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5화 〉 335화 프리랜서
* * *
프리랜서가 된다는 말은 앞으로의 결과 하나하나가 중요해진다는 말이었다. 미국에서 뒷배경이 사라졌으니 미스 허슬러를 빼고 오로지 호사카 자체만으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먹는다는거지.’
호사카는 프리랜서로서 첫 작품은 꼭 성공을 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작품성을 가진 포르노를 만들 계획을 가졌다. 자신이 프리랜서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뛰어난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는 자극적인 소재만 잔뜩 집어넣어서 흥행하는 포르노도 잘만들었지만 역시 그가 만들고 싶은 것은 10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만한 명작이었다.
찰스 채플린의 코미디 영화가 몇 십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듯이 호사카도 몇 십년 뒤에 봐도 꼴리고 기억에 남는 포르노를 만들고 싶었다.
호사카는 실베스타 몬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호사카. 무슨 일이야.”
“실베스타 씨. 제가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하하. 당신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실베스타 몬디는 자신의 와이프에게 굴욕을 준 호사카를 좋아했다. 돈으로 달라면 300만 달러 정도는 바로 빌려줄 수 있을 정도로 호감이 생겼다.
“션 스필버그 감독 압니까?”
“미국에서 그 감독 모르는 사람이 있나?”
“연락처를 얻고 싶은데. 제가 아는 영화계 셀럽 중에서 제일 영향력이 있는 분이 실베스타 씨라서요.”
“흐음. 매니저를 통해서 알아보지.”
션 스필버그는 미국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었다. 그리고 실베스타 몬디도 액션 배우로 손에 꼽는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실베스타 몬디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션 스필버그의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실베스타 몬디는 자신의 연기를 션 스필버그가 절대 쓰지 않을거란 확신이 있어 아무 부담도 없었다.
실베스타 몬디는 션 스필버그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서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호사카는 그 사이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드루 디아즈에게 부탁을 하면 션 스필버그의 연락처는 금방 알아낼 수 있지만…’
호사카는 드루 디아즈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호사카는 자신의 여자에게 쓸데 없이 기대고 싶지 않았다.
금방 실베스타 몬디는 호사카에게 션 스필버그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호사카는 즉시 션 스필버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서를 통하지 않는 직통 번호였다.
“누구시죠?”
“호사카 켄토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션 스필버그는 드루 디아즈의 대부이자 그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남자였다. 그는 드루 디아즈를 친딸처럼 아끼고 있었고 드루 디아즈가 포르노로 데뷔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는 호사카를 싫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드루 디아즈를 통해서 내 연락처를 알아냈나?”
“아뇨. 제 여자에게 그런 짓을 시킬수는 없죠. 실베스타 몬디 씨를 통해 알아냈습니다.”
“실베스타. 실베스타. 그 친구라면 이 번호를 알아낼만큼 영화계에서 힘이 있지.”
션 스필버그는 그나마 호사카가 자신의 힘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는 사실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만약 드루 디아즈를 이용했다면 단번에 전화를 끊었을 것이었다.
“좋아. 용건은?”
“다음 작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연은 드루 디아즈죠. 그리고 션 스필버그 감독님의 대본은 확실히 저보다 낫더군요.”
“각본을 부탁하려고 전화를 한건가? 지난 번의 일은 한번 뿐이었어. 드루 디아즈가 부탁해서 한.”
“그래서 기쁨의 축제 2는 어땠습니까?”
션 스필버그는 입을 다물었다.
인간은 호기심에 약한 동물이었다. 션 스필버그는 자신의 각본이 어떻게 표현 되었을지 궁금했고 세간의 호평이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는 비밀리에 혼자서 기쁨의 축제 2를 보았다.
결론적으로 그는 꼴렸다.
딸 같이 생각하던 드루 디아즈는 결국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훌륭하게 컸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남자의 성욕을 자극시키는 요물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션 스필버그는 그와 동시에 그녀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그녀에게 꼴리면서 여전히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이게 양립 가능한 마음인지 처음 알았다.
또한 기쁨의 축제 2는 포르노가 아니라 영화로도 훌륭했다. 마이클 브라운의 재능은 진짜였다. 만약 성기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편집되었다면 아카데미에 바로 올라갈만한 작품이었다.
자신의 각본이 뛰어난 감독을 만나 또다른 색깔로 완성되는 것을 보는 것을 즐거운 일이었다. 만약 이게 영화계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질투가 날 정도였다.
