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화 〉 285화 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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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광고는 몇개가 더 있었다. 빅토리아 웰즈와 드루 디아즈가 백만달러 서바이벌에서 처음 참가를 하고 오디션을 보던 장면부터 이후 그녀가 만들어낸 프르노 작품까지 섹스씬을 잘라낸 영상들이었다.
마치 백만달러 서바이벌의 짧은 축약본과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모두 백만달러 서바이벌의 결승전이 치뤄진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편집실에서 빅토리아 웰즈와 드루 디아즈도 이 모든 광고를 보고 나서야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보통의 일이 아님을 새삼 실감한 모양이었다.
“조금 떨리네요.”
“으음. 이렇게 되면 결승전에서 어마어마한 포르노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게 아닌지.”
호사카는 웃으면서 그녀들을 다독거렸다.
“걱정 마. 지금처럼만하면 다 잘될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광고를 보면 기대를 하잖아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빅토리아 웰즈는 진심으로 포르노 업계에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 드루 디아즈보다 더 떠는 것 같았다.
“포르노 스타가 된다는건 그런 것이지. 매번 자신의 최고 작품을 뛰어넘어야 한다는거.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호사카도 포르노 스타로서 매번 자신의 최고작을 갱신하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자면 매번 그러지 못하는게 현실이었다.
“욕심을 그렇게 가지되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해야지. 그리고 매번 욕심만큼 최선을 다하는거야. 그래서 세번 중 한번? 그 정도라도 대박이 터진다면 훌륭한 포르노 스타라고 할 수 있지.”
호사카의 긴 위로가 끝나고 나서야 빅토리아 웰즈는 긴장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다 그에게 더욱 반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제 호사카에게 흡수될것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호사카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드루는 괜찮아?”
“조금 떨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떨리지는 않아요.”
“왜?”
“저는 호사카 씨가 망해도 당신을 책임질 수 있으니까?”
호사카는 크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드루 디아즈는 아역 시절에 큰 성공을 했고 매년 큰 돈이 저작권료로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낭비만 하지 않으면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그 이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포르노 스타이자 제작자로 미국과 일본 양국에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고 그것을 미래의 지식을 활용하여 몇배로 불리고 있었다. 지금 호사카는 왕년의 헐리우드 스타는 따위라고 말할 정도의 돈을 벌고 있었다.
“그래. 고맙네.”
하지만 굳이 돈 자랑을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호사카는 드루 디아즈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러니까 호사카 씨는 하고 싶은거 다해요.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그래도 저는 당신 옆에 남아 있을거니까.”
“...”
“아니, 오히려 실패해서 다른 여자들이 다 떠나가면 내가 호사카 씨를 독점할 수 있나? 그게 더 좋으려나?”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지 마.”
드루 디아즈는 웃었다. 지금까지 호사카가 보여준 능력이라면 그는 앞으로도 성공을 계속할 남자였다.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이 본능적으로 호사카에게 끌리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드루 디아즈의 말에 크게 웃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뭔가 그도 결승전을 앞두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여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것은 곧 스스로에게 말을 하는 것과 같았다.
부담이 사라지고 다음 포르노 작품에도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사카는 두 여자에게 자신감 있게 말했다.
“자, 이제 회의를 하러 가자! 세상에 미국 최고의 여자가 누구인지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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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술 업계도 그렇지만 포르노 업계에서도 명작이 펑펑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천재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작품을 보면 망한 작품이 숱하게 있었다.
하지만 호사카가 빅토리아 웰즈에게 말했듯이 그럼에도 명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도전해야 했다. 그렇게 자신을 증명하고 인종차별을 뛰어넘을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포르노 업계의 지배자가 되어서 모든 것을 누리고 역사 속에서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성공을 해야지.’
호사카도 자신이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아무리 일을 완벽하게 하더라도 주변 환경과 세상이 도와주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음을 그는 알았다.
