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6화 〉 366화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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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다면 노력해야지. 희생해야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해야지. 그게 남자 아닌가?”
호사카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또한 그런 남자지만 세상에는 그럼 남자만 존재하는건 아니었다. 평온한 하루하루를 살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사람에게 꿈은 가슴 속에 잠자고 있는 존재일 뿐이었다.
스스로가 꿈을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남이 꿈을 위해서 살지 않는다고 채찍질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그야 말로 사장으로서 성공한 사람이 할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굳이 그런 말을 할때는 아니었다. 지금은 프레드릭 파인더와 힘을 합쳐서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할 때였다. 그가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훌륭한 동업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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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회의는 뜨겁게 진행이 되었다. 프레드릭 파인더가 꿈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하고 호사카가 거기에 동조를 하자 누구도 일을 설렁설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도 회의 한 번으로 완성이 될만한 포르노가 아니었다. 회의가 끝나고 호사카는 카메론 먼로를 옆에 태우고 차를 운전해서 호텔로 돌아갔다.
카메론 먼로는 호사카의 옆 얼굴을 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뭐가?”
“프레드릭 파인더에게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한다니 말이에요. 제가 그 회사에 있으면서 아무도 그런 말을 못했거든요.”
“회사 매출을 위해서 하는 말이면 프레드릭 사장도 왠만한 말은 받아주지 않아?”
“그래도 회사원은 그러기 힘들죠.”
일반 회사원은 회사를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장에게 직언을 올리지 못했다. 그게 옳은 말인 것은 상관이 없었다. 사장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떻게든 그 대가가 돌아왔다.
호사카는 카메론 먼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이런 회사에서 어떤 포르노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상류층. 꿈. 희생.
이런 것을 조합을 하다보면 미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내용은 레리 레이건이 말한 명예를 똥칠할만한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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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을 시켜서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상류층의 더러운 일을 조사하게 만들었다. 제인 먼데일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맥이 있었고 호사카는 금방 포르노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았다.
호사카가 아이디어를 던지고 스위트룸의 제작진은 그 아이디어로 빠르게 대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의 과감하고 대범한 아이디어에 몸을 움츠릴 정도였다.
“쫄았습니까?”
그리고 호사카의 도발에 프레드릭 파인더는 이 일을 허락했다.
호사카가 낸 아이디어는 바로 1980년대의 소련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련이 건재하던 시기 미국과 소련은 냉정 시대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반공주의가 열풍이 불었고 각 나라는 서로에게 수많은 스파이를 보냈다. 그리고 소련에서는 미국의 고위 관료와 상류층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여자 스파이의 미인계를 사용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프레드릭 파인더가 겁을 먹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 소련은 존재했고 미국 내의 반공주의 여전했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호사카만이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배우는 어떻게 하려고? 호사카 씨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건 좀 그렇지만 동양인 남자가 소련이나 미국의 고위층을 맡는건 좀 그렇지 않나?”
“당연하죠. 그래서 남자 배우를 먼저 섭외를 한 이후에야겠죠.”
이번 포르노는 소련의 여자 스파이와 미국의 고위층이 섹스를 하는게 주된 내용이 될 것이었다.
나중에는 역사적인 인물의 성별이나 인종을 바꾸면서 그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호사카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그런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1980년대의 스파이 포르노를 만들려면 당연히 인종과 성별은 맞추는게 보는 사람이 감정 이입을 하는게 편했다. 괜히 미국의 고위층을 여자로 만든다거나 흑인이나 동양인을 넣는건 개인의 사상을 위해 작품성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자 배우는 제가 알아서 구해오죠.”
“호사카 씨가? 뭐, 그렇게 알고 있겠소.”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의 능력을 알고 믿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질 좋은 배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았다.
그는 과거 포르노에 출연을 했다가 영화 배우로 성공한 여배우들을 포르노 업계로 끌어들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속에는 섹스 중독으로 잘나가다가 배우 커리어를 망친 남자들이 몇명 떠올랐다. 커리어는 망칠 예정이지만 연기 실력만큼은 진짜인 남자 배우들이었다.
스위트룸의 어중간한 남자 배우보다는 훨씬 연기를 잘 할 것이었다.
호사카는 바로 자신의 헐리우드 인맥인 실베스타 몬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생각난 배우와 연락을 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실베스타 몬디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찰스 신? 이 사람은 이미 끝났어. 지금 계약이 된 영화 촬영만 끝나면 어디서도 쓰지 않을걸?”
이미 찰스 신에 대한 소문은 헐리우드 내부자들에게는 모두 퍼진 모양이었다.
찰스 신.
