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9화 〉 439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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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제인 먼데일과 드루 디아즈까지 나른하게 만들어준 이후에 호텔로 향했다. 제인 먼데일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서 자신의 의자에 몸을 올렸다.
“후우.”
호사카와의 섹스는 언제나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그가 만든 포르노 작품도 그 후의 사적인 섹스도 멋졌다. 그녀는 잠시 휴식을 취한 이후에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진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이제 여러 포르노 제작사에서 올라온 보고서와 그 외에 여러 햄스터들이 물어다준 정보를 확인했다.
흔히 내부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배신자를 쥐새끼라고 했다. 하지만 적에게서 정보를 가지고 오는 사람은 쥐새끼가 아니라 귀여운 햄스터였다.
제인 먼데일은 원래 미스 허슬러의 임원이었고 빅 3의 다른 회사에도 친분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은 이미 업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배가 가라앉기 전에 쥐부터 먼저 탈출을 하는 법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포르노 업계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호사카 사장님이 이제 포르노 업계의 황제가 될 날이 머지 않았군. 몇년 안남았어.’
그녀는 호사카가 한 명령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바로 신인 포르노 여배우를 독점하는 것.
섹스 중독인 찰스 신. 그는 본능적으로 꼴리는 여자를 알아봤다.
카메라 빨이 잘받는 여자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마이클 브라운. 포르노 여배우는 실제로 예쁜 것보다 화면에서 예쁜게 중요했다.
이 바닥에서 오래 활동한 세실 스피넬리도 세월로 다져진 안목이 있었다.
이들은 새로 데뷔를 한 여배우 중에서 떡잎이 보인다고 싶으면 제인 먼데일에게 말했다. 그럼 제인 먼데일은 그 여배우의 몸값을 몇배를 지불하고 그 여자를 데리고 왔다.
처음에는 AVN에 소속되어 있는 포르노 회사에서도 방어를 하려고 했다.
호사카의 명령대로 빅 3는 내버려두었다. 플레이걸은 곧 같은 편이 될 것이다. 스위트룸도 대세가 기울면 박쥐처럼 옮겨 붙을 것이다. 미스 허슬러는 알아서 붕괴되고 있었다. 파산한 이후에 여배우까지 고스란히 합병하면 된다.
그리고 AVN은 빅 3만 존재하는 동맹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 아래에 중소 포르노 제작사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아래부터 말라 죽겠지. 호사카 사장님이 뭐라고 했더라?’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가 지나가는 듯이 중얼거린 말을 떠올렸다.
AVN은 지금 황제의 자리를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제인 먼데일은 웃었다.
AVN은 지금 자신의 다리가 썩어가는지도 모르고 있는 게으른 황제일 뿐이었다. 늙고 무능했다.
하지만 곧 그 자리는 젊고 유능하고 정당한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미국에 대통령부터 슬램가의 흑인 갱스터까지.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모두의 인정을 받을 것이다.
제인 먼데일은 그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사카가 도쿄 섹스킹에서 포르노 황제가 되기까지. 구시대의 AVN은 철저히 몰락한다. 필요한 부분만 수술로 떼어내서 살리고 암적인 부분은 모두 불살라 버린다.
‘그 정도는 되어야 내가 선택한 남자지.’
제인 먼데일은 휴식을 끝냈다. 오르가즘으로 달궈졌던 몸에 또다른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보고서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훑어 보았다. 포르노 업계의 일은 잘풀리고 있었다. 이것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꼭 필요한 일만 호사카에게 보고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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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AVN도 어김없이 열렸다.
AVN이 열리기 일주일 전.
호사카는 미국에 존재하는 포르노 제작사 모두에 전화를 돌렸다. 전화할 곳이 많아서 호사카는 간단하게 말했다.
“HK 매니지먼트의 호사카 켄토요. 나와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번 AVN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오. 만약 나간다면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란 것만 알려두지.”
이 정도의 일은 대가리가 직접 움직여야 했다. 모든 일을 아랫사람에게 맡기면 존경을 받을 수 없었다. 그게 야쿠자의 리더십이었다.
백번이 넘는 전화 통화를 했다.
제인 먼데일은 통화를 끝낸 호사카에게 오렌지 주스를 내밀었다.
“수고했어요. 사장님.”
호사카는 그 주스를 마시며 생각했다.
‘자, 앞으로 어떻게 시장이 반응할까?’
호사카는 이번 년도에 많은 일을 했다.
수많은 포르노 제작사를 세우고 히트작을 뽑아내었다. 나중에는 그가 출연하지 않더라도 제작사에서 알아서 평균 이상의 수작을 쏟아내었다. 전체 포르노에서 호사카의 투자를 받은 작품이 30퍼센트를 넘겼다. 그리고 판매량에서는 60퍼센트를 넘겼다.
