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5화 〉 385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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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도로 위에서 한발을 빼고도 정해진 시간에 파티에 도착했다. 역시 비싼 차는 밟는데로 속도가 나왔다.
어느 부자의 저택에 도착을 했을 때, 호사카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퇴폐적인 분위기였다.
부자들은 온갖 있는 척은 다하면서 입술 끝이 부들거릴 정도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확실히 달랐다.
미국은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였지만 그 권력의 한축은 정치가들이 가지고 있었다. 정치가들은 부자들을 핍박할 수 있는 힘이 있었고 그 자신감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호사카는 드루 디아즈를 리드하면서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파티의 호스트를 찾아갔다. 2년 후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재선까지 성공하게 될 빌리 클리턴이었다.
그는 호사카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악수를 내밀었다. 적당한 악력으로 자신을 기억시키는 완벽한 악수였다. 정치가라면 악수 하나로도 상대방에게 자신을 기억시킬 수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호사카 켄토! 도쿄 섹스킹!”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칸소 주지사님.”
“하하. 오히려 내 초대를 받아줘서 고맙소. 정치가들의 파티라 지루하게 여기지 말고 마음껏 즐기시길 바라오.”
“네.”
“그리고 옆의 아름다운 여인은 드루 디아즈 씨 같군요.”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지사 님. 이런 파티에 올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드루 디아즈가 손등을 내밀고 빌리 클린턴은 눈에 욕망을 띄우며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남편의 애인은 잘 봤습니다. 엄청 섹스하더라구요.”
“설마 그런걸 꿈꾸시는건 아니겠죠?”
“하하. 그럴리가요.”
드루 디아즈의 농담을 빌리 클린턴은 부드럽게 받아 넘겼다. 그리고 호사카는 그 모습에서 그가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여자를 노릴 남자라는 것을 보았다.
“정치인들 중에도 호사카 씨와 드루 씨의 팬들이 많이 있어서 어울리는데 어색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런가요?”
“민주당은 맨손으로 성공한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보수였고 오랜 시간 부자였던 가문에서 많이 지지를 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되는 포지션을 많이 취했다.
당장 눈 앞의 빌리 클린턴만 하더라도 계부에서 폭행을 당하던 불우한 소년 시절을 보냈었다. 매일 끼니를 가장 싼 햄버거로 때우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명문대에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녔다.
그야말로 민주당에서 가장 좋아할만한 인생을 산 남자였다.
그리고 이 파티의 주인공인 빌리 클린턴은 바빴다. 그는 호사카와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다른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호사카는 눈치 있게 슬쩍 자리를 빠져주었다. 그리고 드루 디아즈를 에스코트 하면서 저택 안의 정원으로 향했다.
그는 이제 왠만한 저택은 모두 가보았다. 어지간한 저택은 놀라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정원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하얀 대리석을 깎아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도 하나하나가 엄청 비싸보였다. 간장 종지만한 그릇에 담겨 있는 캐비어는 30그램에 300달러 이상이었다. 당장 노숙자에게 가면 3달러 햄버거를 100개는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능숙하게 값비싼 음식과 술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모두에게 즐기라고 쌓아둔 먹거리였다.
그리고 주변에서 조금씩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고고한 정치가들은 호사카 같은 포르노 배우를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왜 이 파티에. 포르노 배우가?”
“게다가 아시아 놈이잖아.”
“헐리우드 여배우를 옆에 끼고 있으면 뭐가 달라질 줄 아나.”
호사카는 웃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치인들은 빠르게 웃으면서 호사카의 눈인사를 받아주고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드루 디아즈는 기분 나빠했다.
“뭐야. 사람 불러다놓고.”
“뭐, 콧대 높은 정치가들은 우리 같은 포르노 배우가 마음에 안들수도 있지.”
“방금 빌리 주지사의 말은 달랐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저렇게 뭉쳐 있어서 그렇지. 따로따로 만나면 드루 너랑 어떻게 해보려고 난리일걸.”
호사카는 일단 드루 디아즈를 달래주었지만 그 역시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정원을 떠나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한 여자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파티의 주인공인 빌리 클린턴만큼이나 모두에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힐다 클린턴.’
