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7화 〉 367화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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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찰스 신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여러가지 문제로 영화판에서 퇴출이 되고 있죠. 이미 내부자들은 모두 알고 있던걸요? 이게 뉴스로 나가고 커리어가 나락으로 가는건 시간문제죠.”
찰스 신은 워낙 유명한 섹스 중독자여서 호사카는 그의 미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걸 그냥 말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건 호사카가 개입하지 않으면 그대로 벌어질 미래였다.
“아이도 있고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여자들은 섹스 중독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니까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미국의 법은 이혼남에게 가혹하죠. 잘못은 당신에게 있으니까 더욱 가혹할 것이고. 매달 양육비에 위자료까지. 어마어마한 돈은 나가겠죠. 하지만 영화는 들어오지 않고.”
호사카가 회귀 하기 전에 찰스 신은 여러가지 사고를 치고 나락으로 갔었다. 그리고 나중에 드라마에서 시트콤에서 성공을 했다. 연기력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시트콤에서도 제작진과 싸움을 벌여 쫓겨나고 에이즈에 걸려서 완전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포르노 배우와 창녀, 스트리퍼와 섹스를 하면서 노콘 섹스를 무분별하게 즐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재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지금 설득에 필요하지 않았고 에이즈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검사는 철저히 해야겠지만.’
호사카는 찰스 신을 계속 설득했다.
“당신은 섹스에 미쳐있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섹스에 미쳐 있는 남자가 유일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업계가 바로 포르노입니다. 밖에서 욕을 한다구요? 어차피 당신은 이미 욕을 먹을만큼 먹고 있잖아요. 그리고 포르노 배우가 된다면 욕을 먹어도 당신 옆에는 A급 이상의 포르노 여배우가 있을테니까 상관이 없잖아요.”
호사카의 열정적인 설득에 찰스 신은 슬쩍 호기심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그는 가만히 있어도 욕을 먹고 있었고 일거리는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A급 포르노 여배우와 섹스를 하고 싶기도 했다.
“돈은? 포르노 배우도 많이 법니까?”
“영화 배우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잘버는 직업이죠. 그리고 당신처럼 연기력과 외모가 되는 남자 배우는 금방 탑급이 될 수 있습니다. 드루 디아즈를 보세요.”
찰스 신이 여자 포르노 배우 중 가장 잘나가는 드루 디아즈를 떠올렸다. 자신은 남자 드루 디아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영화 배우만큼 돈을 좀 못벌면 어떻습니까. 호화롭게 살만큼은 벌리고 여자를 돈으로 주고 살 필요도 없어지는데. 오히려 섹스를 하면서 돈을 버는데 말이죠.”
찰스 신은 드루 디아즈보다는 갱생시키기 쉬웠다.
돈도 번다.
공짜로 섹스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섹스 중독이 아무런 흠이 아니다.
호사카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 뭐 좋은 작품이 있습니까?”
“일단 에이즈와 성병 검사부터 하시죠. 좋은 작품은 늘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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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찰스 신은 문란한 생활을 했지만 아직까지 에이즈는 없었다. 그리고 사소한 임질이 걸려 있었다.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한 성병이라 그는 바로 치료 과정을 밟았다.
그러는 사이에 스위트룸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작이 준비가 완료되고 있었다. 대본이 완성됨과 동시에 촬영 세트도 지어졌다.
스위트룸은 이래저래 투자를 많이 해야 했다. 사고를 많이 쳤다고는 하나 찰스 신의 몸값도 맞춰줘야 했고 이번 포르노는 춥고 차가운 배경에서 진행이 되어야 해서 먼 곳으로 촬영을 떠나기도 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찰스 신의 이름값 때문에 포르노가 잘 팔릴거란 기대가 있었고 알래스카에서 소련 느낌의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시원한 알래스카의 땅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촬영 현장을 둘러보았다. 건물의 장식을 조금만 떼고 사람들의 옷을 무미건조하게 만들면 딱 소련 같은 느낌이 났다.
그리고 포르노는 촬영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스파이 걸.
이 포르노는 카메론 먼로의 나래이션으로 시작이 되었다. 화면은 회색 빛이 가득한 폐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소련은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국가이지만, 모두가 평등하지 않았다. 권력을 지닌 자는 서방의 부자보다 부유하게 살았고 대다수의 소련인은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그리고 어떤 여자는 빵 한 조각을 위해서 스파이에 지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카메론 먼로는 주로 활발한 역할을 맡았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의 몸매와 시원한 미소가 그런 역할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포르노에서 카메론 먼로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배우들이 하나의 이미지에 정착을 하지 않고 계속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게 장기적으로 배우의 수명을 늘려주기 때문이었다.
