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화 〉 314화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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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전쟁도 대충 마무리 되었다. 호사카가 예상한대로 여러 배우를 총동원했지만 갈수록 판매량도 떨어지고 화제도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두 회사의 교류회 정도가 될 뿐이었다.
아무리 호사카가 가끔씩 얼굴을 내민다고 하더라도 활기를 잃어가는 시리즈는 답이 없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 지시를 했다.
“아는 기자들에게 포르노 전쟁의 후반부는 내가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해. 그게 또 사실이니까.”
호사카는 굳이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욕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노림수는 적중해서 포르노 팬들은 포르노 전쟁의 초반부 3부작 정도를 호사카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그냥 회사의 욕심으로 나온 작품으로 생각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의 보고를 들으면서 웃었다.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에게 말했다.
“호사카 씨의 예상이 또 한번 적중했네요. 이제 호사카 씨가 사실 포르노 업계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지 않나 의심이 될 정도에요.”
“그래?”
“그리고 이제 포르노에 복귀할 타이밍이죠. 호사카 씨의 실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 전에.”
“그건 그렇지.”
호사카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제인 먼데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나온건가요?”
그녀는 호사카의 큰 그림을 알고 있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명작 포르노를 만들어서 AVN이 자신을 인정하게 만든다. 이제 롬보 3의 영화 촬영까지 끝났으니까 명작 포르노를 만들 준비를 할 시기였다.
지금까지 호사카는 명작 포르노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었다. 회사 내에서 각본에 상금을 걸기도 하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했다.
‘혹시 드디어 뭔가 나왔나?’
제인 먼데일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예감을 느꼈다.
호사카는 서류 가방에서 두터운 대본을 하나 꺼내었다. 일반적인 포르노보다 훨씬 두꺼운 대본이었다. 마치 대사가 많은 예술 영화의 대본 같았다.
“제인.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있나?”
“당연하죠.”
“이 대본을 쓴 사람이 누군지는 절대 비밀이야. 레리 레이건에게도 말하면 안되는거야.”
“알겠어요.”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은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이 비밀을 알려주기로 했다. 이 대본을 포르노로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제인 먼데일은 원래도 최선을 다해 서포트를 할 예정이지만 호사카는 그녀가 자신의 120퍼센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딱이었다.
“션 스필버그.”
제인 먼데일은 너무 놀라서 무슨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기만 했다.
션 스필버그.
현재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었다. 상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을 받았다. 식인 상어, 인디아나 홉스 시리즈, 백 투 더 패스트 등 성공한 영화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외계인과 어린 소녀의 우정을 그린 영화를 찍으면서 드루 디아즈와 친분을 맺었었다. 당시 어린 소녀였던 드루 디아즈를 딸처럼 아껴주었었다. 그리고 그녀의 대부가 되어주기도 했다.
호사카가 회귀 하기 전에 드루 디아즈가 플레이걸에서 누드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션 스필버그가 담요를 선물하며 몸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는 충고를 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션 스필버그는 드루 디아즈가 포르노 배우로 사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드루 디아즈에게 다시 영화계로 돌아오라고 자신이 도움을 주겠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드루 디아즈는 자신이 호사카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그의 옆에 있고 싶다는 것을 알리자 션 스필버그는 결국 그녀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최근 드루 디아즈는 각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호사카를 위해 션 스필버그에게 부탁을 했다. 션 스필버그는 스스로 각본을 써서 영화를 흥행시키는 능력을 가진 흔치 않은 감독이었다. 그리고 션 스필버그는 드루 디아즈를 위해서 생애 처음으로 포르노 각본을 쓴 것이었다.
‘대단했지.’
역시 세상에는 천재가 많았다.
호사카는 미래의 지식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것도 없이 영화계에서 성공을 하는 감독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션 스필버그는 처음 써보는 포르노 각본도 기가 막히게 썼다.
이미 헐리우드에서 성공을 한 감독. 션 스필버그가 쓴 각본.
앞으로 헐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감독. 마이클 브라운의 촬영.
자신과 드루 디아즈의 연기.
이 정도 재료라면 대작이 나오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럼 이 대본은 내가 쓴걸로 하자고. 션 스필버그 감독님이 자신의 이름은 나오지 않기를 원하니까.”
원래는 드루 디아즈가 이런 대본을 썼다고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드루 디아즈는 그 영광을 호사카에게 돌렸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대본을 썼다고 하면 주변에서 의심이 많아질거라 했다. 그래서 호사카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 공을 자신이 삼켜야 했다.
“내가 제인 당신에게 이걸 알려주는건. 그만큼 포르노 촬영에 전력을 다하라는 뜻이야.”
