하시죠?”
“하하. 당연하죠. 포르노 여배우들이 있는데 저를 더 보고 싶어했다면 제가 상당히 조심했을겁니다.”
“하하하!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강렬한 섹시미로 무장한 여전사! 빅토리아 웰즈입니다!”
밴드가 다시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빅토리아 웰즈가 입장했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하얀색 바탕에 금색 장신구를 잔뜩 붙인 화려한 드레스였다. 그녀의 섹시한 다리와 가슴이 잘드러나 있었다.
빅토리아 웰즈는 데이비드 레노와 개그맨과는 악수를 나누고 호사카에게는 진하게 키스를 했다.
“와아아아!!!!”
방청객들은 그녀의 당돌한 행동에 환호를 했다. 호사카는 역시 미국인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대본에는 없는 행동이었고 그 누구도 이런 행동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하하. 역시 미스터 호사카는 부럽군요. 저런 미녀에게서 키스도 받고 말이죠. 아, 혹시 둘이 사적으로 데이트도 하고 밤에도 같이 있는 그런 사이인가요?”
데이비드 레노의 독한 질문에도 빅토리아 웰즈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답변했다.
“아뇨. 저랑 호사카 씨는 카메라가 돌때만 섹스를 하는 사이에요. 물론 호사카 씨가 워낙 섹스를 잘해서 한번 찾아가볼까 하기도 했는데. 평소에도 워낙 바쁘니까.”
“바쁘다고요? 뭐가 그렇게 바쁜가요?”
“섹스를 잘하는 남자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니까요. 호사카 씨와 한번 섹스를 해보려는 여자들이 줄을 섰어요.”
데이비드 레노와 개그맨들은 진심으로 호사카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역시 직업을 잘못 선택했어.”
개그맨의 농담에 방청객들이 모두 웃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레노는 다시 빅토리아 웰즈에게 질문을 던졌다.
“빅토리아 씨는 쎈 외모 덕분에 팬들이 꽤나 많습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우승을 하리라 생각하시나요?”
“음. 우승을 하고는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백만달러 서바이벌은 인기 투표로 우승을 하는게 아니니까요.”
빅토리아 웰즈는 강해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머리가 좋았다. 그녀는 개그 연기도 잘했고 작품을 선별하는 것도 잘했다. 그렇기 때문에 호사카가 회귀를 하기 전의 미래에서도 포르노 스타로 잘나갔던 것이다.
“인기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우승을 할 수 있나요?”
“백만달러 서바이벌은 미스 허슬러에서 명작 포르노를 만들기 위해서 재능 있는 여배우를 찾는 대회에요. 물론 인기가 있는게 좋은 포르노 여배우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연기력이라든지 작품을 보는 눈, 외모, 몸매. 다양한게 필요하죠.”
“정말 어려운 대회네요.”
“그리고 어려운만큼 1등을 했을때 얻는게 많겠죠. 지금도 포르노에 막 데뷔한 여자가 나이트쇼에 출연을 했잖아요!”
그녀의 말에 방청객들은 다시 환호를 했다. 그리고 데이비드 레노는 빅토리아 웰즈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음 여자를 불러들였다.
“자, 지금까지 빅토리아 웰즈 였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미소가 매력적인 신인 배우를 모셔보죠! 카메론 먼로입니다!”
음악이 시작되고 큰 키와 시원한 미소, 건강미가 넘치는 카메론 먼로가 자신감 있게 걸어왔다. 그녀는 핫팬츠를 입고 자신의 길게 뻗은 다리를 마음껏 자랑했다. 남자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의 다리에 집중되었다.
카메론 먼로와의 인터뷰는 간단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녀는 쾌활한 성격이었지만 빅토리아 웰즈와 비교했을때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이트쇼에서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아역 배우로 성공하고 평생 벌 돈을 번 여자. 그리고 마약과 파티에 빠져서 망가진 여자. 포르노로 화려한 부활을 한 여자.
드루 디아즈였다.
백만달러 서바이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여자가 바로 드루 디아즈였다. 파파라치들이 다시 드루 디아즈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었다.
“오, 드루! 정말 오랜만이네요.”
데이비드 레노도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을 한만큼 드루 디아즈와 안면이 있었다. 둘은 악수가 아니라 가볍게 포옹을 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삼촌과 조카 같았다.
“정말… 좋아보이네요. 사실 포르노로 데뷔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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