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화 〉 410화 회의
* * *
“저번 파티에서는 고마웠어.”
“내가 뭘 했더라?”
호사카는 꾸준히 셀럽들의 파티에 나가고 있었다.
“하하. 호사카의 자지 맛을 보고 싶다는 여자에게 진짜 섹스가 무엇인지 보여줬잖아. 지금 깜둥이 사이에서는 당신처럼 섹스를 해야 한다고 난리라고.”
“그래서 나를 이렇게 환영하는 것이군.”
호사카와 마스터 드레는 그동안의 근황을 나누면서 친분을 나누었다. 둘은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파티도 아니고 사적으로 이렇게 만나자고 하다니. 돈이라도 필요한가? 하하하.”
마스터 드레의 농담은 반쯤 진담이었다. 미국의 흑인 사회에서는 한 명이 성공하면 한 마을은 온갖 친척과 친구가 모여서 등골을 뽑아먹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마스터 드레도 여느 셀럽처럼 포르노 업계가 돈을 잘벌어봐야 힙합 보다는 못벌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흐음. 돈을 달라는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말이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나보고 포르노 배역이라도 제안하려는건가? 재미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흑인 힙합의 뮤직 비디오에서 반쯤 섹스나 다름 없는 장면도 종종 나왔었다.
“그건 아니야. 아직도 크립스(Krips)와 자주 어울리지?”
“흐음. 입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미스터 호사카. 다른 말은 몰라도 크립스는 진짜 위험하니까.”
크립스.
캘리포니아 서해안에서 탄생한 흑인 갱단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갱스터 랩으로 성공한 힙합 스타도 많았다.
지금 당장 마스터 드레가 있는 NWA 그룹에도 크립스 멤버가 몇명이나 있었다. 마스터 드레가 나중에 발굴한 힙합 스타 중에서 슬리핑 독이라는 사람도 크립스 멤버로 유명했다.
마스터 드레는 호사카가 포르노 배우를 하라고 해도 웃으면서 받아넘길 수 있었지만 크립스와 관련된 일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모욕을 하려는건 아니야. 최근 내 상황부터 말을 해야겠군.”
“좋아.”
호사카가 크립스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마스터 드레는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자는 듯이 팔짱을 끼고 호사카를 바라보았다.
“포르노 업계는 오래 되었고 오래된 자본도 많이 들어와 있지.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폭력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마피아도 많이 관여를 하고 있고. 말하자면 라스베가스나 포르노 업계나 마피아의 소굴이나 마찬가지야.”
“흐음.”
“하지만 나는 그게 마음에 안들어. 그 놈들은 포르노를 잘만들지도 못하면서 장사질만 하려고 하거든.”
“그건 우리 쪽과 비슷하군.”
힙합이 속해 있는 음악계도 비슷했다. 흑인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하더라도 높은 자리에는 백인이 앉아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위치에 차지한 힙합 스타는 자신만의 레이블을 세우곤 했다.
“그리고 만약 자신들이 만든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려고 하면… 합법적이지 않은 수단도 동원하려고 하지. 그래서 나는 이런 쪽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거야.”
돈을 준다면 군출신의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야쿠자 출신으로 불법적인 일을 밥먹듯이 하는 놈들을 막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마피아는 일본의 야쿠자보다 더 위험한 구석도 있었다. 총을 숨쉬듯이 쏘는 녀석인 것이다.
그리고 호사카가 크립스를 이런 쪽의 전문가라고 표현을 하자 마스터 드레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전문가는 전문가지. 그리고 마피아? 그 놈들은 이제 한물간 꼰대 일 뿐이야. 실전을 겪어본 녀석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군.”
마스터 드레는 NWA 중에서도 갱스터와 그다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일반인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마피아는 밑바닥에서 살아가던 놈들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호황에 많은 돈을 끌어모으고 그들은 암흑계의 상류층이 되었다.
원래 돈이 많아지면 자신의 목숨을 더욱 중하게 여기는 법이었다. 마피아들은 거대한 스트립 클럽이나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목숨을 거는 일은 서서히 그만두기 시작했다.
지금 시대에 와서는 마피아들간에 다툼이 있어도 윗대가리들이 서로 돈을 교환하면서 전면전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자신들에게 대항하지 못할만한 사람들에게만 철저히 폭력을 행사했다.
그에 비해 흑인 할렘가는 정말 막장이었다. 일주일에 몇번이고 총성이 나고 몸에 바람 구멍 몇개 있는 사람은 골목길 하나에서 몇명씩 있었다.