션 스필버그는 심통이 나서 말했다.
“아직 배울게 많더군. 여자를 너무 섹시하게 찍었어.”
“포르노니까요.”
션 스필버그는 할 말이 없었다.
호사카는 션 스필버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말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었죠? 인간의 본성을 끝까지 보여주는. 사실 영화에서는 이런게 어렵죠.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면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션 스필버그는 예술가였다. 그리고 모든 예술가는 금기 없는 자유를 원했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고 어떤 사람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금지되는 감정이 많았다.
기쁨의 축제 2에서 드루 디아즈는 자신의 보지까지 사용해서 연기를 했다. 보지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 기쁨에 떨리는 것, 힘 없이 축 늘어지는 것. 이 모든 것이 작품 속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었다.
션 스필버그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포르노는 좋죠. 영화는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지만 포르노는 그런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거든요. 어차피 작품을 안사고 안빌릴 사람들이니까.”
“...그건 맞는 말이지.”
“버는 돈이 좀 적기는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노인네처럼 이야기 하는군.”
“션 스필버그 감독님도 매출 때문에 억눌러왔던 예술혼이 있다면 저에게 뿜어내 보시죠. 제가 그것을 제대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호사카는 확신하고 있었다. 모든 예술가들은 살짝 미쳐 있었다. 일반인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예술혼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예술로 밥을 벌어 먹고 살겠다는 미친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션 스필버그의 각본은 그의 억눌린 예술혼이 표출된 것이었다. 호사카는 기쁨의 축제 2 각본을 보면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예술가에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지. 어차피 션 스필버그는 돈은 벌만큼 벌었고 명예도 쌓을만큼 쌓았지. 이제 그가 원하는 것은 비밀리에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내보이는 것 뿐이야.’
호사카는 션 스필버그가 결국은 자신의 제안에 동참할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션 스필버그도 흔들리고 있었다. 포르노라는 영화보다 자유로운 매체에 끌리고 있었다. 지금처럼 가명을 쓴다면 자신의 명성에 해를 끼치지 않고 계속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들 중에서도 이런 사람이 많았다. 스테판 킹은 평론가들의 지적질에 넌더리가 나서 가명을 써서 새로운 작품을 발매했다. 로맹 가이리도 일생에 한번 밖에 타지 못하는 문학상을 가명을 써서 두 번 수상하기도 했다.
가면은 예술가에게 자유를 주는 수단이었다. 게다가 영화감독은 가명으로 활동하기 어려우니 호사카의 제안이 더욱 끌릴게 분명했다.
그리고 션 스필버그는 호사카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드루 디아즈와 내 집에 한 번 찾아오게.”
**
호사카와 드루 디아즈는 차를 타고 션 스필버그의 집으로 향했다. 호사카는 왠만해서는 긴장을 안하는 성격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마치 장인 어른의 집에 찾아가는 사위 같군.’
호사카는 순간 미국의 아름다운 전통을 떠올렸다. 결혼 전에 임신을 한 사위를 샷건을 쏴버리는 전통이었다. 호사카는 드루 디아즈를 완벽한 포르노 배우로 만들었니 개틀링 건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저택 관리인은 호사카와 드루 디아즈가 올 것을 알았고 금방 션 스필버그의 서재로 안내를 했다.
션 스필버그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드루 디아즈를 보면서 반기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집에 찾아온 딸을 반기는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만이에요. 션.”
“자주 좀 찾아오거라.”
그리고 션 스필버그는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만약 이 표정 변화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면 영화 배우를 해도 될만했다. 호사카는 냉랭한 그의 표정을 보면서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서 농담을 건네었다.
“이거 오늘 총을 맞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총은 없네요.”
“총을 살까 고민은 많이 했지.”
두 남자는 악수를 했다. 호사카는 션 스필버그가 손아귀에 온갖 힘을 다 주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의 애절함을 느꼈다.
세 명은 서재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션 스필버그는 일인용 소파에 앉았고 드루 디아즈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호사카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드루야. 저 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한건 알고 있니?”
“네? 몰랐어요.”
드루 디아즈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호사카는 어색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각본을 하나 더 써달라고 하더구나.”
“그럼 하나만 써줘요.”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가 하는 일이면 뭐든지 좋았다.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고 션 스필버그에게 부탁을 하는 정도는 웃고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션 스필버그는 이래서 자식은 아무리 잘해줘봐야 소용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