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화 〉 299화 헐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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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피가 식는 기분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프레드릭 파인더는 신중하게 말했다. 그는 호사카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지금 말 하나하나에 따라서 호사카라는 날카로운 칼은 자신의 목을 향할수도 있었다.
“AVN은 하나의 거대한 비즈니스야. AVN 트레이드 잡지사에서 벌이는 포르노 최대의 마케팅 쇼이지. 하지만 AVN은 포르노 업계에서 빅 3 안에 끼지도 못해. 단지 가장 먼저 포르노 시상식을 만들고 대중에게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것으로 꿀을 빨고 있을 뿐이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요.”
“AVN은 다양한 업계 원로를 통해 공정한 심사를 한다고 자랑하지. 하지만 그건 단지 대중들에게 마케팅을 하기 위한 말일뿐. 상을 선정하는 원로들은 결국 그 뒷배에 포르노 업계의 큰 손들이 있다는 말이야. 거기에는 돈을 대는 마피아나 거부, 그리고 나나 레리 레이건 같은 큰 기업의 사장들도 있지. 적당히 대중들이 납득할만한 포르노에 상을 주고 그 포르노에 매출을 늘리는 일은 항상 있어왔네.”
이는 호사카도 예상을 하고 있던 바였다. 인간의 세계에서 순수한 시상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좋은 예술 영화를 뽑겠다는 칸 영화제도 온갖 정치질이 난무했다.
다만 호사카는 자신이 끊임없이 명작을 만든다면 그리고 모든 미국인이 자신의 포르노를 최고로 뽑는다면 결국 AVN도 자신을 인정할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결국 비즈니스로 만들어지는 상이라고 하더라도 명목상으로 자신이 미국 포르노의 최고임을 인정받고 싶었다.
또한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이 자신의 동료로서 자신의 꿈과 열정을 지지해 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레리 레이건이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은 그랬다.
“일단 팩트 하나만 먼저 말하지. 지난 회담때. 그러니까 자네와 처음 만나기 전에 AVN의 여러 상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지.”
“그리고요?”
“레리 레이건은 자네에게 상을 주는 것을 반대했어.”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호사카는 쭉 미스 허슬러를 위해서 일하고 있었다. 원래 목적은 미국 포르노 업계에서 성공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미스 허슬러의 성공과 동일한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의 재능과 열정을 인정했고 호사카를 지지했다.
호사카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자 프레드릭 파인더는 말했다.
“이제 내 추측이네. 나와 레리 레이건은 비슷한 점이 많지. 무엇보다 포르노 업계의 빅 3에서 사장직을 맡고 있다는건 확실히 큰 공통점이야. 나는 레리 레이건이 무슨 생각인지 알거 같아.”
“그게 뭡니까.”
“그는 호사카 씨가 동양인으로서 미국 포르노에서 성공하는건 관심 없어. 그가 바라는건 미스 허슬러가 잘되는 것 또는 돈 뿐이지. 호사카 씨의 꿈과 레리 레이건의 목적은 일치하지 않소.”
“그건 또 무슨?”
“호사카 씨는 AVN에서 상을 타지 못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려 하겠지. 더 좋은 작품을 만들면 미스 허슬러는 더 성장하고 더 많은 돈을 벌 것이고. 자, 레리 레이건의 입장에서 호사카 씨가 AVN에서 상을 타는게 좋겠소? 아니면 상을 못타는게 좋겠소.”
“하. 하하. 하하하…”
호사카는 프레드릭 파인더의 말이 너무 일리가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만약 프레드릭 파인더의 말이 맞다면 레리 레이건은 자신을 돈 버는 원숭이처럼 굴린 셈이었다. 굴리면 돈이 벌리는 쳇바퀴 안에 자신을 집어넣고 자신이 지쳐 쓰러질때까지 달리게 만든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자신이 할 말을 모두 했고 호사카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호사카는 생각이 대충 정리된 후 입을 열었다.
“일단 당신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을 해봐야겠군요. 물론 레리 사장에게 바로 물어보았을때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알 방법은 없지만.”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에게 AVN 상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지지 했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 레리 레이건은 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레드릭 파인더가 한 말까지 전달했을때, 레리 레이건은 프레드릭 파인더의 말을 어떻게 믿냐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프레드릭 파인더가 자신과 레리 레이건을 이간질 시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일수도 있었다. 그게 굉장히 있을 법한 말이라도 거짓말일 가능성은 항상 존재했다.
“좋아. 호사카 씨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그럼 한가지 아이디어만 주게. 저번에도 그랬듯이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게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말이라도요?”
“그렇지.”
호사카는 프레드릭 파인더를 도와주기로 했다. 일단 이 업계에서 누구 하나 믿을 놈이 없다면 친구는 많을수록 좋았고 적은 적을수록 좋았다.