“마피아 놈들은 총을 맞출 실력도 없어서 멀리서 기관총을 갈기고 도망가지. 하지만 우리 깜둥이들은 그런거 없어. 총에 맞아도 적을 죽이겠다는 각오로 권총을 쏘지.”
마스터 드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사카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지? 사실 크립스에서 진짜 잘나가는 사람은 하드E야. 아니,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호사카는 웃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 동양에서는 관상이라고 하는데.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맞추는거야. 그리고 내가 봤을때, 너는 힙합의 왕이 될만한 사람이거든. 그런 사람과는 미리 친분을 쌓아두는게 좋지 않겠어?”
마스터 드레는 웃으면서 다시 호사카에게 악수를 청했다. 호사카는 정말로 자신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은 마스터 드레도 싫지는 않았다.
“좋아. 그럼 보디가드 일을 하지.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 크립스가 굉장히 위험한 갱스터이기는 하지만 정신이 완전히 나간 놈들은 아니거든. 마피아의 공격을 위협사격으로 쫓아낼수는 있지만 전면전은 하지 않으려고 할거야.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지?”
“당연하지. 그 정도면 충분해. 나와 내 가족만 확실하게 보호해줘.”
**
AVN이 열렸다.
호사카는 드루 디아즈를 옆에 끼고 AVN에 참석했다. 모든 일은 약속대로 진행되었다.
호사카는 가면을 쓴 사람처럼 연기했다. 평범하게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주변 사람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며 소감을 말했다.
여기서 화를 내는 사람은 하수였다. 겉으로는 모든 일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모든 일을 끝내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찰스 신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호사카에 대한 칭찬만 잔뜩 늘어놓았다.
높은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을 기색을 비추었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는 선이었다.
AVN이 끝나고 빅토리아 웰스는 바로 스위트룸으로 파견되었다. 빅토리아 웰스는 미스 허슬러라는 회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결정을 반겼다.
그리고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흠.”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의 도움이 없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바로 알아차렸다.
빅 3에서 미스 허슬러는 빠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문스톤 기획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수도 있었다. 호사카는 그럴 능력이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비밀 회의에서 한 제안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보군. 그리고 첫 타겟이 내가 된 것이고.”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사카는 바로 받았다.
“무슨 일이죠?”
“미스터 호사카. 비밀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나에게만 화풀이하면 안되지. 그건 모두의 결정이라고.”
“흠. 하지만 저와 레리 사장님간에는 특별한 역사가 있죠. 그렇지 않나요?”
“그건…”
“할 말이 더 없으면 앞으로는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호사카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를 볼때면 괴로웠으면 좋겠군요.”
레리 레이건은 전화 종료음을 들으면서 잠시 어이없어 했다. 포르노 업계에서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식으로 대우를 할수는 없었다.
그는 원래 호사카를 잘 설득해서 어떻게 다시 관계를 이어가볼 생각이었다. 레리 레이건이 생각했을때, 그는 호사카에게 그렇게 잘못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설득이 안통한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지.”
빅 3의 회사에는 부자들이나 마피아들에 많은 투자를 받은 상태였다. 돈으로 얽히고 설킨 관계이기 때문에 AVN의 비밀 회의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스 허슬러가 망한다면 그건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레리 레이건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마이크 코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미스 허슬러에 많은 돈을 투자한 사람이기도 했다.
“AVN도 끝났는데 무슨 일이지?”
“결국 호사카가 일을 벌이고 말았어. 미스 허슬러와는 일은 완전히 끝낼 생각인 모양이군.”
“흐음.”
“내가 저번에 말한대로 미스 허슬러는 점점 망해갈거야. 이러나저러나 호사카의 실력은 진짜니까.”
“그래서?”
“협박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늘 그랬듯이 납치를 해서 협박을 하던가. 아니면 주변 사람을 공격해서 우리의 말을 안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겠어.”
마이크 코헨은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마피아라고 하더라도 정부에는 한수 접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민주당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빌리 클린턴의 최측근이었다.
“다음 대선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보면 안되나?”
“2년 동안 미스 허슬러는 죽만 쑤고 있으라고? 그럼 당신에게 들어갈 배당금도 자연히 줄어드는데?”
“씁. 그건 또 안되지.”
마이크 코헨은 결국 레리 레이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의리니 뭐니 입으로 떠들어대고 결국 마피아의 본질은 돈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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