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0화 〉 330화 파티
* * *
호사카는 당당하게 말했다.
“싸우러 온거니. 미리 말해두지. 나중에 정당한 대결이 아니었다고 울면서 기자에게 매달리지는 말고.”
“여기서 기어 나가고 싶지 않다면 말조심 하지.”
호사카는 레이 존슨 주니어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이 자는 브리짓 씨잭을 망신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글러브는 안낄거야. 싸움이니까. 프로 복싱 선수는 주먹 단련을 안해서 맨주먹을 싸우면 주먹이 깨진다는데 그게 쫄리지는 않겠지?”
“당연하지!”
“그리고 한명이 항복하거나 기절할때까지 모든 걸 다 쓰는거지. 두 주먹, 두 발까지. 물론 무기는 쓰지 않겠어. 그것까지 쓰면 네가 갈곳이 병원이 아니라 장례식장이 될테니까.”
“이익!”
“맞았다고 고소하기 없기. 병원비는 알아서 지불하기. 동의해?”
레이 존슨 주니어는 호사카의 말솜씨에 완전히 말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사카가 레이 존스 주니어에게 말리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그 반대였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간신히 화를 참고 말했다.
“동의한다.”
호사카는 웃으면서 마이크를 브리짓 씨잭에게 건네주었다. 레이 존슨 주니어도 마이크를 브리짓 씨잭에게 주었다. 브리짓 씨잭은 혼자서 마이크 3개를 독차지하면서 이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어머. 복싱 선수에게 시비를 거는 포르노 배우라. 그 자신감만큼은 정말 남자 중의 남자네요.”
그녀는 레이 존슨 주니어가 당연히 이길거라 생각했는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과연 포르노와 복싱. 오늘 진짜 남자임을 증명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사실 모두는 호사카가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서 쓰러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동양인 포르노 배우가 이길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의 상류층은 마치 피냄새를 맡고 몰려든 피라냐 같았다. 이들은 그냥 동양인이 흑인에게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호사카는 교양있는 척을 하다가 기회만 오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상류층에 넌더리를 내었다. 이제 이들의 편견과 오만함을 산산조각낼 시간이었다.
호사카와 레이 존슨 주니어는 서로를 노려보면서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손님들은 중앙에서 물러나며 두 남자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호사카는 피식 웃었다.
이곳에서 그의 승리를 믿는 사람은 본인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사카의 자신감은 바로 미래의 지식에서 왔다. 호사카는 미국에서 종합격투기가 본격적으로 흥행하기 시작한 시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투계 야쿠자 밑에서 수련을 했고 격투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UFC는 1993년 설립이 되고 그전까지 종합격투기는 음지 중의 음지 문화였다. 아는 사람이 적고 알아도 개싸움으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
일종의 쇼로 두 격투기 선수가 싸우는 일은 있었지만 결국 쇼일 뿐이었다. 마치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싸움과 같았다. 제대로 된 연구는 없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종합격투기의 발전을 알고 있었다. 복싱만 연습한 선수들이 종합격투기에서 어떻게 발렸는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태클을 해서 넘어뜨린 이후에 주짓수로 팔이나 다리를 부러뜨리는 거지만…’
아직 종합격투기가 뭔지도 모르는 시대에 바닥을 구르는 싸움을 하면 호사카의 이미지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호사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마케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호사카가 자세를 잡는 것을 보고 일단 호사카가 어느정도 수련을 한 사람인건 눈치챘다.
‘동양의 무술인가? 그래봐야 과학적인 복싱은 당해내지 못하지.’
레이 존슨 주니어는 호사카가 더 과학적인 종합격투기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조심스럽게 복싱 스탭을 밟아가며 호사카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졌을때 호사카는 움직였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호사카를 비웃었다. 아직 그의 긴 팔로도 닿지 않을 거리였다.
‘뭐야. 자세만 그럴듯하고. 거리는 아직 못잡는 초보인가?’
그리고 호사카는 번개 같이 로우킥을 날렸다. 사람의 손이 아무리 길어도 다리가 훨씬 긴 법이었다. 복싱 선수에게는 공격할 수 없는 거리였지만 종합격투기에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쩌억!
호사카의 정강이뼈가 순식간에 레이 존슨 주니어의 허벅지에 부딪쳤다.
“크억!”
레이 존슨 주니어는 순식간에 맞은 다리를 절었다. 하체에 타격 훈련을 받지 않는다면 줄넘기를 몇번 뛰건 런닝을 몇 킬로미터 뛰건 상관 없었다. 허벅지 근육은 찢어질 것 같고 고통은 쇄기처럼 박혀 계속 남게 되었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절뚝거리며 말했다.
“비, 비겁하게!”