“그럼 프레드릭 사장님이 하실 것은 단 하나입니다. 나에게 전화를 하지 말고 레리 사장에게 전화를 하세요.”
“레리 사장에게?”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의 제안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존심이 강했고 항상 자신의 아래로 취급했던 레리 레이건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이방인인 호사카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백배 천배 쉬운 일이었다.
“지금 급한 사람은 프레드릭 사장님 아닙니까. 저의 힘을 정식으로 쓰고 싶다면 회사 대 회사로 일을 벌이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스위트룸과 미스 허슬러. 두 회사의 합작. 이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마케팅이 되지 않겠습니까. 제작비나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수익은 스위트룸에서 조금 작게 가져가야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자네의 스케줄은? 영화를 찍는다고 바쁜 것 아닌가?”
“포르노를 촬영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요. 사실 3시간 촬영해서 2시간짜리 포르노를 만드는 일도 많지 않습니까.”
헐리우드는 LA 인근의 인스빌이라는 마을에서 만들어졌고 LA와는 충분히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호사카는 영화 촬영 내내 있어야 하는 주연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짬을 내어 포르노를 찍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뭐, 제가 아이디어를 내고 각본을 쓰는 것까지는 못하겠지만요. 하지만 제가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팔릴만한 포르노가 나올겁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빠르게 계산을 해보았다. 확실히 호사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현재 포르노 업계의 빅 3에서 사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모두 스스로 창업하여 거대 기업을 만들었고 이런 사람들은 멍청할수가 없는 인물들이었다. 스스로의 성공에 취해서 멍청해질수는 있지만 그래도 일반 직장인보다는 뛰어난 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호사카는 문득 회귀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현재 포르노 업계의 빅 3라고 불리는 플레이걸, 스위트룸, 미스 허슬러는 모두 인터넷의 시대가 찾아오면 시대에 밀려 점차 규모가 축소되었다.
플레이걸은 점차 포르노의 비율을 줄이고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기사 위주로 잡지를 구성했다. 스위트룸은 오프라인 잡지를 폐간하고 온라인으로만 잡지를 발행했다. 오프라인 잡지를 만드는 비용까지 줄이기 위함이었다. 미스 허슬러도 포르노 잡지 외에 다양한 산업에 투자를 해서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역시 나는 구식이 좋단 말이지.’
호사카는 1980년대에 AV와 포르노의 황금시대를 즐겼던 남자였다. 일본은 버블경제로 온갖 장르의 AV를 만들었다. 돈이 넘쳐나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미국은 빅3가 각자 자신의 특색을 가지고 포르노를 만들고 중소 업체들은 빅3를 넘어서기 위해서 온갖 도전을 다했다. 어떤 작품이 흥행할지 모르는 시대였다. 인터넷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기 힘드니 오히려 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나중에 잘팔리는 것만 만드는 것보다 지금의 시대가 훨씬 좋았다. 지금의 시대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은 막을 수 없지만 그곳에서도 지금처럼 독창적이고 퀄리티 있는 포르노가 계속 나오기를 원했다.
‘그럼 역시 빅3가 살아있는게 좋으려나? 아니. 내가 문스톤 기획을 삼킨 것처럼 빅 3를 삼킨다면?’
플레이걸은 학교나 직장에서 있을법한 섹시한 여자의 판타지를 만들어나갔다. 스위트룸은 미국 상류 사회의 숨겨진 섹스 판타지를 드러내었다. 미스 허슬러는 가장 화끈한 포르노를 만들었다.
이 모든 회사가 자신의 것이 된다면. 그리고 그 회사들로 포르노 업계를 이끌어간다면.
그건 포르노 업계에서 1인자로 인정을 받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았다.
‘이건 1인자를 넘어서… 무슨 만화에 나오는 악의 흑막 같군. 앞으로 할 일이 또 많겠어.’
명작 포르노를 계속 만들어서 미국 포르노 업계가 자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돈으로도 구입할 수 없는 빅 3를 천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현재 빅 3의 사장들은 지금의 포르노 업계가 영원히 갈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은 일반인이 상상하기에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호사카가 아무리 큰 돈을 제시해도 자신의 회사가 더 큰 돈을 벌거라 생각하며 회사를 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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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제인 먼데일은 스위트룸과 미스 허슬러의 협상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확실히 그 프레드릭 사장도 한가닥 하는 사람이군. 그래.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알아?”
“프레드릭 사장이 레리 사장님을 직접 찾아와서 일대일로 협상을 했어요. 비서가 엿들어보니까. 완전히 굽히고 들어갔다는데요?”
진짜 남자는 복수를 위해서 원수 앞에서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법이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백만달러를 준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는 레리 레이건에게 마음으로 굴복했고 비즈니스적으로도 항복했다. 스위트룸은 미스 허슬러와 협상을 하는데 불공평한 조건도 다수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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