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5화 〉 405화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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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찰스 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다. 여자가 있으면 찰스 신이 여자에게 정신을 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여자는 부르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이번 포르노는 좋았어. 앞으로도 포르노를 계속 만들 생각이 있나?”
“그렇죠. 재미있던데요.”
그리고 일개 포르노 배우보다 제작자를 하는게 여자를 꼬시기 더 좋았다. 호사카는 찰스 신의 속셈은 모두 보였지만 일단 모르는척 했다.
“그래서 찰스에게 좋은 조언을 해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소개를 해주려고.”
“누구죠?”
“세실 스피넬리라고 아나?”
세실 스피넬리.
호사카가 등장하기 이전에 포르노 업계에서 가장 잘나갔던 명감독이었다. 그는 AVN 상도 많이 탔고 포르노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도움을 요청하여 여배우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들어는 봤어요.”
“세실 감독님. 포르노 업계에서는 서로 데려가려고 하려는 감독님이시지.”
“으음. 저는 호사카 씨를 롤모델로 삼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이 필요할까요?”
찰스 신은 역시 어렸고 당장의 성공에 취해 있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호사카는 인생의 모든 맛을 다보고 자살을 한 순간에 과거로 회귀를 했으니 당장의 성공에 취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 생활 경험이 얼마 없는 젊은 사람은 이러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나만 따라한다면 나를 뛰어넘을수는 없을걸? 원래 카피는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없는 법이니까.”
찰스 신은 호사카의 말에 충격을 먹었다.
호사카의 말대로였다. 찰스 신은 그저 제 2의 호사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사업적인 재능까지는 호사카를 따라갈 수 없어서 포기한다고 해도 포르노를 만드는 영역에 있어서는 한번쯤 넘어서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포르노 업계에도 나 말고 다양하게 배울 사람이 많이 있지.”
빅 3의 사장도 포르노에 대한 감각이 제각각 있었다. 그리고 다른 잘나가는 감독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 포르노 제작을 잘한다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야지. 롤모델은 많을수록 좋아. 서로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고 그러면서 점점 스스로의 오리지널을 만들 수 있는거지.”
찰스 신은 건방진 태도를 거둬들였다. 호사카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게 고마웠다.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이유가 뭐죠?”
찰스 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판에서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먹으려고 할 뿐이었다. 성공을 할수록 친구는 줄어들 뿐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달랐다. 그는 찰스 신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많이 보여주었다. 호사카도 나름의 목적이 있었지만 찰스 신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었다.
“포르노를 잘모르는 사람은 포르노가 다 비슷비슷한거라 생각하지. 하지만 사람보다 만들어낼 수 있는 포르노는 다 달라. 사람마다 성적 취향이 다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 당신이 만드는 포르노는 내가 만들 수 없고 내가 만드는 포르노는 당신이 만들 수 없는거지. 나도 한 명의 포르노 팬으로서 새로운 감독, 제작자, 배우는 항상 환영해. 그만큼 포르노의 세계가 넓어지는거니까. 그게 섹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가짐 아니겠어?”
찰스 신은 감동했다. 그도 섹스 중독에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포르노 업계를 이렇게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호사카의 그릇의 크기에 짓눌린 느낌이었다.
“이거. 포르노로는 호사카 씨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장은 절대 못되겠네요.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일반인은 절대 하지 못할 생각이네요.”
“그냥 남자의 허세일뿐이야.”
호사카는 겸양을 떨었지만 그는 진짜 이런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호사카와 찰스 신의 대화가 일단락이 될 쯤에 회의실 문을 열고 늙은 세실 스피넬리가 들어왔다.
“오랜만이군. 호사카 감독.”
세실 스피넬리는 호사카의 가장 큰 재능을 감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호사카를 감독이라고 꼬박꼬박 부르고 있었다.
“세실 선배님. 요즘 작품 활동이 뜸하시더군요. 세실 선배의 포르노도 보고 싶은데 말이죠.”
호사카는 웃으면서 세실 스피넬리와 악수를 했다. 세실 스피넬리도 마주 웃으면서 그 악수를 받아주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서로를 질투하지 않고 존중하게 되었다. 성격이 고약한 인간이 아니라면 이런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었다.