“네, 알겠어요.”
호사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무자에게 전달할 말을 모두 했으니 이제 대가리를 상대할 시간이었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만큼이나 대작 포르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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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허슬러의 사장실.
호사카가 섹스를 한 적도 있는 사장 의자에 레리 레이건은 앉아 있었다. 그는 먼저 롬보 3에 대해서 물었다.
“촬영은 잘 되었나?”
“잘 끝났죠.”
“흥행이 되었으면 좋겠군. 영화업계는 아무래도 포르노 배우를 무시하는게 있는데. 그런 놈들에게 한방 먹여주게 말이야.”
“잘될겁니다. 그리고 영화가 잘되면 저희 포르노에도 홍보가 되겠죠.”
“그래주면 고맙지. 미스터 호사카가 하는 일이니 다 믿고 있네.”
“감사합니다.”
호사카는 아직 레리 레이건의 진심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건 이번 대작 포르노를 만들고 난 이후에 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 준비는 잘되고 있나?”
레리 레이건은 영화 촬영에 바빠서 포르노에 별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않은 호사카에게 조금 삐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걸 크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인생을 살만큼 살아본 회귀자에게는 다 보였다.
“흐음…”
“왜 그럽니까?”
“다음 작품이 걱정되어서.”
“그래서 대본 하나를 가져왔죠.”
“정말인가?”
레리 레이건은 단번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번 읽어보시죠.”
호사카는 대본의 사본을 레리 레이건에게 내밀었다. 레리 레이건은 빠르게 대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호사카는 얌전히 레리 레이건이 대본을 모두 읽는 것을 기다렸다.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레리 레이건은 모든 대본을 읽을 수 있었다.
“이건…”
“대단하죠?”
“대단하기는 하지만…”
레리 레이건은 무려 션 스필버그가 쓴 대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고 앞으로 잘나갈 예정인 감독의 각본을 말이다.
“이유가 뭡니까? 예전에 오시마 타케시 감독님과 작업을 했을때도 별말 없이 촬영을 했지 않습니까.”
“아, 기쁨의 축제. 좋은 작품이었지. 하지만 미스터 호사카. 기쁨의 축제보다 백만달러 서바이벌이 몇배나 잘 팔렸네. 그리고 기쁨의 축제를 찍는 것보다 백만달러 서바이벌을 찍는게 훨씬 싸게 먹혔고.”
결국 돈이 문제였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를 믿고 있었고 이번에 그가 들고 온 대본도 화제가 되고 돈을 벌어들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백만달러 서바이벌과 포르노 전쟁으로 이미 돈맛을 본 후였다. 돈 맛을 보기 전에는 예술성이 가미된 포르노도 기꺼이 지원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런가요.”
“이 대본도 훌륭하군. 섹스씬을 조금 덜 노골적으로 그린다면 영화제에 내보내도 될 정도야.”
“사장님이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고맙군요.”
“하지만 우리는 포르노를 만드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가요?”
“차라리 백만달러 서바이벌 같은 것을 다시 해보는게 어떻겠나? 아, 일본에서 1억엔 섹스 토너먼트가 상당히 잘팔렸지. 우리도 백만달러 토너먼트를 여는거야. 스위트룸도 협력을 할거고. 하하하하. 이번에도 대박을 내는거지.”
호사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었다. 했던 것을 반복해서 하는 것. 그것이 돈을 버는 가장 쉬운 일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포르노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도 알았다. 포르노도 일종의 예술이었고 예술은 늘 새로운 시도로 성장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션 스필버그의 각본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이 작품을 만듬으로서 개인적으로는 AVN에 도전을 하고 업계 전체에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호사카는 단판을 짓기로 했다.
“그럼 문스톤 기획에서 따로 제작하도록 하죠.”
“아직 문스톤 기획에 그 정도의 힘을 없을텐데? 촬영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마케팅이나 판매, 대여는 어떻게 할건가?”
레리 레이건의 말대로 포르노는 만든다고 끝이 아니었다. 팔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돈으로 돌아왔다.
“저희 계약에 다른 회사에 도움을 주면 안된다는 말은 없던걸요. 스위트룸도 저의 컨실팅을 받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컨설팅을 한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미스 허슬러의 발전에 최선을 다한다는거지.”
레리 레이건은 소송을 걸겠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당장이라도 뱉어내고 싶었지만 아직 호사카와의 관계를 그렇게까지 파국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후. 좋네. 그렇게까지 호사카 씨가 이 작품을 찍고 싶다면 촬영에 들어가도록 하지. 하지만 미스터 호사카. 내가 한 번 양보를 했다는건 기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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