1980년대 후반에 뜨기 시작해서 1990년 대 초까지 메이저 영화에서 잘나가던 배우였다. 그리고 섹스 중독에 걸려 복잡한 여자 관계를 가지고 마약과 가정 폭력까지 저지른 결과 나락으로 간 인간이기도 했다.
한창 잘나갈때는 브래드 포트나 니콜라스 케이스를 아래로 볼 정도였다. 잘생긴 외모에 액션물, 기업물, 범죄물, 코믹물까지 모두 연기할 수 있는 전천후의 배우이기도 했다.
“그럼 더 좋죠. 연기력이 있는 포르노 배우가 필요하거든요.”
“흐음. 포르노 배우라. 그 사람은 차라리 그쪽으로 가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헐리우드는 선남선녀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는 성공을 위한 욕망에 눈을 번들거리고 있었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원하지 않는 상대와 섹스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했다. 그리고 성공한 이후에는 자신을 따르는 이성과 섹스를 즐기기도 했다.
이런 문란한 업계에서 정색을 할 정도라면 정말 변태 짓을 많이 한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 업계에 버림을 받았다면 포르노 업계로 끌어들이기 더 편할 것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보다 설득하기 더 쉬울 것이고 드루 디아즈 때보다 빠르게 캐스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사카는 실베스타 몬디를 통해서 찰스 신을 만날 약속을 잡았다.
둘은 프라이빗 룸이 있는 고급 바에서 만나기로 했다. 웨이터의 안내를 받고 찰스 신이 기다리는 룸으로 들어가니 찰스 신은 이미 창녀 둘을 양쪽에 끼고 있었다. 한 여자는 찰스 신의 입술을 빨고 있었고 다른 여자는 찰스 신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
“아, 호사카 씨.”
찰스 신은 호사카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역시 소문이 사실이네요.”
“무슨 소문?”
“섹스를 너무 좋아해서 중독에 이르렀다는 소문이요. 포르노 배우와 스트리퍼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하! 그 이야기가 포르노 업계까지 퍼졌나요?”
찰스 신은 자신의 자지를 빨고 있는 여자에게 테이블을 짚고 서라고 했다. 여자는 순순히 뒷치기 자세를 취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소? 이미 서 있는 자지를 그대로 두고 대화를 나누기는 좀 그러니까.”
“그러시죠.”
찰스 신은 창녀의 보지에 자지를 밀어넣었다. 콘돔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오직 사정을 하기 위한 섹스였다. 그는 금방 창녀의 보지에 사정을 했다.
찰스 신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서 창녀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제 나는 일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나가 봐.”
창녀들은 찰스 신을 오래 상대하지 않고 빠르게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싱글거리며 룸 밖으로 나갔다.
찰스 신은 바지를 올려 입고 테이블에 놓여 있는 위스키를 잔에 부었다. 한 잔은 호사카에게 내밀고 한 잔은 자신이 마셨다.
“또 나가서 다른 여자를 찾아봐야 하니까 일 이야기는 간단하게 하죠.”
“그럽시다.”
“나는 호사카 씨를 존경합니다. 일종의 롤모델로 삼고 있죠.”
“고맙습니다.”
“그리고 호사카 씨처럼 A급 포르노 여배우들과도 섹스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참… 쉽지 않더라구요.”
찰스 신은 포르노 배우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가 먹을 수 있는 포르노 배우는 B급 이하일 뿐이었다.
빅 3에 전속되어 활동하는 A급 포르노 여배우들은 돈도 많이 벌고 굳이 유명 영화 배우라고 하더라도 먼저 다리를 벌릴 이유가 없었다.
호사카는 찰스 신의 욕망에서부터 설득을 풀어나기로 했다.
“흠. 그거 공교롭네요. 원래 A급 여배우들과 섹스를 하는건 어렵거든요. 돈도 적당히 벌고 섹스로 돈을 버니 성욕도 많이 충족이 되어서 꼬시기도 어렵거든요.”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정말 이런저런 포르노 여배우와 자유롭게 섹스를 할 수 있는 당신이 얼마나 부러운지.”
“그럼 찰스 신 씨도 포르노 배우를 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네?”
찰스 신은 영화 배우인 자신에게 포르노를 제안할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영화 배우는 포르노 배우보다 몇 단계는 위에 있는 존재였다. 호사카를 제외하면 영화계의 러브콜을 거부하고 포르노로 향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웃으면서 찰스 신의 아픈 구석을 파고 들었다.
“요즘 영화 제안도 잘 안들어오고 있죠? 여자 관계도 더럽고 마약에 가정폭력도 있구요.”
이제 찰스 신의 표정은 분노를 참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는 역시 얼굴의 표정이 다양했다. 20대부터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 다웠다.
“호사카 씨. 설마 나를 협박하러 온겁니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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