중소 포르노 업체는 신인을 구하지 못해서 난리였다. 중소 포르노 업체의 대박은 대부분 남들이 알아보지 못한 신인 여배우를 내세워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대박을 만들기도 전에 그 여배우들은 다른 회사로 이적했다. 계약 위반을 들면 위약금을 깔끔하게 지불했다.
중소 포르노 업체는 자신들이 포르노를 만드는 회사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신인을 발굴해서 다른 회사로 넘기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들은 위약금으로 겨우겨우 회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AVN도 정보통이 있기는 했다.
그들은 호사카가 이렇게 대놓고 AVN에 똥을 뿌릴줄은 몰랐기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휴스턴 헤프너는 드디어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는 호사카를 위해 AVN의 내부정보를 넘겨주고 있었고 이 일이 끝난 이후에 안전하게 플레이걸을 운영할 것이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고민했다. 이제 대세는 호사카에게 기울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AVN도 아직 여력이 남아 있었다. 완전히 버리기는 아쉬웠다. 스위트룸은 아직까지는 판매량이 나오고 있었다. 미스 허슬러가 몰락하면서 이득을 본 탓이다. 그리고 신인 여배우를 수급하는 것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다양한 조건이 그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가장 머리 아프게 하는건 하나였다.
“도대체 호사카 그 녀석은 무슨 돈으로 이렇게 사업을 벌리는거야?”
제작사를 만들고 신인 여배우를 빼오고. 이건 한두푼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포르노 스타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손해를 보면서 적자로 사업을 운영한다고 해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호사카는 그걸 해내고 있었다.
“정말 일본의 재벌에게 후원이라도 받고 있는거야?”
프레드릭 파인더는 호사카의 비밀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결국 중립을 유지하기로 했다.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기로 한 것이다.
AVN 비밀회의에서 중소 포르노 회사에 투자를 했던 부자들은 난리였다. 그들은 자신의 지분이 과반이 넘는 회사에는 거침 없이 협박했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으면! AVN은 꼭 참석하게!”
그리고 지분이 어느 정도 있는 회사에는 적당히 강하게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있는데. 내 면을 봐서라도 AVN에 참석해주게. 만약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 지분은…”
제인 먼데일은 자신의 햄스터들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도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녀는 빠르게 그 회사들에 연락을 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중소 포르노 회사는 죽을 맛이었다. 기존의 여배우로 근근이 매출을 만들고 잘될거 같은 신인은 모두 빼앗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AVN에 참석 문제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고 있는 새우였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은 그 새우에게 도움을 좀 줄 생각이었다.
“AVN에서 지분으로 갑질 중이죠? 그리고 평소에도 포르노를 만드는데 이리저리 관여를 많이 하구요. 듣자하니 가끔 여배우를 상납해야 할때도 있다고.”
제인 먼데일의 말 하나하나는 비수처럼 꽂혔다. 모두 사실이었다.
“그렇게 포르노를 더럽게 만들고 싶으면 자기 손을 더럽히면 되지 꼭 남의 손을 빌리더라구요. 그 쪽은. 이참에 지분을 모두 팔아넘기고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건 어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차피 주식 시장에 사장된 업체가 아니라서 AVN에서 쥐고 있는 지분을 어떻게 할수는 없잖아요. 그럼 배를 버리고 새로운 배로 갈아타는 방법은 있죠. 그쪽 지분은 어떻게 못해도 사장님 지분은 사장님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중소 포르노 회사 사장들은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장사가 안되서 죽겠는데 투자자들은 항상 장사가 왜 안되냐고 쪼기만 했다. 그리고 가끔 더러운 짓도 시켰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이 설득할거리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배를 새로 만드시죠. 어차피 포르노 장사는 사람 장사 아닙니까. 카메라나 세트는 다 빌리면 되는거고. 결국 누가 카메라를 잡냐. 누가 카메라 앞에 서냐. 그 싸움이죠. 사장님이 본인 사람 다 데리고 나와서 새로 회사를 만들면 지금 하던 일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모자란 돈은 걱정마세요. HK 매니지먼트에서 투자를 할테니까.”
그녀의 말에 사장들은 조금 움찔했다. 늑대를 쫓아냈다가 사자를 불러오는 격이 아닌지 걱정한 것이다.
제인 먼데일은 이런 걱정까지 미리 예상하고 말했다.
“그리고 HK 매니지먼트는 다른거 안따집니다. 그냥 수익만 내세요. 1달러라도 수익을 내면 됩니다. 이 정도면 어려운게 아니죠? 더러운 짓을 시킬 일도 없습니다. 투자 계약서에 미리 이 항목을 명시해도 좋아요. 저희 호사카 사장님. 굳이 여배우 상납 안받아도 섹스할 여자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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