“하하. 요즘 호사카 감독이 손대는 포르노가 워낙 잘팔려서 말이지. 어중간한 작품을 내놓으면 결국 쪽박을 찰 것 아닌가. 나도 열심히 준비를 내서 부끄럽지 않은 포르노를 내야지.”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기다리죠.”
“내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네.”
“선배의 시대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죠. 꼴리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둘은 동시에 웃었다.
“그럼 이 친구는?”
“찰스 신입니다.”
찰스 신은 호사카가 말한 것이 먹혀 들었는지 공손하게 세실 스피넬리에게 인사를 했다. 세실 스피넬리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그 또한 찰스 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섹스 중독자. 헐리우드의 망나니. 그리고 보통 헐리우드 출신은 포르노 업계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세요. 배울 것이 많습니다.”
호사카가 뭐라 말하기 전에 찰스 신이 먼저 부탁을 했다. 세실 스피넬리는 웃으면서 찰스 신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러지. 포르노 업계도 계속 새로운 신인이 등장해야 하는 법이니까. 자네는 연기도 좋고 제작도 잘하더군. 슈가 대디는 잘 봤어.”
“감사합니다.”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다니. 내가 뭘 가르쳐줄게 있을지 도리어 걱정이군.”
그리고 찰스 신은 오히려 호사카를 칭찬했다.
“모두 호사카 씨 덕분입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낸 것을 다듬어주고 팔릴만한 것을 골라주었으니까요.”
“하하. 또 호사카 감독인가.”
호사카는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었다고 생각해서 자리에서 빠졌다.
“그럼 두 분이 대화를 나누세요. 저는 회사 일로 바빠서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감독일만 하면 되는 두 사람과 다르게 호사카는 회사까지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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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신은 세실 스피넬리와 연락처도 교환하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많은 가르침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제작자를 넘어서 이제 감독까지 욕심을 내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대본을 들고 호사카에게 찾아왔다.
“슈가 대디. 그 다음 작품을 준비해 왔습니다.”
“어디 한번.”
첫 작품은 사업에 막 성공한 남자가 슈가 베이비를 만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음은 돈이 급한 한 여대생이 슈가 대디를 만나는 이야기였다.
찰스 신이 다음으로 준비를 한 내용은 여대생이 능숙한 슈가 베이비로서 활동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재미있네.”
각 시리즈가 독립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관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매니아들은 이런 시리즈물에 또 약했다. 한편을 보면 나머지 편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장치였다.
“세실 감독님은 확실히 이 업계에 대해서 많이 알더군요.”
“도움이 많이 되었나?”
“네.”
게다가 더 강렬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 남자 배우들을 여럿 사용하기까지 했다. 포르노 시리즈로서 정석적인 발전이었다.
“그럼 촬영 준비를 한번 해보도록 하지. 아직 카메라를 잡는건 무리니까. 마이클 브라운에게 많이 배우도록 해봐.”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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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대디 3편의 여배우는 빅토리아 웰스였다. 그녀는 호사카와 데이트위해 한껏 이쁘게 꾸몄다. 이제 그녀는 슈가 대디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다.
슈가 대디들이 원하는 것은 창녀처럼 섹스만 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일반 여대생처럼 보이지만 섹스도 해주는 여자였다. 이 차이는 컸다.
그녀는 무릎까지 오는 치마와 노출이 심하지 않는 와이셔츠를 입었다. 짧은 치마보다 이런 옷이 슈가 대디에게 더 반응이 좋았다.
빅토리아 웰스와 호사카는 바로 LA의 도심지에서 만났다. 그녀는 남자를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리 나와있었고 잠깐 기다리다가 호사카가 도착했다.
“빅토리아 오늘도 예쁘네. 많이 기다렸어?”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슈가 베이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골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자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게 제일이었다.
의외로 남자는 세심한 동물이고 여자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정이 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슈가 대디와 슈가 베이비의 관계에서 갑은 돈을 내는 슈가 대디였다. 슈가 대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슈가 베이비였다.
“밥은 먹었어?”
“네, 먹고 왔어요.”
둘은 이제 데이트를 몇번 즐긴 상태였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만한 신뢰를 쌓게 되었다.
그리고 밥을 먹고 섹스를 하는 것보다 섹스를 하고 밥을 먹는게 더 좋았다. 밥을 많이 먹으면 나른해지고 속이 더부룩해서 섹스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섹스를 한 이후에는 운동이 되어서 더욱 입맛이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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