“길거리 골목에서 나와 싸워도 비겁하다고 할거야? 나는 흑인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닌가보네.”
호사카의 말에 뒤에서 마스터 드레가 소리쳤다.
“아니야! 저 새끼는 복싱선수 아버지 밑에서 편하게 자라서 진짜 흑인이 아니야! 어렸을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랐는데 무슨 진짜 흑인야? 내가 상대였다면 호사카가 이빨로 깨물어도 그럴 수 있지 했을걸?”
마스터 드레의 말에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 호사카는 미리 싸움의 규칙을 정해두었고 그 중에는 두 발을 쓴다는 말도 있었다. 손님들은 모두 호사카가 정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호사카는 자신을 지지하는 분위기를 읽고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여전히 레이 존슨 주니어의 주먹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발차기를 날렸다. 일본은 가라테가 보편적이었고 호사카는 발차기도 일가견이 있었다.
쩌억! 쩍! 퍽!
로우킥으로 레이 존슨 주니어가 제대로 서지도 못하게 만들고 프론트 킥으로 그의 명치에 발 앞꿈치를 꽂아주었다. 복싱 선수는 복부를 단련했지만 그건 주먹을 막기 위함이었다. 발차기는 주먹보다 통상적으로 3배는 강했다.
“크으으윽.”
결국 레이 존슨 주니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호사카는 브리짓 씨잭을 보면서 조롱하듯이 말했다.
“레이. 이제 항복해도 괜찮아.”
브리짓 씨잭이 부들거리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레이 존슨 주니어는 복싱 선수의 자존심으로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호사카는 단번에 하이킥으로 그의 머리통을 날려주었다.
퍼억!
호사카의 발이 그의 두뇌를 흔들고 그는 자신의 의지력과는 상관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로 기절했다.
“자, 레이는 기절을 했으니 내 승리군.”
호사카는 손님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 제인 먼데일과 마스터 드레의 옆으로 왔다. 그리고 마스터 드레의 샴페인을 빼앗아서 단숨에 다 마셨다. 격하게 움직였더니 목이 마른 참이었다. 마스터 드레는 웃으면서 호사카와 자신의 주먹을 부딪쳤다.
“요 맨. 정말 대단하군. 그런 무슬은 어디서 배운거야? 마치 브루스 초우 같잖아! 설마 동양인들은 다 그런 무술을 배우는건 아니겠지?”
“학교 체육 시간에 배우지. 왜? 미국은 체육 시간에 무술을 안가르쳐주나?”
마스터 드레는 호사카의 말이 진짜인지 농담인지 모르면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는 브리짓 씨잭과 레이 존슨 주니어가 마음에 안들었고 호사카의 행동에 통쾌해 했다.
그리고 파티는 다시 계속 되었다. 사람들은 호사카의 싸움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호사카가 관절기를 사용하지 않고 타격기만 사용한건 정답이었다.
호사카는 신비로운 동양의 무술가 같았고 정정당당한 상남자처럼 보였다. 그의 움직임은 복싱에 익숙한 미국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마스터 드레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호사카를 보면서 브루스 초우를 떠올리고 있었다.
마스터 드레는 흥을 참을 수 없었는지 다시 무대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모두 오늘 멋진 스웩을 보여준 호사카에게 박수라도 보내달라고. 젠장. 남자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 할때는 싸워야하지. 그리고 그런 남자를 우리는 리스펙해야 하고. 안그래?”
마스터 드레의 말에 사람들은 호사카에게 박수갈채를 보내었다. 호사카는 손을 들어서 간단히 리액션을 하고 제인 먼데일을 품에 안고 서서히 파티를 퇴장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한 셀럽은 호사카 뿐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호사카를 바라보는 관중일 뿐이었다.
호사카와 제인 먼데일은 빨간 람보르기니를 탔고 제인 먼데일은 흥분했는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적당히 하려고 했는데 브리짓이 적당히 할 생각이 없어보이길래 말이야.”
“앞으로 다음번에 가는 파티에서도 큰일이겠는데요? 이제 누가 호사카 씨에게 대결을 요청하면 어떻게 해요?”
“그때도 이렇게 밟아주는거지.”
호사카는 자신의 싸움에 자신이 있었다. 종합격투기의 기술도 모르는 1980년대 미국인들은 자신의 밥일 뿐이었다.
“싸움에는 이런 말이 있거든?”
“무슨 말이요?”
“모르면 맞아야한다고.”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쿡쿡 웃었다. 대충 분위기만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싸움의 흥분이 가라앉자 그녀는 다른 흥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서 우회전하고 직진을 쭉 하면 사막이 나올거에요.”
“사막은 왜?”
“밤에 사막 위에서 별빛을 받으며 섹스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언제든지 환영이지.”
람보르기니는 굉음을 내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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