하지만 백만달러 서바이벌은 AVN을 향한 그의 무기를 만들어내는 작품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성공을 하고 있지만 호사카는 그 이상의 성공을 원하고 있었다. 백만달러 서바이벌의 우승자는 포르노 업계의 모든 회사가 탐내는 대형 신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포르노 업계에서 남자는 아무리 잘나봐야 결국 남자였다. 현재 이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고 유명한 남자는 플레이걸의 주인 휴스턴 헤프너였다. 그리고 휴스턴 헤프너보다 그의 여자들이 훨씬 인기가 많은게 현실이었다.
‘기회가 찾아오면 그걸 잘 받아먹는 것도 능력이지.’
호사카는 회귀 전에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람이란 살면서 기회를 몇번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기회를 얼마나 잘 받아먹느냐가 성공을 판가름한다는 것도 알았다. 평소에 준비를 잘해서 받아먹든 요행으로 받아먹든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게 제일 중요했다.
오랜만에 미스 허슬러는 회의 지옥에 갇혔다. 호사카가 원하는 아이디어가 나올때까지 직원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말하게 만들었다. 여배우나 멘토들까지도 참여한 회의였다.
그리고 길어지는 회의 끝에 노련한 명감독 세실 스피넬리가 회의를 끝낼만한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
“결국 백만달러 서바이벌은 매력적인 여배우를 뽑는거 아닙니까. 이전에는 연기력이나 아이디어를 보았으니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매력으로 돌아가죠.”
옳은 이야기였다. 호사카는 백만달러 서바이벌을 처음 시작할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오로지 매력만을 보고 여자들을 모집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여자들이 대본을 선택하거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자신의 능력까지 모두 증명한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호사카는 두 여배우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자신의 매력을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생각해 봐. 기존의 대본을 써도 되고 자신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대본을 써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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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드루 디아즈가 먼저 촬영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멘토인 세실 스피넬리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결국 마지막 결승은 자신의 진정한 매력을 끝까지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란 말이지.”
“그럼 제 매력은 뭘까요?”
드루 디아즈는 세실 스피넬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찾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극대화 시키는 아이디어도 떠올렸다.
“으음. 역시 남자 마음은 잘모르겠네요. 이런 걸 좋아한다니. 알기는 알겠는데 역시 이해는 안간다고 해야 하나.”
드루 디아즈는 이런 식의 포르노를 찍는다는게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도 결국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호사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결정은 드루 씨의 몫이지.”
“그럼 이 대본으로 하죠.”
촬영이 시작되었다.
호사카가 묶고 있는 호텔이 촬영 장소였다. 호사카가 워낙 장기로 묵고 있고 많은 돈을 쓰고 있는 호텔이라 포르노 촬영지로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드루 디아즈는 마치 성공한 헐리우드 스타처럼 명품을 온몸에 휘감고 있었다. 마치 성공한 아역배우가 그대로 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고 있는 옷들의 색은 묘하게 그녀가 외계인 친구라는 영화에서 아역때 입은 옷을 연상하게 했다. 그녀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드루 디아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시절이기도 했다.
그녀는 호텔방에 있는 와인을 한잔 따랐다.
“오늘도 피곤하네. 이 와인만 먹으면 이상하게 잠이 잘오니까.”
드루 디아즈는 와인을 천천히 한컵 다 마시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마치 기절을 하는 것처럼 잠에 들었다.
딸깍.
그리고 호사카가 나타났다. 그는 평소의 자신만만하고 호쾌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음험하고 뒤가 구려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헤헤. 와인만 마시면 이렇게 또 잠에 든다니까.”
그는 드루 디아즈가 마시던 와인 옆에 새로운 와인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 와인병에 수상해 보이는 가루약을 탔다.
드루 디아즈가 이번 포르노에서 노리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전 작품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드루 디아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녀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했다. 성공한 헐리우드 배우이자 사랑스러운 국민 여동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팬들이 그녀를 어떻게 하고 싶어하는지 그 검은 욕망을 이용하고자 했다.
‘평범한 남자가 헐리우드 스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지.’
헐리우드 스타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같은 존재였다. 평범한 남자는 평생 말 한번 걸 일이 없고 섹스를 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수면제 따위를 이용하여 불법적인 섹스를 하는 것 뿐이었다. 호사카는 그런 남자들의 검은 상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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