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4화 〉 454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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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군.’
호사카는 이 업계에서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명작을 만들 수 없는게 이 바닥이었다.
명작은 무엇인가.
바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같은 소재, 같은 시나리오, 같은 배우를 써도. 감독에 따라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 나오고 그냥 시간 떼우기용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처음 포르노가 나왔을때는 그저 여자가 옷을 벗고 동영상으로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남자들은 흥분했다. 자위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포르노는 흔해졌다. 남자들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일부 제작자는 더 특이한 섹스를 찾았고 어떤 제작자는 스토리를 첨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포르노의 황금기가 만들어졌다.
남자를 꼴리게 만드는 방법을 저마다 만들어서 포르노 철학을 만들었다. 팬들은 다양한 성적 취향을 배우고 발견하면서 포르노를 즐겼다.
그리고 뻔한 각본과 컨셉도 통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포르노도 영화처럼 두가지로 나뉘게 되었다.
익숙하고 자극적이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중 포르노. 그리고 익숙하지 않고 생경하지만 새로운 성감을 일깨워주는 예술 포르노.
다행이라면 예술 영화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지만 예술 포르노는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포르노를 탐닉하는 매니아는 많았고 적당한 홍보가 겹쳐지면 잘팔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리고 호사카가 AV와 포르노를 찍으면서 성공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소한 성감을 일깨우는 명작 포르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하니까.
호사카는 AV와 포르노 업계에서 수많은 감독을 만나보았지만 그런 천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만났다. 그의 인맥이라면 왠만한 감독은 모두 만날 수 있음을 생각하면 그만큼 재능은 희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이게 안되는 감독은 그냥 이전에 성공한 포르노를 열화시켜 복사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감독들도 존재 가치는 있었다. 포르노 업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네오스 카락스는 포르노 감독으로 있으면 좋을 존재였다. 호사카가 보여주지 못한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만한 감독이었다.
호사카도 일개 인간에 불과했고 그도 건드리지 않는 분야가 있었다. 대변과 소변을 성적인 취향으로 삼는 스캇물이 그랬다. 아무리 호사카가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도저히 하기 힘든 영역이 있었다.
그런걸 네오스 카락스나 다른 발견하지 못한 천재 감독이 해결해 줄 수 있었다. 호사카는 네오스 카락스의 포르노를 보면서 그걸 느꼈다. 그가 AVN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호사카는 원래 포르노 업계를 지배하는 것 이상으로 포르노 업계의 발전을 원하고 있었다.
아직 꼴림보다는 다른 것을 신경쓰는 면이 보였지만 그건 포르노를 몇편 더 찍다보면 금방 교정이 될 것이다.
이번 포르노는 그만큼의 좋은 작품이었다.
자본주의. 미국의 의료 문제. 노인의 더러운 욕망. 젊은 부인의 사랑.
다양한 색이 혼재되어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호사카도 발기를 해서 바로 옆의 여자에게 펠라를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호사카는 펠라를 받으면서 포르노를 끝까지 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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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오스 카락스가 호사카도 인정할만한 걸출한 작품을 뽑아내자 프레드릭 파인더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 호사카의 포르노 제작사에서 사방팔방에서 작품을 쏟아내고 있어서 AVN은 하락세였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간만에 잘나온 무기를 세상이 모두 알아볼 수 있게 선보여야 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네오스 카락스가 텔레비전의 토크쇼 같은데 나가서 포르노의 홍보를 해주기를 원했지만 네오스 카락스는 가명도 쓰고 있는데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결국 그가 한 것은 미국 유명 잡지사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 조건이었다.
“레오스 감독님은 포르노를 처음 만들자마자 여기저기서 호평을 많이 받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감사할 뿐이죠.”
인터뷰를 하러 나온 기자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단답형의 정론을 말하는 사람은 인터뷰하기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기자는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기사를 뽑아내기 위해서 고심해서 질문을 했다.
“그럼 포르노를 어떻게 만들기 시작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오시마 타케시 감독님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네오스 카락스도 할 말이 많았다. 그리고 기자도 네오스 카락스의 답변이 달라진 것을 알고 기대감을 높였다.
“오시마 타케시 감독이요? 원래는 영화 거장이었다가. 지금은 포르노를 찍는?”