호사카는 바로 그녀를 알아보았다. 현재 나이 43살이지만 몸에 좋은 것은 다 먹고 살았는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기가 세보이기는 했지만 젊은 시절에는 인기가 꽤나 있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당당하게 호사카에게 다가와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갈색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고 흰색 피부에 둥글어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크고 눈동자에는 힘이 있었다. 눈썹이 짙은게 그녀의 강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호사카 씨.”
힐다 클린턴은 호사카에게 먼저 인사를 청했다. 정치인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 빌리 클린턴의 호색함은 소문이 나 있었다. 그가 호사카를 초대하는 것은 있을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힐다 클린턴은 야망이 크기로 유명했다. 빌리 클린턴보다 더 야망이 크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포르노 스타와 자신의 남편이 엮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호사카는 힐다 클린턴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호사카도 빌리 클린턴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힐다 클린턴이 어떤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래에 힐다 클린턴이 얼마나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는지도 알았다. 국무장관에 대통령 후보까지 나간 여자다.
‘이 여자는 왜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걸었을까.’
호사카는 빌리 클린턴과 힐다 클린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흔히 이 둘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서글서글한 바람둥이와 여장부였다. 그리고 빌리 클린턴이 잡혀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르지.’
이 둘은 정치가로서 완벽한 부부였다. 부부 사이도 좋았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의지하는 사이였다.
오죽하면 빌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백악관에서 두 부부가 대놓고 섹스를 하다가 백악관 직원들에게 들키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호사카의 생각에 빌리 클린턴은 호사카를 만나고 싶어서 이 비밀 파티에 초대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리고 힐다 클린턴은 처음에는 반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힐다 클린턴은 빌리 클리턴의 주장을 꺾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빌리 클린턴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큰 사고를 안쳤거든. 당연히 그의 주장이 좀 더 힘이 세겠지.’
힐다 클린턴은 이왕 호사카를 부를거면 그가 남편의 대선에 도움이 될자인지 확인을 해볼 생각이었다.
“힐다 클린턴 씨군요.”
“제 이름을 아시네요?”
먼저 힐다 클린턴은 호사카가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에 경계를 했다. 대중들에게 그녀는 아직 주지사의 와이프일 뿐이었다. 어지간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자신의 이름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그건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뜻했다.
호사카와 힐다 클린턴은 악수를 했다.
“정치인들 중에서도 미모가 있으신 분은 다 체크를 하고 있거든요.”
“어머. 아직 어린 나이인데 칭찬하는 솜씨는 정치판에서 몇 십년은 구른 사람 같네요.”
“칭찬으로 듣죠.”
호사카는 처음부터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금 당장은 힐다 클린턴의 힘이 필요했다. 호사카는 빌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데 크게 베팅을 할 생각이었다. 결과를 아는 도박만큼 재미있는건 없었다. 그리고 힐다 클린턴은 빌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가 나중에 섹스 스캔들을 크게 일으켜도 남편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동정표를 모아 빌리 클린턴의 정치 생명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여자인 것이다.
호사카는 힐다 클린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남편 분이 대통령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서 마음이 안좋으시겠군요. 걸프전 때문이죠? 하지만 그의 마음을 돌려놓을 방법이 있습니다.”
힐다 클린턴은 눈은 크게 뜨고 입가에는 파티용 미소를 계속 유지했다.
현 시점에서 민주당은 복잡했다.
먼저 빌리 클린턴은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후보로 불리고 있고 출마에 대한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빌리 클린턴은 1992년 대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었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 부쉬는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미국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전쟁에서 이긴 대통령은 항상 인기를 많이 얻었고 많은 전문가들이 부쉬의 재선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빌리 클린턴은 이번 대선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힐다 클린턴은 야망이 컸고 남편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아쉬워하고 있었다.
힐다 클린턴은 호사카와 이후에 작은 잡담을 나누었다. 빌리 클린턴 뿐만이 아니라 힐다 클린턴까지 호사카를 호의적으로 대하자 파티장의 분위기는 단숨에 바뀌었다. 호사카는 왠만한 정치인보다 큰 존재감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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