포르노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이미지만 미는 배우보다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더 많은 포르노를 찍고 흥행시키고 오래갈 수 있었다.
지금 카메론 먼로는 소련말의 억양이 섞인 영어를 무미건조하게 나래이션으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변신은 나래이션만으로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헐리우드에서도 통할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나래이션만 듣는다면 절대 카메론 먼로를 연상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래이션이 끝나면서 카메라는 천천히 폐건물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묶여 있었다. 머리에는 검은 두건이 씌워져 있었다. 남자는 벌벌 떨고 있었다.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 마지막 테스트다.”
찰스 신은 검정색 코트에 검정색 목폴라를 입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는 확실히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였다. 코미디 연기도 잘했지만 냉혹한 소련의 간부 연기도 훌륭히 해내었다. 댄디한 이미지를 주었던 검은 머리는 규율에만 따르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서글서글해 보이던 눈매는 부드러워보이지만 단호한 속내를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또한 소력 억양이 들어 있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 남자는 당의 배신자다. 지금 죽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형장에서 목이 매달려 죽든 너의 손에 죽든 그 차이일 뿐이지. 이 자를 죽여서 네가 당을 위해서라면 사람도 죽일 수 있고 미국의 남자에게 다리도 벌릴 수 있음을 증명해라.”
그리고 찰스 신의 옆에는 얼굴이 창백해진 카메론 먼로가 있었다. 그녀는 화려한 금발을 짙은 갈색으로 염색하기까지 했다. 얼굴을 미백해서 희게 만들었다. 카메론 먼로는 금방 피로하지만 묘하게 색기가 있는 소련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무식하게 생긴 군용 단검이 들려 있었다. 단검의 끝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왜 칼이죠? 총으로 죽이는게 더 간단하지 않나요?”
“이번 테스트는 간단하면 안되니까. 총은 실수로 쏠 수 있거든. 그리고 실수로 스파이를 고용할 수는 없지. 당은 미국에서도 절대 배신을 하지 않을 단호한 마음을 가진 여성 동무를 원한다.”
찰스 신은 코트의 손목을 걷어서 시계를 보았다.
“포기하려면 포기해도 좋다. 다만 내 시간은 너무 빼앗기는 말았으면 좋겠군. 위대한 조국을 위해서 해야할 일이 많거든.”
카메론 먼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약간 마른 편이었고 외모를 이렇게 꾸미니까 삶의 고단함에 지쳐 있는 여자 같았다. 그런 여자가 이런 상황에 있으니 그녀의 뒷이야기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었다.
현재 소련은 몰락하고 있었고 그만큼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살인을 해서라도 먹고 사는게 중요한 문제였다.
카메론 먼로는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그리고 눈빛에는 결단력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묶인 남자에게 걸어갔다. 남자는 발버둥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두건 안에는 입까지 막아놓았는지 읍읍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카메라는 잠깐 천장으로 향했다. 시멘트에 전선 몇 줄만이 달려 있는 천장이었다.
축.
그리고 붉은 피가 천장으로 튀었다.
카메라는 다시 카메론 먼로를 향했다. 카메론 먼로의 옷에도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그 뒤의 깔끔한 차림을 유지하고 있는 찰스 신이 물었다.
“시골 출신인가? 목을 따는 것은 깔끔하군.”
“네. 닭은 잡아본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리고 닭의 목을 자르는 것과 사람의 목을 자르는 것은 그 부담감이 완전히 달랐다. 카메론 먼로는 지금 당장 주저 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골 출신의 여자가 당에 충성을 하기 위해서 도시까지 왔다. 좋군. 좋은 이야기야. 그리고 네 재능도 훌륭해.”
찰스 신은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카메론 먼로는 자신이 방금 살인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눈을 여기저기로 돌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물어보지. 위대한 당을 위해 스파이 교육 과정을 받겠나?”
찰스 신은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있는 손을 꼼지락 거렸다. 그의 주머니에는 권총이 들어 있었다.
카메론 먼로에게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었다.
스파이가 되기를 선택하거나. 이 모든 과정을 보았기 때문에 비밀 유지를 위해 죽거나.
카메론 먼로는 그 정도는 알아차릴 머리가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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