“네. 그 분의 포르노를 보고 반했거든요. 그리고 미국에 와서 포르노를 공부하다보니. 영화계에서도 통할 사람이 포르노를 만들고 있더라구요.”
“누가 있죠?”
“호사카 감독. 그는 분명히 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천재성이 느껴져요. 그리고 마이클 브라운. 이 사람은 영상미가 좋더군요. 그리고 누구에게 각본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각본이 아주 훌륭합니다.”
“재미있네요. 지금 포르노 업계는 AVN과 호사카의 계속 벌어지고 있는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레오스 감독님은 오히려 호사카 사단이라고 알려진 쪽을 칭찬하네요.”
“복잡한 정치 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감독으로서. 다른 감독의 좋은 작품이 있으면 좋은 자극을 받고. 그것에 영향을 받아 저도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프레드릭 파인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복잡한 정치는 모르겠고 그냥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예술가로서는 좋은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프레드릭 파인더가 알고 있는 호사카 켄토라면 저런 인터뷰를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AVN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답변이었다. 차라리 호사카에게 적의를 드러내면서 싸워서 이기겠다고 하면 무식한 부자와 마피아 두목은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그나저나 요즘은 좀 아쉽습니다.”
“어떤 것이요?”
“호사카 씨는 훌륭한 감독이자. 배우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더라구요. 사람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글쎄요. 그 시간에 포르노를 하나 더 찍는게 좋지 않을까요?”
프레드릭 파인더는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이런 것이 그가 원하던 인터뷰였다.
그냥 이번에 나온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면 전국에 깔리는 잡지에 돈을 주면서 인터뷰를 하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포르노 업계에 신성처럼 나타난 루키. 그리고 그가 포르노 업계의 거목이 된 호사카를 공격한다. 그것도 정론으로. 이만큼 화제가 될만한 내용은 없었다.
잡지사 기자도 화제의 맛을 느꼈는지 눈을 빛내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럼 레오스 감독님은 호사카 씨와 다르다는건가요?”
“네, 다릅니다. 저는 오로지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것. 그것만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기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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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바로 텔레비전 인터뷰를 잡았다.
미국에서 가장 섹스를 잘하는 남자. 혼자서 포르노 업계에 도전할만큼 능력이 있는 남자. 리얼리티 쇼로도 잘나가는 남자.
호사카는 원한다면 어떤 방송의 인터뷰도 바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그는 네오스 카락스에게 반박을 하고 싶었다. 나이는 네오스 카락스가 많을지 모르고 영상을 배우는 것은 그가 더 많이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포르노 업계에서는 호사카가 선배였다.
‘구질구질하게 업계의 성장을 위해서 외부에 홍보를 하기 위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네오스 카락스가 작품만을 보기 때문에 시장 상황까지 살펴보지 않는 것은 상관 없다. 호사카는 그가 좋은 포르노를 만드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자신을 우습게 보는건 곤란했다. 호사카는 이 업계에서 누구에게 우습게 보일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호사카는 자신이 지금까지 맨손으로 일궈낸 업적에 자부심이 있었다.
나이트 쇼. 데이비드 레노가 진행하는 미국에서 잘나가는 토크쇼는 이제 호사카의 든든한 동맹이었다.
호사카가 신나는 음악 소리와 함께 입장하고 방청객들은 호사카의 이름을 환호했다. 마치 왕이 귀환한 것처럼 이들은 호사카를 반겼다.
호사카가 포르노 업계에서 일을 하는거나 동양인이라는 사실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가장 천대 받는 직업, 가장 천대 받는 인종으로 호사카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내었다.
새로운 삶을 절대 헛되이 쓰지 않겠다며 꿈을 위해 전력으로 달려온 결과였다.
데이비드 레노는 마치 할리우드 스타를 맞이하는 것처럼 호사카를 반겼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호사카가 AVN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홀로 포르노 업계에 도전한 내용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최근에 리얼리티 쇼까지 점령한 내용에 대해서 묻고 늘 하는 질문이 나왔다.
“그렇다고 리얼리티 쇼에 완전히 정착할건 아니죠?”
“당연하죠. 제 고향은 포르노고. 저는 죽을때까지 포르노를 만들겁니다.”
다시 사람들은 환호했다.
데이비드 레노는 충분히 분위기가 올라왔다고 생각했는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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